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氣)차다

김승현展 / KIMSEUNGHYUN / 金承賢 / installation   2014_0717 ▶︎ 2014_0721

김승현_존재의 방법 I_혼합재료_가변크기_2013

초대일시 / 2014_0717_목요일_06:00pm

관람시간 / 10:00am~08:00pm

서울문화재단 서울시창작공간 서교예술실험센터 SEOUL ART SPACE SEOGYO 서울 마포구 잔다리로 6로 33(서교동 369-8번지) Tel. +82.2.333.0246 cafe.naver.com/seoulartspace www.seoulartspace.or.kr

'기차다.' 사전적 의미로는 속된 말로 말할 수 없을 만큼 좋거나 훌륭하다. 혹은 말도 나오지 않을 만큼 어이가 없다. 동음이의어, 이토록 상반되는 뜻을 가지다니 아주 매력적이도록 기찬 말이 아닐 수 없다. 여기에 한 가지 뜻이 더. '기차'다. 작가는 본인만의 확고한 틀이 있다. 일정한 규격에 맞도록 통일된 것에 편안함을 느끼며, 이는 작품 속에서 반복에 의해 더 확실하게 드러난다. 작가의 작업 대부분에 공통적으로 들어가는 것은 바로 이 '틀'이다. 그 틀 안에는 거울과 바로 '기차'가 있다. 틀은 작가 본인이며, 거울은 심리적이자 물리적인 거리와 불안, 기차는 삶, 기찻길은 여정에 비유된다.

김승현_존재의 방법II day&nightm_혼합재료_75×50×50cm×2_2013

"기찻길. 지나온 길, 지나고 있는 길, 앞으로 지나갈 길. 철도는 이처럼 과거와 현재와 미래의 시간성을 명확하게 여지없이 보여준다. 어찌 보면 무색하게 흘러가는 유수(流水)의 한줄기처럼. 곧은길에 있다 보면 굽은 길로 접어들고 어느새 아슬아슬한 철교 위를 달리다 암흑 같은 터널을 만날 때면 어둠과 불안감이 엄습하고, 거기서 벗어나다보면 다시 새로운 세계에 도달하는 순환과정을 그려보다 깨닫는다. 나에겐 기차는 초침이 움직이는 것처럼 동적인 에너지이자 큰 영감을 자아내는 존재다." (김승현 작가노트 中)

김승현_존재의 방법III_혼합재료_120×180×100cm_2014

작가는 10여년 가까이 혼자 살고 있다. 간혹 집에 다녀가는 날이면 어머니는 까만 점이 될 때까지 멀어지는 나를 향해 손을 흔드신다. 거기에는 짠한 마음과 함께 애틋한 마음이 깃든다. 작가는 수없이 반복되는 이 장면에서 입영열차를 떠올렸다. 눈물과 토닥임이 끝이 없을 것만 같은 찰나의 순간들. 거기에는 기차가 있다.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고 누가 그랬던가. 물리적 거리감은 당연하고도 애석하게도 심리적 거리감을 모셔온다. 여기에서 작가는 '관계'를 떠올린다. 나와 타자, 나와 사물, 나와 사상들이 맞부딪히는 거리에 대하여 깊이 헤아려 생각한다. 확고한 자신만의 틀이 있는 작가에게 관계란 물리적 거리가 가깝다고 하여 심리적으로 밀접한 관계가 될 수 없으며, 또한 멀다고 하여 마음으로 멀어지는 사이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리하여 작가의 작품 안에서 거울은 가까워졌다가 멀어졌다가를 반복하며, 거울을 통해 반복되는 기차들의 물리적 거리가 심리적 거리에까지 확장되는 과정을 시각화한다.

김승현_존재의 방법 IV_혼합재료_가변크기_2014

「존재의 방법 Ⅰ」 이 작품은 작가의 전시 작품 중 유일하게 '기차'가 움직이는 작품이다. 작가의 삶의 여정으로 비유되는 기찻길 위로 이 기차는 일정한 시간차를 두고 캄캄한 터널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가 세상으로 나오기를 반복한다. 기찻길 위의 터널은 암흑과 불안, 순탄치 않은 여정으로 비유되며, 그 터널은 언젠가는 끝이 나고, 그 끝에는 다시 밝은 세상이 올 것이라는 희망 또한 암시한다. 기차의 앞부분에는 카메라 렌즈가 달려 있어 정면에서 작품을 볼 경우 관람객의 모습이 실시간으로 카메라에 담기고 뒤쪽 벽에 투사되어, 본인의 모습이 사라졌다가 나타난다. 이러한 동적인 기차의 움직임과 뒤쪽 벽에 관람객 자신의 모습이 물리적으로 가까워지고 멀어지는 것을 통하여 심리적 거리감에 대한 사색을 유도한다. ●「존재의 방법 Ⅲ」환풍기 닥트의 구조를 차용한 이 작품은 겉으로 보기에는 환풍기 같아 보이나 안쪽은 작가의 오브제인 기찻길과 기차, 그리고 거울로 구성된다. 앞뒤로 움직이면서 떨리고, 작은 소음을 내는 거울은 불안감을 가져오며, 거기에 꺼졌다 커졌다 하는 조명은 그 불안을 가중시킨다. 우리는 종종 많은 영화나 드라마에서 환풍기 닥트 안으로 숨어들거나 도망치는 주인공들을 볼 수 있다. 작가는 거기에서 힌트를 얻어, 다른 공간으로 이동할 수 있는 통로로써 환풍기를 이용한다. 이 공간은 작가의 틀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발전과 진보를 향해 나아갈 수 있는 통로인 셈이다.

김승현_존재의 방법 V_혼합재료_45×80×20cm_2014

「존재의 방법 Ⅳ」 기차와 수트케이스로 이루어진 이 작품은 만남과 헤어짐이 반복되는 기차역을 연상케 한다. 작가는 무엇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은가, 아니면 새로운 삶의 여정을 찾아 가는 길인가. 부모님의 보살핌으로부터 벗어나는 순간부터 작가는 본인 삶을 무게를 스스로 오롯이 지었다고 생각한다. 그는 이제 어딘가에 안전하게 소속되지 않는 상태이고, 본인의 집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달팽이처럼 자신의 집을, 짐을 이고 다닌다. 언제든지 집주인으로부터 퇴거를 명받을 수도 있으며, 나의 집, 본인 명의의 집이 없기에 의도치 않게, 어쩔 수 없이 주거지가 계속해서 바뀌는 생활을 한다. 이 과정에서 작가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바로 수트케이스이다. 이 가방은 작가의 삶을 이동시키며, 온전히 작가 스스로의 삶의 무게인 셈이다. 이 짐은 누구도 대신 지어주지 않으며, 작가의 두 발로 그 모든 무게를 감내해낸다. '기차다.' 한끗 차이로 기가 차는 전시가 될 수도 있고, 기똥찬 전시가 될 수도 있다. 김승현 작가의 틀과 삶의 여정에 대한 이번 전시는 내 기차는 안전하게 탈선하지 않고, 잘 가고 있는지, 터널은 지나가고 있는지, 빠져나왔는지, 지금쯤은 어느 역을 지나고 있는지에 대해 곰곰이 생각하게 하는 시간을 선물해준다. ■ 장예빈

Vol.20140717f | 김승현展 / KIMSEUNGHYUN / 金承賢 / install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