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천예술창작스튜디오 6기 입주작가 릴레이 Part1

이두원_이지현展   2014_0827 ▶ 2014_0905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영천예술창작스튜디오 6기 입주작가 릴레이展 The 6th Artists-in-Residence of Yeongcheon Art Studio · Relay Exhibition Part1-이두원_이지현展 / 2014_0827 ▶ 2014_0905 Part2-김원준_장종용展 / 2014_0910 ▶ 2014_0914 Part3-김태선_박세호展 / 2014_0917 ▶ 2014_0921 Part4-안진영_유영환展 / 2014_0924 ▶ 2014_0928 Part5_최병규展 / 2014_1001 ▶ 2014_1019

관람시간 / 10:00am~06:00pm

영천예술창작스튜디오 YEONGCHEON ART STUDIO 경북 영천시 교촌동 298-9번지 Tel. +82.54.330.6062 www.yc.go.kr

이두원_소비에트추상화+수탉 자연으로 문명 이끄는 유쾌한 하이브리드 ● 자연은 늘 그대로 있지만 문명은 자연을 훼손시키면서 제 갈 길을 간다. 세상 만물의 근원이 자연이고 물질문명의 원천이 자연인데, 그런 자연에 대한 인간의 경의감(敬意感)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가 없다. 반면 문명을 앞세워 자연을 통제하고 관리하겠다는 인간의 오만함은 늘 기세등등하다. ● 자연의 공세처럼 보이는 이상 기후의 징후는 지구의 미래를 어둡게 한다. 최근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대자연에서 약자가 살아남는 방법은 위험에 대한 방어기제로서 환경 적응의 노력을 들 수 있다. ● 이두원의 작품에선 마치 어떤 조건이나 환경에도 두려워하지 않는 자연적응의 힘을 발견할 수가 있다. 이두원의 자연적응 방법은 크게 네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첫째 자연을 보는 방식에서 변형, 왜곡, 강조를 선택한다. 둘째, 대비와 위트를 중심으로 코믹성을 제시한다. 셋째 여러 문화의 성과들을 차용한 문화적 혼종(hybrid)을 지향한다. 넷째, 이두원의 작품에는 즐거운 놀이성이 깃들어 있다.

이두원_기계숲길잃은들개_혼합재료_21×21×16cm_2013
이두원_기계적들개질주_캔버스에 혼합재료_82×150cm_2013
이두원_까마귀 화원 산책로 도_캔버스에 혼합재료_30×90cm_2014
이두원_따라오지마소_울숄에 혼합재료_215×112cm_2013
이두원_묵색칼라풀수염부엉이_종이에 먹, 잉크, 단추_82×31cm_2014

먼저 자연과 생태를 보는 방식에서 변형, 왜곡, 강조의 선택은 동물 그림에서 잘 나타난다. 새 그림이 주는 크기, 모양은 실제와는 다른 것이지만 그 새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어딘가에 살고 있을 것이라는 추측을 하게 한다. 또 칫솔이라는 오브제를 사용하여 포식자로서의 새를 강조하는 것처럼 이두원은 오브제를 적절히 사용함으로써 기린, 풍뎅이, 강아지들의 생태적 특성을 더욱 부각시키고 있다. 사실이 아닌 것에서 느낄 수 있는 ‘사실성의 획득’이라는 역설이 가능한 것도 오브제의 효과일 것이다.

이두원_벌잡이_캔버스에 혼합재료_48×37cm_2013
이두원_사진적자화상_캔버스에 혼합재료_72×55cm_2013

둘째, 이두원은 대비와 위트의 방법으로 코믹성을 펼친다. 개구리를 피아니스트나 붓다에 대비하거나, 약육강식의 세계에서 당연한 사실을 강조하여 새를 날벌레 사냥꾼으로 그린다. 벌레와 노는 고양이의 무료한 일상, 바위에 앉아 라디오를 들으면서 그림을 그리는 새 비서를 둔 도인, 삼원색의 색상도를 물고기와 자라로 꾸민 「수중삼원색도」, 총 한 자루로 동물을 사냥하고 물고기까지 낚으려는 「이중목적도」, 작은 고기를 삼키려는 큰 고기의 「묵색대어점심식사도」, 화가의 일상을 한 눈에 보여주는 「무질서실내배치도」 등 동양의 화제(畵題)를 패러디한 재치는 사색의 발랄함에 기인한다.

이두원_소비에트추상화_캔버스에 혼합재료_135×300cm_2013

셋째, 이두원은 다양한 문화를 받아들여 재조합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이두원의 도상에는 여러 국가의 문화적 성과들이 담겨 있다. 그는 문화적 혼종을 끊임없이 시도한다. 그가 엮어내는 혼종은 창작을 위한 새로운 실험적 발판이 된다.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이두원은 타자의 경험을 수렴하고, 다른 세계의 문화적 상징들을 여과하여 자신의 예술적 기표로 삼고 있다. 다른 세계에서의 다양한 여행 경험이 그에게 자유로운 예술적 사고를 불러일으킨 것이다.

이두원_스페이스히어로부다_리넨에 카라치산 수성페인트, 아크릴채색, 금분, 돌_115×92cm_2013

마지막으로 이두원의 작품에는 놀이 요소가 적지 않게 등장한다. 그의 기발한 위트는 잔잔한 코믹으로 이동한다. 이러한 웃음의 내용들은 현실에 무수히 존재하지만 그것을 발견해낼 수 있는 능력은 단번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의 그림들을 보노라면 순간순간이 즐거워진다. 이런 점에서 이두원의 작품은 사회에 건강한 웃음을 제공하는 매개체가 되고 있다.

이두원_야생동물점심식사도_카디에 혼합재료_60×47cm_2013

결론적으로 이두원 작품의 매력은 문명을 끌어안은 채 자연으로 뛰어드는 유쾌한 야생(野生)의 외침에 있다고 하겠다. 각종 오브제가 결합된 질료미, 즉흥적인 감정에 따라 움직이는 터치에 의한 표현미, 생략과 강조를 투영하는 구상적 형식미는 이두원의 예술성을 형성하는 복합적인 미감들이다. 이런 이두원의 미감들은 동양과 서양, 문명과 자연, 이성과 감정의 하이브리드로서 묘한 생동감을 불러일으킨다. 동시에 가벼움, 밝음, 명쾌함, 따뜻함으로 표현되는 미적 즐거움은 도덕에 지배되는 일상을 전복시키는 기제로서 작동한다. ● 도덕은 형식을 결정하고 그것을 강제하며 규칙을 가지게 된다. 예술의 내용과 형식에서 어떤 범주와 체계를 갖게 되는 순간 그것은 응고된 아카데미, 한 사회 체제에 순응하는 보수적인 예술이 돼버린다. 이두원의 그림에서 느껴지는 즐거움이야말로 도덕적 세계에서는 하나의 반란이고 무수한 일탈이 된다. ■ 전은자

이지현_dreaming clothes-영천_가변설치_2014
이지현_dreaming clothes-영천_가변설치_2014

이지현_Dreaming Clothes-영천 존재의 가치를 뜯어낸 자리에 새롭게 불러 온 도덕의 원칙 ● 작가 이지현의 '옷' 작업을 보면서, 나는 짧지 않은 시간동안 작가가 이어 온 기획의 전모를 이제야 조금씩 알아차리게 되었다. 영천에서 벌이는 이번 전시는 그 기획의 일부이며, 하나의 전환점이기도 하다. 내가 본 그는 참 조심스럽다. 그리고 동시에 대담하다. 그는 꽤 오래 전부터 책을 뜯어서 보풀이 가득한 예술 작품으로 바꾸는 작업에 매달렸다. 그래서 나온 작품들은 환조 혹은 부조, 아니면 설치 작업과 같은 형식을 갖추었다. 관객들은 지식 습득 수단으로서의 사용 가치를 잃은 대가로 맞바꿔 얻은 심미적 가치 앞에서 열광했다. 아울러 평론가들은 종이책의 위기가 들이닥친 이 시대에 이지현의 작품을 비추어 숱한 의미를 캐냈다.

이지현_dreaming clothes-영천_가변설치_2014
이지현_dreaming clothes-영천_가변설치_2014
이지현_dreaming clothes-영천_가변설치_2014

어쩌면 허탈하게 되었다. 그들의 환호어린 해석은 현재 시점의 작가 앞에서 많은 부분이 소용없게 되었기 때문이다. 작가가 어린 시절에 받았던 몇 가지 인상으로부터 착안한 책의 해체는 우리가 자취만 가진 채 읽을 수 없는 책으로부터 받는 정신적 성숙으로 이어졌다. 이 모든 것은 책이 중심이라서 가능했던 일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옷이다. 갖가지 색과 모양의 의류가 공간을 가득 채우고 있다. 물론 이 옷 작업도 책 작업처럼 작가가 망치 같은 도구를 가지고 일일이 해체하여 형태만 남기는 방법을 그대로 취한다. 정리하자면, 작가는 시간이 흐름에 따라 서서히 바스러져 가는 이 세상 모든 해체 작용을 예술로 표현하고 싶어 한다. 이 기획의 첫 단계는 책을 저지레하는 일이었지만, 다른 어떤 것도 상관없다. 다만 그동안 그의 책 작업을 둘러싸고 만들어진 과잉의 예술 의미가 새로운 옷 작업 앞에서 무너지는 현상을 우리가 보고 있다. ● 일단 외견상 멋진 점은 작가가 펼쳐놓는 작품들 하나하나가 그 주제적 일관성을 위해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형태와 설치 방식 같은 형식적 일관성에 의해서 자신만의 소장 목록을 불려나간다는 사실이다. 책 작업은 라이브러리 혹은 서재라고 부르면 되겠다. 옷 작업은, 옷장이 되나? 내가 품은 생각은 망상에 그칠지 모르지만, 작가의 계획 속에는 이 분류와 목록의 체계를 실재하는 라이브러리나 옷 진열대의 디오라마로 설치되는 포부가 있을지도 모른다. 작가의 머릿속 개념과 손끝 기예에서 나온 작품은 그 작품들이 서로 충돌하고, 지금 여기의 시공간과 겹쳐져서 새로운 콘텍스트를 생산한다. ● 작가는 현대 미술이 보여주는 가장 아름다운 당혹스러움을 펼쳐놓는다. 나는 궁금하다. 그가 작품을 완성해 갈 때, 과연 마지막 스트로크를 가한 직후에 만족감을 가질지 아닐지에 관해서 말이다. 그는 어느 지점에서 손을 내려놓을까? 거의 끝에 다다르지만 결코 완성되지 않는 작품은 이미 책과 옷이라는 완성품을 한 차례 겪은 오브제의 급작스러운 운명일지도 모른다. 그러므로 그의 작품은 자유롭고도 강박증에 휩싸여있으며, 난폭하면서도 사랑스럽다. 그가 벌이는 해체 능력은 우리의 예술적인 인지 체계를 시험하는데 쓰인다. "훼손도 아름다울 수 있을까?" 살과 뼈와 내장이 발린 물고기가 해부 실습실과 횟집에서 다른 이미지로 전달된다. 이지현의 작품이 폐지나 넝마가 아니라는 사실은 당연하지만, 왜 그런가 물음을 던진다면 우리는 쉽게 대답하지 못한다. 내 생각에, 아마도 정신분석학을 비롯하여 여러 모로 곧잘 쓰이는 승화라는 개념은 이지현의 작업 과정을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이지현_dreaming clothes-영천_가변설치_2014
이지현_dreaming clothes-영천_가변설치_2014
이지현_dreaming clothes-영천_가변설치_2014
이지현_dreaming clothes-영천_가변설치_2014

이와 같은 성격과는 별도로, 이지현이 영천 레지던시에서 벌이는 옷 작업은 특별한 뜻을 가진다. 그가 옷 작업을 선보인 것이 이번 전시가 처음은 아니다. 그런데 그는 이번 프로젝트에 쓰인 옷을 모두 영천 주민들로부터 받았다. 현지인들로부터 기증받은 옷들은 몇 단계의 과정을 거치며 작품이 되었다. 여기에는 별의 별 종류의 옷들이 다 있다. 또 버리다시피 한 헌옷이 있지만, 주인이 평소에 무척 아끼던 옷도 많다. 그 옷을 입었던 사람들은 자기 옷이 원래 형태를 잃은 채 미술관 조명을 받고 있는 모습을 보며 무슨 생각을 할까? 책도 그것을 읽은 사람의 정체성을 드러내지만, 옷은 더욱 개인의 정신과 육체에 밀착하여 분신 같은 의미로 전달되는 상징체계이다. 한 공동체 안에 있는 다양한 사람들의 퍼스낼러티가 전시 공간에 모여서 빛을 통과시키는 모습은 그 자체가 상징적 의미를 가진다. ● 미술 사조인 아르테 포베라(Arte Povera)를 돌이켜보자. 반세기 전 이탈리아에서 벌어진 이 운동은 그리 대단하지 않은 물건들을 모아서 작업의 소재로 삼았다. 또 거기에는 일반인들이 작가가 벌이는 그 작업에 여러 형식으로 끼어들었다. 네오리얼리즘과 같은 당시 이탈리아의 예술적 풍토가 만든 아르테 포베라는 소박한 서민들의 삶 속에서 꽃을 피웠다. 이는 이지현의 옷 작업과 들어맞는 부분이 많다. 이번 전시에 임하는 작가의 태도는 분명하다. 수도권에 작업과 생활 근거지를 둔 채 온 영천이라는 장소는 그에게 레지던시 스튜디오로 전부 설명할 수 없는 지리적 함의가 있다. 한국 현대미술 평단에서, 그리고 미술 시장에서 유리한 위치에 자리 잡은 작가는 영천에서 느낀 낯설음을 정면으로 뚫고 공동체 속으로 파고든다. 애당초 단출한 작업 도구만을 챙겨 내려온 이곳에서 그는 새로운 계기를 만들었다. 작가 스스로도 생각하고 있다. 이 전시 개념은 오직 여기서만 유효하다. 앞으로 추가되고 변경될 그의 기획 속에서 옷을 이용한 작업은 지금과는 또 다른 결과를 보여줄 것이다. 이와 같은 그의 판단은 레지던시라는 제도가 가지는 의미에 꼭 맞는 선택이다. ■ 윤규홍

Vol.20140826g | 영천예술창작스튜디오 6기 입주작가 릴레이 Part1-이두원_이지현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