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초록 Crimson, Green

홍진훤展 / HONGJINHWON / 洪辰煊 / photography   2014_0918 ▶ 2014_1015 / 월요일 휴관

홍진훤_어승생악 일제동굴진지, 제주도, 대한민국_잉크젯 프린트_120×150cm_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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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4_0918_목요일_06:00pm

후원 / 서울특별시_서울문화재단_한국문화예술위원회_평화박물관

관람시간 / 11:00am~07:00pm / 주말_01:00pm~05:00pm / 월요일 휴관

스페이스99 SPACE99 서울 종로구 견지동 99-1번지 Tel. +82.2.735.5811~2 space99.net

제주 강정마을의 해군기지건설과 관련된 소식을 들으며 4.3을 기억하는건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전쟁과 학살이라는 희생의 역사에서 전쟁기지까지를 떠올리며 일본 오키나와를 떠올리는 것도 그리 어렵지는 않았다. 제2차세계대전 당시 일본에서 유일하게 육상전이 벌어지며 가혹한 희생을 치른 곳 오키나와. 그리고 지금 제주에 해군기지 건설문제로 신음하는 강정마을이 있다면 오키나와에는 후텐마기지 이전 문제로 신음하는 헤노코마을이 있다. ● 밀양에 건설중인 765kv 대형 송전탑을 보면서 그 거대한 괴물의 행렬 끝에는 부산의 고리 핵발전소가 있다는 사실을 알아챘다. 그리고 바로 일본 후쿠시마를 떠올리는것 역시 그리 어렵지 않았다. 또한 자신들이 쓰지도 않을 전기를 도시에 전달해 주기위해 재산권과 건강권을 모두 포기해야하는 밀양 주민들의 울음소리에서, 국익이라는 허울을 위해 파괴되는 마을 공동체의 모습에서, 희생을 강요받으며 상처받는 쓸쓸한 밀양의 풍경에서 나는 또 다른 강정마을을 보았다.

홍진훤_127번 송전탑 농성장, 밀양, 대한민국_잉크젯 프린트_150×120cm_2014
홍진훤_나미에마치, 후쿠시마, 일본_잉크젯 프린트_120×90cm_2014
홍진훤_후텐마 해병대기지, 오키나와, 일본_잉크젯 프린트_90×120cm_2014

제주-오키나와-밀양-후쿠시마로 이어지는 생각의 흐름대로 떠돌며 풍경을 기록했다. 서로 다른 네곳의 서로 다른 풍경들이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 궁금했다. 학살의 현장을 찾았고 희생의 현장을 찾았다. 파해쳐진 숲을 찾았고 파괴된 도시를 찾았다. 그리고 그곳에서 내가 발견한것은 역사적인 사건들이 일어났던 "곳"이 아닌 역사 그 자체로 퇴적되어 생존한 "것"이었다. 감춰야할 역사라고 생각했는지도 모르겠다. 제주 4.3의 장소들과 오키나와 전쟁의 장소들은 대부분 그대로 방치되고 있다. 극단의 이대올로기에 기대어 자국민을 학살하고 집단자결이라는 방식을 강요한 한국과 일본의 드러내고 싶지 않은 상처들. 이제는 초라한 표지판 하나 정도 덩그러니 있을 뿐 깊은 숲속이나 깍아지른 절벽에 위치한 희생의 터들은 이름모를 무성한 수풀과 제멋대로 자란 나무들로 뒤덮혀 있을 뿐이다. ● 1.2km를 한덩어리로 뻗어나간 구럼비 바위를 파괴하고 수만톤의 시멘트 덩어리를 바다에 쏟아부은 제주 강정마을. 본토에 의해 철저히 소외되어 미군기지 철조망으로 둘러싸인 오키나와. 고개를 들어 그 끝을 보기도 힘들 만큼 거대한 송전탑이 지어진 밀양과 청도. 방사능 피폭으로 인간은 물론 동물도 살 수 없는 죽음의 땅이 되어버린 후쿠시마. 국가경제와 국가안보라는 구호아래 허망한 국익이라는 명목으로 진행된 이 비극의 현장을 여전히 지키고 있는 것들은 오직 풀과 나무들 뿐이다.

홍진훤_도미오카마치, 후쿠시마, 일본_잉크젯 프린트_75×100cm_2014
홍진훤_나미에마치, 후쿠시마, 일본_잉크젯 프린트_75×100cm_2014
홍진훤_나미에마치, 후쿠시마, 일본_잉크젯 프린트_75×100cm_2014

이 비극의 역사를 오롯이 받아 안고 스스로 증거가 되어 끝내 생존한 존재들. 나는 이 초록의 존재들에서 숭고를 발견한다. 칸트는 「판단력 비판」에서 숭고의 두가지 조건을 "공포"와 "위험으로부터의 해방"이라고 말한바있다. 나는 지금 이 초록의 존재들 앞에서 역사적으로 실재했던 죽음의 공포를 경험함과 동시에 대면하고 있는 헛헛한 풍경으로부터 위험으로부터의 해방을 경험한다. 인간이 생산한 비인간성의 흔적들과 기억들을 그 붉은 피를 먹고 자란 초록들이 스스로 역사가 되어 자리를 지킨다. 이 「붉은, 초록」이 내가 발견한 그 "것"이다. ■ 홍진훤

Vol.20140919e | 홍진훤展 / HONGJINHWON / 洪辰煊 / photograph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