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 삶 그리고 터

2014 남도문화의 원류를 찾아서展   2014_0821 ▶ 2014_0917

박병춘_물길이 있는 풍경-거차해변_한지에 먹, 아크릴채색_59×124cm_2014

초대일시 / 2014_0821_목요일_06:00pm

참여작가 강현덕_구본석_김대홍_김태협_나지석_노석미 박병춘_박영길_박인선_변윤희_손승범_이상재 이윤주_이주한_정선휘_조정태_하루(미술) 황풍년(전라도닷컴 편집장)_이화경(문학)_박소영(음악)

주최 / (주)광주신세계 후원 / 순천시_광주MBC

관람시간 / 10:30am~08:00pm / 금~일요일_10:30am~08:30pm

광주신세계갤러리 GWANGJU SHINSEGAE GALLERY 광주광역시 서구 무진대로 932 신세계백화점 1층 Tel. +82.62.360.1271 department.shinsegae.com

광주신세계가 지난 1998년부터 개최해온 '남도문화의 원류를 찾아서'는 지역의 고유한 문화와 예술, 자연을 주제로 삼고 있습니다. 예술인들이 지역전문가와 함께 역사 문화 자연답사를 한 후, 그 경험과 느낌 생각 영감에서 비롯된 작품과 결과물을 전시하고 책으로 엮어왔습니다. 올해 남도문화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와 공감을 위한 시리즈 행사의 열여섯 번째 테마는 천혜의 습지를 품은 생태도시 '순천'입니다. 순천은 삼산, 봉화산, 황산 세 개의 봉우리로 된 원산과 동천, 옥천 두 물줄기로 이루어진 모습에서 삼산이수(三山二水)라 부릅니다. 시 전체 면적의 칠할을 차지하는 산은 엄하지 않게 터전을 둘러싸고 물줄기를 따라 부드럽게 끝을 풀어 바다와 만납니다. 그곳에 지금도 자라나고 있는 세계 유일의 온전한 연안습지가 순천만에 펼쳐져 있습니다. 여수반도와 고흥반도가 좌청룡 우백호 한 남향에, 장도와 여자도가 안산의 역할을 하는 순천만은 살림의 기본이 두루 갖추어진 기름지고 안온한 삶터입니다. 그 터전에서 이루어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좇고 만나지 못했던 자연을 찾아 미술인과 문인, 음악인이 함께한 자리가 이번 답사였습니다.

변윤희_거차마을_장지에 혼합재료_72.7×116.7cm_2014
박영길_Wind-road_한지에 수간채색_70.6×97cm_2014
이주한_순천만#2_디지털 피그먼트 프린트_37×130cm_2014

6월의 여름은 흐린 구름으로 가려진 중에도 그 일어서는 힘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어린 티를 벗은 갈대는 연안을 억센 푸르름으로 물들여가는 중이었고, 서늘한 그늘을 드리운 숲은 여행자의 위안이었습니다. 옅은 비와 구름 사이로 틈틈이 작렬하는 햇빛과 안개, 노을에서 만난 갯벌, 돌담, 산사의 처마는 일상을 낯설게 소개하며 작가들을 반겼습니다. 생태의 보고여서만이 아니라 순천만은「무진기행」김승옥에게 만큼 다른 말을 걸어왔습니다. 찌는 더위에 생명의 대향연이 펼쳐지는 갈대밭에서 상상했습니다. 죽음을 뚫고 느닷없이 솟아나는 봄의 연두빛, 안개 자욱하고 몽롱한 무진(霧津)의 스산한 가을, 생의 처연함으로 물든 겨울바람에 저마다의 소리로 서걱이는 갈대밭을 상상했습니다. 용산전망대에서 내려다 본 순천만에서 자연은 늘 인간의 생각 밖에서 그렇게 존재해 왔다는 것을 새삼스레 생각했습니다. 거대한 손이 하늘을 뚫고 내려와 붉은 카펫 위에 새겨 놓은 여름의 푸른 문장이 아득히 펼쳐져 있었습니다. 누군가 잘 가꿔 놓은 커다란 정원같기도 했습니다. 그 보기 좋은 정원은 계절을 오가는 새들의 낙원입니다. 칠게, 방게, 짱뚱어가 우글거리는 집이며, 뻘배를 밀어 삶을 일구어낸 사람들의 땀과 눈물의 터전이었습니다.

정선휘_여행_광캔버스, 한지에 유채_72×122cm_2014
하루_Delicious Scape(순천기행)_한지에 먹, 채색_76×134cm_2014
이윤주_눈을 감으면 여행이 시작된다_캔버스에 유채_91×116.8cm_2014

순천 내륙의 송광사와 선암사는 우람하면서도 부드러운 산세를 지닌 조계산 품안에서 각각 웅장한 정연함과 감칠맛 나는 정감을 보여줍니다. 고려 보조국사가 창건한 후 전통 승맥을 계승하여 열여섯 국사를 배출한 우리나라 삼보사찰의 하나가 송광사입니다. 산자락 건너편에는 신라말 도선국사가 창건한 태고종 본산 선암사가 있습니다. 계곡을 가로질러 놓여 있는 승선교 위 아래로 푸른 계곡물과 나무가 조화를 이룬 멋진 숲길이 있습니다. 그 안에 앉아있는 절집들은 많은 이야기를 담은 것처럼 보입니다. 송광사와 선암사를 이어주는 길목의 천자암에 있는 팔백년 쌍향수는 그 이야기의 신비로운 정점입니다. 조계산 남쪽자락에는 조선시대가 원형대로 남아 있는 낙안읍성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번듯한 객사 향교와 더불어 옹기종기 초가집을 굽어보는 성곽 위에 서서 수백년을 건넌 또렷한 기시감과 고즈넉한 정취를 함께 느꼈습니다.

박인선_숨바꼭질_혼합재료_33.3×53cm_2014
강현덕_나는 당신이 그립다_파라핀_가변설치_2014
구본석_용산숲길_LED박스, 아크릴 패널_122×96cm_2014

지난해 열린 순천만 국제정원박람회장이 자연의 정원 순천만 인근에 있다는 것은 인간 상상력의 맥락으로 공감되었습니다. 대부분의 도시가 개발, 토목, 건축이라는 발전과 속도의 테두리에 갇힌 상황에서 생태를 모토로 한 슬로우시티 정원도시를 지향한다는 것은 여러모로 순천다운 모습이었습니다. 인공정원은 팽창하는 도심으로부터 순천만을 보호하는 테두리로 보였습니다. 한번 개최되고마는 행사가 아니라 순천만의 자연스러움을 도시로 확장하며 재미와 휴식을 제공하고 도시 안쪽으로 정원의 개념을 넓혀주고 있습니다. 하늘이 축복한 자연과 조상의 혼과 얼이 서린 유산, 그 익숙한 터에서 자연에 순응하며 세련된 맛과 멋을 갖춰 살아가는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보존할 가치가 무엇인지 알고 지키면서도 현재의 삶을 일궈가는 사람들이 순천의 현재를 만들고 있습니다. 이런 순천에서 보고, 먹고, 느낀 작가들의 가슴과 머리에 남은 흔적이 이번 전시에 오롯이 담겨지기를 희망합니다. 그를 통해 예술로 승화된 생태도시 '순천'이 여러분에게 전달되기를 바랍니다. ■ 광주신세계갤러리

노석미_순천풍경04 Landscape of Suncheon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40.9×53cm_2014
김대홍_이끼 숲을 거닐던 날_캔버스에 유채_38×38cm_2014
나지석_「Gravity of Politics Vol.2」를 위한 습작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32×41cm_2014

시인들은 와온(臥溫) 바다에서 시를 캔다. ● '붉디붉은 와온의 노을은 어둠보다 먼저 깔리고 어둠보다 더디게 스러진다'(나종영,「와온」), '달은 이곳에 와 첫 치마폭을 푼다'(곽재구,「와온바다」) '눈먼 늙은 쪽물쟁이가 우두커니 서 있던 갯벌을 따라 걸어가면 비단으로 가리워진 호수가 나온다'(곽재구,「와온 가는 길」) '와온. 누울 와(臥), 따뜻할 온(溫). 따뜻하게 눕는 바다. 따뜻하게 눕다? 언젠가는 긴가민가 싶지 않은, 더 이상 두려워할 필요 없는, 따뜻함이 나를 찾아올지 모른다. 따뜻하게 눕고 싶다'(조병준) 가늠조차 할 수 없는 넓이의 갯벌과 혜량할 수 없는 세월이 질퍽질퍽하게 녹아든 와온에서 얕은 숨을 쉬는 갯생물들과 가늘게 떨리는 6월 저물녘의 소금기 섞인 바람 앞에서 아직은 캘 것이 없었다. 산전수전 다 겪어버린 듯한 와온의 질퍽함과 갯벌을 따라 걸어가기조차 두려운 어두움 앞에서 그만 할 말을 잃었기에. 지명이 무척 시적이구나. 기억할게. 와온. (순천 답사기中) ■ 이화경

손승범_수호신 A patron saint_한지에 과슈_150×150cm_2014
이상재_해와 달의 정원 02_C 프린트_90×135cm_2014

삶과 터, 그리고 예술 ● 인걸은 지령이라 하고, 곳간에 인심 난다고 했던가. 순천은 풍성한 삶의 터전이다. 아낌없이 베푸는 자연이 있고, 그 자연을 거스르지 않으려는 순천지심(順天之心)이 있다. 지금도 눈 감으면 아른거리는 아름다운 순천의 풍경 안에는 기실 치열한 노동의 몸짓과 시지근한 땀내가 배어있다. 평생 갯일로 자식새끼들을 거둬온 갯마을 엄니들의 몸공을 생각하면 뻘배의 즐거움 뒤끝이 뭉클해진다. 옛 정취 그대로를 지켜온 초가살이는 또 얼마나 지난한 일일까. 전통과 민속을 오로지하는 일은 그만큼 불편과 손해를 요구할 터이다. 웬만한 심지가 아니어선 어려운 일이다. 작가들의 인생도 매한가지가 아니겠는가. 자연의 선물에 피땀이 더해진 순천은 풍성하고 다양하고 여유롭다. 무릇 문화와 예술은 마음이든 물질이든 여유의 소산이려니, 순천의 품에 안겼다 돌아가 저마다 무얼 토렴해낼까. 또르륵 눈알을 굴리던 짱뚱어 한 마리 마음속에 드리워진 갯벌 위를 펄쩍 뛰어 날아간다. (순천 답사기中) ■ 황풍년

조정태_천자암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72.7×60.6cm_2014
김태협_Strange visitor(Amour)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62×130.3cm_2014

짱뚱어 ● 흘러가는 듯, 쓰러져가는 듯, 뛰어가는 듯, 날아가는 듯 (순천 답사기中) ■ 박소영

Vol.20140822h | 순천, 삶 그리고 터-2014 남도문화의 원류를 찾아서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