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리듬일기 Reading the Rhythm, Hearing the Space

박여주_이종건 2인展   2014_0816 ▶ 2014_1019 / 월요일 휴관

초대일시 / 2014_0816_토요일_04:00pm

관람료 / 성인 3,000원 / 학생,단체 2,000원

관람시간 / 11:00am~06:00pm / 일요일_01:00pm~06:00pm / 월요일 휴관

블루메미술관(BMOCA) BLUME MUSEUM OF CONTEMPORARY ART, BMOCA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 법흥리 헤이리마을길 59-30(1652-140번지) Tel. +82.31.944.6324 www.bmoca.or.kr

공간을 읽는 새로운 방법, 리듬을 해석하다 ● 유독 조각가들이 탐내는 전시공간이 있다. 공간이 작품을 위한 배경화면으로 가라앉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 리듬을 지니고 있는 경우이다. 긴 회랑처럼 뻗어있는 전시장 중간에 10개의 계단이 있고 100여 년 된 나무를 감싸 안듯 지어 높은 천고에 한쪽 유리벽면 너머로 나무기둥과 가지들이 보인다. 이런 전시공간 앞에서 평면을 다루는 작가들은 어떻게 하면 작품을 공간에 묻히지 않게 잘 '보여줄 것인가'를 두고 고심한다. 반면 입체작업을 하는 이들은 공간전체의 울림에 도전한다. 공간을 '보는 것'이 아니라 '듣는 것'이다. ● 공간의 물리적 특성을 객관적으로 인식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 안에 들어간 사람이 느끼는 시간의 흐름, 공기, 에너지와 같이 보이지 않는 상호작용을 읽어내는 것을 앙리 르페브르는 '리듬분석'이라 말한다. 그가 '리듬분석가'라 칭하는 이들은 "청중이 교향곡을 감상하듯 집, 길, 도시를 듣는다"는 것이다. 데카르트의 기하학처럼 시공간을 기계적이고 물리적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리듬분석가는 심장박동과 같은 그 스스로의 리듬을 지닌 자신의 몸에서 출발한다. ● 그가 몸으로 경험하는 시간은 기계적으로 정확히 흘러가는 시계 속 시간과는 다른 리듬을 내포하며 이와 결합되어 있는 공간은 압축되기도 하고 확장되기도 하며 절대적 크기와 형태로 닫혀지지 않는 리듬의 장이 된다. 그리하여 리듬분석가는 일상의 집, 길, 도시를 단순히 '보며' 지나치지 못하고 그 안에 교차하는 다양한 리듬들을 귀 기울여 '듣고' 느끼며 읽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전시에 초대된 박여주, 이종건 작가 또한 공간을 정지된 사물과 같이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보이지 않는 리듬을 듣고, 읽고, 그리고 이를 경험할 수 있는 또 다른 공간으로 재해석한다.

박여주_게이트_바닷가의 방_출입구에 페인트칠_196×70×20cm_2014
박여주_개선문 Ⅳ_ 한줄기 비스듬한 햇살_오리나무_페인트_239×199×27cm_2014

기하학적 분석으로는 보이지 않는 리듬의 시적 요소들에 관한 책,『공간의 시학』에서 가스통 바슐라르(Gaston Bachelard)는 그 첫 장에 집과 방이라는 공간을 다룬다. 가장 익숙하고 사적인 공간에 대한 내밀한 심리적 이미지들에 대해 써 내려가며 '방을 읽는다'라고 표현한 바슐라르와 같이 이종건은 주로 다른 문화권에서 자신이 살거나 머물던 개인적 공간에 담긴 리듬을 듣고 읽는다. 현재 나의 방이고 집이지만 이 공간에는 이전에 다른 누군가가 살았던 그리고 그 공간의 건축양식에 스며있는 특정 시대나 문화권의 기억이 혼재되어 있다. 그에게 집은 하나의 공간 아래 다양한 시간들이 존재하는 중층적인 시공간인 것이다. ● 계단의 한 부분, 문지방의 모서리처럼 부분적인 건축적 요소들을 통해 벽체 없는 하나의 상황적 공간을 만들어내는 그의 작품에서 공간은 텅 비어있는 듯 보인다. 그러나 그 안에서 관객이 공간과 주고받는 서로 다른 에너지, 다른 장면과 기억에의 연상으로 이어지는 보이지 않는 상호작용으로 이 빈 공간은 다양한 시간성을 동반하며 생각의 흐름과 움직임을 이끌어내는 어떤 리듬을 느끼게 한다.

공간리듬일기-박여주_이종건 2인展_블루메미술관(BMOCA)_2014
공간리듬일기-박여주_이종건 2인展_블루메미술관(BMOCA)_2014
이종건_We are where we are not II_ 앤틱 마룻바닥에 새김, 에나멜 페인트, 합판_268×280×146cm_2014

이종건이 주거라는 사적 영역의 공간을 다루고 있다면 박여주는 주로 공적 장소에서 마주치는 역사적 건축을 공간적으로 재해석한다. 광장이나 거리 같은 공적 공간은 보다 패턴화된 행동방식과 빠른 리듬이 지배적이다. 관광객으로 가득 찬 베니스 거리에서 만난 탄식의 다리나 유럽도심광장에 서있는 개선문처럼 역사적 상징과 서사를 담고 있는 건축물을 그녀는 차가운 기하학적 형태의 구조물로 환원한다. ● 디테일이 없이 한번에 읽히는 이 형태들은 그 본래의 맥락이나 기념비성을 버리고 관람객이 머무는 전시공간에 휴먼스케일로 서있다. 작품제목에서나 그것이 군중의 거리에 서있던 거대한 개선문과 연관 있음을 유추할 수 있을 뿐 관객 한 두 명이 지나다닐 수 있는 크기의 추상적 형태의 문, 그리고 10개의 계단을 오른 후 다시 만나게 되는 또 다른 문은 시간성을 초월한 기념비적인 사물에서 역으로 세속적인 시간을 공간적으로 느낄 수 있게 하는 하나의 도구적 장치로 전환된다. 여기에 그녀는 사선으로 내리닿는 빛의 문학적 상징성까지 더하며 관람객이 체험하는 공간 속 시간의 리듬이 그 나름의 속도와 진폭을 지닌 사고의 흐름으로 확장되도록 만들고 있다.

박여주_탄식의 다리_퍼스펙스, 물푸레나무, 형광등_95×168×35cm_2104

이와 같이 두 작가가 만들어내는 공간은 특정 장소나 공간의 재현이라기보다 그 안에서 그가 보고 듣고 읽고 느끼며 분석한 리듬의 표현이다. 그렇다면 이들이 하나의 공간에서 만났을 때 동일한 공간을 바라보는 각자의 리듬은 어떻게 교차하고 연결되는 것인가. ● 전시장에 간격을 두고 두 개의 문을 세워 박여주는 쭉 뻗은 직선형태의 공간을 분절시키며 연속적인 시간성을 깨뜨린다. 문 앞에서 시공간은 축소되었다가 문을 지나치며 다시 공간은 확장되고 걸음은 빨라진다. 그러다 관객은 이종건이 기둥에서 풀려나온 듯 바닥에 펼쳐놓은 일기장의 구절들을 읽어가며 누군가의 사적공간에 들어선 듯 호흡을 가다듬게 된다. 계단을 지나 코너공간에 건물외벽처럼 세워진 그의 작품 앞에서 관객은 다시 소음이 있는 거리의 리듬으로 나아간다. 하나의 전시장안에 각 작가의 작품이 한 리듬에서 다른 리듬으로 전환하는 통로가 되고 있는 것이다. ● 이 전시는 설치작업을 하는 두 작가의 2인전 형태를 띠고 있다. 공간의 충돌이 예견되는 형식이다. 그러나 두 작가는 안과 밖, 공적인 것과 사적인 것, 기념비적인 것과 개인적 것, 빠른 호흡과 느린 호흡 등 서로 부딪히듯 연결되며 전시공간 본래의 리듬을 다양한 색깔로 증폭시키고 있다. 각자의 일기처럼 기록으로, 기억 속에 남겨져 있던 특정 장소 속 리듬들이 하나의 전시공간에서 새롭게 이어지며 이 전시는 마치 이중주의 연주곡처럼 미술관 공간에 대한 새로운 리듬을 들려준다. ■ 김은영

이종건_The Corner_소나무, 포플러, 합판, 나무몰딩, 석고_95×44×22cm_2012 이종건_Mantel_재, 합판, 소나무, 단풍나무_76×43×17.5cm_2013 이종건_Haning Chair_재, 합판, 소나무, 단풍나무 석고_160×120×27cm_2013

A New Way of Reading Space, Interpreting Its Rhythms ● There is an exhibition space sculptors particularly covet. This is the space with its own rhythm, not just as a background for artworks. This exhibition space - spread like a long corridor - has 10 steps in the middle and a high ceiling, built to surround a 100 year-old tree. The tree trunk and twigs are visible over a glass wall. In this exhibition space, artists involved in two-dimensional work worry about how they will showcase their pieces so as not to be buried in space, whereas artists engaging in three-dimensional work consider how to engender a resonance in the space. They do not "view" but "listen" to the space. ● "Rhythm Analysis" philosopher Henri Lefebvre conceived refers to a method for analyzing the rhythms of a space, reading invisible interactions such as the flow of time, air, and energy one senses in a space, over and above perceiving the physical hallmarks of the space. Those referred to as "rhythm analyzers" by Lefebvre "listen to a house, a street, a town as one listens to a symphony". Artist Jonggeon Lee and Yeojoo Park, both invited to the exhibition, also do not see space like a stationary object but interpret it as another space which they listen to, read, and experience. ● Yeojoo Park segments a long stretched space and sheds linear temporality by setting up gate-shaped forms inspired by a triumphal arch. Space-time is reduced before a gate and again expanded after passing the gate. As if reading sentences in a diary unfolded on the floor, in Jonggeon Lee's work viewers catch their breath as if they are in one's private space. Before his work - set up like an outer wall in a corner of the venue beyond the steps - viewers again proceed to street rhythms blended with noises. In the same venue the work assumes the role of a passageway to convert one rhythm to another. ● This art show is held in the form of a duet exhibition of two installation artists: we may only predict any collision of their spaces in this form. Their works, however, are likely to crash or associate with each other through contrasting factors such as interior and exterior, public and private, monumental and individual, quick and slow breath, amplifying the intrinsic rhythms of the space with various colors. Imprinted in their memories like a diary, rhythms in a specific place keep resonating anew: the exhibition lets viewers listen to new rhythms of a museum space like a duet. ■ KIMEUNYOUNG

Vol.20140816a | 공간리듬일기-박여주_이종건 2인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