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풍경 An Autumn Scene

가을은 그 풍성함과 다채로운 추색(秋色)의 향연 속에 사람들로 하여금 잊고 있던 추억을 자아내게 하거나 그리움을 불러일으킨다. 롯데백화점 본점 명품관 애비뉴엘(B1~4F)에서는 회화, 조각, 도자 등 가을의 서정성을 담아내는 작품들과 함께 『가을풍경 An Autumn Scene』展을 연다. 극사실 회화의 매력이 돋보이는 이목을 작가의 대추나, 사과에서부터 이영섭 작가의 어머니, 불상 등을 소재로 한 「발굴조각」, 이헌정 작가의 달항아리, 도조에 이르기까지 전통과 현대의 조화를 고유의 작가적 언어로 잘 이끌어내고 있는 작품들을 선보이는 이번 전시는 사람들마다 품고 있을 같은 듯 다른 가을의 정경을 우리 앞에 펼쳐놓는다.

이목을_空 808-1_나무에 유채_120×91cm_2008

이목을 작가는 자신의 신체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한국 극사실화를 대표하는 작가 중의 한 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주로 나무 위에 그려낸 사과, 대추 등의 과일이나 고등어, 도루묵, 교과서 등 서정적 감성과 기억을 자극하는 대상들은 사실적 표현을 넘어 '공空'이라는 동양적 사상의 한 면을 담아내고 있다. 또 최근에는 웃는 얼굴을 추상적으로 표현한 「스마일」 연작을 발표하면서 작업활동의 폭과 깊이를 넓혀가고 있다.

이영섭_반가사유상_혼합재료_75×25×23cm_2014

이영섭_어머니_혼합재료_70×26×22cm_2011

이영섭 작가는 이른바 '발굴기법'이라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인공적이면서도, 자연스러움이 공존하는 조각을 빚어낸다. 흙을 파내 그 위에 드로잉 한 후 여러 재료가 섞인 시멘트를 붓고, 다시 흙을 덮어 일정 시간 굳힌 후 발굴해내는 과정을 거친다. 이는 곧 과거와 현재라는 시간적 경계를 넘어 우리 고유의 미학인 고졸미의 현재적 가능성을 찾는 일이기도 하다.

이헌정_Drawings_세라믹, 혼합재료_2013

이헌정_Moon jar_백자_54×43cm_2014

이헌정 작가는 그간 도예라는 한정적인 울타리를 벗어나 회화, 설치, 조명, 가구 등에 이르기까지 특정의 형식적 정형성을 탈피해 새로운 시도와 해석을 선보이면서 해외에서도 많은 호평을 이끌어냈다. 그는 달항아리의 한 부분을 함몰시키거나 이질적인 재료를 덧붙여 기존의 형식에 국한하지 않는 파격을 선보이면서도, 담백함을 유지해 색다른 조형미를 일궈낸다. ● 각기 다른 색깔을 지닌 세 작가가 그려낸 가을의 정경은 그 형식의 다름만큼이나 흥미로운 조화를 빚어낸다. 이는 또한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매력적인 시간여행의 즐거움을 선사해줄 것으로 기대한다. ■ 롯데갤러리

Vol.20140907a | 가을풍경 An Autumn Scene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