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일연속극은 지겨워

김한울_방재현_정지수_조우희_한솔展   2014_0909 ▶ 2014_0915

초대일시 / 2014_0912_금요일_07:00pm

후원,협찬 / 서울대학교 대학문화활동_서울대학교 우석홀

관람시간 / 11:00am~07:00pm / 금요일_11:00am~09:00pm

서울대학교 우석홀 WOOSUK HALL 서울 관악구 신림동 산 56-1번지 서울대학교 종합교육연구단지(220동) 1층 Tel. +82.2.880.5884 cafe.naver.com/woosukhall

어떤 드라마든지 좋습니다. 당신이 보았던 드라마를 하나만 떠올려 봅시다. 아들의 결혼을 방해하는 엄마, 언니의 남자를 사랑하게 된 동생, 난봉꾼인 아버지를 견디고 살아가는 맏딸은 도무지 납득가지 않은 상황에서조차 '가족'이라는 단어로 얼기설기 봉합됩니다. 인물들 간의 갈등은 가족이라는 관계성을 전제로 발생하거나 증폭됩니다. 드라마를 위한 조잡한 장치들은 때로 논리적인 개연성을 고려하지 않은 듯 보이고, 우리는 쉽게 일일 연속극의 비현실성에 대해 불평할 수 있습니다. 물론 픽션은 실제 존재하는 어떤 사건이나 인물도 완전히 재현할 수는 없습니다. 우리가 만약 일일 연속극에 몰입할 수 없다면, 바로 실제 삶에서 어떤 부분은 지나치게 과장하고 또 어떤 부분은 생략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 그러나 전시 타이틀인
'일일 연속극은 지겨워'라는 말처럼, 우리의 삶에서 떼어낼 수 없는 부분은 바로 그 질척하고 진부한, 드라마를 닮아있는 통속성 자체입니다. 차라리 드라마에서 재현되는 갈등들은 예상되는 카타르시스를 동반하며 해피엔딩으로 종료되니 얼마나 다행스러우며 부러운 일인지요. 가족이라는 형태로 묶인 순간부터 서로를 완전히 끊어내거나 화해하지 못한 채, 감정의 잔여물들을 지겹도록 끌어안고 살아내는 것은 드라마가 아니라 우리 자신의 삶에 가까울 것입니다. 


일일연속극은 지겨워展_서울대학교 우석홀_2014

'가족'은 한 개인이 속해 있을 수 있는 가장 작은 단위의 공동체입니다. 결코 똑같을 수 없는 개별적인 존재들이 가족이라는 관계 속에서 스스로를 노출시켜야만 합니다. 우리는 가장 안전하고, 친밀하다고 생각했던 바로 그 관계에서 상처받고 훼손됩니다. 누군가의 딸, 누군가의 아들로서 항상 처음인 것처럼 이해받기를 기대하지만, 그 기대는 오해로서 좌절됩니다. 도대체 우리가 알고 있는 가족은 누구이며, 왜 우리는 여전히 가족일까요. 전시에 참여한 다섯 명의 작가들은 이러한 상황 속에서 어떻게든 그 관계들을 복구하거나 재정의하려 시도합니다.

정지수_패밀리 메신저_사진, 출력물, 사운드_가변크기_2014

정지수는 평소 가족 내부에서 '중계자' 역할을 수행하는 본인의 상황을 작업의 재료로 삼아, 이를 '패밀리 메신저'라는 가상의 직업으로 발전시켜 좀 더 적극적이고 가시적인 방향으로 갈등을 드러냅니다. 여기서 작가는 소통의 수신자와 발신자를 동시에 대리하며, 가족이면서 동시에 한 개인인 그들의 상황에 깊숙이 감정이입하여 그들 간의 관계 뿐만 아니라 자신과의 관계 역시 화해시키려 시도합니다.

조우희_가족사진을 찍어드립니다_사진, 액자, 영상_가변크기_2014

조우희는 가족사진이라는 형식이 수반하는 효과들을 이용하여, '가족'이라는 개념의 통상적인 범주를 재고할 것을 요청합니다. 작가는 스튜디오 사진사로서 '정상 가족' 범주에 통합될 수 없는 가족들의 모습을, 신문지 게임이라는 장치를 개입해 영상과 사진으로 재현합니다. 그 결과물의 한 형태로서 액자에 걸린 '가족사진'들은, 이성애 정상가족 사진의 패러디로서 원본의 질서를 재기입하려 시도합니다.

방재현_ Sorry Mommy Romance_혼합매체_가변크기_2014

방재현은 어머니와의 카카오톡 대화를 소재로, 만화와 영상이라는 매체를 통해 모자 관계를 연인 관계로서 패러디합니다. 어머니와 아들이라는 상징계적 질서의 위치에서 안전하게 수용되는 발화들은, 작가 자신에 의해서 전형적이고 통속적인 연애 서사로 편입됩니다. 작가는 어머니의 연인으로서 의도된 어설픈 변장과 연기를 희극적으로 수행하며, 어머니와의 관계를 재배치하고자 시도합니다.

한솔_공동제작을 위한 공동제작_다채널영상_가변크기_2014 한솔_할머니를 위한 쇼파_다채널영상, 패널_가변크기_2014

한솔은 할머니와 할아버지 사이의 위계에 개입하는 방식으로써 '할머니를 위한 쇼파'를 제작합니다. 여기서 작가는 스스로가 그들과 그들의 관계를 대상화하고 있음을 인식하고, 이전 작업에서의 관찰자 시점의 일방적 용역 제공자의 위치에서 벗어나 '공동제작을 위한 공동제작'을 시도합니다. 작가는 가족을 대상으로 작업을 할 때의 윤리적 딜레마를 재현의 문제로 확장시켜, 대상이 가장 완전하게 포착될 수 있는 형식으로서 '공동제작'을 시도하는 과정을 전시합니다.

김한울_Untitled_영수증_가변크기_2014

김한울은 가족으로부터 경제적으로 자립하지 못한 예비작가로서, 그가 사용하거나 소비한 재화들을 영수증의 형식을 차용하여 기록합니다. 언젠가는 독립해야한다는 조급함과 당장은 경제적인 이유로 가족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는 예비작가로서의 무력함이 감사를 전달하는 영수증 말미의 문구에서 드러납니다. ■ 이연숙

Vol.20140909j | 일일연속극은 지겨워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