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과 사람에게는 그리움이 있다.

김주희展 / KIMJUHEE / 金住喜 / painting   2014_0801 ▶ 2014_0820 / 월요일 휴관

김주희_돌아가는 길_종이에 과슈_50×40cm_2014

초대일시 / 2014_0801_금요일_05:00pm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월요일 휴관

갤러리 자작나무 사간점 GALLERY WHITE BIRCH SAGAN-DONG 서울 종로구 사간동 36번지 Tel. +82.2.733.7944 www.galleryjjnamu.com

꽃과 사람에게는 그리움이 있다. ● 우리의 살아가는 평범하고 소소한 일상의 모습과 사물을 아름답게 그려내고 담은 그림. 사람 이야기를 편안하게 펼쳐내는 작가의 시선을 따라 가보자. 사람이란 살며 알아 간다는 뜻을 가진 삶과 앎에서 출발한다. 태어나서 죽기에 이르는 동안 모든 살아가는 일이라는 삶. 사람은 살아가면서 알게 된 많은 것을 통해 깨달음에 이르러가는 존재인 것이다. ● 작가 김주희의 내면에는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수학과 미술이라는 두 세계가 공존한다. 그녀에게는 수와 양, 공간의 성질에 관하여 이치를 살피고 논리적으로 연구하는 학문인 이성적인 수학과 지극히 감성적이고 비논리적인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미적영역이 내재되어 있다. 서양에서는 일에 대해서 둘로 나누어 보는 견해가 있다. 하나는 이윤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생산활동으로 정신적, 육체적 노고와 수고를 동반하는 labor 이다. 레이버는 생활을 이어갈 수 있게 하는 노동을 뜻하며 직업이고 방편이다. 또 다른 하나는 작품과 작업을 뜻하는 work 이다. 워크는 삶 속에서 솟아나는 내적인 감성영역의 확장으로 이익이나 재화의 추구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 작가는 수학과 미술을 전공한 사람으로 두 일을 병행하고 있다. 보통은 워크에 방점을 찍을 수 있겠지만 작가는 가르치는 일과 작품을 만드는 작업의 두 가지 일을 즐기며 산다.

김주희_기다린다_종이에 아크릴채색_30×40cm_2014
김주희_돌아가는 길_한지에 아크릴채색_72×60cm_2014
김주희_동백꽃_종이에 아크릴채색_40×30cm_2014

김주희 작업의 바탕은 사람 이야기이다. 작업의 과정은 화면 위에 바탕칠과 웃색 입히기 그리고 그날그날 내안에 들어온 소재들을 드로잉하고 채색한다. 작가는 우리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여인과 꽃, 집, 나무, 선인장, 화분, 컵 등을 소재로 한다. 작품에 나타난 이러한 다양함은 기다림, 그리움, 사랑이라는 말들을 대신하고 있다. 다분히 감성적이고 주변의 모든 것이 아름답고 감사하다는 그녀의 작업에서는 클루아조니슴적인 표현방법이 눈에 들어온다. 프랑스의 화가 에밀 베르나르는 '에콜 데 보자르'의 코르몽의 아틀리에서 공부했다. 그리고 프랑스 서북부 부르타뉴의 퐁타방에서 고갱을 비롯한 일련의 작가들과 함께 작업을 하면서 클루아조니슴이라는 새로운 화법을 창시한다. 이 기법은 고딕양식을 대표하는 스텐인드글라스의 굵은 선에서 영감을 얻어 베르나르가 자신의 작품에 표현해 낸 것이다. 김주희의 작품에서도 언뜻 클루아조니슴적인 요소들을 볼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은 선으로 형태를 그리고 그 안을 채색을 하는 것이 아닌 먼저 형태를 그리고 밝은 색의 선으로 감싸 안 듯 두르고 있다. 이러한 선은 이것과 저것의 경계를 나누지 않고 별개의 것들에 힘을 불어넣고 약간의 긴장감을 갖게 하는 묘한 느낌을 준다. 그래서인지 그녀의 작품은 눈으로 들어오고 가슴으로 느껴진다.

김주희_보광동 선인장_종이에 아크릴채색_50×40cm_2014
김주희_보이는 것은 진실이 아니다_한지에 아크릴채색_87×87cm_2014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장지와 순지, 린넨 등을 재료로 하여 다양한 이야기들을 과슈와 아크릴 작업으로 풀어냈다. 한국적 종이 재료가 흡수 후 발색을 기본으로 한다면 서양의 종이나 캔버스는 처음부터 색을 밀어내는 반발력을 우선으로 한다. 작가는 지금, 흡수 후의 발색인 우리의 종이 외에 여러번의 바탕작업을 동반하는 캔버스를 실험적으로 운용하고 있다. 서정적이며 문학적이기도 한 그녀의 작품은 기교를 넘어 감성으로 다가와 숨겨져 있던 여러 이야기를 풀어낸다. 그리고자 하는 것은 꽃이 아니라고 말하는 작가의 그림은 파스텔톤의 연하고 부드러운 색으로 그림 그 이전의 것을 차분하고 솔직하게 그려내고 있다. 또한, 굵고 거친 붓 터치는 자연스럽고 낯설지 않게 작가의 숨결을 그대로 느끼게 한다. 나무 그림에는 나무와 함께 그날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그녀의 '눈오는 날' 이야기를 들어보자 눈 오는 날 눈이 나무를 감싼다. / 겨울 밤 이불이 그대를 녹이듯 / 눈은 나무를 녹이고 이내 눈도 녹는다. / 꽃과 사람에게는 그리움이 흠뻑 적셔있다. / 누군가가 그리워지고 또 그리워지면 / 그리운 것을 그린다.

김주희_엄마의 품_종이에 아크릴채색_40×30cm_2014

처음 그림을 그리고 싶었던 것은 파란 하늘을 훔치고 싶은 마음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작가는 뜻대로 되지 않는 삶이 무겁기만 했을 때 늘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았다. 동경의 대상으로 하늘을 그리워했던 이전 그림에는 구름이 자주 등장했었다. 하지만, 이번 작품에서 보여지는 구름은 우울하거나 무겁지 않게 밝고도 고맙고 사랑스런 존재가 되어 하늘에서 내려와 꽃이 되었다. 그녀는 말한다. 결국은 내 이야기가 당신의 이야기라고. 작가는 건조한 곳에서도 자신을 지키며 꽃을 피우는 선인장처럼, 사람도 그림도 아름다웠음 하는 마음으로 푸른 하늘을 우리 곁에 내려 놓았다. ■ 소원섭

Vol.20140802g | 김주희展 / KIMJUHEE / 金住喜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