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레짜투라 Sprezzatura 어려운 것을 쉽게 해내는 자연스러운 아름다움

윤경혜展 / YOUNKYONGHEY / 尹慶惠 / ceramic.installation   2014_0716 ▶︎ 2014_0721

윤경혜_파랑새는 내 안에 있다_안료, 산화물, 종이, 백토, 조합토, 나무판넬_50×50×8cm×8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0:00am~07:00pm

가나아트 스페이스 GANA ART SPACE 서울 종로구 인사동길 56(관훈동 119번지) 3층 Tel. +82.2.734.1333 www.ganaartspace.com

'스프레짜투라(Sprezzatura)'는 르네상스 시대 이탈리아의 발데사르 카스틸리오네가 쓴 '궁정인'에 등장하는 단어다. 신경 쓴 사실을 드러내지 않는 무심함을 뜻한다. 경멸하다'는 뜻의 이탈리아말 스프레짜투라, 르네상스기를 거치면서 '어려운 일을 아주 쉬운 척 우아하게 하는 방식'을 가리키는 말로 진화했다. 이탈리아 천재들은 시를 쓰거나 오페라를 만들거나 그림을 그리거나 대리석을 매만질 때, 멀고 먼 바다를 항해하거나 의학을 연구할 때 이 스프레짜투라를 미덕으로 여겼다. ● 살아가는 '어려운 일'을 '아주 쉽게'해야 하는 우리는 인생에 스프레짜투라를 실현하며 살고 있다. 산다는 것은 매일이 치열한 전쟁이다. 이 힘든 인생을 하루 하루 고되게 겪으면서도 우리는 늘 의연히 잘 살아간다. 이토록 어려운 살아가기에 대해 누군가가 '왜 살아야 하는지?'에 대해 선 듯 대답해 줄 수 있을까? 나또한 답을 알 수 없지만 색태토(ColorClay) 또는 색종이태토(PaperColorClay)을 만들기 위해 흙에 물을 섞고, 종이와 안료를 넣은 흙물에서 물기를 말리고, 그 흙으로 형태를 만들어 자르고 부수어 다시 결합하기를 수차례, 지난한 과정을 겪으며 '나는 잘 살고 있는가?'를 되뇌었다. 오랜 시간 속, 화두에 대한 나름의 결론이 생겼다. 파랑새는 내 안에 있다 ● '파랑새 증후군(Bluebird Syndrome)'이란 현실에 만족하지 못하고 새로운 이상만을 추구하는 병적인 증세를 일컫는다. 이 용어는 벨기에 작가 마테를링크의 동화극 '파랑새'에서 유래했다. 파랑새를 찾으러 남매가 모험을 떠나지만 집 안 새장에 파랑새가 있었다는 내용으로 행복은 가까이에 있음을 깨닫게 해주는 내용이다. 개인들이 찾는 파랑새는 그들이 늘 보아왔던 그 곳에, 생활하던 그 곳에 항상 존재한다. 우리의 파랑새는 우리 안에 있다. 창을 통해 안 또는 밖에서 보는 주변의 모습. 내가 사는 그 곳에 내가 원하는 이상이 존재한다. 내가 원하는 것은 먼 곳에 있지 않다. 내 곁에 내 안에 그 답이 있다.

윤경혜_파랑새는 내 안에 있다1_안료, 산화물, 종이, 백토, 조합토, 나무판넬_50×50×8cm
윤경혜_나는 내 부모의 알맹이와 내 자식의 껍데기로 이루어졌다_ 안료, 산화물, 종이, 백토, 조합토, 나무판넬_280×190×10cm
윤경혜_나는 내 부모의 알맹이와 내 자식의 껍데기로 이루어졌다-엄마_ 안료, 산화물, 종이, 조합토, 나무판넬_100×140×10cm

나는 내 부모의 알맹이와 내 자식의 껍데기로 이루어졌다 ● '화이트', '블루', '블랙'으로 이루어진 이 작품은 한 부모의 자식-그리고 내 '아이'이기도 하다-이며 작가본인-'나'-와 '엄마'란 존재의 나에 대한 고민의 형상이다. 순수한 '아이'는 어떤 색으로도 물들 수 있는 상태 곧 백지-'화이트'-의 상태이다. 어떤 색의 사람이 될지 궁금하기보다 어떤 색으로 물들게 도와줄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큰 엄마가 된 후 나또한 자식이란 사실을 새삼 실감하게 되었다. '블루'는 평정의 상태를 바라는 '나'이다. 늘 불안한 나는 무한한 자원을 담고 있는 끝을 모르는 깊이의 바다처럼, 그러면서도 세상 쓰레기의 모든 종류를 품고 있는 바다처럼, 먼 바다는 푸르고 고요하게 보이지만 사실 그 바다는 엄청난 파도와 전 세계를 떠도는 조류에 휩쓸려 늘 움직이고 있는 바다처럼 늘 흔들리고 있다. 그래서 늘 원하는 평정(平靜) '엄마'의 유두는 아이가 처음 세상에 태어나 처음으로 접하는 생명줄이다. 이 세상 최고의 따뜻한 '검정'색이다. 엄마와 아이만 느낄 수 있는 유대감의 시작은 젖먹이로 시작한다. 꼭 부둥켜안은 체 엄마는 제 영양분을 아이에게 고스란히 넘기고 아이는 모든 힘을 다해 작은 입으로 젖을 빨아 삼킨다. 어미는 이렇듯 평생을 아이에게 제 모든 걸 조금도 아까워하지 않고 넘긴다. 이 세상 어떤 관계가 아무런 조건도 없이 제 것을 준단 말인가?

윤경혜_내가 아는 나와 남이 아는 나_안료, 백토, 아크릴, 와이어_210×150×30cm
윤경혜_내가 아는 나와 남이 아는 나_안료, 백토, 아크릴, 와이어_부분

소심하다. 늘 주장이 강하다. 완벽하게 하는데 익숙하지 않다. 정리정돈을 좋아한다. 하고 싶은 말을 잘 못한다. 성질도 잘 부린다. 결정장애가 있다. 시작한 일은 꾸준히 할 줄 안다. 아이 보기를 잘 못한다. 안고 뽀뽀하기를 좋아한다. 건강을 위해 무척 애쓴다. 커피를 좋아한다. 카페인에 과민증상이 있다. 겁이 무척 많다. 공동묘지는 무섭지 않다. 알러지 체질이라 늘 약과 함께 산다. 맥주와 와인을 좋아한다. 손으로 하는 걸 잘한다. 그러나 음식은 잘 하지 못한다. 옷을 잘 입는다. 싼 옷을 좋아한다. 걷는 걸 좋아한다. 더운 것도 추운 것도 싫어한다. 나는 나약하다. 나는 무서운 엄마다. 애교장이 부인이다. 무뚝뚝한 딸이다. 조용한 며느리다. 떼쟁이 막내이다. 나는 네모이고 동그라미이고 담길 수 있고 담을 수 없기도 하다.

윤경혜_눈앞에 두고도 못 봤다니_안료, 산화물, 백토, 조합토, 나무_가변설치

눈앞에 두고도 못 봤다니 ● 라디오에서 연예인이 십몇 년 전 데뷔 때부터 어릴 적 헤어진 친구를 찾고 싶었는데 아직도 연락이 되지 않는다며 그 친구를 찾는다 했다. 얼마 후 누군가 라디오로 전화를 해왔고 그 사람은 연예인이 그토록 찾던 그 친구였다. 친구는 여러 번 그를 보았다했다. 노래를 할 때도 연기를 할 때도 가까이에서 보았으나 나서서 그를 부를 수 없었다했다. 친구를 그리워했던 연예인은 눈앞에 그가 있었는데도 알아볼 수 없었다. 눈앞에 두고도 보지 못했다니... 난 내가 원하는 것을 볼 수 있을까? 찾을 수 있을까? 알아챌 수 있을까? 눈으로 본다는 것은 믿을 수 있는 일일까? 보이지 않는 곳에 진실이 있지 않을까? 진실은 정말 진실인걸까? 잘 보이는 것이란 진실이 아니라 내가 가지고 있는 확신에 대한 무조건적인 인정이 가능한 무엇-'거짓' 또는 '내가 정한 답'-이다. 나는 무엇을 보고 있는 것인가 ■ 윤경혜

Vol.20140718h | 윤경혜展 / YOUNKYONGHEY / 尹慶惠 / ceramic.install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