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ter_천진난만 Innocence

소마미술관 개관 10주년 기념展   2014_0815 ▶ 2014_1026 / 월요일,추석당일 휴관

초대일시 / 2014_0814_목요일_05:00pm

참여작가 강은수_김연_김창겸_김창환_박상화_박정선(1) 박정선(2)_백남준_변경수_부지현_송창애 안규철_안종연_원성원_이기봉_이상원_이예린 이용제_정기엽_폴 뷔리_하원_한호 등

주최 / 국민체육진흥공단

관람료 성인, 대학생_3,000원(단체 1,500원) 청소년(13-18세)_2,000원(단체 1,000원) 어린이(12세 이하)_1,000원(단체 500원) * 단체_20인 이상 * 추석연휴(9월7일,9일) 전체 관람객 무료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월요일,추석당일 휴관 * 마감시간 1시간 전까지 입장 가능

소마미술관 SEOUL OLYMPIC MUSEUM OF ART 서울 송파구 올림픽로 424(방이동 88-2번지) 올림픽공원 남3문 1~4 전시실, 야외공간 Tel. +82.2.425.1077 www.somamuseum.org

『Water_천진난만』은 제목 그대로 '물'에 관한 전시이다. 다만 부제인 천진난만(天眞爛漫)이 자칫 궁금증을 불러일으킬지도 모르겠다. 천진난만은 '순수함과 참됨이 흘러넘치는 상태'란 뜻으로, 흔히 어린아이의 그러한 말과 행동을 일컬어 쓰이곤 한다. 물이 내포하고 있는 수많은 의미 중에서도 순수(純粹)야말로 가장 물의 본질을 꿰뚫는 것이란 생각으로부터, 물은 예술가에게 끊임없이 창작의 영감을 주는 대상이며 시각예술에 있어 예술가의 천진난만한 상상력이 큰 힘을 발휘한다는 것, 궁극적으로 물의 이미지를 다룸으로써 전시를 통한 예술적 체험이 치유와 휴식을 가져다 줄 수 있다는 것, 이러한 생각들이 꼬리를 물면서 전시 기획의 개념적 토대를 형성하고 있다. 한편, 물은 지구와 인체의 70%를 차지하는 주요한 구성물로서 모태(母胎)로부터 비롯되는 생명의 원천이자 인류의 삶과 역사를 결정짓는 핵심 동력이라 할 수 있다. 이번 전시에서 천진난만은 이러한 물이 주는 긍정적이고 역동적인 에너지를 비유적으로 의미하기도 하는데, 올해 잇다른 변고(變故)들로 전국민적 화합과 치유가 어느 때보다 간절한 만큼, 탄생․순환․재생․정화․화합․치유 등으로 확장되는 물의 이미지를 통해 몸과 마음 모두 생명의 에너지로 충만해지길 바라는 바이다. 무엇보다 물놀이가 생각나는 여름철에 강으로 계곡으로 떠나지 못했다면, 미술관에서 상상의 바다를 헤엄치며 시원한 힐링의 시간을 가져봄이 어떨지... 가벼운 제안 하나 던지며 전시의 문을 열어본다. ● 물은 무생물 중에서 가장 다이나믹한 변형을 보이는 자연물이다. 액체, 고체, 기체의 모든 형태가 가능하며, 물이라는 포괄적 용어 외에 비, 눈, 이슬, 얼음, 안개, 서리, 수증기, 바다, 강, 폭포, 샘 등 다양한 명칭과 현상으로 불리워진다. 물은 물질적인 현상을 넘어서 정신적인 특성 또한 갖고 있기에 고대에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많은 철학자들에게 사유의 대상이 되어왔다. 앞서 예술가의 천진난만한 상상력에 대해 언급하였는데, 예술에 있어서의 상상력은 오랫동안 철학가들의 흥미로운 주제가 되어 왔다. 프로이트(Sigmund Freud)와 라깡(Jacques Lacan)은 성적 욕망에서, 융(Carl Gustav Jung)은 집단무의식(集團無意識, collective unconscious)에서 상상력의 근원을 찾았던 반면, 프랑스의 철학자이자 문학비평가 바슐라르(Gaston Bachelard)는 그의 저서 『물과 꿈』에서 물을 상상력과 결부시키면서 앞선 철학자들과는 다르게 완전한 무의식이 아닌 무의식과 의식의 중간 상태인 몽상(夢想)을 통해 상상력을 설명하려 했다. 그는 물을 상상력을 자극하는 적절한 대상으로 보았고, 물을 통한 상상력이 '나'와 '세상' 더 나아가 '예술작품'과 '관객' 사이에 생성되는 울림으로 가는 획기적인 방법이다라고 피력했다. 요컨대, 물은 무정형의 물질로서 다양한 이미지로의 변화가 유동적인 특성을 가지고 있으며, 그 때문에 예로부터 많은 예술가들이 물을 자유로운 상상력을 이끌어내는 흥미로운 대상으로 보았고, 그것으로부터 이미지의 다양한 변용 가능성을 발견하여 작품 속에 반영시켜 왔다. ● 전설이나 신화적 소재로 사용된 물은 사실적 형태를 통한 상징적인 의미로 작품 속에 등장하기도 하였고, 유동적 특성이나 반영적 속성으로 풍경화에 표현되기도 하였다. 또한 물은 더 나아가 고차원적인 정신세계를 이루어내는 추상적 이미지로 등장하기도 하면서 수많은 작가들에게 매력적인 소재로 작품 속에 다루어졌다. 예를 들어, 중세나 르네상스 미술에서는 신비롭고 상징적인 종교적 모티브로 주로 나타났으며, 19세기 낭만주의 작품에서 물은 난파선 등과 결부되어 거칠고 예측 불허한 자연의 재현으로 많이 나타났다. 물을 즐겨 그렸던 인상파 화가들은 항상 흔들리는 수면 위에 빛이 어떻게 반영되는가에 관심을 가지면서 수면의 위와 아래를 관찰하고 그렸다. 현대에 이르러서 여전히 많은 작가들이 더욱 풍부해진 매체들을 통해 물의 이미지를 직간접적으로 시각화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22명의 작가가 참여하였으며, 물이라는 주제를 놓고서 마치 거미줄처럼 퍼져나가는 연상(聯想)의 접선에서 만나는 다양한 소재들을 작품을 통해 만날 수 있다. 물의 물리적 현상을 다룬 작품, 물의 조형적 이미지를 표현한 작품, 물에 대한 철학적 사유를 담은 작품 등 그것은 유동적인 물의 특성만큼이나 다양한 경향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제 작품들을 한번 만나 볼까. ■ 정나영

김연_빛으로의 여행 03 Voyage to the Light 03_스테인리스 스틸_47×180×55cm_2006 하원_파도 Wave_렌티큘러, 스테인리스 스틸, 거울_가변설치, 210×40×40cm×8_2013

제1전시실 : 비춰보기 Reflection김연은 물 풍경을 조각한다.「빛으로의 여행(Voyage to the Light)」은 스테인리스라는 금속 재료와 배의 형상을 통해 물의 속성과 빛의 작용을 자연스레 연결시킨다. 배의 표면은 수면 또는 거울과 같은 효과를 내며, 반사된 빛은 벽에 부딪히면서 눈부신 빛의 파문을 보여준다. 이는 마치 햇살과 물살이 뒤섞여 아롱거리는 물가 풍경을 연상시킨다. 한편, 스테인리스 표면에 얼굴을 비추면 물결같은 요철에 의해 일그러진 모습으로 나타난다. 자신이지만 자신인 듯 아닌 듯한 영상을 마주하노라면, 어린 시절 물처럼 살고 싶었던 바람과는 달리 점점 세상의 모든 것들과 타협하며 순수한 열정을 잃어감에 대한 작가적 고뇌를 느꼈다는 작가의 말을 떠올리며, 내 삶의 순수성은 어디쯤 저물어가고 있는지 새삼 되짚어보게 된다. ● 하원의 작업은 물의 영구히 반복․순환되는 속성을 통해 시간의 흐름을 가시화한다.「파도(Wave)」는 너울거리는 파도를 근접 촬영한 사진을 여덟 조각으로 분할하여 렌티큘러로 만든 후 각 조각을 스테인리스 거울에 비추어 길게 늘어놓음으로써 바다 풍경을 공간 속에 무한히 연장시킨다. 작품을 바라보며 천천히 걸으면 시시각각 변화하는 바다의 움직임이 찰라적 이미지로 포착된다. 독일의 소설가이며 시인인 헤세(Hermann Hesse)가 "물은 흐르고 흘러 영원히 흐를 것이고, 언제나 그 자리에서 똑같은 물인 것 같지만 순간마다 사실은 새로운 것이라는 비밀을 나는 알았다"고 말했던 것처럼, 하원의 작업 역시 변화하는 물의 반복적 움직임 속에서 의식의 흐름에 대한 각성을 유도하는 것이다.

김창겸_물 그림자-사계절 Water Shadow-Four Seasons_영상, 혼합재료_가변설치, 00:14:00_2006~7

김창겸은 이미지와 사물을 적절하게 혼합하여 진짜 같은 가짜, 사실 같은 거짓, 현실 같은 환영(幻影)을 재현한다.「물 그림자-사계절(Water Shadow-Four Seasons)」은 돌수조에 담긴 물에 비친 풍경을 보여준다. 하늘에 흘러가는 구름, 물을 내려다 보는 사람의 그림자, 파문을 일으키는 빗방울, 살포시 내려앉는 단풍잎... 수면 위로 사계절의 풍경이 꿈처럼 스쳐 지나간다. 홀린 듯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는데 문득 이상한 느낌이 든다. 그렇다. 돌수조는 진짜 돌이 아니고, 놀랍게도 그 속에는 물이 없다. 하얀 석고로 만든 수조에 반사된 영상의 환영만이 존재할 뿐이다. 이처럼, 그의 작업은 실제하는 세상과 물(거울)에 비춰진 세상의 불일치성, 지각과 기억의 불완전성에 대하여 화두를 던지고 있다.

안규철_겨울 작업 Ⅰ-Ⅵ Winter Work Ⅰ-Ⅵ, 뒤로 걷는 구두 Walk to the Past, 동행 Accompany, 분수 Fountains_가변설치_2014

제2전시실 : 얼음깨기 Ice-breaking안규철의「겨울작업(Winter Work)」은 '얼어붙은 농담(Frozen Jokes)'이라고도 칭하는데, 겨울이라고 하는 계절적 상황에 연상할 수 있는 상념들을 재치있게 농을 던지듯 풀어내고 있다. 흔히 농담은 '아이스 브레이킹'을 위한 주요한 수단으로 여겨지며, 이 때 농담은 듣는 이로부터 적절한 피드백을 이끌어냄으로써 임무를 완성할 수 있다. 과연 '얼어붙은 농담'으로 상대방의 마음의 벽을 허물 수 있을까? 한편,「분수(Fountains)」는 세 개의 수조에서 각각 서로 다른 수조에 물을 쏘아주고 있는데, 밖으로 새거나 증발하는 경우를 고려하지 않는다면, 각각의 수조에 담긴 물의 질량은 항상 같다. 마치 소통하기 위해선 일방적인 말의 쏟아냄이 아니라 서로 같은 정도의 말을 주고 받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 듯 하다.

박정선_A로부터 A 자신에게 From A to Aself_유리, 동관, 냉각기_120×40×40cm_2014

박정선은 주위 환경 안에서 끊임없이 다른 사물과 영향을 주고 받는 자아에 대해 이야기한다.「A로부터 A 자신에게(From A to Aself)」와「응답 없이(Without a response)」은 예측할 수 없는 주변 상황과 환경을 표현하기 위해 변화하는 물의 특성을 이용하고 있는데, 주변의 온도와 냉각기에 의해 공기 중의 수증기는 유리 또는 거울 표면에 닿아 성에가 끼거나 김이 서리기도 하며 물방울로 맺혀 떨어지기도 한다. 이처럼 물은 다변하는 환경을 시각적으로 가장 잘 나타내는 물질이다. 단순히 온도 뿐 아니라 공기 중의 수증기의 양이나 공기의 흐름 등에 따라서도 미묘하게 차이를 보일 수 있기 때문에 결과를 쉽게 점칠 수 없다. 그것은 다양한 상황 속에 놓인 자아 뿐 아니라 더 나아가 나와 타자의 관계를 암시하기도 한다.

박정선_얼음 위에서 On Frozen Lake_인터렉티브 사운드_가변설치_2012

박정선은 시각적인 정보가 배제된 가운데 청각적, 촉각적 정보에 의지해야 하는 낯선 상황을 연출한다. 텅빈 공간을 무심코 지나가려는데 발을 딛는 순간, 발 밑으로 뭔지 알 수 없는 요란한 소리가 난다. 이 알 수 없는 소리에 공포감이 밀려와 얼음이 된 듯 멈춰버릴지도 모른다. 이 소리는 얼어버린 호수에 얼음이 갈라지거나 부딪히면서 나는 소리들인데 종종 총소리나 폭발음, 또는 천둥소리처럼 들리기도 해서 실제와는 다르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러므로 그 소리가 어떻게 들리느냐에 따라 소리와 연관시키는 상황은 각기 다를 것이다. 이처럼「얼음 위에서(On Frozen Lake)」는 실제 얼음판 위에서라면 명확하게 인지될 상황을 전혀 다른 공간 속으로 들여오면서 상상에 의한 다양한 가능성의 공간으로 탈바꿈시킨다.

원성원_Tomorrow-자매의 전쟁 War of Sisters_C 프린트_120×200cm_2008

제3전시실 : 천진난만 Innocence원성원은 주변에서 얻은 다양한 에피소드에 그만의 공상을 입혀 새로운 이야기로 재탄생시킨다. 그의 작업은 수많은 이미지들을 한데 조합함으로써 초현실주의적인 화면을 구성한다. 그 화면의 근저에는 대개 물이 등장하는데, 물은 환상적인 장면을 연출하는데 일조할 뿐 아니라 다양한 방식으로 이미지들에 상상력과 상징적 의미를 부여한다. 예를 들면,「Tomorrow-자매의 전쟁(Tomorrow -War of Sisters)」은 두 조카가 보여주는 심리 전쟁을 "스물스물 얕은 파도"가 되어 침식해 들어가는 영역 싸움으로 표현하고 있으며,「Tomorrow-사과엄마와 빙어아빠 그리고 얼음딸(Tomorrow-Apple Mommy, Smelt Daddy and Ice Daughter)」에서 는 오래 떨어져 살았던 가족 간의 서먹하고 조심스러운 관계를 얼음판으로 비유하고 있다.

이용제_비누방울(동화)-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Bubbles(Fairy tale)-Alice in Wonderland Story_ 캔버스에 유채_91×116.8cm_2011

이용제는 비누방울이라는 매력적인 소재로 환상적인 공간을 그려낸다. 공간 속에 자유로이 부유하는 오색 영롱한 비누방울은 무지개 너머 영원히 기억하고 싶은 어린 시절의 꿈과 상상을 환기시킨다.「비누방울-동화(Bubbles-Fairy Tale)」연작에서는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 '라푼젤', '엄지공주' 등의 캐릭터를 등장시켜 꿈결같이 몽롱한 동화의 세계를 보여준다. 한편, 비누방울의 금방 터져 사라지는 속성은 영원함에 대한 인간의 욕망과 대비되면서 작품에 묘한 긴장감을 부여한다.「비누방울-우주(Bubbles-Universe)」에서 비누방울의 이미지는 벽면으로 자연스럽게 확장되며 무한한 우주 공간을 연상시킨다. 사라질 듯 말듯 아련하게 떠다니는 비누방울들을 바라보노라면 문득 팔을 뻗어 손 안에 넣어보고 싶은 아이의 마음이 든다.

한호_영원한 빛-야곱의 우물 Eternal Light-Well of Yagob_ 블랙미러, LED, 스테인리스 스틸, 비디오 음향_110×110×110cm_2013

한호는 어린 시절 냇물을 바라보다 수면의 반짝임에서 받았던 강렬한 인상을 계기로 빛을 다루는 예술가가 되었다고 한다. 그는 '영원한 빛(Eternal Light)'라는 일관된 주제로 빛과 희망, 우주와 인간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데,「영원한 빛-야곱의 우물(Eternal Light-Well of Yagob)」에서는 오브제, 영상, 설치 등 그 간의 작업을 집약적으로 보여준다. 우물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무한한 전설과 신화가 생성되는 화수분(貨水盆)과 같다. 우물을 내려다본다. 한없이 깊어 보이는 우물 속엔 어떤 알 수 없는 영상이 아른거린다. 우물가엔 도깨비들이 모여 회의를 한다지? 파란 불빛이 예사롭지 않다. 고개 들어 하늘을 보니 휘영청 달이 밝다. 우물가에서 우주 만물이 목을 축이며 쉬어가는 듯 신비로운 기운이 감돈다.

송창애_물풍경 1401 Waterscape 1401_흑연, 장지, 물기법_122×244cm_2014

제4전시실 : 워터리즘 Water-ism송창애는 물의 유동적인 특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물'로 그린 '물 풍경'이란 독특한 작업을 보여준다. 작업 방식을 살펴보면, 한지에 흑연으로 밑작업을 한 후 공기 압축기로 물을 분사하여 흑연을 지워가면서 형상을 만들어낸다. 즉 그는 실제의 물이 지나간 흔적으로 흐르는 물의 조형성을 시각화하는데, 그것은 작가의 내면에 흐르는 관념과 에너지의 발로(發露)라 할 수 있다. 따라서 그 형상은 보는 이의 시각에 따라 산수화인 듯 추상화인 듯 다양한 해석의 가능성을 열어 둔다. 작가는「물풍경(Waterscape)」을 통해 "물은 곧 생명이며, 본디 물 자체인 우리의 본성을 흔들어 깨워 존재의 원형을 일깨우는 물질이며, 나아가 모든 우주 만물을 하나의 공통체로 연결할 수 있는 소통과 융합의 매개체"라는 메시지를 전하고자 한다.

강은수_멤브레인즈 Membranes_인터렉티브 비디오 음향_가변설치_2011

강은수는 물의 유동성과 순환성을 전제로 생물의 조직처럼 유연하게 변화하는 가상의 공간을 제시한다.「멤브레인즈(Membranes)」는 '막(膜)'을 뜻하는데, 공간 속을 걸어 들어가다 보면 관객은 3가지 보이지 않는 막을 통과하면서 점점 물 속으로 깊이 빠져드는 듯한 경험을 하게 된다. 물 안에서는 땅에서와는 다르게 중력의 법칙이 무시되어 3차원의 공간을 느낄 수가 있다. 이러한 물의 속성은 마치 우주공간을 유영하는 듯한 몽환적인 느낌을 자아낸다. 이는 모태로부터 기억되는 편안함의 공간일 수도 있고, 관객 각자의 물에 대한 기억에 따라 다른 느낌의 공간이 될 수 있다. 살아 움직이는 공간과 하나가 되어 헤엄을 치는 듯 푸른 물살을 가르며 마음 가는대로 자유롭게 몸짓을 해보자.

이기봉_기억의 뒤편 Back of the Memory, 모든 것의 끝 End of the End, 자아의 두번째 장소 Second Place of Self_가변설치_2014

이기봉은 물의 다양한 모습, 그중에서도 특히 안개에 큰 관심을 두고 있다. 작가의 말을 빌리면, "물과 안개는 환상을 심어주는 존재"이며, 이때 "안개의 느낌은 사물의 거리감이나 존재감에 영향을 미치는데, 이러한 변모된 존재감은 판타지를 불러 일으킨다".「기억의 뒤편(Back of the Memory)」과「자아의 두 번째 장소(Second Place of Self)」에서 안개 낀 듯 흐릿한 화면은 무한한 공간감을 창출하며 그 너머의 실제조차 애매모호함으로 덮어 환영으로 보이게 한다. 한편,「모든 것의 끝(End of the End)」에서 신비로운 파란 물 속을 책이 펼쳤다 접었다 하며 살아 있는 생물체처럼 유영하고 있는데, 보일 듯 보이지 않는 책장(冊張)은 읽힐 듯 잘 읽히지 않는 모호한 의미체계를 비유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박상화_이너드림-리빙룸 Innerdream-Livingroom_단채널 영상_가변설치_2013

박상화는 비디오 작업을 통해 무미건조하게 반복되는 일상으로부터의 '일탈'을 시도한다.「이너드림(Innerdream)」연작에서는 우리 주변에 흔히 볼 수 있는 공간 속에 의외의 자연 이미지를 등장시키면서 초현실적인 공간을 연출한다. 특히 그의 작업에서는 물의 속성이 비디오라는 매체와 결합하면서 물의 '떨어져 내리는 속성', '해체와 정화', 무중력 상태의 '우주적 공간' 이미지를 상징적인 의미로 사용하고 있다. 아파트 저층으로부터 점점 물이 차오르다 고층에 이르러 세차게 하강하는 폭포, 거실을 유영하는 사물 등 일상과 물 이미지의 만남은 짜릿하면서도 시원한 청량감을 선사한다. 이처럼, 그의 비디오 작업은 공간성과 시간성을 포괄하며 관객들에게 공감각적인 물에 대한 체험을 가능하게 해주고 있다.

이예린_파리#10-스트라빈스키 분수 Paris#10-the Stravinsky Fountain_ 피그먼트 프린트에 과슈_67×101cm_2014

이예린의 작업은 물의 반영적 속성을 이용해 실제 세상과 물에 비친 허상의 간극을 부각시키는 동시에 서로의 위상을 교란시킨다. 비온 뒤 땅 위에 고인 물을 경계로 실제 세상은 화면의 아래에 거꾸로 뒤집힌 흑백의 그림자로, 물에 비친 허상은 화면의 위에 똑바로 선 실제하는 컬러의 풍경으로 표현된다.「파리 #10(Paris #10)」,「뉴욕 #100(New York #100)」과 같은 최근 작업에서는 그 경계조차 무너져 흑백과 컬러, 실제와 허상의 공간이 뒤섞임으로써 인지체계에 더 큰 혼란을 야기시킨다. 이와 같이 현실이 가상이 되고 가상이 현실이 되는 반전 가운데 관객은 과연 내가 바라보고 인지하는 것이 진실인지, 그것이 타인의 시선에 의해 인식되는 것과 동일한지, 현실과 가상의 모호한 경계와 맞닥뜨리게 된다.

변경수_탐험가 Explorer_피버글라스, 자동차 도색_140×40×55cm_2011 부지현_존재의 그물망 Net-Being_폐집어등, LED, 거울, 소금_가변설치_2014

야외 및 기타 공간 : 워터토피아 Water-topia변경수는 인간의 끝없는 욕구와 그로 인해 빚어지는 현대인의 모습을 유아적인 인체로 희화화하여 표현하고 있다. 그의 작업은 현대 사회에 대한 풍자를 담고 있지만 심각하지 않고 유쾌하다. 적당히 흘러내린 복부와 앙증맞은 포즈의 인물들은 절로 보는 이로 하여금 미소를 띠게 한다. 그의 작업은 조각이 놓인 공간의 특성과 인물 조각 그 자체의 형상과 제스처가 맞물리면서 새로운 상상의 장소를 만들어낸다.「탐험가(Explorer)」는 유리창 너머 사각의 공간을 유유히 거니는 짙은 블루의 잠수부의 모습은 형형색색의 물고기로 가득한 수족관을 연상시키고,「하이 다이버(High Diver)」에서는 이제 막 뒤로 뛰어 내리려는 레드 다이버의 아슬아슬한 발 아래로 깊은 물 웅덩이를 상상하게 된다. ● 부지현은 폐(廢)집어등, 소금, 낚싯줄 등 어촌에서 봄직한 사물들을 소재로 설치 작업을 하는데, 일상적인 사물에 제주가 고향인 작가의 감성이 덧씌워지면서 그의 작업은 예술적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상상의 공간으로 탈바꿈한다.「존재의 그물망(Net- Being)」에서 줄맞춰 나란히 매달린 폐집어등과 바닥에 깔린 소금이 햇빛을 받아 반짝거린다. 밤이 되면 조명등이 어둠 속에 더 빛을 발하면서 저멀리 수평선에 고기잡이 배들이 늘어선 듯 아스라한 밤바다의 분위기를 연출한다. 폐집어등은 환경에 대한 메시지를 담고 있을 뿐 아니라, 가까이 보면 고기잡는 어부들의 고단한 삶이 묻어나는 깨어지고 낡은 집어등이지만 LED 조명, 소금이 있는 하얀 공간 등의 예술적 장치를 통해 환상적이고 신비로운 느낌을 주는 낭만적 오브제로 재활된다.

정기엽_샘물 Spring Water_생수, 가습기, LED_250×310×100cm_2014 이상원_여름 In Summer_시트지 설치_500×5000cm_2014

정기엽은 "물과 공기의 결합으로서 물의 기체 상태", 즉 안개에 주목하는데, 작가에게 안개는 "덧없음, 잡을 수 없이 흘러가는 시간"이며 그의 작업은 그것을 붙잡으려는 욕망이라고 토로하고 있다. 생수병으로 만든 거대한「샘물(Spring Water)」은 인간의 마음 속 심연에서 피어오르는 욕망처럼 끊임없이 생성되는 안개와, 안으로부터 생수병을 투과하여 새어나오는 빛이 어우러져 생명의 신비를 간직한 듯 신성한 기운을 내뿜고 있다. 이때 샘물은 어머니의 자궁과 양수를 상징하는 공간이라 볼 수 있으며, 작가는 안개로 인해 뿌옇게 보이는 생수를 모유에 비유하면서 그것을 마심으로써 태초의 본능적 갈증을 해소하려 하지만, 결국은 이룰 수 없는 욕망에 대한 작가적 상상을 보여준다. ● 이상원은 수영장, 스키장, 공원, 산 등에서 여가를 즐기는 현대인들의 모습을 모티브로 작업한다. 현대인들에게 여가 활동은 저마다 독특하고 개성있는 라이프 스타일을 즐기는 방편으로 여겨지지만, 그것을 한발 물러서 관찰해 보면 대량화, 획일화 된 생활 방식에 따라 움직이는 군상(群像)에 다름 아니다. 특히, 배경을 배제한 채 다양한 활동을 하는 사람들의 형상만 따로 떼어 내어 배열한 작업은 비슷하게 반복되는 패턴처럼 보이기도 한다.「여름(In Summer)」은 한국, 이탈리아, 프랑스 등 여러 나라의 해변에서 여름 휴가를 즐기는 사람들을 그린 여러 장의 수채화를 모아서 이어 붙인 작품으로, 각기 다른 지역의 해변에서 본 다른 인종의 사람들이 서로 뒤섞여 물놀이를 즐기고 있는 커다란 수영장을 연출하고 있다.

김창환_상어 Shark_스테인리스 스틸, 설치_2014

김창환은 스테인리스 철사로 상어의 형상을 만들어 공중에 매달아 놓는다. 형태를 구성하는 유연한 선들은 다이아몬드형, 십자형, 만(卍)자형 등의 패턴으로 반복되는데, 3D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보듯 입체감은 있으나 중량감은 최소화 되어 최대 3m가 넘는 상어의 크기에도 불구하고 가볍고 자유로운 느낌을 자아낸다.「상어(Shark)」에서 경사진 통로를 따라 늘어선 상어 무리는 힘차게 꿈틀거리며 깊은 바다 속 터널을 헤엄쳐 지나는 듯 하다. 한편, 그의 작품을 아래서 올려다 보면 물고기가 하늘을 날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작가는 권력과 공포의 상징인 상어를 날카로운 이빨을 제거한 채 물이 아닌 허공에 풀어놓으면서 탈출과 해방의 메시지로 전도(顚倒)시키고 있다.

안종연_빛의 영혼 Ezen of Light_거울, LED, 렌티큘러, 혼합재료_130×70×40cm_2014

안종연은 빛, 특히 '물빛'에 대한 인상을 다양한 미디어를 통해 형상화하는 작업을 한다. 소마미술관 외부 "물의 뜰"이라고 부르는 공간에 설치된「빛의 영혼(Ezen of Light)」은 이제까지의 작업의 결정체로 유리구슬, LED 조명, 렌티큘러 등을 이용하여 다양한 빛의 반사와 반영을 보여준다. 육각형의 표면에서는 물과 주변 풍경이 비치거나, 알록달록한 만화경과 끝없이 중첩된 인체의 단면이 LED 불빛에 따라 변화하면서 변화무쌍한 장면을 연출한다. 상부의 유리 구슬은 내부에 물회오리와 같은 환상적인 형상과 은은한 파스텔톤의 다양한 색깔을 품고 있다. 이처럼, 그의 작업은 다채로운 빛의 향연을 보여주며 빛을 통해 무한한 우주의 시간과 공간, 자연의 생성과 소멸 그 순환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폴 뷔리_움직이는 분수 Mobile Fountain_스테인리스 스틸, 혼합재료_400×800×800cm_1987

벨기에의 조각가인 폴 뷔리(Pol Buri)는「움직이는 분수(Mobile Fountain)」에서 "저항적이면서도 온순하고, 격렬하면서도 고요한, 대비되는 성질을 지닌 물"을 조각의 구성요소로 이용하여 조각을 시각적이면서도 청각적인 예술로 승화시킨다. 이 작품은 분수의 힘을 이용해 스테인리스 기둥의 상부에 놓인 구형을 움직이게 만든다. 구형의 움직임에 따라 스테인리스에 비친 주변 풍경은 춤을 추듯 흔들흔들 리듬을 타고, 물의 흐름에 따라 달라지는 물소리는 즉흥적인 변주곡과 같은 청각적 즐거움을 선사한다. 시원한 푸른 색의 수조에 담긴 물빛과 수조 위로 떨어져내리는 물소리에 몸도 마음도 상쾌하게 치유되는 느낌이다.

백남준_올림픽 레이저 워터스크린 2001 Olympic Laser Water Screen 2001_ 레이저, 분수_2800×3000×100cm_2001

백남준은「올림픽 레이저 워터스크린 2001(Olympic Laser Water Screen 2001)」에서 분수를 통해 뿜어져 나온 물과 수증기가 형성하는 수막을 스크린으로 활용하여 레이저의 아름다운 빛을 더욱 극대화하였다. 청량한 물소리가 울려퍼지는 가운데 풀벌레 소리, 바람 소리가 어우러지고, 올림픽의 상징인 오륜마크와 태극기의 4궤(건, 곤, 감, 리) 문양, 천체의 움직임을 시각화한 형형색색의 레이저가 어둠을 수 놓으면 우주 만물이 조화로운 별천지에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이 작품을 통해 백남준은 인류의 번영과 화합, 평화와 공존에 대한 염원을 담아내고 있다. ■ 소마미술관

전시 연계 교육프로그램 상설 운영 2014. 8. 15 - 10. 26 (전시기간 동안) 1층 로비 전시연계체험공간 Edu-Zone 전시 참여작가의 작품을 테마로 한 체험 활동 일부 활동은 재료 소진 시까지만 제공, 참가 무료

문화가 있는 날 8월 27일(수), 9월 24일(수) 매월 마지막주 수요일 야간 연장 개관(10:00-21:00), 전체 관람객 무료 입장

야외 작품 운영 안내 - 백남준「올림픽레이저워터스크린 2001」    운영시간: 8월(19:30~) / 9~10월(19:00~ ), 40분간, 금~토    * 일몰 시각에 따라 시작시간 조정 가능    장소: 몽촌해자 - 폴 뷔리「움직이는 분수」    운영시간: 10:00~18:00, 매일 (작품 점검 기간 제외)    * 작품 점검 기간: 8.24~26 / 9.14~16 / 9.28~30 / 10.12~14    장소: 미술관 출구 쪽 대초원 주변

Vol.20140806g | Water_천진난만 Innocence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