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숙展 / LIMYOUNGSUK / 林英淑 / painting   2014_0826 ▶ 2014_0907

임영숙_밥_장지에 혼합재료_127×167cm_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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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4_0826_화요일_05:00pm

관람시간 / 11:00am~06:00pm

월전미술문화재단 한벽원 갤러리 WOLJEON MUSEUM OF ART HANBYEKWON GALLERY 서울 종로구 삼청로 83(팔판동 35-1번지) Tel. +82.2.732.3777 www.iwoljeon.org

밥-장엄한 화엄의 꽃 ● 순백의 부드러운 표면과 우아한 유기적 형태의 밥 그릇 위에 소복히 올라온 밥은 평화롭다. 따듯한 밥에서 나는 온기와 정성이 한 생명을 살리고 마침내 꽃을 피운다. 밥을 먹고 나누는 일은 생명이자 정신이다. 하늘과 땅과 사람이 협동해서 만드는 밥은 육체요, 물질이며, 정신이자, 영(靈)이다. 생명으로 통일인 밥은 정신과 물질의 차이가 없다. 그리하여 시인은 다음과 같이 노래한다. "밥이 입으로 들어갈 때/ 하늘을 몸 속에 모시는 것/ 밥이 하늘입니다. " ● 하늘같은 밥을 내 몸속에 모시고 그 하늘을 나누는 마음을 기르는 일은 생명의 영위위에 핀 꽃이다. 모시는 마음과 기르는 마음을 얻었으니 그곳에서 평화가 함께 한다. 마음과 몸이 분리되는 차별의 상(相)을 벗어나 소박하고 복스러운 어떤 정경, 지상의 식탁에 자리한 고요한 소망이 작가 임영숙이 그려내는 「밥」의 연작들이다. 저마다 밥 한 그릇을 먹고 하늘같은 마음을 기르며 삶을 영위하기를 바라는 마음, 그리하여 부귀하게 꽃처럼 피어나서 살며 둥글고 아늑한 무덤의 봉분처럼 삶이 다하는 곳에 돌아가고자 하는 것, 그것이 「밥」에서 그려내는 마음이다. 그러므로 밥은 삶과 죽음이 연기(緣起)의 꽃으로 하나된 어떤 상징적 도상들이라고 해야 적절할 것 같다.

임영숙_밥_장지에 혼합재료_127×167cm_2014
임영숙_밥_장지에 혼합재료_130×170cm_2014
임영숙_밥_장지에 혼합재료_130×170cm_2014
임영숙_밥_장지에 혼합재료_35×65cm_2014

그런데 밥 이전에 밥을 짓는 마음이 있다. 옛 부엌에 들면 부뚜막 위에 물을 담은 종지를 놓아 조왕신(竈王神)을 모신다. 조왕신은 부엌을 관할하는 신이고 불에 관계된 신이다. 부엌이 불을 사용하여 음식을 만드는 곳이고 물과 불을 동시에 사용하는 곳이기에 종지의 물은 정화(淨化)하는 힘이 있어서 부정을 막는다. 조왕각시, 조왕할망이라는 이 신은 집안을 보호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 집안을 보호하고 기르는 마음을 짓는 것이 밥 짓는 일이다. 밥을 다 짓고 나서 솥에서 제일 먼저 그릇에 담겨 조왕신께 먼저 바쳐진다. 불시에 찾아올 어떤 손님을 위해, 머지않은 앞날에 누군가에게 기운이 될 수 있는 정성을 미리 부엌에 마련하려 했던 것, 이것이 밥이 짓는 마음에 담겨 있는 것이다. ● 임영숙의 「밥」의 연작은 살아있는 자들의 아름다운 살림들의 개별이 모여 거대한 생명세계가 꽃 피어 나는 것을 보게 한다. 밥을 짓는 마음과 정성이 거대한 민중적 도상의 시각화로 나타나는 것이다. 커다랗고 눈부신 밥그릇위에 밥알 하나 하나를 크게 그려 마침내 그 하나의 개별이 수북하고 거대한 희망의 연쇄가 되고 공간과 시간이 되기도 하며 미세한 무한이 되기도 한다. 천진하고 미미한 어떤 것의 극대화는 밥과 밥 위에 그려진 이름 있는, 혹은 이름 없는 꽃들에게 이어진다. 밥은 그러한 민중적 기호와 상징들의 표상이 되고 꽃은 그러한 상징들이 신체화된 것, 조왕신과 같은 탱화나 민화의 부적들을 대체한다.

임영숙_밥_장지에 혼합재료_80×150cm_2014
임영숙_밥_장지에 혼합재료_130×170cm_2014
임영숙_밥_장지에 혼합재료_60.5×72.7cm_2014
임영숙_밥_장지에 혼합재료_60.6×72.7cm_2014
임영숙_밥_장지에 혼합재료_90×120cm_2014

의상대사의 말씀 중에 "작은 티끌 속에도 시방세계(十方世界)의 또 다른 우주가 펼쳐진다" 는 말이 있다. 상하, 좌우, 동서남북으로 무한히 펼쳐지는 무한의 연기는 밥알 하나 하나가 품고 있는 무궁한 세계이다. 이 무한과 무궁, 미세한 연쇄위에 핀 한 줄기 꽃은 그 뿌리가 보이지 않고 실체가 없기에 무상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세계에서 독립되고 고정된 실체가 있다고 하는 생각이야말로 어리석은 것이니 세상의 모든 현상은 의존하고 있고 짝하여 발생하는 것이다. 이것이 연기(緣起)라는 것이고 밥알 위의 꽃은 그러한 연기의 작용으로 인한 현상이라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작은 티끌 위에 시방세계의 우주가 펼쳐져 있는 것이다. 이 우주의 연기는 무한하여 끝이 없는데 평면적으로 수직적으로 무한히 이어지는 셈이다. 이것을 중중무진(重重無盡)의 연기라 한다. 작은 티끌 같은 밥알들 위로 펼쳐진 화려한 꽃의 개화는 "티끌속의 우주"라는 무진의 세계를 펼쳐 보이는 장엄한 화엄의 꽃, 조왕신의 신앙을 대체하는 부적과 탱화라고 볼 수 있다. ● 민중적 도상의 패턴 형태에 과감한 농염과 분방함의 활기를 나타내며 밥알의 정토(淨土)를 그려내고 있는 것이 임영숙의 「밥」 연작이다. 일체 티끌인 개별의 밥알을 내 몸속에 모시는 마음, 하늘을 몸속에 모시고 아름다운 꽃을 피워내는 일, 차별없이 원만하고 걸림이 없는 십방세계의 무한이 화려한 채색으로 올려지고 있다. 그런데 세계의 실체가 있는 것과도 같고, 없는 것과도 같은 환영이, 소멸과 존재가 동시에 나타난다. 「밥」 연작은 시간의 진행속에 빈 마음을 관찰하는 오롯한 주체가 어느 순간에는 공(空)이 되어지는 체험을 마주한다. 마치 마음과 그림이 서로를 비추는 것과 같다. 장엄하면서도 공(空)한 색(色)의 향연이 무궁한 연기의 바다위에서 솟아오른다. 현상이고 실체며 티끌이고 참 마음인 나의 분신들이 밥을 몸속에 모시고 기르는 가운데 본래의 모습으로 그 바다위에서 되비친다 ■ 류철하

Vol.20140826f | 임영숙展 / LIMYOUNGSUK / 林英淑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