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WIND

이배경展 / LEEBEIKYOUNG / 李培炅 / installation.photography   2014_0814 ▶ 2014_0831 / 월요일 휴관

이배경_metropolis metaphor 2014_에어 인스톨레이션_70×430×430cm_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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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4_0814_목요일_06:00pm

관람시간 / 11:00am~06:00pm / 월요일 휴관

아트팩토리 헤이리 ART FACTORY Heyri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 헤이리마을길 63-15(법흥리 1652-134번지) Tel. +82.31.957.1054 www.artfactory4u.com www.heyri.net

'바람'이라는 주제로 열리는 이배경 작가의 이번 개인전은「one hour」사진연작과「metropolis metaphor 2014」라는 설치 작품으로 이루어진다. 작가는 독일에서 유학을 마치고 귀국해서 지난 9년동안 미디어아티스트로서, 특히 인터렉티브 인터페이스를 유려하게 구사하는 작가로 활발히 활동해 왔다. 하지만 2012년『metropolis metaphor』전시부터 이번전시는 관객의 움직임에 반응하는 인터렉티브적인 방식을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기술적인 부분이 절제된 반면, 사변적이고 서정적인 느낌이 더 강한 인상을 갖게 된다.

이배경_metropolis metaphor 2014_에어 인스톨레이션_70×430×430cm_2014
이배경_metropolis metaphor 2014_에어 인스톨레이션_70×430×430cm_2014

텔레비전과 비디오를 예술에 적극적으로 도입하면서 현대미술의 시작과 궤를 같이 한 미디어아트는 고전적인 전시방식과 예술형식의 거리두기와 일방향성이라는 특성에 대한 반감에서 시작되었기 때문에 심리적이든 물리적이든 상호관계성을 중요한 특징으로 한다. 이후 컴퓨터와 디지털기술을 혁신적으로 수용하면서 작품이 관객에 실제로 반응하는 인터렉티브아트가 현실적으로 구현되었다. 관객을 직접 작품에 개입하게 하면서 관객은 체험하고, 작품은 완성된다. 이배경 작가는 상호성을 예술의 필수적인 조건으로 여기는 작가이다. 그리고 자신이 표현하고자 하는 것과 예술가로서 갖게 되는 끊임없는 질문을 해소하기 위해 인터렉티브아트의 기술적인 방식을 통해 부단히 노력해 왔다. 자연은 절대적이거나 개념화될 수 없다는 생각으로 개인의 심리적인 상태에 따라 변화하는 풍경을 구현하는 작업, 포퍼머의 동작과 움직이는 소리로 보이지 않는 바람과 함께 자유의 의미를 표현하기도 하며, 시각적인 이미지와 본질과의 간극, 그리고 보는 자와 감흥의 관계성 등을 영상으로 표현한다거나, 소리와 물질의 상관관계에 대해서 실험하기도 하며, 수용하는 감각기관이 달라지면 본질은 어떻게 경험되는지를 질문하는 등이 작가가 지금껏 인터렉티브 미디어 아트의 영역 하에서 표현하고 연출하고 보여준 내용들이다. 그런데 이를 큰 틀에서 보면, 그 자체로 상호성에 대한 질문이기도 하며 철학자의 질문과도 같다.

이배경_one hour #1_디지털 프린트, 디아섹_40×60cm_2014
이배경_one hour #2_디지털 프린트, 디아섹_40×60cm_2014

이배경 작가는 자신의 작업에 대해 현상을 만들어내는 작업이라고 하며, 이렇게 구현된 현상을 매개로 관객이 사유하도록 하는 것이 작업을 하는 목적이라고 말한다. 그의 주요 화두는 초기부터 지금까지 '시간' '공간' '몸'이라는 세 가지 요소이며, 이 세 가지 요소가 부딪히면서 발생하는 것이 그가 말하는 현상이다. 따라서 그의 작업은 자연스럽게 관객의 참여가 작품을 완성하는 필수 요소가 되었다. 관객은 전시장에서 그가 구축해 놓은 방식에 따라 현상을 체험하면서 그가 진정으로 드러내고자 한 본질에 다가가기만 하면 된다. 본질은 규정된 정보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추상적으로 개념화해서 인식하는 것도 아니다. 자신이 포함된 시공간에서 몸소 체득하는 것이다. 그러나 관객은 인터렉티브의 유희에 치중하여 재미만 만끽할 뿐, 본질에 다가가려 하지 않고 사유하려 하지도 않는다. 이는 작가가 사진연작을 시작하게 된 동기가 된다. 본질을 직접적으로 드러내고자 하는 바람으로 그는 '바람'을 주제로 한 작품에 치중하게 된다. 바람은 스스로를 드러내지 않으면서 드러나는 존재 중에 하나이다. 나뭇잎이 흩날리는 풍경에 가려 바람이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고 바람이 없다고 할 수 있는가. 보이지 않는 방식으로 보이는 것, 이것이 작가가 말하는 본질이다. 그렇다고 그 외의 것이 본질이 아니라는 말은 아니다. 모든 것은 본질을 갖고 있다. 다만, 보여지는 것만으로 모든 것을 파악했다고 할 수 없다는 것이고, 이것이 이배경 작가가 본질의 구체적인 표현으로 바람을 선택한 이유이다. 예전부터 바람을 다룬 작품이 있었지만, 그는 최근 들어 바람을 전면에 내세운다.

이배경_one hour #3_디지털 프린트, 디아섹_40×60cm_2014

사진 연작인「one hour」는 하나의 풍경을 일분단위로 60번 촬영하여, 순서대로 연결한 하나의 장면사진이다. 1분의 시간이 하나의 장면으로 표현된 것이 입체파의 화면구성방식과 흡사하다. 누구나 변하는 광경을 보면서 다르다고 생각하지만, 그것은 그 순간만을 끊어서 인식하기 때문이다. 하나의 장면은 영향을 미치는 바람에 의해 변화하는 중에 만들어지는 연속으로만 가능하다. 현상만 보면 다르지만 본질은 하나이다. 하나의 본질은 외부의 영향과 함께 발생되는 것이다. 외부의 영향에 자신의 힘을 드러낼 때 생기는 표면이 현상이다. 따라서 현상은 본질과 본질을 둘러싼 환경을 동시에 드러낸다. 그럴 수밖에 없다. 그것에 의해 우리는 현상을 인식하는 것이다. 어떤 존재가 그 자체로만 존재한다면 죽음도 없을 것이고, 탄생도 없을 것이며, 따라서 변화도 없을 것이다. 전시장에 설치된 다른 하나의 작업인「metropolis metaphor 2014」는 도시에 대한 이야기이자, 인간관계에 대한 작가의 안쓰러움이 담긴 작품이다. 수십 대의 송풍기 위로 흰색의 물체가 부유한다. 건물은 전시가 열리는 아트팩토리 갤러리의 모형으로서 관객이 흰색물체를 보면서 이것이 건축물을 표현한 것이라는 것을 쉽게 인식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갤러리건물을 재현했지만, 실제로는 현대의 건축물을 의미하며, 나아가 도시를 의미한다. 과거 선조들은 한 곳에 정착하고 살아가는 것을 진정한 삶이라고 여겼다. 따라서 거주하는 공간은 어디에 어떻게 구축되어야 하는지, 즉 외부와 내부의 관계를 중요하게 여겼는데, 현세대의 관심은 공간의 내부에 한정된다. 물론, 빈번히 이주할 수밖에 없는 이유때문이기도 하지만, 이러한 연유로 현대의 주요 특징으로서 외부와 단절이 계속해서 진행된다. 행여 외부에 관심을 갖는 경우도 있는데, 이는 전망으로서 관조하는 정도일 뿐이다. 외부와의 단절은 궁극에 개인의 고립으로 귀결될 것이다.

이배경_one hour #4_디지털 프린트, 디아섹_40×60cm_2014

이배경 작가는 자신의 노트에 "현상이 실체를 대신한다."고 적고 있다. 프랑스 현상학자인 메를로퐁티가 "현상학은 본질에 대한 연구"라고 한 정의가 떠오른다. 과거에는 본질에 집착한 나머지 현상을 부정하였다. 현재에는 현상에 만족하기 위해 본질을 모른척한다. 전자는 신을 요청했고, 후자는 깊이를 상실했다. 여하튼 둘 다 현상과 본질을 구분해서 규정한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현상과 본질은 구분되는 것이 아니다. 본질은 현상을 통해 드러나고 현상은 본질에 의해 나타난다. 따라서 현상과 본질은 애초에 구분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현상을 통해 실체를 드러내고자 한다. 그는 지금 벌어지고 있는 현대의 모든 문제들이 현상으로 모든 것을 이해한다고 여기고, 겉모습으로 모든 것을 판단하며, 거기에 의존하면서 이것을 전부로 판단하고 싶어하는 현대인들의 태도에서 기인한다고 본다. 작가의 태도와 동일하게 현대인들이 현상을 보면서 그 깊이, 그리고 그 현상을 일으키는 동기를 같이 볼 수 있다면 현대사회의 문제도 드러날 수 있기에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은 단지 보는 방식의 전환만이 아니라 관계성의 회복을 의미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번 전시는 작가가 의도한 대로 관객과의 물리적인 상호성은 배제되었다. 물리적임은 현상을 의미한다. 따라서 현상의 다른 측면인 실체이자, 물리적인 상호성과 병행하는 심리적인 상호성이 이번 전시에서 관객이 획득해야 할 몫이 되었다. ■ 박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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