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이면서 아무것도 아닌 것 All and but Nothing

안규철展 / AHNKYUCHUL / 安奎哲 / installation   2014_0829 ▶ 2014_1213 / 일요일,공휴일 휴관

안규철_모든 것이면서 아무것도 아닌 것_합판에 세라믹 타일_76×137.5×7cm_2014

● 위 이미지를 클릭하면 네오룩 아카이브 Vol.20131108e | 안규철展으로 갑니다.

초대일시 / 2014_0828_목요일_06:00pm

기획 / 사무소 samuso: 주최 / 하이트문화재단 후원 / 하이트진로(주)

관람시간 / 11:00am~06:00pm / 일,공휴일 휴관

하이트컬렉션 HITE Collection 서울 강남구 청담동 영동대로 714(132-12번지) 하이트진로 청담본사 B1~2층 Tel. +82.2.3219.0271 hitecollection.wordpress.com

스웨덴 시인 토마스 트란스트뢰메르는 『작은 잎』이라는 시에서 "우리는 모든 것을 보며 아무것도 보지 않는다(We see all and nothing)"고 썼다. 이 문장을 가져다 이렇게 고쳐보았다. 우리는 모든 것을 알지만 아무것도 알지 못하고, 모든 것을 말하지만 아무것도 말하지 않는다. 모든 것을 하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우리가 하는 모든 일은 결국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될지 모른다. 이것은 이 세계에 대한 우리의 경험에 있어서 가장 근본적인 문제이다. 우리의 행위들은 계속해서 목표에 이르지 못하고 공회전한다. 의도는 빗나가고 과정은 의도를 배반하고 기다렸던 미래는 오지 않는다. 우리가 도달했다고 믿었던 지점은 계속 발 밑에서 부서져 내리고 우리는 번번이 원점으로 되돌아가있다. 힘들여 얻었다고 생각했던 것들은 잘못 배달되었거나 임시로 빌려왔던 것들이어서 언제든 되돌려주어야 하는 것임이 드러난다. 우리는 우리가 있다고 생각한 곳에 실제로 있어본 적도 없었고, 본다고 생각한 것을 실제로 본 적도 없었고, 가졌다고 생각한 것을 실제로 가졌던 적도 없었다. 이곳이 아닌 다른 곳을 찾아 떠났지만 우리는 번번이 우리가 가려던 곳과는 다른 어딘가에 도착했다. 또는 어디에도 도착하지 못한 채 이곳으로 되돌아와 있다. 그러는 동안 우리에게 모든 것이었던 것은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고, 아무것도 아니었던 것은 모든 것이 되어, 우리의 운명을 뒤흔들고 있다. ● 나의 작업은 이러한 세계의 역설에 대한 질문이라 할 수 있다. 우리의 일들은 왜 실패하는가. 목표에 이르지 못하고 물거품처럼 사라진 우리의 선한 의도와 그 일들에 바쳐진 시간들은 다 어디로 가는가. 그것은 나 자신을 향한 질문이고 우리의 한계에 대한 질문이다. 그것은 궁극적으로 우리의 일이, 우리가 무언가를 간절히 도모하는 것이 과연 의미가 있느냐는 질문이 될 것이다. 그러나 이 질문마저도 모든 것을 질문하면서 실은 아무것도 질문하지 않는 결과에 이를 수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안규철_세 개의 분수_플라스틱 바구니, 전기 모터, 물, 세라믹 타일, 철판_가변크기_2014
안규철_움직이는 벽_벽돌_각 180×600×20cm_2014
안규철_달을 그리는 법_빛, 스테인레스 스틸 거울, 나무 식탁, 돌_가변크기_2014

언제나 지금 해야 하는 질문은, 지금 하지 않은 질문이 무엇이냐는 질문이다. 빼놓은 질문, 너무 쉽거나 원론적이거나 비현실적이라고 여겨서 건너뛰었던 질문들이 결국 나의 한계를, 나의 운명을 결정할 것이기 때문이다. 각각의 질문들에는 각각의 관점이 있고 그것들이 모여서 대상의 입체적인 조망을 이룬다. 아무리 하찮은 질문일지라도 세계에 대한 인식의 지평선 너머, 저 밤하늘의 별들 뒤에 있는 것에 대한 탐색에 맞닿아 있을 수 있다. 사유를 시작하기 위해서는 질문이 선행해야 한다. 눈에 보이는 모든 것에 끊임없이 '왜?'냐고 묻기 시작했던 아득한 어린 시절의 어느 날부터 세계가 내게 문을 열어주었다. 태초에 질문이 있었다. 태초에 말씀이 있었다면 그것은 의문문이었을 것이다. ● 어떤 의도(A)가 있고, 이 의도를 실현하기 위한 과정(B)이 있고, 그 과정이 도달한 결과(C)가 있다. 의도와 과정이 합쳐져서 어떤 결과에 이르는 것(A+B=C)이 우리의 일이다. 그런데 만약 결과가 없이 과정만이 진행된다면 어떻게 되는가. 의도에서 어떤 목표에 이른다는 계획 자체가 제거되는 것, A=0, A+B=0, C=0가 되는 것이다. 이것은 말하자면 무위자연의 상태, 전통적인 수행자가 추구하는 상태이다. 목적을 두지 않고 걷는다. 마음을 비운다. 묵언수행한다. 자칫 맹목적 생존의 상태로 추락할 위험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삶에 과연 의미라는 것이 있는지를 알아보려면, 결국 삶에서 목표를, 어떤 결과에 이르겠다는 의지 자체를 제거해보는 것, 삶을 '살아간다'는 과정 자체로 환원시키는 것이 불가피할지 모른다. 일하는 것은 과연 의미가 있는가, 사는 것은 대체 의미가 있는가에 대한 질문으로서의 헛수고, 목적 없는 과정을 실천해봐야 할지 모른다.

안규철_뿌린대로 거두다 II_도끼, 나무_가변크기_2014
안규철_타인만이 우리를 구원한다_비즈, 와이어_200×180×20cm_2014

어떤 물체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추락하는 것은 중력의 지배 아래서 살아온 우리에게 전혀 새로운 사건이 아니다. 유리컵들이 저마다 다른 높이의 소리를 갖고 있는 것도, 스웨터의 실을 풀면 다시 새로 스웨터를 짤 수 있다는 것도, 거울들에 반사된 빛을 모아서 벽에 둥근 달의 모양을 그릴 수 있다는 것도, 공들이 저마다 다른 높이로 튀어 오른다는 것도 전혀 새로운 일이 아니다. 그것들은 극적인 사건이나 어떤 조형적인 절정의 순간을 추구하지 않는다. 각자의 위치에서 주어진 조건을 받아들이며(견뎌내며) 주어진 일을 반복적으로 수행할 뿐이다. 그러므로 여기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고 할 수 있다. 극적인 사건들이 쉴 새 없이 일어나는 세상과, 세상보다 더 극적인 사건들로 채워지곤 하는 미술관들의 드라마, 이벤트는 여기에 없다. 그러면 대체 이것들은 무엇을 보여주기 위해 여기 있는가. 이들은 무슨 일을 하는 것인가. 누군가가 이렇게 묻는다면 나는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일의 결과가 제로가 되는 것, 헛수고, 공회전, 목적을 이루는데 실패하는 것, 실패를 받아들이는 것, 실패를 받아들이는 법을 배우는 것, 실패 자체를 목적으로 삼는 것... 그리하여 그 실패의 과정에 투여된 노동과 시간이 온전히 그 적나라한 모습을 드러내도록 하는 것이다. 그것이 이들의 일이다. 그럼으로써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으면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는가?" 라는 질문, 또는 우리가 이처럼 쉬지 않고 일을 하는데도 왜 삶은 변하지 않는가, 우리가 얻었던 것들은 어째서 잘못 배달된 선물처럼 되돌려주어야 하느냐는 질문을 하려는 것이다. ■ 안규철

안규철_완성되지 않는 건축_HD 비디오_00:13:40_2014

The Swedish poet Tomas Tranströmer wrote, in Leaflet, "We see all and nothing." Taking this sentence, I elaborated the following. We know everything, but and we know nothing. We say everything, but and we say nothing. We do everything, but and we do nothing. Everything we do may ultimately become nothing. This is the most fundamental problem that arises from our experience of this world. ● Without realizing their goals, our actions repeat aimlessly. The aims deviate as the means betray the aims and the future we sought fails to arrive. The place we believed we arrived at keeps breaking under our feet and we always find ourselves back where we started. We come to realize that those things we thought we earned through hard work and effort were either mistakenly delivered to us or only temporarily borrowed and must be in every instance be returned. We never actually stood where we thought we stood, saw what we thought we saw, or possessed what we thought we possessed. We left this place and searched for another, yet we always ended up at some other destination. Or, without arriving at any destination, we found ourselves back where we began. During this process, what was everything to us turned into nothing and what was nothing became everything, as our destiny was violently turned upside down. ● My work can be seen to question the paradox of this world. Why do we fail at our endeavors? Where do our good intentions go—those intentions that disappear like soap bubbles, never reaching their goals—as well as all the time we devote to them? This is a question I direct at myself as well as one addressed to our limits. Ultimately, this is a question that asks if our work, all that we earnestly devise, will indeed be meaningful. However, in so far as this question questions everything, we should not forget that, in actuality, it may bring about the effect of questioning nothing. ● The question that must always be posed is the question that asks, "What are the questions that are not being asked?" This is because the questions that are left out, those too simple or fundamental, those that are skipped over because they are impractical or unrealistic, are ultimately going to decide my limits and my fate. Each and every question has its own point of view, and every one of these points of view brought together brings about a three-dimensional view of the subject. However worthless the question, it transcends the horizon of our cognition of the world; it can come into contact with the very type of inquiry that asks after what lies behind the stars of the night sky. In order to begin thinking, we must begin by questioning. At some point in the distant past of my childhood when I began incessantly asking "Why?" in the face of everything that came before my eyes, the world opened its doors to me. From the beginning, there were questions. If there was speech in the very beginning, then that speech most likely took the form of the interrogative. ● There is the intention (A), the process (B) needed to realize this intention, and the result (C) that is attained through this process. The result (A+B=C) that follows from the combination of intention and process is our work. However, what happens if the process is realized without producing a result? When the idea that the intention will be actualized into an end is omitted, then A=0, A+B=0, and C=0 will be the outcome. In other words, this is the state of letting nature be, the state sought by the traditional ascetic. Walking without destination. Emptying the mind/heart. The pursuit of silence. Notwithstanding the danger of falling into a state of blind existence, if we are to inquire if there is indeed something like meaning in our lives, it may become unavoidable to ultimately eliminate aims from our lives, or the very will to realize some result, and resolve ourselves to the process of just "living" life itself. In so far as questioning if there is indeed meaning in working, or if there is meaning in our existence often results in vain, we may have to put into practice processes without aims. ● Seeing a material object plunge from its heights to the floor is nothing new to us who live in a world ruled by gravity. Neither is it new to us that glass cups each have their own octaves, that you can unravel the threads of a sweater to knit another, collect the rays of light reflected from mirrors to draw a round moon shape on the wall, or that each ball will reveal its own height when bounced. These are neither dramatic events nor do they seek to capture a sculptural climax. Rather, they are merely repeatedly carrying out the work that each object has been given, following from the acceptance of (and enduring) the conditions that come with each object according to its position. In this manner, we could say that nothing happens or comes to pass in regard to these events. Here there is neither a world filled with unceasing dramatic events, nor the drama of art galleries that seek to suffuse themselves with more dramatic events than the world. Then, what are these objects here to show us? What kind of work are they doing? If someone were to ask these questions, I would respond with the following: work that renders zero results, work in vain, aimless repetition, failure to realize goals, accepting our failures, learning how to accept our failures, making failure itself into a goal…and unabashedly bringing out the plain shape of the labor and time that went into that process of failure. That is the work of these objects. In this way the question, "If nothing happens, then what is in fact happening?" is precisely to ask, "Why is it that we work so hard and unceasingly but this brings no change to our lives?" or "Why is it that we have to return what we have achieved like a present that wasn't intended for us?" ■ Kyuchul Ahn

Vol.20140829g | 안규철展 / AHNKYUCHUL / 安奎哲 / install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