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속에서 빛바랜 폐물 & 패물의 향기

최철展 / CHOICHUL / 崔哲 / installation   2014_0712 ▶︎ 2014_0721

최철_설치작업을 위한 에스키스_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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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철 블로그_blog.naver.com/chulparis

초대일시 / 2014_0712_토요일_06:00pm

기억, 그림자, 흔적을 통한 노스탈지아의 환상展

관람시간 / 10:00am~10:00pm

서울시창작공간 문래예술공장 M30SEOUL ART SPACE MULLAE 서울 영등포구 경인로 88길 5-4(문래동1가 30번지) 3층 Tel. +82.2.2676.4300 cafe.naver.com/mullaeartspace

문래동 작업실에 이사 온 지 1년 반, 이곳의 생활과 풍경들이 많이 익숙해졌다. 그동안 발견한 오브제, 생활 오브제, 오브제 공간 속의 드로잉...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눈에 띄는 대로 주워 모았다. 몇 주 동안, 아니 어젯밤도 작업실에서 시간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오브제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것들은 찌들고 녹슬고 변형되어 썩어가고 있었다. 한참 바라보았지만 재밌고 특별한 생각이 나질 않았다. 작업실 문을 닫고 막차를 타고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무겁게 느껴졌다. ● 무심하게도 시간은 흐르고 흘러 문래예술공장 포켓갤러리 설치작업 날짜가 낼모레로 다가왔다. 잠이 오질 않는다. 고민, 걱정, 두려움... 마음 속 깊은 곳에서부터 나를 짓누르는 느낌이 든다. 자정을 넘겨서야 잠시 잠이 들었다. 그러나 시간의 촉박함이 주는 중압감 때문에 금세 잠이 깼다. 전시 준비를 할 때면 항상 막바지까지 가서야 컨셉이 잡힌다. 이번에도 그럴 것 같은데... 아직까진 미지수다. 최후의 몰입에서 일종의 도박과도 같은 '우연 속의 행운'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왠지 힘들 것 같다.

최철_설치작업을 위한 에스키스_2014
최철_마네킹_종이에 3D 디지털 프린트_80.3×116.8cm_2014
최철_마네킹_종이에 3D 디지털 프린트_80.3×116.8cm_2014

하루가 멀다 하고 우리가 꿈꾸는 상상들이 구체화되고 현실화되는 요즘 세상이다. 그러나 나는 시류에 역행하듯, 생각하고 상상한 것들을 실체화하는 횟수가 점점 줄어든다. 이제껏 나 자신을 믿어 왔는데 이런 어리석은 도전정신이 후회스럽기까지 하다. 하지만 전시에 사용되는 사물과 그 사물들이 내포한 기호들 사이에서, 혹시 모를 우연 속에 마주하는 상호텍스트성의 효과가 초현실주의 작가들이 즐겨 사용했던 데페지망 기법처럼 홀연 나타날지도 모를 '히포텍스트'를 기대해 본다. ● 아휴 깜작이야! 어두운 새벽. 아내가 소리 없이 거실에 나타났다. 식혜 한 그릇 드실라우? 적막한 이 밤에 왜 깼을까? 여러 가지 생각들이 교차하는 순간, 엊그제 저 세상으로 간 햄스터가 생각난다. 창문 베란다 밖으로 보이는 아파트 정원 한 구석 소나무 밑에 그의 자리를 만들어줬다. 어제 저녁 아들과 같이 산책 후 그 자리에 들러 합장하고 맘으로 위로를 전했다. 우리 집에 온지 3년하고도 2개월 정도 되었던 햄스터였는데, 인간의 나이로는 100살 정도 될 것 같다. 우리 식구들은 너무나 작은 동물이라 역설적으로 '걸리버'라 불렀다. 기억 속으로 사라져갈 또 하나의 이름이 이제는 흔적으로 남았다. 걸리버는 이곳에 사는 동안 무슨 생각을 했을까? 그의 기억 용량은? 과연 기억이나 하는 건가... 혼자서 집도 짓고 시간 관리도 잘해서 쳇바퀴를 돌리며 운동하는 모습을 보고 대견하다 생각했는데... 그 녀석을 너무 무시하는 건가? 아마 내 생각보다 더 뛰어난 녀석이었을 수도 있다. 스스로 자기 몸을 돌보며 관리를 했던 그 녀석은 나보다 더 부지런했으니까.

최철_물질과, 빗물질의 만남_그림자, 우산, 모터, 기계부속품 모빌, 춤추는 흔적_2014
최철_바비큐 통, 물, 집게, 수통, 도시락통, 3D 영상_2014
최철_나무가지, 아기인형, 썩여가는 철상자, 철탁자, 그물천, 프로젝터이미지, ㄷ자형 쇳파이프_2014

모든 존재는 시간이 점유한다. 작업할시, 물 한 방울이 캔버스 밖의 공기 속으로 증발되어 날아가듯이 나 역시도 어느 날 이 공간에서 변형된 모습으로 사라질 것이다. 새벽녘에 왔다가 아침이면 사라지는 이슬처럼... 어느 대중가요 가사처럼 위대한 시간 속에서 사물의 존재는 나약하고 허무할 뿐이다. 아기 인형, 녹슨 테이블, 양철 깡통, TV상자, 나뭇가지, 구름, 바비큐통, 어항, 어둠, 빛, 3DS 디지털 이미지 등으로 설치하게 될 이번 작업은 기억, 존재, 사라짐, 재현, 노스탈지아 등이 주요 키워드이다. 작업은 미완성으로 남을 지도 모르고 초라해 보일 수도 있겠지만... ■ 최철

Vol.20140712d | 최철展 / CHOICHUL / 崔哲 / install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