소리, 공간을 조각하다 Sound sculpt the space

김병호_김승영_김영섭_심준섭展   2014_0710 ▶︎ 2014_0928 / 월요일 휴관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0:00am~07:00pm / 월요일 휴관 * 마감 30분전까지 입장가능

포항시립미술관 POHANG MUSEUM OF STEEL ART 경북 포항시 북구 환호공원길 10 1,2전시실 Tel. +82.54.250.6000 www.poma.kr

포항시립미술관은 시각예술인 조각과 설치에 비(非)물질적인 '소리(sound)'가 융합한 작품들로 구성된 '소리, 공간을 조각하다'展을 마련하였다. 이번 전시는 우리 미술관의 특성화된 스틸 아트 뮤지엄을 가시화하고 동시대미술의 다양한 경향을 이해하는 의미에서 '소리 조각(Sound Sculpture)'과 '소리 설치(Sound Installation)' 작품을 중심으로 기획되었다. 고정된 공간을 점유하는 다른 유형의 작품과 달리 사운드 아트(Sound Art)는 소리를 매체로 하는 동시에 소리를 관심 주체로 다루는 예술이다. 미술의 영역에서 사운드 아트는 물리적 측면에서의 사운드 웨이브(sound wave)와 듣는 행위, 그리고 시각적인 요소를 포함한다. 여기에는 음악의 방해요소로 여겨지는 소음(noise)뿐만 아니라 신체가 내는 말소리와 웅얼거림, 생활 속에 나는 소리 등 그것이 퍼져 나가는 공간을 무한히 확장시키며 관람객에게 적극적인 청각ㆍ시각ㆍ공간 체험을 동시에 가능케 한다. ● 소리는 물체의 진동에 의하여 생긴 음파(音波)가 귀청을 울리어 들리는 것이다. 이러한 소리를 주제로 한 사운드 아트는 청각적인 요소가 시각적인 예술과 융합(融合, convergence)된 형태이다. 현대미술에서 소리가 미술과 관계를 맺은 것은 언제부터일까? 토마스 에디슨(Thomas Edison, 1847~1931)은 1877년 '메리는 작은 양을 가졌네(Mary had a little lamb)'라는 시(詩)를 읊는 자신의 목소리를 고체 밀랍 레코드에 녹음하여 재생함으로써, 최초의 축음기 발명가가 되었다. 이를 기점으로 목소리는 신체에서 분리되었고, 사운드는 과학기술에 의해 기록이 가능케 되었다. 이탈리아의 미래파(Futurism) 루이지 루솔로(Luigi Russolo, 1885~1947)는 과학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발생한 사운드를 시각적인 영역으로 받아들인 최초의 예술가이다. 1913년에 발표한 '소음예술 - 미래파 선언(L'arte dei rumori – Manifesto del futurismo)'에서 근대화로 말미암은 기계시대의 도래가 몰고 온 도시의 생활과 환경의 변화를 이야기하며, "고대 삶은 모두 조용하였다. 19세기에 기계의 발명과 함께 소음(Noise)이 탄생하였다."라고 말한다. 그리고 다음 해 루솔로는 '소음연주가(Intonarumori)'로 명명된 소리를 낼 수 있는 기계를 제작하였다. 그에게 노이즈란 산업화되고 문명화된 체계에서 나오는 여과물이자 원하지 않는 그 무언가였다. 이를 예술로 받아들이는 태도는 과거의 예술에 대한 부정적 대응으로 음악에는 아방가르드적 혁명이었다. 루솔로의 이러한 주장은 현대 음악가와 노이즈 음악가들에게 중요한 미학적 영향을 끼쳤다. 그 후 다다이즘(Dadaism)을 대표하는 마르셀 뒤샹(Marcel Duchamp, 1887~1968)은 1916년 '숨겨진 소리와 함께(A Bruit Secret)'라는 개념미술적인 오브제(Objet)를 통하여 미술과 음악이 결합한 레디 메이드(Ready-Made)를 발표하였다. 한편, 전자음악(Electronic Music)은 1948년 프랑스 방송국 엔지니어인 피에르 셰페르(Pierre Schaeffer, 1910~1995)와 그의 조수들이 다양한 자연의 소리를 테이프에 녹음한 데서 시작되었다. 숨 쉬는 소리, 웃음소리, 휘파람 소리 등 다양한 음성을 변조하여 테이프에 녹음하고, 그 소리를 조합, 조작하여 구성한 '오직 한 사람을 위한 심포니(Symphonie pour un homme seul)'는 '뮤직 콩크레트(Musique Concrète)', 즉 '구체음악(具體音樂)'으로 전자음악의 선구적 형태이다. 미국의 현대음악가 존 케이지(John Cage, 1912~1992)는 뒤샹의 실험정신을 계승하여 1952년 주변의 소음을 침묵 속에서 끌어내는 '4분 33초'의 '무음곡(無音曲)'을 발표했다. 사람의 움직임에 의해 발생하는 숨 쉬는 소리, 물 마시는 소리, 무언가 쓰는 소리 등 일상에서 의식하지 못하는 소음을 콘택트 마이크와 앰프를 통해 증폭시켜 큰 음향으로 제시했다. 이를 통해 우리는 무음의 상태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새삼 인식하게 되었다. 1960년대부터 시작된 플럭서스(Fluxus) 운동에서의 '음악'은 과장, 비악기, 소음, 침묵 등 음악과 반(反)음악 개념 모두를 표현하였다. 그들의 작업은 음악과 시각미술 그리고 무대미술의 전형적인 경향을 보여주는 한 예이다. ●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듣다'라는 행위가 중요한 사회적 활동이 되면서 사운드 아트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음악 쪽에서는 '실험 음악'이나 '아방가르드 음악', '오디오 아트', '소닉 아트' 등으로 부르며, 미술 쪽에서는 '소리 조각' 또는 '소리 설치' 등이 대표적이다. 음악에서는 소리에 대한 시간 관계를 중심으로, 미술에서는 소리와 공간의 관계를 중심으로 다룬다. 사운드 아트는 소리뿐만 아니라 문자, 사진, 영상, 인터렉티브 등 이전의 많은 예술 방식을 흡수하고 다양한 기술이 융합(融合, convergence)되어 나타나는 멀티미디어적인 성격이 강한 새로운 조형방식으로 활발한 접근이 이루어지고 있다. 예술에서 융합이란 서로 다른 단위 장르(genre)들이 개체적 속성을 인정받으면서 서로 어울려 새로운 차원의 예술형식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마치 수소융합이 막대한 에너지를 방출해 내듯이 이질적인 것들의 융합은 지금껏 보지도 누리지도 못했던 새로운 장르들을 탄생시키고 있다. 이번 기획전시 '소리, 공간을 조각하다'에 초대된 네 명의 작가는 '듣다'라는 청각적인 사운드의 비물질적인 특성을 자신만의 독창적인 관점에서 표현할 방법과 실마리를 찾아 '보다'라는 시각적인 작품으로 드러낸다.

김승영+오윤석_Tower_스피커, 오디오 인터페이스, 앰프, 컴퓨터_625×320×280cm_2009~11
김승영+오윤석_Hello_사운드설치_00:05:20, 340×600×80cm_2014

김승영(1963~)은 '소통'과 '기억'을 주제로 소리와 미디어 매체를 연결하여 작업하며, 사운드 디자이너 오윤석과 협업으로 완성한다. 이번 전시에 인간의 오만한 행동의 상징인 '바벨탑(Tower of Babel)'을 모티브로 한 'Tower'와 'Hello'를 출품하였다. 211개의 스피커가 쌓여 있는 높이 7m의 작품 'Tower' 앞에서 관람객들은 의미를 알 수 없는 웅얼거리는 듯한 음향들을 듣게 된다.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낯선 인간과 인간 사이의 소통, 언어가 다른 이들끼리의 소통을 원하는 뉴미디어 시대의 바벨의 모습을 이해하는 표현이다. 한편, 'Hello'는 미국의 아동 문학가 마거릿 와이즈 브라운(Margaret Wise Brown, 1910~1952)의 잠자리에서 아이에게 읽어주는 '베드타임 북(Bedtime Book)'인 『잘 자요 달님(Good night moon)』을 읽어 주는 아빠의 목소리와 말을 막 배우는 아기의 목소리를 배경으로 열 개국 나라의 말로 "여보세요!"와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어요!"라는 말이 서로 부딪히며 반복되어 나오는 소통에 관한 사운드 작품이다. 김승영은 혼재된 음성들이 스피커를 통해 소리를 내며 또 다른 차원의 상황을 연출하여 소통이 단절된 상황을 은유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김영섭_Ruhe bitte!_사운드설치, 혼합재료_가변설치_2013
김영섭_맛있는 소리_사운드설치, 혼합재료_가변설치_2013

김영섭(1971~)은 보이지 않는 소리를 시각적으로 구체화하고 인과관계를 드러내어 극적인 대조를 다루는 '소리 채집가', 사운드 설치작가이다. 그는 일상의 갖가지 소리, 언어, 소음, 청각들을 '도시 사회 문화의 잉여물들'로 정의하고, 그것을 채집하고 시각화하는 작업에 집중하고 있다. 갈팡질팡하는 개인의 모습을 표현한 '노랑풍선'은 법정에서 사용하는 의사봉을 두드릴 때 나는 딱딱 소리가 스피커를 통해 증폭되고, 그 사이에 있는 노랑풍선이 진동하도록 만들어져 있다. 그리고 'ruhe bitte!'는 독일어로 '조용히 해주세요!'라는 뜻의 작품으로, 천장에 추를 매달고, 그 바로 밑에서 사회 속에서 들리지 않는 개인의 목소리를 저주파로 증폭시켜 진동을 통해 느낄 수 있도록 하였다. 두 작품은 사회, 법, 제도, 관습, 질서, 시스템과 같은 외부 압력이나 권력을 법정에서의 의사봉 소리나 무거운 추를 통해 상징적으로 표현했다. 동의할 수밖에 없는 사회구조 속에서 강요당하고 흔들리는 우리의 모습을 음파를 통해 시각적인 움직임으로 그려냈다. 또한, '맛있는 소리'는 반복 재생되는 일상 속 개인과 개인, 사회와 개인의 관계를 주제로 새마을운동 주제가와 쇼핑몰 호스트의 광고소리를 섞어서 들려준다. 김영섭은 서울이라는 대도시 사람들의 삶의 모습들, 그것의 속도, 그것의 외양, 그들의 정체성 그리고 거기서 나오는 온갖 현실의 소리를 통해 우리 사회를 꾸준히 들여다보고 있다.

김병호_A Colloidal Body_알루미늄, 아두이노, 피에조_277×277×90cm_2010~1
김병호_An Interface_황동, 아두이노, 피에조_205×80×50cm_2010

김병호(1974~)는 정교하게 가공된 금속 소재의 부품들이 조립되어 완성된 조각에 회로를 삽입하여 기계음이 발생하는 독창적인 사운드 조각을 보여준다. 황동이나 알루미늄의 금속으로 만들어진 긴 튜브들은 중심으로부터 사방으로 뻗어 나가는 형태를 취하며, 일정한 기계음을 추가하여 완성된다. 치밀한 계획에 의해 완성된 설계도면에 따라 정교하게 가공된 금속 재료는 대량 생산체제 속 제품의 생산 방식을 따랐으며, 오늘날의 관습과 관례, 규범과 같은 사회적 구조를 반영한다. 여기서 작가는 절제된 기계적 사운드를 작품에 개입시키고, 그 사운드는 크기와 속도를 단순하고 느리게 조절하여 조형성을 방해하지 않는 선에서 섬세하게 공간을 파고든다. 이러한 조각에서 발생하는 에너지는 물질과 비물질, 시각과 청각 사이를 유동하고 공간을 압도하는 힘을 느끼게 한다. 정교하게 가공된 부품들이 조립되어 완성될 수 있는 것은 설계단계부터 완성까지 보이지 않는 엄격한 규제 체계를 따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그는 이러한 작업과정에서 문명의 발달과 함께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합리성(合理性)'에 대한 접근으로 물질과 비물질적인 요소들을 단위화(單位化)하고 조직화하여 작품의 재료로 사용한다. 이것은 점점 더 분업화되고 획일화되는 물질세계를 대변하는 것이며, 현실이라는 정교한 사회적 구조가 작품에 기능적으로 개입된 것이다. 작가는 이것을 "부품"이라 부르고, 이를 통해 만들어진 결과물을 "제품(product)"이라 부른다. 결국, 그의 작품은 동시대 생산 시스템과 협업(collaboration)의 결과물이다. 작가는 "나의 재료로 만들어진 결과물은 삶의 본질에 대한 질문이며, 인간 본성에 대한 탐구이기도 하다."라고 말한다.

심준섭_The Cube_파이프, 철, 사운드시스템, 사운드설치_300×300×300cm_2011

심준섭(1965~)은 '소음(noise, 騷音)'을 직접 음향으로 녹음하고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다듬어서 스틸ㆍPVC 파이프와 함께 전시장에 설치하여 시각화시키는 작업을 보여준다. 소음은 시끄러워서 불쾌함을 느끼게 하는 소리이다. 특히 현대인의 생활 속에 발생하는 주위의 소음은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어 신경을 쓰지 않고 잊어버린다. 우리는 개인의 주관적인 감각이나 심리적 상태, 주위 환경에 따라서 어떠한 소리든 소음으로 느낄 수 있다. 작가는 "내 작업에서의 소재는 '소리'와 '물'이다. 나는 공간을 통해서 소리를 청각적 기호를 통해서 시각화된 이미지로 보여주고자 하며, 몸의 신경계통을 생각하며, 기계의 작용과 반작용을 이용해 물을 돌려서 소리를 내기도 했다."라고 말한다. 'The Cube'는 배관용 PVC 파이프를 설치하여 인간의 신체 각 기관의 구조를 상징적으로 표현하며, 파이프의 연결 부분에 스피커를 설치하여 숨소리와 심장 박동소리가 들리게 하였다. 또한, 조명이 빛과 암전을 교차하게 되어 있으며, 구조물 자체 형태와 형광 빛의 라인 드로잉(Line Drawing) 형태 사이에서 반전을 거듭하며 현실과 환영을 오가는 듯한 묘한 변화를 경험할 수 있다. 관람객의 움직임에 따라 청각과 시각의 겹쳐진 감각을 동시에 자극하게 되는 현장을 만나게 된다. ● 우리 미술관에서 마련한 '소리, 공간을 조각하다'展에 참여한 작가의 조각과 설치작품 속에는 '소리'라는 공통된 요소를 가지고 있다. 사운드 아트는 듣는 것을 주된 소통방식으로 하는 예술 형태이다. 따라서 사운드 아트 작품 앞에서 작품의 이해에 중요한 점은 반드시 작품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의 우리는 너무 많은 소리에 노출되어 있기 때문에, 그것에 무관심하고 소극적일 수도 있다. 하지만, 전시공간에서 차분히 귀로 듣고, 몸으로 느끼는 소리와 음의 파동을 통해 사운드 아트를 이해할 수 있다. ■ 포항시립미술관

Vol.20140710g | 소리, 공간을 조각하다 Sound sculpt the space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