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코포니 10 Cacophony Ⅹ

김나경_김현지_박수연_윤소윤_장보성展   2014_0818 ▶ 2014_0830 / 일요일 휴관

김나경_maze-공간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45.5×45.5cm_2014

초대일시 / 2014_0818_월요일_06:00pm

관람시간 / 10:00am~06:30pm / 일요일 휴관

갤러리 분도 Gallery Bundo 대구시 중구 동덕로 36-15(대봉동 40-62번지) P&B Art Center 2층 Tel. +82.53.426.5615 www.bundoart.com

카코포니Cacophony 전시가 열 번째를 맞이했다.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참여작가 모두 서양화를 전공했고 한 명을 제외한 네 명이 평면작업을 하고 있다. 잊을만하면 불쑥 떠오르는 회화 종말론, 회화의 위기는 묵묵히 수행하듯 평면에 몰두하는 이들을 구식으로 치부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미술시장의 침체는 이제 발돋움하려는 이들을 한 치 앞도 볼 수 없는 어둠속으로 몰아간다. 자신들이 걸어 나가야 할 미래가 꽉 막힌 어둠뿐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 길을 걸어갈 수 있을까? 이러한 의문 속에 지난 카코포니 참여 작가들의 현재를 살펴봤다. 그 중 몇몇은 우리의 걱정에서 조금씩 비켜서고 있다. 즉 작가로써 걸어 나갈 자신의 길 위에서 꾸준히 버텨나가며 새로운 길을 개척하느냐에 따라 미래가 바뀔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제 이들의 이야기를 풀어보려 한다.

김나경_maze-우리가사는세상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30.3×162.2cm_2014

김나경의 작업에는 선(線)이 등장한다. 그 선들은 균일한 간격으로 그어진 게 아니라 제각각의 간격을 가진 점선과 실선이 서로의 영역을 넘나들며 캔버스 전체를 유영하 듯 떠다닌다. 그렇다면 작가가 선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일까? 김나경은 작업에 '미로'라는 틀을 이용한다. 어린 시절 누구나 한 번쯤 해보았던 미로게임이란 것이 칸 사이를 따라가다 보면 운 좋게 입구를 찾을 때도 있고 혹은 막다른 골목 앞에서 다시 돌아나가야 하는 게임이었다. 어찌 보면 이는 현대인들이 살아가는 과정과도 유사하다. 특히 이제 출발하는 작가의 생애사도 별반 다르지 않다. 미로 틈에 갇혀 한참을 헤매기도 하고 때론 절망에 빠지기도 한다. 그러다 미로게임이 잘 풀릴 때면 즐거움과 기쁨이 함께 찾아온다. 미로게임과 같은 작업에 집중하면서 그녀가 대면하게 되는 다양한 경험은 바로 인생의 여정과 닮아 있다. 김나경의 작업에는 희로애락이 스며들어 있다.

김현지_gap-w_미디어 설치_2014
김현지_gap-w_미디어 설치_2014

어떤 일이 진행된 뒤에 남겨진 것이라는 뜻을 가진 '흔적'은 작가 김현지에게는 상처라는 단어와 연결된다. 그녀가 어린 시절 수두를 앓고 남은 몇 개의 상처자국은 남들에게 얼굴을 잘 드러내지 못했던 마음의 상처를 남겼다. 그래서일까 김현지는 세월의 흔적이 할퀴고 지나간 암벽의 틈이나 오래된 물건 표면에 새겨진 흔적을 작업에 응용한다. 단순히 자신의 상처를 감추려만 했던 어린 시절과는 달리 지금은 그 흔적을 마주하고 감싸주는 행위를 통해 일종의 치유의 과정을 거친다. 그리고 현대의학이 수많은 병을 수월하게 치료하듯, 컴퓨터의 힘을 빌어 상처 입은 표면에 기하학적 형태의 도형과 다채로운 패턴으로 채운다. 현대적 감각이 묻어나는 도형은 설령 레이저 치료처럼 섬세하게 그 틈을 메울 수 없다 하더라도 그 사이를 파고드는 김현지의 흔적만은 그 어느 첨단기술보다 섬세하다.

박수연_Untitled_혼합재료_50×50cm_2014
박수연_따스한 눈이 내리는 곳 까지_혼합재료_90.9×65.1cm_2014

박수연의 작업에는 자연이 등장한다. 마치 오랜 시간을 지나온 것 같이 빛바랜 바탕과 검은 먹빛 같기도 한 풍경의 조합은 칠흑처럼 어두운 밤처럼 매혹적인 느낌을 전한다. 그렸다는 표현보다 물들어 있다는 말이 더 어울리는 작가의 작업은 그녀가 꿈에 늘 그리던 유토피아를 담아낸다. 현실적으로는 어느 곳에도 존재하지 않는, 말 그대로 이상향이라 불리 우는 공간은 주로 산과 들, 별과 달, 비와 눈이 나란히 등장하여 고요하면서도 깊은 느낌을 연출한다. 여기에 공상이나 사색을 즐기는 자신의 이야기를 녹여냄으로써 작가만의 유토피아가 완성된다. 작가는 스스로 창조해 놓은 공간 속을 여행하며 문득 기억에 남는 글들을 종이 콜라주 형식으로 등장시키기도 하고 기구에 매달린 바구니 같은 흔적을 남김으로써 그 여정을 친절하게 보여준다. 따라서 이 그림은 박수연이 떠나고픈 여정일 수도 있지만, 작가가 관객들에게도 함께 가자고 손짓하는 맥락으로 볼 수도 있다.

윤소윤_Jackpot_캔버스에 유채_31.8×95.4cm_2014
윤소윤_SHH(secret)_캔버스에 유채_112×112cm_2014

한 소녀가 웅크리고 있다. 이 아이는 얼굴을 보여주기 싫은 듯 답답한 화생방 마스크로 얼굴을 무장하고 털이 다 빠져 버린 비루한 까마귀 날개 죽지와 양팔로 벌거벗은 몸을 한없이 감싸 안고 있다. 한 쪽에서는 느닷없이 아프리카 대평원을 달리고 있는 듯 한 표범을 끄집어 와서 잭팟을 알리는 게임과 함께 등장시킨다. 조금은 난데 없다가도 순간적으로 약자와 강자라는 구도가 문득 떠오른다. 현대사회에서 매번 공식처럼 등장하는 이 두 단어는 윤소윤에게 있어서 작업의 중심이 된다. 작가는 어린 시절 친구들에게 놀림 당했던 약한 모습을 애써 감추기 위해 더 강한 척, 센 척해 위장해 왔다고 한다. 하지만 캔버스에 드러난 웅크린 모습이나, 동물의 탈을 쓴 나약한 인간의 모습은 자신의 약한 내면이 그대로 묻어난다. 그래서일까 윤소윤의 페인팅 작업은 약자로 살아가는 이 세상 많은 이들의 모습이 반영된 탓에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장보성_Untitled_우드락에 유채_45.3×60.7cm_2014
장보성_Untitled_우드락에 유채_60.7×45.3cm_2014

장보성은 일상 속에 자리 잡고 있는 사물과 이미지를 순간적으로 포착했던 기억을 재현한다. 사람마다 각자 사물을 바라보는 시선이 각양각색이지만, 장보성은 주변 사물이나 공간 응시를 통해 순간적으로 기억에 새기고, 이것을 다시 끄집어내는 일련의 과정을 반복한다. 이렇게 진행된 작업들은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붓놀림을 통해 색채를 알 수 없는 흑백사진처럼 등장한다. 물감이 캔버스에 스며들지 못하고 잠시 지나간 흔적만 남긴 붓질은 무채색과 결합하여 지극히 평범한 이미지로 완성된다. 적막한 공간에 고요히 자리 잡고 있는 사물들은 비록 작고 하찮은 것일 수도 있지만 누군가에는 크고 중요한 것일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바로, 장보성이 표현하는 개인의 일상은 우리의 보편적 일상이 되기도 하는 순간이다. ■ 김지윤

Vol.20140818b | 카코포니 10 Cacophony Ⅹ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