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모란미술관 기획

안형남展 / AHNHYONGNAM / 安螢南 / mixed media   2014_0829 ▶ 2014_1005

안형남_핏줄2_알루미늄판에 유채, 네온등_244×244cm_2012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후원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관람시간 / 10:00am~06:00pm

모란미술관 MORAN MUSEUM OF ART 경기도 남양주시 화도읍 월산리 246-1번지 Tel. +82.31.594.8001~2 www.moranmuseum.org

이번 모란미술관의 『안형남』展은 지난 30년간 주로 미국에서 활동하면서 주목할 만한 예술적 성과를 보여준 재미 조각가 안형남의 조형미학을 조망해보고자 하는 의도로 기획된 전시이다. 17살에 미국으로 간 작가는 시카고 예술대학(School of the Art Institute of Chicago)을 졸업한 이후, 다양한 기술매체를 활용한 예술실험을 통해 지속적으로 조형적 지평을 확장해왔다. 1982년 한미 수교 100주년 당시 백남준과 더불어 한국을 대표하는 작가로 선정된 이유도 그의 이러한 예술적 시도들이 높이 평가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안형남은 초기부터 첨단의 기술매체를 이용한 방식과 조형적 기법으로 키네틱 아트(Kinetic Art)의 범주에 해당하는 작품을 제작해왔다. 물론 여기서 그가 단순히 기존의 키네틱 아트에서 사용된 기법을 채택하고 적용하는 작업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구조와 형식을 응용하여 기술과 예술의 결합을 효과적으로 보여주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이와 관련된 대표적인 예로 1980년대 초에 라이트(light)의 예술적 효과를 적용한 설치작품 Light Installation in Space이라든지 철판, 빛, 소리, 첨단기술 등을 복합적으로 활용하여 제작한 환경조각 작품인 Living Lantern of Chicago를 들 수 있을 것이다. ● 안형남은 기술매체를 미학적 차원으로 변용하는데 능숙한 솜씨를 보여주는 작가이다. 초기의 작업에 사용된 금속, 빛, 소리 등은 기술의 변화에 따라 새롭게 변화된 문화적 상황을 반영한다. 철의 구조로 이루어진 건물, 대도시의 밤을 밝히는 라이트, 그리고 기술문명이 빚어내는 다양한 소리들이 작품에 상징적으로 재현된다. 이런 점에서 그의 초기 작품들을 기술매체에 매혹된 작가의 작업의 결과물로 평가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평가는 그리 적절한 것이 아니다. 안형남의 작업은 20세기 초 미래파의 기계시대의 미학을 추구하거나 단지 현대의 기술문명을 찬양하기 위한 작업과는 그 양상을 현저히 달리한다. 그가 기술과 예술의 접목을 시도한 이유는 기술문명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이 처한 존재상황을 표현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달리 말하자면, 기술문명이 점점 인간의 삶에 깊이 침투하는 상황을 예술로 제시하는데 있었던 것이다. 안형남은 기술과 예술이 어떻게 양립할 수 있는지, 그 가능성을 모색했던 작가이다. 이와 같은 점 때문에 Art in America, The New Art 등의 미술전문지에 게재된 그에 대한 비평글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높은 평가를 받았고, 시카고, 뉴욕, 미네소타, 마이애미 등의 유수한 미술관에서 초대를 받아 전시를 개최하였다.

안형남_핏줄3_알루미늄판에 유채, 네온등_244×244cm_2012
안형남_핏줄1_알루미늄판에 유채_143×220cm_2012

1980년대 기술과 예술의 양립가능성을 독창적인 조형성으로 제시해왔던 안형남은 이후 시애틀로 이주하면서 자연과 만나게 된다. 작가의 말에서 짐작해보건대 이 시기에 자연의 숭고함을 경험하고 내적으로 성찰하는 시간을 보냈던 것 같다. 작가에게 전시는 작업의 중요한 동기이며 동시에 한 매듭이지만, 이 시기에는 전시 그 자체보다는 내면적인 작업으로 침잠해 들어갔다. 자연과 더불어 긴 사색의 시간을 보내면서 작가는 사람들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삶의 모습을 마음으로 찾아 나서게 된다. 실상 기술이든 자연이든 결국 인간과 관계하지 않는다면 그 모든 것이 어떤 의미를 갖겠는가? 예술은 본질적으로 인간의 문제인 것이다. 이후 안형남 작가는 뉴욕에 작업장을 마련하고 오랫동안 축적된 조형적 힘을 가시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을 본격적으로 제작하기 시작한다. 최근 10년 동안 이루어진 작품에는 그의 오랜 사색과 작업의 여정이 드러나 있으며, 기술, 자연 그리고 인간에 대한 사랑과 이해가 예술적 형상으로 응축되어 있다. ● 초기부터 최근까지 안형남은 장르의 틀이나 형식에서 벗어나 작업을 해왔다. 특히 지난 2007년부터 2010년 사이에 제작된 작품들, 예컨대 Unconditional Love(#1, #2, #3, #4), Pond, Ocean, Come Sing Along, Summer, Butterfly, On the Beach, Hope 등은 조각과 회화가 공존할 수 있는 조형적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실상 삼차원 오브제의 매스와 회화적 평면은 서로 다른 조형적 조건을 갖고 있기에 양자를 결합한 시도가 성공적인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그러나 안형남은 이러한 작품들에서 조각과 회화의 조형적 공존을 자연스럽게 보여주고 있다. 이는 작가가 예술대학 재학 당시 액션 페인팅의 전면회화(all-over painting)를 떠올리는 회화적 역동성을 컴퓨터 프로그램을 활용하여 제작한 라이트 설치작품에서 이미 예견될 수 있었던 것이다. 이와 같은 점 때문에 안형남의 작업을 두고 조각과 회화의 경계를 넘나들면서 작가의 행위와 이에 따른 조형적 흔적을 제시하는 놀이행위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안형남_카오스_알루미늄판에 유채, 네온등, 금속_92×76×76cm_2009

또한 조각과 회화의 결합은 네온 라이트의 활용으로 작품의 존재방식과 지각에 상당한 변화를 초래하고 있다. 금속과 물감이 네오의 빛과 함께 어우러진 유기적 오브제는 공간을 새롭게 환기시키면서 생명감을 촉각적으로 느끼게 한다. 금속의 유기적인 형태, 그 선과 면의 자유로운 교차 그리고 파랑, 빨강, 노랑 등의 원색으로 칠해진 표면과 네온 빛의 절묘한 조화는 관람자의 시선을 이끌어낸다. 네온 빛의 발현 속에서 조각과 회화가 응축되어 제시된 작품들은 정중동(靜中動)의 조형성을 형성하면서도 다양한 이미지와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한다. 이는 작가 스스로 작품에 부여한 제목과 상응하면서도 조형적 의미를 강화시켜주는 효과를 낸다. Blood Line (#1, #2, #3), Pan So Ree(Tango, Flaminco Fado), Moon Dance (#1, 2, 3), Jazz and Blues, Unconditional Love (#5,#7, #8, #9), Teacher and Disciple, Wing, Love One, Song of Love, Homesick (#1, 2, 3), Missing You, Mother Earth 등의 작품 제목만 생각해도 안형남 작가가 어떠한 태도로 오랜 시간 동안 작업을 진행해 왔는지를 충분히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제목에서 엿보이는 향수, 고독, 사랑, 신앙, 열정에 대한 마음은 공간을 이해하고, 매스를 다루고, 구조를 만드는 조형적 과정에 적절하게 상응하고 있다는 점을 또한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안형남의 조형언어는 담백하고 솔직하다. 형태, 색 그리고 빛은 단순히 조형적 기법의 방편이거나 효과의 극대화를 위한 것이 아니다. 그의 작품에 나타난 원초적인 형태, 원색의 평면성 그리고 빛의 재구성은 결국 기술, 자연, 인간 그리고 삶에 대한 마음의 재현이기 때문이다.

안형남_사탕과총_알루미늄판에 유채, 스테인레스 스틸_122×76×76cm_2008

안형남은 세련된 기법이나 추상적, 관념적인 조형성을 추구하는 작가는 아니다. 이는 특히 앞서 언급한 최근의 작품들에서 확인된다. 그의 작업은 예술적 영감과 원천이 궁극적으로 인간과 삶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증명하는 예술적 행위이자 놀이이다. 또한 기술과 자연의 환경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에 대한 소박한 재현의 과정이다. 그러기에 조각과 회화가 융합되어 네온의 빛으로 환기된 그의 작품을 단지 조형적 형태나 기법의 측면만을 두고 평가하거나 이해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일이다. 안형남은 인간에 대한 사랑을 예술로 표현할 수 있다는 것, 그것만으로 마냥 즐거워하는 어린아이의 심상(心像)을 지닌 작가이다. 이는 작가의 말에서도 그리고 작품 그 자체에서도 확인된다. 철학자 니체(F. Nietzsche)는 "어린아이는 순진무구요 망각이며 새로운 시작, 놀이, 스스로의 힘에 의해 돌아가는 바퀴이며 최초의 운동이자 거룩한 긍정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이 말은 인간의 삶의 가장 근원적인 모습이 어린아이의 놀이세계, 즉 예술의 세계에서 이루어진다는 것을 보여준다. 안형남 작가의 작업세계와 작품에 대한 글을 쓰는 내내 이 말이 필자의 머리에 맴돈 것이 그리 우연한 일만은 아닐 것이다. ■ 임성훈

Vol.20140830f | 안형남展 / AHNHYONGNAM / 安螢南 / mixed med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