投影: 의식의 탐색

(재)한원미술관 2014 하반기 기획展   2014_0918 ▶ 2014_1114 / 월,공휴일 휴관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참여작가 / 김선민_서현_양소정_이윤희_정유나

후원 / 서울시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월,공휴일 휴관

(재)한원미술관 HANWON MUSEUM OF ART 서울시 서초구 남부순환로 2423 (서초동 1449-12번지) 한원빌딩 B1 Tel. +82.2.588.5642 www.hanwon.org

실존하는 인간의 예술의식 ● 사람은 누구나 한 번씩 시련의 시기에 오로지 자신과 맞닥뜨리는 경험을 한다. 인생이 자신의 의지로 노저어가야 할 험난한 여정이라는 것을 깨닫는 순간, 세상에 홀로선 자신의 존재를 확인한다. 나는 누구이고 나는 어떤 모습으로 살아야하는지, 나는 남들과 어떻게 다른지 등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는 순간, 나를 넘어서 본질적인 인간존재에 대해 물음을 돌리게 된다. 인간은 의식적 존재이고, 인간의식은 태어나고, 양육되고, 교육받고, 생활하고, 근무하며 소속되는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생활세계를 지향할 뿐 아니라, 현시점에서 자신의 과거를 아로 새기며 의도적으로 미래를 지향한다. 그러니 인간존재는 그 의식의 지향작용으로 인하여, 나의 존재와 나의 세계, 나의 존재와 내가 처해있는 상황이 결코 분리할 수 없이 긴밀하게 얽힌 '현존재(現存在, Being-in-the-world)'이다. 현존재가 자기자신과 내면적으로 관계하는 것, 자기자신과 만나는 것, 자기존재에 있어서 가장 고유한 가능성을 자각하는 것을 하이데거(Martin Heidegger, 1889~1976)는 '실존(實存)'이라 하였다. 자기자신에 대한 내면적 성찰, 자신과의 만남을 통해서 자신의 존재문제에 정면대결하여 자신에게 가장 고유한 가능성을 이해하는 것은 본래적 존재양식, 즉 실존이며 현존재의 본질은 그 실존에 있다. 실존하는 인간은 자신을 둘러싼 여건과 처지를 스스로 선택한 것이 아니라 그냥 거기에 내던져진 자신을 발견한다. 익명의 평균인에서 벗어나 나는 세계 내 존재(世界內存在)로서, 낯선 세계에 발가벗겨져 내던져진(thrownness, 被投性) 단독자인 것이다. 사르트르(Jean Paul Sartre, 1905~1980)에 따르면, 세계에 내던져진 우리는 타인과 평화로운 공존을 누리기보다는 필사적 투쟁을 피할 수 없다. 사르트르의 실존주의에 있어서는 자아와 타자의 관계, 대타존재(對他存在) 혹은 모든 사회적 관계는 끝없는 투쟁의 연속이며, 이러한 적대적 갈등에서 빠져나올 수 없다. 외로운 단독자로서 자신을 발견하고 세상과의 외로운 투쟁을 깨닫는 내면의 깊은 곳에는 불안의 심리가 자리하는데, 특정한 대상이 없는 이 근원적 불안심리는 인간의 원초적 감정으로 의식과 무의식의 저변에서 작용한다. 실존이라는 깨달음을 이끌어내는 인간의 근원적 불안의식은 수많은 종류의 신화를 탄생케 하고 철학과 예술의 세계를 형성해왔다. 불안에서 벗어나려는 인간의 욕망과 그 속에서 결코 빠져나올 수 없다는 숙명의 좌절 사이에서 인생의 희노애락이 꿈틀대는 것이다. 인간의 의식에 대한 이러한 현상학적 고찰은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cogito ergo sum)"라고 했던 데카르트(René Descartes, 1596~1650)의 근대적 자각에서 출발했으나, 의식적 주체에 대한 분석은 결코 자기 완결적인 상태가 아니라 언제나 '무언가에 대한 의식', 즉 의식이란 대상이 드러나는 장이라는 발견에서 전개되었다. 즉, 인간의 의식은 필연적으로 어떤 것에 대한 의식이며, 항상 일정한 대상을 향해 있기 때문에 우리의 의식행위는 표상이건, 판단이건, 사랑이건 혹은 증오이건 욕망이건 반드시 그 어떤 대상에 대한 행위이며, 그 대상을 지향적으로 소유하고 있다. 의식의 개념이 자신에게 완전히 투명하게 현전(現前)한다는 개념에서 의식이 초월론적 존재론에 근거하고 있다면, 이후 후기구조주의에 들어와서 인간의 의식개념은 형이상학에 대한 비판의 전략 속에서 철저히 해체되고 붕괴된다. 즉, "내가 생각하는 곳에 나는 존재하지 않고, 내가 생각하지 않는 곳에서 나는 존재한다"는 라깡의 선언은 존재와 사유의 사실적 분리를 주장한 것이며, 이는 곧 데카르트를 시작으로 한 이성중심주의에 대한 반동이다. 현상학에 대한 본문에서의 고찰은 전경갑, 「현상학」, 『현대와 탈현대의 사회사상』(한길사, 1998)과 기다 겐 외 지음, 『현상학사전』(도서출판 b, 2011)을 참고했다. 상상과 몽상이라는 예술의식 ● 그렇다면 예술에서 의식은 어떻게 작용하는가. 플라톤에서부터 예술은 상을 모방하거나 상을 형태화, 표상하는 행위, 즉 이미지를 그리는 상상의식에 의해 이루어진다. 종래의 심리학이나 형이상학은 상상력이 신체와 관계하거나 사물 내지 사물과 같은 존재로 파악되어 이것을 저급한 능력으로 간주해왔다. 그러나 데카르트에게서 상상한다는 것은 정신이 자기를 물체로 향하게 하여 그 물체 속에서 자신에 의해 이해된 관념 내지 감각에서 지각된 관념에 대응하는 것을 직관하는 것을 말한다. 더 나아가 현상학은 지각과 상상에서는 의식의 대상에 대한 관계방식이 본질적으로 다르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지각은 대상을 현실적으로 여기에 존재하는 것으로서 정립하지만, 상상이란 대상을 無로 정립함으로써 현실을 초월하는 작용이다. 사르트르가 주장하듯이 상상력은 인간적 의식의 본질적 작용인바, 적극적으로 평가되어야만 한다.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것을 산출하는 상상적 의식은 창조적이다. 따라서 예술 작품은 상상적인 세계에 존재한다. 프랑스의 과학철학자 가스통 바슐라르(Gaston Bachelard, 1884~1962)는 이미지와 상상력에 새로운 생명을 부여하였다. 그에 의하면 상상력은 단순이 이미지를 형성하는 재생산적 상상력이 아니라 이미지를 변형시키는 능력이며, 주체를 해방시키는 요소, 즉, '창조적 상상력'이다. 그에게서 상상력은 물질성에 기반한 물질적 이미지로서, 느릿한 몽상 속에서 천천히 변화를 겪는데, 단지 감성의 작용에 의해서만이 아니라 로고스적 사고에 의해 그 속에 질서가 존재하게 된다. 바슐라르는 기존의 철학적 의식의 개념으로는 설명될 수 없는, 새로운 카테고리로 분류되는 '몽상의 의식(la conscience rȇveuse)'을 제시한다. 몽상의 의식은 시적 이미지를 만들고 키워나가며 그것은 이미지를 창조하는 상상력의 활동 장소가 된다고 보았다. 그렇다고 몽상은 수면 상태로의 퇴행이나 꿈과 같은 무의식의 활동이 아닌 의식의 활동에 속한다. 몽상은 합리적 의식과 무의식의 사이에 위치하고 있는 의식이자, 현실 세계와 비현실 세계의 매개지대를 탐색하는 의식, 끊임없이 시적 몽상을 유발하는 의식, 존재 이전의 상태로부터 나오는 의식이다. 이것이 이미지의 근원에서 활동하고 있는 의식이다. 홍명희, 「바슐라르의 상상력의 현상학」, 『프랑스문화예술연구 제24집』(2008), pp.357~375 ; 홍명희, 『상상력과 가스통 바슐라르』(살림출판사, 2005) 참고. ● 예술은 인간과 사물의 세계를 모방한다기보다는 '상상력'을 통해 그 세계를 꿰뚫는 것이며 이를 통해 미적 형식을 드러냄으로써 그 세계의 본질적 성격을 말해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창조적 상상력은 인간과 대상세계에 대한 통찰력이자, 예술활동에서 평범한 사물들과 현상들에 대한 진정한 자세로 형상을 표출할 수 있게 해주는 원동력으로서 진정한 의미에서 조형예술활동의 세계로 인도한다. 근대 이후 예술은 이미지의 모방이나 재현이 아닌 창조이기에 예술가는 세계를 통찰하거나 예언하는 의식을 지닌, 보편적 인간을 초월한 존재자로 인식되었다. 오늘날 예술가는 일반인들과 다른 독특한 세계관을 지니는 몽상가, 그들이 보지 못하는 세상의 이면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고발자라는 기인(奇人)이자 변혁가로서의 역할에도 의미를 부여한다. 신자유주의 경제체제로 넘어오면서 고도화된 자본의 인간지배는 인간소외를 더욱 가중화시키고 따라서 인간의 상상력은 자본의 도구로 전락하면서 진정한 의미의 창조적 상상력보다는 '상상을 모방하는 상상력'에 가까워지는 현실을 목도하게 된다. 시각예술 분야는 다원화시대의 분위기에 맞추어 다차원의 실험을 통해 장르의 한계를 벗어나려 애쓰지만 그 또한 유행현상으로 재생산되면서 새로운 형식을 창조해낼 근본적인 예술적 상상력의 부재를 드러내고 있다. 새로운 정보와 제도의 생산을 위해 상상력을 구호처럼 외치는 이 시대의 공허함은 창작의 주체로 하여금 다시 상상력의 근원, 인간의 본질적인 내면의식에 불을 밝힐 것을 요구한다. 예술에 투영된 인간의식의 탐색 ● 우리 시대는 정치, 경제, 문화예술의 흐름이 그 어느 때보다도 급속도로 빠르게 변화하면서 기성의 가치관이 쉽사리 전복되어 개인 삶의 기반마저 확신할 수 없게 되고 예측 불가능한 미래,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정세 속에서 현대인의 의식에는 허무주의가 자리하고 있다. 생활자들의 불안과 고독감은 밝은 미래를 약속하는 국가정책의 의지를 불신하게 만드는 것이 바로 지금의 현실이다. 긴장과 모순, 고독과 허무함이라는 삶의 모순을 인식하고, 내면의 깊은 울림 속에 부조리한 세계를 깨닫는 순간, 예술은 이러한 인간의 실존과 불안의식을 대상화하고 상상력을 통해 그것을 감각화, 상징화한다. 예술은 또한 인간의 의식과 무의식을 모두 형상화함으로써 작가와 감상자의 마음을 관통하며 치유하는 능력을 지닌다. (재)한원미술관의 올해 연례기획전『投影: 의식의 탐색』展은 이와 같이 존재에 대한 본질적 물음을 추구하는 실존적 인간, 그들을 둘러싼 세계에 대한 불안의식을 극복하고 이미지를 창조하여 여기에 새로운 생명을 불러일으키는 상상하는 인간, 현실생활의 고독과 소외를 안고 있는 고뇌의 인간 등, 다양한 매체의 시각예술 속에 표출된 인간의 내면의식을 탐색한다. 이번 전시에 참여하는 작가들은 비록 세상에 막 발을 내딛는 신진이지만, 진지한 태도와 실험적인 열정으로 자신의 내면과 대상의 본질을 탐색하고, 폭발하는 상상력과 감각적인 묘사로 대상을 매력적으로 재창조하는 젊은 이미지 생산자들이다.

김선민_Carp made of 11 layers_잉크젯 프린트_70×70cm_2012
김선민_Acid saccharification made up of 5 layers_잉크젯 프린트_70×70cm_2012
김선민_Peach_made up of 7 layers_잉크젯 프린트_70×70cm_2012

정물이미지에서 발견하는 사물의 본질 ● 정물 그리기는 자신 앞에 놓인 사물의 형태를 철저히 분석하는 작업에서 시작된다. 그것이 가진 본연의 색과 빛에 의한 반사, 공간감을 표현하는 명암과 그림자, 이상적인 구성과 배치 등 사실주의 정물화는 실재의 완벽한 재현을 지향한다. 그러나 화가의 망막에 맺힌 사물은 머릿속에서 표상된 사물로 존재하고 그것은 다시 회화공간 속에서 화가의 테크닉에 기반한 스타일을 입고, 대상에 대한 화가의 관념적 해석에 의해 재창조된다. 심상 속에 존재하는 사물, 즉 이미지는 상상의식에 의한 결과물이다. ● 김선민 작가는 정물을 학습하면서 머릿속에 형성된 '완벽한 정물이미지'를 사진으로 재현하는 작업을 진행한다. 회화공간 속에 수작업을 거쳐 탄생하는 재현된 정물이 가공된 현실이라면, 그보다 즉물적이라 할 수 있는 사진 역시 현실과의 거리는 좁혀졌으나, 작가의 심상에 존재하는 완벽한 정물이미지를 재현하는데 한계를 느끼게 하였다. 작가의 상상력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실상과 거의 흡사한 플라스틱 모조품을 정물이미지의 감각에 맞게 구성하여 촬영하고 그것을 날것 그대로가 아닌 실상을 찍은 사진이미지와 겹쳐 실상도 허상도 아닌 제 3의 이미지를 창조해낸다. 그 과정은 컴퓨터를 이용한 정교한 수정작업으로, 교차된 레이어의 수정 속에서 자신도 진짜 이미지와 가짜 이미지를 구별해내지 못하고 종국에는 진실과 거짓의 구분이 의미없음을 발견하게 된다. 김선민의 이러한 사진 작업은 현전하는 사물과 인간의 지각작용을 거쳐 관념 속에 머문 사물인식, 그리고 그것이 가공되어 나타나는 상상력의 의식작용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며 그 결과 드러나는 작품이미지는 그 어떤 실상보다도 매력적인 존재로 시선을 이끈다.

서현_누구라도 그러하듯이_Like everyone does_혼합매체_가변크기_2012
서현_함께_Together_혼합매체_가변크기_2013
서현_불씨_Fire_혼합매체_가변크기_2012

빛으로 발하는 마음 속 울림 ● 마음은 사람이 다른 사람이나 사물에 대하여 생각, 인지, 기억, 감정, 의지, 그리고 상상력의 복합체로 드러나는 지능과 의식의 단면을 가리킨다. 마음은 뇌의 모든 인지 과정을 포함하지만 일반적으로는 심정적인 함의가 강하다. 신체기관으로서 뇌는 마음의 자리이지만 그것이 형성되는 것은 신체 전체의 감각기관에 의한 작용이라 할 수 있다. 서현 작가는 마음의 상황을 빛으로 표현한다. 눈을 감으면 어른거리는 실금같은 빛은 뉴런의 발화로 요동치는 물질적 현상이지만 인간내부에서 일어나는 이러한 빛의 발산은 정교한 마음의 작용을 상징적으로 표현하는 것으로 이해한다. 작가는 전시공간 속에 시신경이나 세포조직과 같은 유기체를 모티브화한 입체형상에 조명을 투사하여 발하는 빛을 통해 마음 속 울려퍼지는 빛의 이미지를 외부로 끌어내었다. 동력에 의해 조금씩 진동하는 이 빛의 움직임은 청춘의 꿈과 희망이 될 수도 있고, 녹록치 않은 현실에 부딪혀 좌절하는 청춘의 고뇌가 될 수도 있다. 찬란하게 빛나지만 그 이면에는 어둠의 그림자를 함께 동반하는 빛의 양면성은 생의 기쁨과 고독을 함께 의식하는 인간내면의 움직임을 상징화한다. 작가는 공간의 여백에 초점을 맞추는데, 여백공간을 빛으로 투사함으로써 형성되는 이미지를 소외된 영혼의 마음으로 묘사하고 있다. 최근작업에서는 물방울과 같은 작은 형상들의 집합을 벽에 부착하여 투사된 빛에 의해 발생하는 그림자가 만들어내는 새로운 이미지들에 집중하는데, 이전 작업에서는 빛이 강한 생명의 에너지였다면, 후자는 마음속의 크고 작은 빛과 그림자를 통해 소소한 속삭임을 전달하는 것으로 보인다.

양소정_a pair of scales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30×162cm_2014
양소정_cry out_캔버스에 아크릴채색, 유채_116.8×80.3cm_2013
양소정_flesh light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72.7×100cm_2011

육화된 감정, 무의식의 의식적 표출 ● 인간은 자신의 결핍을 인식하고 자신에 대하여 물음을 제기하고 의심을 가지며 대상세계로부터 자신을 분리시킬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의식적 존재이다. 대상을 의식하는 자신을 인식하는 것이 바로 자아의식인데, 사르트르에 의하면, 나에 대한 타자의 의식, 나에 대한 타자의 눈길(Other’s look)을 근거로 해서 비로소 나 자신을 내 의식의 대상으로 할 수 있고, 이를 통해서 보다 완전한 자아의식이 생긴다. 그러나 타자는 나의 자유와 나의 세계를 파괴하고 나를 한갓 대상으로 전락시키려는 속성을 가지고 있으며 결국 모든 인간관계는 끝없는 갈등에 다름 아니다. ● 양소정 작가는 타인의 시선에 비친 자신의 모습이 편안하고 아름답게 포장된 긍정의 이미지이기를 바라지만 정작 내면에 비친 자신의 모습은 끝없는 자기합리화와 진실회피, 열등감, 분출하는 욕망과의 투쟁에서 지고 마는 나약한 모순덩어리임을 자각하는 데서 출발한다. 인간은 자신보다 타인을 동등하기보다는 열등하거나 우월한 존재로 인식하고 그들과의 경쟁에서 우의를 점하려는 데서 무수한 갈등과 쾌감의 감정으로 몸 속 구석구석을 자극하는 존재들이다. 작가는 인간의 무수한 감정을 신체 내 기관들에 색을 입히고 그것을 각각 독립시켜 공간 속에 재배치함으로써 몽환적인 심리공간을 탄생시킨다. 그가 다루는 감정은 주로 비합리적이거나 추하고, 잔인하거나 폭력적인, 우리를 억압하는 무의식적 세계이며, 이들에 온화한 색감과 부드러운 형태감을 부여함으로써 슬픔을 드러내지 않으려는 현대인들의 위장된 삶의 의식을 드러내고 있다. 분절된 신체 각 기관은 현실공간의 인테리어를 구성하는 소품처럼 화려하게 장식된 집합체로 재구성된다. 그러나 최근작업에서 이들 신체조직은 그 위장을 벗고 피가 뚝뚝 흐르는 날것으로의 살덩어리, 날카로운 이빨과 시커먼 속을 드러내며 욕망의 혓바닥을 낼름거리는 잔인하고 폭력적인 이미지들을 쏟아내고 있다. 인간의 모순을 자각하고 실존하는 자아의 끊임없는 모순과 투쟁을 더욱 과장하여 상징화하는 이러한 작업은 인간의 본질을 표출하는 예술의 끊임없는 상상과 창조에의 욕망에 다름 아닐 것이다.

이윤희_밤의 정원_도자 유리 나무_150×50×50cm_2014
이윤희_신곡(La Divina Commedia)_도자_가변설치_2013
이윤희_낮과 밤_도자_120×120×20cm_2013

깨지기 쉬운 욕망과 불안의 알레고리 ● 실존하는 자아의 원초적 의식은 불안이다. 대상이 없는 불안은 우리를 공포에 떨게 하지만 한편으로 그 감정은 진정한 실존에 대한 성찰을 이끈다. 다시 말해서 인간은 불안을 통해서 낯선 세계에 홀로 내던져진 단독자로서의 자신을 만나게 되며, 불안의 정조 속에서 현존재는 자신의 본래성에 정면으로 대결하게 되는 것이다. 근원적 불안의식은 의식과 무의식의 층위에 스며들어 인간은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시적 몽상이나 시각적 상상력을 통해 예술적으로 승화시켜나간다. 이렇게 예술은 자기인식의 한 방법이자 억압상태에 놓인 자신을 사실적 재현, 혹은 비유적 상징화하는 과정을 통해 치유하고 극복하는 훌륭한 수단이 된다. ● 이윤희 작가는 인간 근원의 욕망과 불안의식을 직접 스토리화하여 그 내용을 세라믹 조각으로 형상화한다. 그녀의 창작 스토리는 성장이 멈춘 불행한 소녀가 금기를 위반하여 추방되고 모험을 떠나면서 불안을 치유하고 순수한 자아를 되찾으며 평온한 안식처로 돌아온다는 내용인데, 이것은 영웅의 일대기나 성장을 모티브로 한 신화적 서사의 보편구조를 원형으로 한다. 그녀의 이야기는 고대 그리스 신전의 부조나 헬레니즘 조각의 도상을 차용 혹은 번안하는 방법을 통해 입체화된다. 그러나 작업은 석고나 실리콘, F.R.P과 같이 수정이 용이한 조형작업이 아닌 한 번의 실패를 용서하지 않는 정교한 백색의 도자조각이다. 작가는 깨지기 쉬운 인간의 욕망과 창백한 불안의식을 하얀 도자에 담아 상징화한 것이다. 생각하거나 서로 마주보거나 명상하는 다양한 인간의 형태를 장식 공예품처럼 쌓아올리거나, 쟁반이나 좌대에 세운 두상에 해골이나 자라나는 뿔로 심리상황을 상징화하는 등 그녀의 작업은 신화적 상상의 알레고리를 지니고 있다. 최근 그녀의 작업은 독립된 공간에서 벗어나 벽면을 채우는 부조작업에 집중하는데, 부조형식을 통해 그녀가 전달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상징에서 재현적 서사로 변화하고 있다.

정유나_To the one hidden from the world-2_단채널 영상_00:04:30_2013
정유나_To the one hidden from the world_단채널 영상, HD_00:02:43_2013

익명의 현대인, 타자로 살아가기 ● 현실인으로 존재하는 인간은 실존을 자각하지 못하고 대중사회의 익명성 속으로 전락(fallenness)하는 경향이 있다. 즉 자신의 존재의미를 자각하지 못하고 주체적인 나의 소신보다는 타인의 행동을 모방하며, 제1인칭 고유의 자아보다는 군인, 학생, 사원, 주부, 시민의 한 사람 혹은 노동자 중의 한 사람이라고 하는 익명적 인간으로 매몰되어 있다. 이러한 막연한 존재이해, 익명적 인간을 하이데거는 ‘das Man’이라 하였고 그것은 세인(世人), 공중인(公衆人), 평균인(平均人)이라 부를 수 있다. 익명적인 대중적 삶의 평균적이고 막연한 자기이해 속에서 안도감을 느끼는 가운데 자신의 고유한 가능성 즉 실존을 의식할 가능성을 상실하는 경향을 갖는다는 것이다. 현대인들에게서의 고독과 불안은 이러한 실존의 근원적 불안이라는 본래적 존재양상은 물론, 불합리한 제도, 권력, 소유, 경쟁 등 평온한 삶을 방해하는 인간소외의 조건들에서 발생하는 원인이 더욱 크다. ● 정유나 작가는 현대인의 불안과 고독한 삶이라는 보편적 주제를 주변의 생활인과 생활공간을 담은 동영상 작업을 통해 은유적으로 표현하였다. 작가가 어린이, 청소년, 대학생, 직장인, 노인, 외국인 등 각 계층의 고민을 인터뷰한 내용이 그들을 상징하는 공간에서 작가자신의 입을 통해 전달되는 방식을 취해 현대인들의 정체성과 생활자로서의 근본고민을 유머러스하게 전달하였다. 1인칭 관찰자 시점으로 옴니버스식 구성으로 전개되는 이 인터뷰는 작가 스스로 그들의 나레이션을 낭독하고 연기함으로써 타자에 대한 밀착된 공감과 더불어 작가 자신도 현대사회의 구성원임을 말해주는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싱글채널 비디오 작업은 가방 속에서 튕겨져 나간 빨간 공이 길을 잃고 이 사람, 저 사람들의 발에 체여 끊임없는 방황하는 여정을 담은 로드무비이다. 이것은 사회가 부여하는 가치관에 의해 자신의 독자적인 생각을 정립하고 이상에 도달하려는 의지가 막혀버린 현 시대의 우울한 감성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이라 볼 수 있다. ● 이번『投影: 의식의 탐색』전은 이상과 같이 작가 5인의 내면 의식을 세상 밖으로 투영하고자 한다. 대상의 인식과정에서 발생하는 사물의 실상과 허상을 묻고 그 본질을 탐색하는 김선민, 인간의 마음을 몸속에서 발하는 빛으로 인식하여 공간 속의 빛으로 마음을 표현하는 서현, 인간의 복잡한 감정을 신체기관을 왜곡시킨 이미지의 생산과 축적을 통해 형상화하는 양소정, 신화적 도상을 차용 · 번안하여 자신의 감정을 스토리화하고 알레고리적 상징으로 입체 묘사하는 이윤희, 현대인의 불안과 고독한 삶을 영상으로 표현하는 정유나, 그들은 제각각의 눈으로 의식의 안팎을 탐색하며 그 흐름을 회화, 사진, 조각, 영상, 설치작품에 담아내고 있다. 이번 전시는 이미지 생산자로서 시각예술가 그들의 의식표현과 내면의 모습이 투영된 작품을 통해 우리의 삶을 공감하는 자리가 될 것이다. ■ (재)한원미술관

■ 부대행사 ▶ Young Artist Project 꿈 드림 워크샵 - 내용 : 작가와 미술세계, 포트폴리오 구성과 내용, 작가노트 작성, 작가 관리와 방법 등에 대한             내용을 듣고 참가자와 질의, 토론하는 아티스트 매니지먼트 워크샵 - 취지 : 신진작가 발굴과 지원이라는 (재)한원미술관의 사업취지아래 매해 실시해온            「(재)한원미술관 아카데미」사업으로, 미술계에 입문하는 미술전공 학생 및 미술계 종사자들에게             미술계를 이해하고 현장진출을 위한 방법을 모색함으로써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자리가 되고자 한             다. - 일시 : 2014.10.18_토요일_03:00pm - 장소 : (재)한원미술관 전시장 - 참여대상 : 미술대학 학부 및 대학원생, 일반인, 작가 등 - 강사 : 하승연_(재) 한원미술관 관장, 홍익대학교 경영대학원 겸임교수 - 프로그램 신청방법 : 이메일 신청 hanwonmuseum@naver.com - 전화 : Tel.02.588.5642 / 김미금 큐레이터_migeum.kim@gmail.com

Vol.20140918g | 投影: 의식의 탐색-(재)한원미술관 2014 하반기 기획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