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parate

권인경_이경하 2인展   2014_0801 ▶ 2014_0830 / 일요일 휴관

초대일시 / 2014_0801_금요일_05:00pm

관람시간 / 11:00am~07:00pm / 일요일 휴관

갤러리 포월스 GALLERY 4WALLS 서울 강남구 논현동 248-7번지 임피리얼팰리스 호텔 1층 Tel. +82.2.545.8571 www.gallery4walls.com

이질적 재료와 대립하는 개념의 병치를 통해 분리되거나 서로 다른 대상과 공간을 보여주는 권인경, 이경하 두 작가의 2인전이 갤러리포월스에서 열린다. ● 권인경은 전통 산수화에서 쓰는 먹과 채색화 기법에 아크릴을 가미한다. 부감의 시점으로 연속적 형태의 건물과 길이 어우러진 도시는 고서를 낱장씩 뜯어 콜라주 방식으로 표현한다. 매일을 살아가는 도시의 익숙한 풍경이나 혼자가 느끼는 고독감, 우울함 등의 심리적 불안은 계속된다. 현실의 위협으로부터 자신을 지키고자 하는 자기 방어의 수단은 작가가 만들어낸 상상의 공간 「Heart-Land」로 분리되어 나타난다. ● 이경하는 하늘, 대지, 바다 등을 목탄을 사용하여 문지르고 지우는 과정을 수없이 반복하며 시간을 초월하는 자연의 무한한 확장성을 담는다. 그에 반해 인간은 한없이 작고 약한 존재로 흑백의 목탄으로 채워진 거대한 자연 앞에서 유화를 사용하여 낯설게 등장한다. 영원히 변하지 않는 대자연에 반하여 제한된 시간의 삶을 영위하는 인간은 끊임없이 두려움을 극복하는 존재로 작품 속에 살아 있다. ● 갤러리포월스의 『Separate』展은 모호하거나 낯설기 때문에 두려움을 자아내는 공간과 대상을 통해 삶을 관조적으로 바라본다. '삶'이라는 굴레에서 현실로부터의 도피는 불가하고 절대적 고독감은 인간이 짊어지고 가야 할 운명이다. 필연과 우연이 만나 인간 존재의 근본을 이루고 있는 운명은 결코 나로부터 '분리'될 수 없기에 진정한 ‘나’를 찾는 것을 멈추지 못한다. 『Separate』展은 삶 속에 나를 투영하여 미완성의 자아를 조금 더 성숙으로 이끌 수 있는 사유의 시간을 함께 하고자 한다. ■ 갤러리 포월스

권인경_Heart-land 6_한지에 고서꼴라쥬, 수묵, 아크릴채색_130.5×162cm_2014
권인경_Heart-land5_한지에 고서꼴라쥬, 수묵, 아크릴채색_23.5×26cm_2014
권인경_개인의 방2_한지에 고서꼴라쥬, 수묵채색_129×161cm_2012
권인경_경계의 경험_한지에 고서꼴라쥬, 수묵채색_103×146cm_2011
권인경_여기로 돌아 오다_고서에 전사 수묵채색, 연필_17×11.5cm_2013

Heart-Land는 심장(중심)부, 즉 외부의 공격에 대해서도 비교적 안전하고, 경제적, 정치적 자립도 가능할 것 같은 장소이다. 그 어떤 외부적 요인에 흔들리지 않을 요새인 것이다. ● 사람들에게는 각자의 Heart-Land가 존재한다. 그곳은 어디에도 없지만 세상에서 가장 좋은 곳(유토피아)으로, 현실에 대한 날카로운 인식, 현실에서의 고통이나 트라우마에 대한 회피에서 출발한다. 사람들은 저마다의 추상공간(방공호)을 만들어 이미지, 사유로 이루어진 개념적인 것들을 실재 만질 수 있는 형태로 구체화 시킨다. 특정 공간에 자신들이 원하는, 보고자 하는 대상을 가져와(借景-사물을 새로운 방식으로 체험하는 것, 외부의 경치를 내부로 끌어들여 경영하는 방식) 심고 배치하며 외부인의 침범을 허용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 공간에 대한 이와 같은 사고는 가히 인간 중심적이다. 메를로 퐁티는 '어떤 사물이 탁자 위에 있다고 말할 때 나는 항상 마음속으로 나 자신을 탁자나 사물에 두고 신체와 외부 대상의 관계에 이론적으로 적합한 범주를 그 대상에 적용한다.'고 했다. 즉 사람들은 사물과 공간에 자신만의 상상과 가치를 부여해 개인적인 장소를 만들어 낸다. 사람들은 서로 다르게 시공간을 인식하며 저마다의 세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누군가는 자신만의 원칙대로 사물을 집적하기도 하고(Holders, 저장 강박증), 누군가는 자신의 세계를 방안에 펼치기도 하며(히키코모리), 또 다른 누군가는 특정 시공간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기도 한다.(아스퍼거 증후군) 각자 자신들이 창조한 공간은 심리적인 여러 불안 요소나 현실적 위험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바램의 공간으로 최대한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장소이다. 특히 집이나 방은 인간의 최초공간으로 자신만의 우주가 탄생하는 장소이다. 그곳에서 인간은 자신의 세계, 안식처를 만든다. ● Heart-Land는 또한 '중앙'혹은 '중심', 시원(始原)을 뜻한다. Heart-Land에 대한 상상은 결국 자신의 삶의 근원으로 되돌아가고자 하는 시도이다. 즉 근원을 찾아 강을 거슬러 올라가듯이 결국 삶의 시원으로 가서 궁극적인 안식을 얻고자 하는 바램인 것이다. ■ 권인경

이경하_Cover with blue_캔버스에 유채, 목탄_145×145cm_2011
이경하_painting worker_캔버스에 유채, 목탄_97×97cm_2011

살아가면서 문득 마주하게 되는 두려움이 있다. 바닷가에 홀로 앉아 끝없이 몰아치는 파도를 바라보고 있을 때에나 여름의 숲에서 주변에 아무도 없는 것을 발견하고 적막한 가운데 온갖 자연의 소음이 비로소 들려올 때 나는 두려움을 느낀다. 아주 어릴 때 고무 튜브를 타고 바다에서 놀다가 한 순간에 조금 더 멀리 밀려가서 보이는 것이 눈앞의 물 뿐인 순간이 있었다. 내가 그냥 사라져 버려도 아무도 모르겠구나 싶어 오싹해 져서는 서둘러 해변으로 돌아왔다. 홀로 아무 인공의 것이 없는 자연과 마주하는 순간, 나는 말할 수 없이 작고 약한 존재임을 곧바로 느끼고 내가 그냥 사라져 버려도 아무 어색할 것 없을 자연스러움이 두려움의 근원인 듯하다. ● 나는 나를 완전히 압도해 버렸던 그때의 물결을 그려보고 싶었다. 어떤 구체적인 형태와 방향, 시간성을 가지기 보다는, 끝없이 움직이고 살아있는, 그러면서도 영원히 변하지 않는 존재로서의 물결을 그려보고 싶었다. 내가 드러내고 싶어하는 이러한 특성은 파도라는 대상의 어떤 본질적인 면을 뽑아내야 재현 가능했다. 파도를 어떤 특정한 푸른 색으로 재현해 내거나 물결 표면의 모습을 사실적인 재현으로 똑같이 묘사해내고 나면 그 물결은 더 이상 움직이지 않고 그냥 한 순간의 모습으로 고정되어 버리는 것 같았다. 나는 동해바다 어느 특별한 해수욕장의 파도를 그리고 싶은 것이 아니라 지구의 시작부터 그 자리에 있었던 물결 자체를 그려보고 싶었던 것이다. ● 목탄이라는 소재는 이러한 의도를 드러내기에 적합했다. 그리고 문지르고 지우는 과정을 수없이 반복하고 나서 만들어지는 이미지는 드로잉의 속성을 지니면서 대상을 덜 고정적인 상태로 만들어 주었다. 또한 색채를 제거하여 특정한 시간성이나 구체성이 사라지게 함으로써 보다 본질적인 대상의 모습을 포착해 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 나는 목탄을 사용하여 바다, 풀밭, 숲, 하늘, 나무, 대지 등의 공간을 그려냄으로써 작품의 배경을 마련하였다.

이경하_swimming in the sea 2_캔버스에 유채, 목탄_97×97cm_2012
이경하_swimming in the sea 1_캔버스에 유채, 목탄_97×97cm_2012

나의 작품은 이렇게 제작된 배경 위에 인물이나 사물을 배치하면서 일종의 나레이션을 만들어내는 것으로 완성된다. 인물의 위치와 크기, 행위를 통하여 만들어내는 작품의 이야기들은 2008년 이후에 조금씩 변화해왔다. 2008년에서 2010년의 작품들은 인물이나 사물이 배경 공간과 분리되고 대비되어 보이게 하는 것을 중요한 의도로 삼았다. 어두운 목탄으로 표현된 배경과 대비되게 하기 위하여 인물과 사물을 보다 원색적이고 화려한 색채의 유화로 표현하였다. 이러한 배경과 인물과의 대비는 영원하고 무한한 대상으로서의 자연과 잠시 살다가 스러져 버릴 인간의 유한성을 대비시키며 인간 삶에서 수 많은 대비되는 것들- 정신과 물질, 이상과 현실, 영원과 순간, 형이상학과 형이하학 등을 상징할 수 있다고 보았다. 2010년부터 2012년까지 작품에서는 마찬가지로 목탄으로 만들어진 배경 위에 인물들을 배치함에 있어 이 인물들이 일종의 '노동' 행위를 하고 있는 것으로 표현하였다. 「Painting Workers」라는 제목으로 전시했던 이 작품들에서, 나는 이전 작품들의 경우 삶의 두 축을 대비시켜 보여 주려 했던 것에서 나아가, 인물들은 계속해서 살아나가며 이들이 살아가는 모습의 한 측면으로서 자연의 배경에 무엇인가 짓고, 그리고, 만들어간다는 '노동'의 행위를 보여주고자 하였다. 또한 내가 그림을 그리는(painting) 행위 자체가 정신적인 영역의 것을 물질화시키는 '노동'의 행위와 연결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황무지처럼 보이는 벌판에 무엇인가 지어 올리는 사람들의 모습을 그리면서 인물과 배경이 더 이상 대비를 이루기 보다는 서로 반응하며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어가도록 하였다. 2014년 「보통의 풍경」이라는 제목으로 전시한 일련의 작품들은 인물이나 공간의 표현, 주제에서 조금 더 많은 변화가 있었다. 이제까지는 인물과 배경에 서로 다른 재료를 사용하여 필연적으로 대비적인 효과를 연출하고, 그것에 의미를 담아 더욱 극대화시키려는 의도가 있었다.

이경하_내려오는 사람_캔버스에 유채, 목탄_97×97cm_2014

그러나 「보통의 풍경」에서 보여주었던 새 작품들에서는 이러한 대비되는 효과를 최소화하며 인물의 크기를 아주 작게 줄여 배경의 비중을 키웠다. 인물이 배경의 공간에서 도드라져 보이게 하기 위하여 애쓰지 않고 배경의 공간에 흡수되도록 하였다. 인물의 크기를 줄이고 배경의 공간을 크게 함으로써 인간이 훨씬 더 작고 나약한 존재로써 보여지게 되었지만 거대한 자연 앞에 나약한 존재로서의 인간의 모습을 엄숙하게 보여주려고 의도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인물의 동작이나 표정에서 유머러스한 면들을 이끌어내어 관객들로 하여금 그림 안에서 재미를 느낄 수 있게 의도하였다. 배경이 어떤 특정한 장소를 표현해 내고 있지 않고 일반적이고 본질적인 공간을 드러내고 있는 것에 반하여 그 위에 표현된 인물들은 아주 작지만 개개인의 개성을 갖고 특정한 행위를 하고 있는 것으로 묘사하였다. 삶이 거대한 우주적 질서와 시간의 흐름에 몸을 맡기고 있다고 하더라도 개개인의 삶이라는 것은 어느 누구의 삶도 모두 개별적인 내러티브를 가지고 흘러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 하였다. 인간의 삶은 어떻게 표현하려 하여도 자연과 우주에 비하면 보잘 것 없는 것이다. 풍경화라는 것은 인간과 자연 혹은 자연 그 자체를 그리는 아주 역사가 오랜 그림이다. 내가 이번 전시에서 그려 보인 것도 아무 특별할 것 없이 작은 인간과 큰 자연의 모습을 한 화면에 그려낸 풍경화일 뿐이라는 생각에서 전시의 제목을 「보통의 풍경」이라고 하였다. ● 지금까지 몇 년 간 제작해 온 작품들의 표현 방식에 관해 정리해 보았다. 내가 그리고자 한 것은 각각의 개별적인 주제들은 있었지만 본질적으로는 자연 앞의 인간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나는 인간이 자연과 더불어 만들어내는 장면을 관찰자의 입장에서 바라보며 그 둘 사이의 내러티브를 만들어내는 것에서 즐거움을 느낀다. 작품 안의 인물들은 나의 삶이 변화하고 경험이 쌓여가면서 때로는 자연을 수동적으로 바라보고 때로는 배경과 싸우고 대결해 나가는 등 점점 변화해 간다. 이러한 내러티브들은 모두 우리의 삶에 대입하여 읽어낼 수 있는 것들이다. 나는 이러한 인물과 배경의 관계를 설정함으로써 삶의 단면을 계속하여 보여주고 이러한 풍경화를 통하여 '살아가는 이야기'를 해 나가고 싶다. ■ 이경하

Vol.20140803g | Separate-권인경_이경하 2인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