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에 선 풍경

진훈展 / JINHOON / painting   2014_0901 ▶︎ 2014_0929 / 주말,공휴일 휴관

진훈_두개의 공간 no2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30.5×97cm_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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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2014 이랜드문화재단 4기 공모展

주최,기획 / 재단법인 이랜드문화재단

관람시간 / 09:00am~06:00pm / 주말,공휴일 휴관

이랜드 스페이스 E-LAND SPACE 서울 금천구 가산동 371-12번지 이랜드빌딩 Tel. +82.2.2029.9885 www.elandfa.org

이랜드스페이스에서는 2014년 9월 2일부터 9월 29일까지「2014 이랜드스페이스공모작가」로 선정된 진훈 작가의 전시회를 한 달간 진행한다. 자신의 생각을 회화를 통해 사람들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진훈 작가의 아홉 번 째 개인전이다. 그는 그림도 하나의 언어라고 강조한다. 그가 생각하는 그림은 관객에게 기호화된 이미지로 단순화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 보다는 작가가 받은 느낌을 형상화해서 보여주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는 작품의 소재 자체를 그리는 것이 목적이 아니다. 작품의 소재를 그려냄으로써 관객들에게 작가의 감정을 잘 전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그는 말한다. 이번 전시의 제목은 '경계에 선 풍경'이다. 그는 사물과 사물의 경계선이 만들어내는 풍경을 그려내고 있다. 건물, 사람, 나무 등 여러 소재들 간의 경계를 낯선 풍경으로 그려냈다. 작가가 그려낸 언어를 읽는 과정을 통해 작가와 관객 모두에게 새로운 에너지를 줄 것이다. ■ 이랜드 스페이스

진훈_black in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97×130.5cm_2014
진훈_proclaim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62×130cm_2014

경계에 선 풍경-진훈의 회화에 대하여 ● 진훈의 그림에는 다양한 소재가 등장한다. 자연과 건축물이 함께 서있는 도시의 풍경이라든지, 거대한 나무가 한 화면을 이루는 그림, 벽과 벽 사이의 닫힌 커다란 문, 횡단보도를 걷고 있는 두 사람의 모습, 나무와 도로의 경계가 맞닿아 있는 풍경 등. 그의 시선에 포착되고 그려진 그림이란 하나같이 모두가 독립적이고 개별적이다. 그래서 쉽게 작품이 말하는 내용을 알아채기란 쉽지 않다. 작품 사이에는 그 관계성이 모호하며, 개별적인 사건의 단서처럼 보이는 그림이다. 사건현장을 조사하는 경찰처럼 이 난해한 작품 해석의 실마리를 찾아본다면 더 미궁 속으로 빠져들지도 모른다. 단서 하나하나를 연결해도 쉽게 사건의 실마리가 풀리지 않는 미해결 사건처럼 이 그림들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쉽게 도달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이것은 범인이 마련한 트릭처럼, 작가 스스로가 의도한 모호성일지도 모른다. 다시 한번 호흡을 가다듬고 진훈의 작품과 만나보자. 무엇이 보이는가? 아니 무엇을 보려고 했는가? 표면적으로 바라보자면 진훈의 작품은 그림이다. 그러니까 캔버스에 붓과 물감을 통해 완성되는 회화라는 것이다. 진훈의 회화는 '그림은 그저 그림일 뿐이다'라는 명제에 대한 답을 끊임없이 말하고 있는 듯하다.

진훈_거짓말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72.5×60.5cm_2013

오랫동안 회화라는 것은 납작한 평면에 3차원의 공간을 재현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재현의 도구인 물감을 사용해 2차원의 공간에 3차원의 환영을 불러일으키려는 것이 과거 서양화의 수백년간의 노력이었다. 이러한 무구한 회화의 전통에 반기를 든 것이 현대미술의 추상화였다. 재현의 노력이 결국 물감덩어리라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었고, 회화에서 재현의 역사는 끝났음을 예견했다. 그렇다면 진훈은 재현의 종말 시대에 구태연하게 '회화란 무엇인가'라는 이 식상하고, 때 지난 질문을 왜 다시금 하고 있단 말인가? 그는 다년간 영상과 매체작업을 시도했다가 현재의 회화로 전환했다고 한다. 영상과 미디어작업을 통해 장르확장과 표현력의 다양함을 체험했지만, 회화의 손맛을 지울 수 없었다고 한다. 회화가 주는 신체성의 매력을 몸소 체득했기에 지금의 회화작업으로 전환한 계기가 된 것이다. 작가의 손과 몸을 빌어 탄생된 회화야 말로, 유일무이한 원본성의 아우라(aura)를 지닌 예술의 매력이라는 것을 진훈 스스로가 작품으로 증명하고 싶어하는 지점이다. 그러니까 진훈의 그림에는 이미지가 허구이지만, 그 허구를 통해 진실을 찾고 싶어했던 전통적인 예술가들의 창작에 대한 애정과 닮은 열정을 보여주고 있다. 이것이 그가 회화를 고수하는 이유일 것이다. 그의 생각은 다음과 같은 작가노트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나의 작품은 동시대에선 이미 폐기 되어버린 듯 보이는 '실체', '본질', '원본성'의 개념을 작가가 여전히 유의미한 것으로 여기고 있음으로 해서 느끼게 되는 갈등과 문제의식의 결과물이다." (진훈 작가노트中)

진훈_삶의 조건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62×130cm_2014
진훈_어떤슬픔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08×162cm_2014

형식상으로 진훈의 작업이 '회화란 무엇인가'에 대한 자기 확신의 과정으로서의 그림이었다면, 그 내용과 작품의 이면에 집중해보자면 여러 심리적인 반응들을 읽어낼 수 있다. 여러 가능성 중에 작품의 전체를 관통하는 붉은 색채에 주목하고 싶다.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레드컬러는 작품 안에 긴장감을 높이며, 현실을 부수는 장치를 한다. 진훈의 그림에 나타난 장면이 이질적인 풍경이 아닐지라도, 레드컬러의 등장으로 불안감과 낯섦을 유발한다. 그러니까 붉은 색조의 사용은 경계와 경계가 만나는 지점에서 파열되는 위태로움을 증폭시키고, 작가의 무의식에 내재된 불안이 붉은색의 심리작용으로 반복적으로 재생산되고 있다. 이것은 과거의 것이 기억으로 소환되지 못하고 주체의 행동으로 반복해서 현재화시키는 '반복강박(repetition compulsion)'에 의한 표현처럼 보이기도 한다.

진훈_평행선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80.5×100cm_2014

붉은색의 긴장감과 더불어 사건의 단서와 같이 개별적으로 보여지는 화면에는 경계와 경계가 만나는 지점을 보여준다. 인공건축물인 도시의 건축물 사이에 놓인 나무라던가, 문을 통해 보여주는 이 곳과 저 공간의 경계, 위를 올려다 본 계단 그림들처럼 작가의 시선에 포착된 것은 대개가 경계를 마주한 풍경이다. 불안하고도 어딘가 불편한 이 화면들은 창작을 계속하고자 하는 자신과 작업을 포기할 수도 없는 그 경계에 서 있는 자신의 불안정한 심리를 표현 했는지도 모르겠다. 진훈은 오랫동안 자신이 생각하는 것을 그림을 통해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진지하게 해왔다. 대상을 바라보고 그것이 자신의 몸을 통해 들어오는 것을 뚜렷한 주제나 확연히 보이는 메시지로써의 그림이 아닌, 진훈 고유의 방법론을 찾기 위한 시도를 지금까지 해온 것이다. 그래서 그의 그림은 쉽게 내용을 파악할 수 없으며, 모호하고 불명료한 개념과 이미지가 화면 안에 부유한다. 좋은 작품이란 익숙한 것을 낯설게 바라봄으로써 가능하다고 본다. 익숙하게 바라본 대상이 아니라, 일상의 풍경과 사물을 그만의 독특한 시각으로 바라봤을 때 좋은 작품이 된다고 본다. 진훈은 낯설게 바라본 현실의 풍경과 자신을 둘러싼 삶에 대한 의문을 회화로 풀어내고 있다. 미완성의 동화처럼 아직도 모호한 정리되지 않은, 그래서 더 증폭될 가능성이 많음이 그의 무궁한 작품창작의 에너지라고 본다. 미해결 사건의 결말이 궁금해지는 것처럼, 주제의식이 이미지 안에 위장된 이 모호하고 불명료한 진훈의 그림이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까닭이다 ■ 고경옥

Vol.20140905f | 진훈展 / JINHOON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