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를 잊은 도시: 기억되지도, 잊히지도 않는 The City Without The Past: Neither Rememberable Nor Forgettable

최영환展 / CHOIYOUNGHWAN / 崔靈煥 / mixed media   2014_0920 ▶ 2014_1011 / 일,월,공휴일 휴관

최영환_과거를 잊은 도시: 기억되지도, 잊히지도 않는展_코너아트스페이스_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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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4_0920_토요일_07:00pm

본 전시는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시행중인 『Emerging Artists: 신진작가 전시지원 프로그램』의 선정작가 전시입니다.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일,월,공휴일 휴관

코너아트스페이스 CORNER ART SPACE 서울 강남구 신사동 580-6번지 제림빌딩 1층 Tel. 070.7779.8860 www.cornerartspace.org

"많은 사람들은 메트로폴리스의 매력에 매료된 채 제 삶을 맡긴다. 도시인의 성공을 향한 열망은 다시 그 도시에 활기를 불어넣고, 도시는 끊임없는 확대 재생산을 수행한다. 그 주체와 목적은 상실한 채." (최영환) ● 알베르 카뮈는「과거를 잊은 도시를 위한 짧은 안내서」라는 에세이에서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그리고 열렬히 사랑한 알제리의 아름다움을 노래한다. 아프리카 대륙 북서부에 위치한 알제리는 지중해라는 천혜의 자연과 아랍의 문화가 공존하는 비-유럽의 공간이다. 에세이에서 선명한 색상의 드레스를 입고 가죽 샌들을 신은 젊은 아랍 여성들과 아니제트라는 술을 홀짝이는 청년들이 가득한 '까페 파쿨테'는 낭만적 활력으로 가득하다. 에세이는 1947년 쓰여졌다. 2차 세계대전이 일단락된 직후이며, 동시에 1954년 알제리 독립전쟁 발발을 향해가는 시기이다. 카뮈가 그리는 아름다운 알제리의 밤은 이후 다가올 전쟁의 비참함은 모르는 채, 참혹했던 과거를 잊고 일상의 평온을 만끽하는 아프리카인들의 모습이다. ● 최영환은 카뮈의 에세이에서 가져온「과거 잊은...」이라는 문구를 압구정동 사거리의 길에 새긴다. 800여개의 작은 거울 패널에 도트를 만들고, 그 도트들이 모여 글씨를 만든다. 인공광에 의해 밤에만 비춰지는 이 산란한 문구 속에 도시의 활기가 사그라진다. 전시장을 마주한 백화점은 20시에 문을 닫고 압구정 사거리는 낮의 떠들썩함을 가라앉힌 채 적막해 진다. 시장이 드디어 잠에 빠져든다. ● 작가는 이 전시에서 '과거'라는 개념을 서울이라는 메트로폴리스의 건설을 위해 소모되었고 여전히 소모되고 있는, 잊혀진 개인들의 일상이라 말한다. 카뮈는 '개인의 실존'에 대해 끊임없이 탐구했던 소설가이다. 카뮈의 탐구는 우리가 서울에서 겪는 도시화의 비인간적 과정을 비평하는데 중요한 참고가 된다. 최영환은 모더니즘에 주목한다. 그에게 모더니스트란 유토피아적 이상향을 추구했던 20세기 초 유럽인들이다. 서울의 대형 아파트 단지와 초고층 빌딩들은 과거 유럽의 모더니스트 건축가들이 추구했던 '효율성이라는 이상향'의 한국 버전이다. ● 모더니스트인 바우하우스 건축가들은 두 번의 세계대전을 겪은 후, 그 끔찍한 과거와 단절하여 새로운 사회를 건설할 필요를 느꼈다. 그 근간으로 건축가들이 제시한 것은 효율성이다. 효율성은 물리적 공간을 수직으로 확장하여, 무수히 많은 고층빌딩(사무공간)과 고층 공동주택(주거공간)을 만든다. 바우하우스 건축가들이 갈구했던 물질과 시간의 효율적 배분은 서울을 살아가는 도시인들의 욕망 속에 가격으로 환산되고 치밀하게 계산된다. 강남의 사각형 콘크리트 아파트와 네오클래식한 백화점 건축은 그 욕망의 상징물이자 끝없이 욕망을 부추기는 기재로 기능한다. ● 최영환은 이번 작업에서 하나의 자기모순을 발견한다. 도시화가 자아낸 인간의 비극적 실존에 대해 미학이라는 '순수' 가치를 통해 비평한다해도, 도시를 지탱하는 주자원인 전기 에너지가 그의 작품 속 텍스트를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생생한 반상품화의 상징이 될 뻔 했던「과거 잊은...」이라는 텍스트는 갑자기 공허한 메아리가 되고 만다. 도시인의 욕망이 갖는 허무함에 대해 소리치지만 그 울림은 다시 도시의 욕망 속으로 빠져들어 사라진다. 끝을 모르고 생겨나는 더 크고 더 높은 고층빌딩에 싸여 태양 빛을 볼 수 없는, 과거는 사라지고 미래는 오지 않을 것만 같은 현실의 좌절과도 같다. 최영환은 실패한 것일까?

최영환_과거를 잊은 도시: 기억되지도, 잊히지도 않는展_코너아트스페이스_2014
최영환_과거를 잊은 도시: 기억되지도, 잊히지도 않는展_코너아트스페이스_2014

최영환은 과거 태양 빛이라는 전생태적 자원을 활용해 특정시간과 장소에 하나의 텍스트가 보여지고 사라지는 공공미술 프로젝트를 진행한 바 있다. 2010년 시카고에서 작가는「Dancing In Dark Modern」라는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머리와 가슴 부위에 100여개의 거울 패널을 부착시킨 흰색 우주복을 입고 작가는 마천루 사이를 걸어 다녔다. 거울 패널은 화려한 마천루 사이를 뚫고 길에 내려오는 태양빛을 반사시켜, 거대한 모더니즘 건축 외벽에 움직이는 빛 조각들을 그린다. ●「사라지기 쉬운 현수막」프로젝트는 성북동 재개발과 관련해 지역의 주민들이 첨예한 갈등을 겪던 시기인 2012-13년에 기획되었다. 집집마다 내걸린 붉은 색 현수막의「죽음을 불사하고 내 집을 지키겠다!」라는 격정적 문구는 일상을 투쟁의 공간으로 바꾸고 있었다. 여기에 작가는 거울을 이용하여 일시적으로 보이는 현수막을 제안한다. 하지만 제 일터와 집이 사라질 수 있다는 극단적 위기 상황에 처한 이들에게 예술을 매개로 제 삶을 조망할 것을 요청하기란 불가능한 일이었다. 최영환은 실패했던 것일까? ● 예술이 수행했던 실패들은 역사를 통해 다양한 형태로 존재한다. 이를테면 러시아 혁명에서 구성주의 운동은 칸딘스키의 비정형적 추상과 말레비치의 기하학적 추상 등 새로운 미학들을 탄생시켰지만, 사회적 혁명에 버금가는 미술적 혁명을 실현시키진 못했다. 심지어 타틀린의「제3인터내셔널을 위한 기념탑」모형은 당시의 유토피아적 열망과 인류의 점진적 진보를 상징하는 걸작이지만, 철근 부족과 기술적 문제로 실재로 제작조차 되지 못했다. 그러나 예술에 있어 실현되지 못함 혹은 수행되지 못함에는 그 자체의 미학이 존재한다. 작가가 대면하는 현실과 예술의 괴리에 대한 좌절은 역설적인 방식으로, '실패한 예술 작품'도 그만의 미학이 존재함을 반증한다.

최영환_설리반 빌딩과의 대화_퍼포먼스, 영상_00:07:11_2010
최영환_사라지기 쉬운 현수막_성북동 주민들과 협업, 영상_00:09:12_2014

성공을 향한 열망들로 가득한 신자유주의 시대에 예술가들은 실패할 것을 알면서도 여전히 예술적 실험을 계속한다. '실패라는 예술적 성공'은 성공만을 유일한 가치로 치부하는 이 사회의 견고한 틀을 가를수 있는 유일한 틈이 된다. 최영환의 예술작품은 자본의 힘을 비판하는 문화적 대항운동이나, 이와 반대로 자본을 영유하는 문화산업으로 기능할 것을 애초에 목표로 하지 않는다. 두 가지 방법 역시 이 시대가 요구하는 바와 다름없이, 자신의 관점만을 관철시키는 성공을 지향하기 때문이다. 대신 작가는 우리의 일상에 스쳐가는 공기처럼 그의 예술 작품을, 잠시 배치한다.「과거 잊은...」이라는 산란한 문구는 시장이 잠든 시간에 차가운 콘크리트 바닥을 부유한다. 뿌리내리지 못한 채 도시를 떠도는 소외된 인간들, 즉 우리처럼. ■ 양지윤

최영환_Dancing In Dark Modern_퍼포먼스, 사진_2010

So many people commit their lives, mesmerized by the charms of metropolis. City dwellers' passion for success revitalizes the cities, and they constantly expand and reproduce. The subject and purpose of such activities, lost. ■ CHOIYOUNGHWAN

In his essay「A Short Guide for Cities without a Past」, Albert Camus sings the beauty of Algeria, the place where he was born, spent his childhood and which he dearly loved. Located in the north-west part of the African Continent, Algeria is a non-European territory where natural environment of the Mediterranean and Arab culture coexists. In the essay, 'Cafe la Faculte', where young Arab women in vivid color dress and leather sandals and young men drinking alcohol called Anisette, is full of romantic vibes. The essay was written in 1947. It was when the Second World War came to an end and just when Algeria was escalating to the War of Independence. The beautiful night of Algeria is a picture of Africans enjoying the serenity of their everyday lives, leaving behind the wretched past and unaware of the misery of a war that is to come. ● Younghwan Choi takes the phrase「forgot their past...」from Camus' essay and inscribes it on the four-way-stop intersection in Apgujeong-dong. He makes dots on more than 800 small mirror panels, and those dots form words. ● Amidst this mind-boggling phrase which can only be seen at night by artificial lighting, the vitality of the city disappears. The department store on the opposite side of the hall closes at 20:00, and the all the clamorous atmosphere of the intersection in Apgujeong-dong dies down. At last, the market is falling into sleep at last. ● In this exhibition, the artist compares the concept of 'past' to 'everyday lives of individuals that are forgotten' which was consumed and still is being consumed for the construction of the metropolis. Camus is an author who never ceased to explore the 'existence of individuals'. The exploration of his serves as an important reference in criticizing the dehumanizing process of urbanization we experience in Seoul. Younghwan Choi focuses on modernism. To him, modernists are people in Europe who dreamt of utopian ideals in the early 20th Century. The huge apartment complex and skyscrapers are the Korean version 'ideal of efficiency' modernist architects in Europe in the past pursued. ● After going through two world wars, Architects of Bauhaus architecture who were modernists felt the need to construct a new society that are cut off from the horrible past. The foundation they came up with was efficiency. Efficiency stretches physical spaces horizontally and creates numerous skyscrapers (office are) and high-rise apartments (residential area). The efficient distribution of material and time architects of Bauhaus architecture longed for are converted into prices and thoroughly calculated in the desires of city dwellers. The square concrete apartments In Gangnam and neoclassical department stores are the symbols of such desires and they function as the basic materials which endlessly instigate those desires. ● In this artwork, Yeonghwan Choi discovers a self-contradiction. Even though he tried to criticize the tragic existence of human urbanization evoked by urbanization through the value of esthetics which is 'pure' by itself, electric power which supports cities is lighting up the phrase contained in his artwork. The phrase「forgot their past...」which could have become the symbol of strong anti-commercialization is rendered into an empty echo. It cries out about the vanity of city dwellers' desires, but the cry sinks back into the desires of the city and fades away. It is like a frustrated reality, where past disappears and future doesn't seem to come, covered by endless new buildings that grow only taller and bigger, shunned from the sunlight. Did Yeonghwan Choi fail? ● Yeonghwan Choi has already done a joint art project using a wholly ecological resource, the sunlight, to make a text appear and disappear at a given time in a specific place. In 2010, the artist exhibited a performance called「Dancing In Dark Modern」in Chicago. The artist walked around between skyscrapers wearing a white spacesuit which had more than 100 mirror panels attached to it at the head and the chest. The mirror panels reflect the sunlight coming through the spaces between luxurious skyscrapers to the streets and paint pieces of light on the exterior walls of the gigantic constructions of modernism. ● The「Banners Of The Gaze」project was organized during 2012-2013 when the residents of Seongbuk-dong experienced bitter conflicts regarding the issue of the town's redevelopment. Riotous phrases such as「Kill me and I will still protect my house!」written on the red banners hanging out of all the houses were converting everyday lives into a battlefield. Here, the artist proposed using banners that can be seen for a very short period of time using mirrors. But it was impossible to ask those on the verge of an extreme crisis where their workplace and homes might disappear, to reflect on their lives through the medium of art. Did Yeonghwan Choi fail? ● Failures of art exist in various forms through history. For example, Constructivism in Russia gave birth to new esthetics such as Kandinsky's atypical abstract works and Malevich's geometric abstract art, but could not realize any artistic revolution that is tantamount to social revolution. Even Vladimir Tatlin's「The Monument to the Third International」was a masterpiece which symbolizes the utopian desire and the gradual progress of mankind at that time but due to lack of iron and technological problems, it was never built. Still, in the world of art, being incomplete or unexecuted has an aesthetic value in itself. The frustration artists face about the gap between reality and art proves, in an ironic way, that 'failed artwork' has its own aesthetics. ● In this Age of Neoliberalism full of desires for success, artists still continue to carry out experiments of art. 'Artistic success called failure' is the only break that can divide the strong frame of this society which considers success to be the only value. From the beginning, the artwork of Yeonghwan Choi does not aim at cultural movement that criticizes the power of capital or to the contrary, function of cultural Industry that possesses capital. That is because those two aims are not different from pursuing success that tries to force others to follow one's own convictions. Instead, the artist leaves his artwork only temporarily like air that brushes past our everyday lives. ● The mind-boggling phrase「forgot their past...」floats on the surface of a cold floor when the market is fast asleep, just like us, the alienated humans wandering around the city, maladjusted. ■ YANGJIYOON

Vol.20140920i | 최영환展 / CHOIYOUNGHWAN / 崔靈煥 / mixed med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