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결의 층계들 Skipping stones across the stairs of flow

박세준展 / BAAKSEJUN / 朴世峻 / painting   2014_0901 ▶ 2014_0925

박세준_물결의 층계들_패널에 캔버스 천, 아크릴채색_91×116.8cm_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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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4_0906_토요일_05:00pm

관람시간 / 08:00am~10:30pm

문화공간 숨도 THE BREATHING SPACE, SOOMDO 서울 마포구 신수동 31-1번지 숨도빌딩 1층 Tel. +82.2.717.3535 www.soomdo.org

여기저기서 주워모은 이미지들을 가지고 기억의 강물에 물수제비를 뜬다. 겹겹의 동심원이 퍼져나가고 잔상들은 서로 중첩되어 뒤섞인다. 어느새 사라진 이미지를 대신해 남겨진 동심원들도, 조만간 홀연히 물결이 되어 자취를 감춘다. ● 미디어와 이미지 기술의 발달로 이제 이미지는 무한에 가깝게 소비되고 있다. 디지털 카메라를 예로 들자면 그 편리성과 거대한 용량에 의해서 더 이상 다시 돌아보지 않을 이미지, 혹은 한 번도 보지 않을 이미지들이 매순간 쌓이고 사라져 간다. 보이는 이미지보다 훨씬 거대하고 무수한 보이지 않는 이미지들이 있거나 혹은 있었음을 손쉽게 짐작해 볼 수 있다. ● 나는 각종 매체들을 통해, 지금 현재 있는 공간이 아닌 다른 시공간에서 벌어진 일들에 대한 이미지, 혹은 누군가의 상상과 직관 등으로 빚어진 이미지들을 한없이 받아들이며 살고 있다. 이 이미지들의 관점 또한 매우 다양하다. 우리는 이제 인간 신장을 척도로 하는 시각을 뛰어넘어서, 각종 고층 건물에서의 스펙터클한 시각을 얻었다. 나아가 동력을 통해 시각은 어디든지 날아다니게 되었고 심지어 우주로 나가서 지구의 정수리를 꿰뚫어 볼 수도 있다. 1초를 하루처럼 늘려서 단순히 사람의 눈만으론 볼 수 없었던 미세한 변화들도 관찰할 수가 있다. 우리의 관점과 시각적 기억은 이제 '생득적인 눈'의 시야에서 벗어나, 그렇게 '모든 공간으로부터의 눈'으로 확장되어 가고 있다. ● 그러나 동시에 사람의 시각은 제각각 조금씩 다르다. 당시의 정서, 상황, 지식, 경험 등에 따라 우리는 각자 조금씩 엇갈리는 세계 속에서 살고 있다. 그리고 그렇게 경험한 세상을 또 조금씩 어긋난 기억들로 간직한다. 기억상실증 혹은 치매에 걸린 환자가 그 이전의 사람과는 다른 사람이 되어버리는 것처럼, '기억'은 한 사람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핵심적인 요소 중 하나가 된다. 그런데 앞서 이야기한 바와 같이, 이 기억이라고 하는 것은 같은 사실도 사람에 따라 다르게 간직하게 만드는, 왜곡되고 변형되는 특징이 있다. 기억은 시간과 공간에 대한 인상을 자기 나름대로의 조작과 해석 등을 가미해 구성하고, 그것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또 다른 관점을 낳기도 하며, 과장되거나 생략되어 새롭게 구성되기도 한다. 그리고 기억한다는 것은 소멸에 대한 저항이기도 하다. 기념비(Memorial stone)와 묵념 의식에서와 같이 기억은 영원에 대한 의지와 일종의 약속을 내포하고 있다. 나는 이와 같은 기억의 특징들을 '나'라는 하나의 표현 필터에 대입시켜 보고자 하였다. 나는 내가 받아들이고 기록하는 시각 이미지들을 모아두었다가 그것을 하나의 화면에 중첩시켜서 그린다. 그러나 이미지들을 사실적으로 재현하는 대신, 조형요소들을 내 마음대로 뒤바꿔서 그린다. 이러한 과정을 통하여 각각의 이미지들의 기록되어 정해진 시간과 공간은 무너지고 그 틈새로 형상 고유의 모호함과 다른 경우의 수들이 슬쩍슬쩍 엿보이게 된다. ● 나는 '모든 공간으로부터의 눈'으로 조망하며 빚어지는 이미지적 공간을 탐색하고자 한다. 그 안에서 조형요소들을 분리하여 재조립하고 다른 경우의 수들로 엮어서, 마치 전쟁터에서와 같이 격정적으로 소비되고 사라져버리는 이미지들을 위한 위령비를 세워둔다. 그 이미지들의 잔상은 환희와 함께 어딘지 모를 쓸쓸함을 품고 있다. ■ 박세준

Vol.20140907h | 박세준展 / BAAKSEJUN / 朴世峻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