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에 길을 묻다

안말환展 / ANMARAN / 安末煥 / painting   2014_0911 ▶ 2014_0930

안말환_Dreaming Tree1_혼합재료_45.5×53cm_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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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후원 / 신한은행_THE FIRST CLASS

관람시간 / 10:00am~07:00pm

스칼라티움 아트 스페이스 상암점 SCALATIUM ART SPACE_SANGAM 서울 마포구 월드컵로 240(성산동 420번지) 서울월드컵경기장 2층 Tel. +82.2.306.3600 www.scalatiumwc.com blog.naver.com/artscalatium

소나무! 소나무... 그리고 또 소나무 ● 작가 안말환은 일관되게 나무를 그리는 작가이다. 그녀의 나무에 대한 천착은 20년 넘게 지속되고 있다. 초기(1998)의 추상화된 나무를 시작으로 2006년경 한동안 반짝이는 아름다운 미루나무 연작을 거쳐, 일련의 생명물이 출렁이는 바오밥 나무 시기를 지나 2010년경부터 소나무가 나타난다. 물론 이 모든 나무들이 혼재하여 나타나지만, 최근 소나무 연작에서는 그녀의 몸에 딱 맞는 가장 한국적인 옷을 찾아 입은 듯 생기와 깊이를 더해가고 있다. ● 사진작가 배병우가 소나무를 보고는 "아 저것이다. 저게 한국이구나"하고 느꼈듯이, 그녀에게 소나무는 숨 쉬듯, 안개사이로 스미는 햇살처럼 자연스럽게 찾아왔다. 예전부터 아이가 태어나면 소나무 가지를 함께 역어 금줄을 만들어 대문에 달아 액운과 반갑지 않은 손님을 경계하고, 소나무로 한옥을 지어 그 속에서 살았으며 춘궁기에 소나무 껍질을 벗겨 가루로 내어 먹었으며, 사람이 죽으면 시신을 소나무 관에 넣어 소나무가 자라는 언덕에 묻었다. 한국 사람은 소나무 숲에서 태어나 소나무 숲에서 살다가 소나무 숲에서 죽는다고 얘기하곤 했다.

안말환_Dreaming Tree2_혼합재료_45.5×53cm_2014
안말환_Dreaming Tree_혼합재료_45.5×53cm_2014
안말환_Dreaming Tree_혼합재료_80.3×116.8cm_2014

이렇듯 한국의 상징이고 한국인이 사랑하는 나무이기에 많은 작가들이 소나무를 소재로 작업을 하고 있다. 하지만 그들의 작품이 화면과 관객 사이에 일정한 거리를 유지한 비평적 관찰자의 시선으로 그린 풍경이었다면, 안말환의 소나무는 대상을 객체화한 것이 아닌, 화면 속의 대상으로 자신을 몰입시키는 그리하여 소나무를 "몸"으로 체험하는, 즉 자신이 스스로 소나무가 되는 강렬한 경험을 하게한다. 그녀의 소나무는 눈이 아닌 이미지가 아닌 "몸"으로 느끼는 사람의 온기 기척 숨결이 감돌고 있다. 이런 느낌은 돌가루와 물감을 섞어 겹겹이 올리고 나이프로 긁는 두터운 마티엘의 촉각적인 느낌과, 나무의 우듬지와 밑둥을 과감히 생략하고 화면 가득 나무의 몸통을 확대시키는 정형성을 벗어난 대담한 구도에 기인하고 있는 듯이 보인다.

안말환_Dreaming Tree_혼합재료_162.2×130.3cm_2014
안말환_Dreaming Tree_혼합재료_65.1×100cm_2013
안말환_Dreaming Tree_혼합재료_80×140cm_2013

그런 면에서 안말환의 소나무는 사람을 닮았다. 만져질듯 거친 소나무껍질 속에 푸른 수액이 흐르는게 아니라 따스한 인간의 피가 흐르는 것 같다. 또한 그녀의 소나무는 여럿이 모여 숲을 이루지 않는다. 화면 한가운데 거대한 나무기둥하나가 솟아올라 하늘을 향해 숭고히 확장한다. 또는 가지가 엉긴 채 영원한 사랑을 약속한 연리지 형태를 띠기도 한다. 그 중 최신작 200호 가득 그려진 소나무는 거대한 스케일로 압권이다. 이 소나무는 그녀가 석파정에 있는 수령 600년이 넘는 소나무를 보고 영감을 받아 작품화한 것으로 내뿜는 강한 기와 꿈틀거리는 줄기의 유장한 선은 이미지를 초월하여 확장하며 광활한 우주의 기(氣)와 맞닿아있다. ● 환경과 생태가 주목 받고 있는 지금 작가는 소나무에 내재된 근원적 생명력을 통해 물질과 스피드에 매몰된 현대인들을 치유하고자 한다. 오늘도 추사 김정희의「세한도」속의 고고한 선비정신을 표상하는 소나무의 맥을 이어 생기발랄하고 묵직한 존재감으로 21세기의 소나무를 그려가고 있다. 작가는 소나무의 혼령에 사로잡힌 무녀처럼, 매일 붓과 나이프로 소나무의 푸른 등불을 켜든 정령들을 불러내어 한바탕 생명의 마당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 이명

Vol.20140914f | 안말환展 / ANMARAN / 安末煥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