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BOT-도시괴물

이일展 / LEEIL / 李一 / sculpture   2014_0820 ▶ 2014_0826

이일_도시괴물1_스테인레스 스틸_273×140×70cm_2014

초대일시 / 2014_0820_수요일_06:00pm

관람시간 / 10:00am~07:00pm

갤러리 이즈 GALLERY IS 서울 종로구 인사동길 52-1(관훈동 100-5번지) Tel. +82.2.736.6669 www.galleryis.com

인간과 공(共)진화하는 기계들의 천국, 또는 지옥 ● 수직수평의 선들이 주를 이루는 기계적 형태와 건축에도 쓰이는 자재들이 활용된 이일의 '로봇-도시괴물' 전의 로봇은 건축과 중첩된다. 그것은 근대 건축의 모토였던, 집은 '살기위한 기계'(르꼬르뷔제)라는 사고를 좀 더 적극적으로 밀고나간 상태를 말한다. 이 전시에서 '살기위한 기계'들은 물활론적 생명을 부여받아, 다시금 살아있는 자들을 유혹하거나 압박한다. 요즘처럼 '스마트한' 시대에 작품 속 점, 선, 면 같은 기하학에 바탕 한 로봇들은 다소간 소박하다. 표면만으로는 기능을 알 수 없는, 미끈한 인터페이스를 앞세운 최신식 기계에 비해 아나로그에 충실한 형태는 인간적으로 보이기까지 한다. 기계는 경쟁자나 상위 포식자로 돌변하기 이전에는 장난감, 즉 친구였을 것이다. 다소간 고풍적으로 보이는 로봇들은 자연에 기반 한 전통을 밀어내고 구축된 근대 역시 곧 낡아지고 사라져 갈 것을 예견한다. 이 기계들은 인간처럼, 또는 인간과 더불어 공(共)진화하고 있다. 그것들은 기계적 환경과 더불어 기계화되는 현대인을 비유하며 그들의 희로애락을 담는다. 큰 규모의 로봇은 보다 다양한 건축적 요소가 조합되지만, 수직/수평의 형식은 유지된다. 이러한 형식은 대지 위에 서있는 인간을 모범으로 하는 조각의 기본 문법과 동시에, 수평적으로 뻗어나간 도로들 위로 수직적으로 솟은 격자화 된 근대 도시를 연상시킨다.

이일_도시괴물2_스테인레스 스틸_245×190×65cm_2014
이일_도시괴물2_스테인레스 스틸_245×190×65cm_2014_부분
이일_도시감옥_스테인레스 스틸_104×94×50cm_2014

인간과 환경은 수직/수평이라는 거친 기호화를 통해 그 실체를 텅 비워나간다. 이일은 이 텅 빈 실체를 과장된 몸짓과 반사면으로 위장한다. 유리와 철제 빔으로 이루어진 근대 건축물처럼, 건물이자 로봇인 철제 구조물 사이에는 거울이 있어서 상대를 비춘다. 현대적 구조물과 현대인은 닮은꼴을 이루며, 거울을 보듯이 서로를 반영한다. 하나의 눈구멍을 가진 로봇들은 마치 외눈박이인 카메라처럼 기계적 무표정함 속에서 상대에 대한 감시와 견제를 비롯한 공격적 의도를 감춘다. 사각 또는 원 파이프, 구, 스텐 선 등, 이일의 작품을 이루는 금속 재료들은 그자체가 자연이 아닌 근대 산업혁명의 산물이며, 수직수평의 날카로운 윤곽선은 계획된 목적을 합리적으로 수행하는 기계를 모델로 한다. 이일의 로봇은 골조와 피막으로 이루어진 근대건축을 모델로 하지만, 모더니스트가 믿었던 바의 순수한 결정체와도 같은 빛나는 경쾌함이 아니라, 그들이 무너뜨린 구세계보다 더 추레한 물질 덩어리로 다가온다. 이러한 건물-괴물-퇴물은 합리적 이성으로 출발한 이상이 비합리적 현실로 귀착된 계몽의 역설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근대적 기계화는 현대의 정보사회에 와서 코드화로 연동되는데, 이는 이질적인 개체들을 동일화한다. 이러한 경향은 세계화로 더욱 가속화되었다.

이일_외눈박이 男_스테인레스 스틸_38×24×15cm_2014
이일_도시 괴물자식1_스테인레스 스틸_105×60×40cm_2014
이일_+1_스테인레스 스틸_114×165×28cm_2014

지리학자 데이비드 하비는 『포스트모더니티의 조건』에서 지구상의 다양한 공동체를 비인간적인 상호경쟁으로 몰고 가는 공간의 수축과 갈수록 동질적이면서도 분절화 되어 가는 세계를 말하며, 바우하우스의 통찰력은 살인수용소들을 설계하는데 동원되었고, 형태가 기능뿐 아니라 이윤을 따른다는 법칙이 지배적이 되었음을 비판한다. 근대의 여명기에 예술가는 자본가 및 혁명가들과 더불어 이와 같은 계몽주의적 기획에 사회의 전위로서 동등하게 참여했지만, 전체주의로 변해가는 근대사회에서 점차 타자화, 주변화 되었다. 양팔을 벌린 이일의 도시괴물들은 하나의 유일하고 객관적인 기준을 따르라고 압박한다. 그것은 시간에 따라 변화할 수밖에 없는 기준을 하나의 성상처럼 고정시킨다. 다른 작품들에서 팔은 십자가 같은 고문대의 형상을 취한다. 몸통과 팔을 이루는 수직 수평의 선들은 분절화 된 시간과 격자구조의 공간으로 시공간을 재배열하고 압축해왔던 근대적 과정을 각인한다. 대량생산된 것을 자르고 조립하는 그의 제작 방식은 현대의 생산양식과 구조적으로 동형적이다. 기계적 형상을 한 이일의 작품은 탈(Post) 인간주의 시대의 도래를 알린다. 인간은 극복되어야 하는 무엇이지만,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에 대한 비전은 예술가의 몫이 될 것이다. ■ 이선영

Vol.20140819g | 이일展 / LEEIL / 李一 / sculp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