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음방초 綠陰芳草-옛 그림 속 여름향기

2014 여름 소장품 특별展   2014_0717 ▶︎ 2014_0807 / 월요일 휴관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참여작가 김윤병_장승업_양기정_고희동_노수현 허백련_이응노_강경구_오숙환_하태진 등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월요일 휴관

(재)한원미술관 HANWON MUSEUM OF ART 서울시 서초구 남부순환로 2423 (서초동 1449-12번지) 한원빌딩 B1 Tel. +82.2.588.5642 www.hanwon.org

"石梁茅屋在灣碕 둥그런 기슭에 돌다리 초가집 있고 / 流水濺濺度兩陂 흐르는 물은 졸졸 양 언덕을 지나간다. / 淸日暖風生麥氣 갠 날 따뜻한 바람에 보리 기운 나고 / 綠陰芳草勝花時 숲 그늘 그윽한 풀이 꽃 필 때보다 좋아라." (王安石의 初夏卽事) ● 옛 사람들은 여름의 아름다운 자연경치를 '푸른 나무 그늘과 향기로운 풀'이란 뜻의 "녹음방초綠陰芳草"라 표현하였습니다. 다시 말해 여름은 위의 시조에서처럼 "녹음방초승화시綠陰芳草勝花時"라고 하여 '푸른 나무 그늘과 향기로운 풀이 꽃보다 나은 때'를 뜻합니다. 수풀의 싱그러운 향내가 봄꽃의 향기보다 더욱 짙어 온 산천을 뒤덮는 이 여름의 정취는 옛 문인들의 그림에서 수묵의 향기로 더해지고 있습니다. ● 옛 그림에서 여름은 소재와 기법에서 하나의 형식을 이룰 만큼 다양하게 나타납니다. 산세는 짧게 끊어찍은 미점준(米點皴)으로, 수풀은 굵고 짙은 먹색으로 표현된다면, 산수를 부채 위에 그림으로써 녹음의 향내를 전하기도 합니다. 소재에서는 시원한 물줄기가 흐르는 폭포나 강가, 어부가 낚시하는 모습, 그늘에서 풍류를 즐기는 선비들의 모습, 창포나 모란이 등장하는 민화, 파초나 매미가 등장하는 화조·화훼화, 나무그늘 아래 한가로이 노니는 동물을 그린 영모화 등, 여름의 풍정을 선사하는 옛 그림의 표정은 풍성하게 나타납니다. ● (재)한원미술관에서 이번 여름에 소개하는 소장품은 이러한 여름의 풍정을 느끼게 하는 조선후기에서부터 근·현대에 이르는 한국화들로 구성하였습니다. 조선후기 최북에서부터 말기의 장승업, 근대의 고희동, 노수현, 허백련, 그리고 이응노, 강경구, 오숙환에 이르는 현대 한국화까지 이 계절 여름의 모습은 시대마다 다른 감각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전시되는 작품 중에서 오원(吾園) 장승업(張承業, 1843 ~ 1897)의 「유작柳雀」은 버드나무 가지 위의 새와 그 아래 물오리를 그린 것으로, 간략하면서도 활달한 필치가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시원한 강가에 한가로이 떠서 물고기를 잡아먹고 있는 물오리를 바라보는 참새의 시선은 여름을 시샘하는 모습처럼 느껴집니다. 오원의 이러한 활달하고 거친 화법 및 참새의 시선과 같이 생동감 있는 묘사는 오원 영모화만의 특징적 요소라 할 수 있습니다.

김윤병_산수_한지에 먹_30×35.3cm_18세기
장승업_유작_한지에 먹_130×43.5cm_19세기
양기정_석화_한지에 수묵담채_110×32cm_19세기
작가미상_개_한지에 수묵담채_129×31.5cm_19세기

또한 이번 전시에서는 20세기에 들어와 근대서구미술양식의 영향을 받아 서서히 변모하는 동양화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1909년 한국 최초의 미술 유학생으로 동경으로 건너가 1915년 동경미술학교에서 수학한 후 귀국한 춘곡(春谷) 고희동(高羲東, 1886-1965)은 우리나라에 서양유화를 정착시키는 데 힘썼으나 1920년대 중반에 들어 다시 복고적인 산수화를 다수 제작하면서 동양화 분야의 작품활동으로 선회하게 됩니다. 고희동의 산수화는 동양화를 기반으로 서양화의 기법과 시각을 도입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전시 작품 「山水」에서 보듯이 근경의 나무와 먼 산은 엷고 푸른 담채로 묘사됨으로써 보다 현대적인 느낌을 주는데, 이는 그가 전통적 남종산수(南宗山水)에 서양화의 색채감이나 명암법을 받아들였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 이에 반해 1950년대 이후 현대사회로 접어들면서 동양화는 급속히 변모합니다. 근대 서화의 개념에서 서구 모더니즘 추상양식을 적극 수용함으로써 현대 동양화로서의 변모를 꾀한 고암(顧菴) 이응노(李應魯, 1904∼1989)는 1958년 도불(渡佛) 이후 다양한 추상작업을 벌이면서 서구적 표현형식과 현대적 조형미학을 수렴하여 그의 근간이 되었던 서예에서 발전한 문자추상을 완성하게 됩니다. 전시되는 작품 「풍경」은 1950년대 중반 전후의 반추상 경향을 보여주는 것으로, 가옥과 산림의 묘사가 강한 먹선으로 구조화, 간략화되면서 기호화하는 느낌을 줍니다. 굵은 필선 주변으로 엷은 담채를 가함으로써 신록의 멋을 현대적으로 조형화하고 있는 이 작품에서 동양의 정신과 서양의 미적 감각이 융합되는 고암 회화의 과도기적 일면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고희동_산수_한지에 수묵담채_27×36cm_20세기
노수현_산수_한지에 수묵담채_33×114cm_20세기
허백련_산수_한지에 수묵담채_14×50cm_20세기
이응노_풍경_한지에 수묵담채_23×43cm_1950년대
강경구_해병대산_한지에 채색_94×184cm_1991
하태진_설악_한지에 수묵담채_70×104cm_1997

이번 소장품전은 너른 수풀의 일렁임과 시원한 강가의 물줄기, 그 속에서 한담(閑談)을 즐기는 문인 혹은 더위를 피하려 나무그늘 아래 몸을 맡긴 동물들의 모습 등 옛 그림과 그것을 되살린 오늘의 한국화에서 여름향기를 느껴보는 자리가 될 것입니다. 여름의 산하에 인간과 더불어 사는 동물을 주제로 한 그림들은 방학을 맞은 어린이들에게 우리 옛 그림을 더욱 친근하게 느낄 수 있도록 해줄 것입니다. 이처럼 사계절의 경치를 열심히 관찰하고 그 변화 속에서 자연의 질서와 이치를 깨달으며 계절마다 다른 색의 흥취를 노래하던 옛 사람들의 四時山水를 통해 속도와 경쟁에 지친 현대인들은 자연을 즐기는 법을 다시금 배우게 됩니다. 또한 복을 기원하는 인간의 바램과 삶에 대한 상징이 깃들어있는 해학적인 영모화를 통해 가족의 행복과 사회의 평안을 기원하는 지금 우리의 모습을 다시금 확인합니다. 아울러 이 전시는 한국화·동양화의 발전을 도모하고자 이 분야의 컬렉션과 전시에 힘쓰고 있는 본 미술관의 운영취지를 반영하고 있음을 밝힙니다. ■ (재)한원미술관

Vol.20140718e | 녹음방초 綠陰芳草-옛 그림 속 여름향기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