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욱진의 그림편지-선물

장욱진展 / CHANGUCCHIN / 張旭鎭 / painting   2014_0926 ▶︎ 2015_0118 / 월요일 휴관

장욱진_새, 달, 나무_손수건에 매직마커_37×35.5cm_1976

초대일시 / 2014_0925_목요일_04:00pm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 주제기획展

섹션 1 : 가족 / 섹션2 : 그림선물 / 섹션3 : 우화의 세계(삽화) / 섹션4 : 가족에게 보내는 편지

협력 / 장욱진미술문화재단

관람료 / 성인 2,000원 / 청소년 1,000원 / 어린이 500원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월요일 휴관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 YANGJU CITY CHANGUCCHIN MUSEUM OF ART 경기도 양주시 장흥면 권율로 211 Tel. +82.31.8082.4241 changucchin.yangju.go.kr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에서는 개관 후 첫 번째 주제기획전시로 『장욱진의 그림편지- 선물』展을 개최한다. 화가 장욱진은 나무, 집, 새, 아이, 가족 등 일상적인 소재를 순수하고 소박하게 그려내 그만의 독창적인 예술세계를 정립한 화가이다. 특히 가족은 그에게 있어 중요한 모티브이자, 창작활동의 원동력이었다. 이번 전시는 화가 장욱진이 가족과 주변사람들에게 선물한 그림편지 유화 20점, 매직화 50점, 먹그림 13점 등 100여점을 선보일 예정이다. 한 편의 에세이를 보는 것과 같은 서정적이고 일상적인 그의 그림편지를 통해 화가 장욱진과 그의 예술세계를 보다 가까이 살펴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전시는 크게 네 가지 섹션으로 나뉜다. 장욱진의 예술에서 가장 중요한 '가족'과 그의 마음을 전하는 '그림선물', 순수한 어린이의 감수성을 느낄 수 있는 '우화의 세계', 관람객의 참여로 이루어지는 '가족에게 보내는 편지'로 구성되었다. 특히 '가족에게 보내는 편지'는 관람객들이 직접 자신의 가족에게 그림편지나 손 편지를 써보는 참여공간으로, 우수한 그림편지나 편지글을 선정하여 '장욱진상'을 수여하고 에세이집을 발간할 예정이라고 한다.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의 『장욱진의 그림편지- 선물』展은 화가 장욱진의 삶과 예술세계의 이해와 더불어, 따뜻한 사랑과 가족의 의미를 다시 한 번 되새길 수 있는 전시가 될 것이다. ■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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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욱진_(외손녀 선물) 2녀 장희순 댁_종이에 매직마커_10×13cm_1979

고독한 예술가 빈센트 반 고흐는 평생 874통의 편지를 썼다. 고흐는 친구들과 가족에게 편지를 썼는데, 그 중 영혼의 동반자이자 후원자였던 친동생 테오 반 고흐와는 18년간 652통의 편지를 남겼다. 예술과 삶의 경계 속에서 고흐는 자신의 예술에 대한 열정을 끊임없이 외치고 또한 고백했다. 그는 자신의 예술에 대해 비평했고 가난한 삶을 걱정하면서도 애써 긍정했다. 그리고 자신의 마음을 동생에게 한 없이 털어놓았다. 고흐의 편지는 단순한 글이 아니라 그의 삶과 예술에 대한 열정과 철학을 들여다볼 수 있는 지도와도 같다. 편지는 고흐처럼 사적 공유물이지만 또한 인류의 역사를 잇는 공적인 증거물이기도 하다. 한 장의 편지는 여러 말보다 더욱 진실하게 그 사람의 내면을 드러낸다. 편지에는 받는 사람을 향한 깊은 애정과 정제된 그리움이 담겨있다. 바로 한 사람의 마음을 헤아려야 하기 때문이리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쓰는 편지는 더욱더 정성이 깃든다. 표현이 어색하면 다시 쓰고, 글씨가 삐뚤어졌으면 또 다른 종이에 고쳐 쓴다. 손 편지의 매체는 전자텍스트의 매체로 결코 표현할 수 없는 인간의 떨리는 감성 그 자체를 필연적으로 담아낸다. 예술가에게 있어 편지는 창조적 사유를 표출하는 장소이기도 하고, 예술 바깥에서 이상과 현실의 아픔을 토로하는 매체이기도 하다. 시대가 변해 전자텍스트로 편지를 쓰고 있지만 여전히 편지는 인간의 진실된 정신적 장소임에 틀림없다. 화가 장욱진의 편지 또한 예술가로서의 자신과 삶과 예술,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들에 대한 애정과 진심이 깃들여있다. 그의 편지는 화가 장욱진의 작품세계 안과 바깥을 두루 살필 수 있는 중요하고 의미 있는 증거물이 된다. 이제부터 손때 묻은 그의 편지를 찬찬히 읽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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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욱진_가족_37.5×27cm_1975

1. 화가의 편지 ● 화가 장욱진은 한평생 그림 그린 죄밖에는 없다고 말할 정도로 그림 그리는 일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그에게 있어 편지는 당연히 그림편지이다. 물론 그림 뒤 화가의 사고방식을 글로 풀어 쓴 수필집 「강가의 아틀리에」를 내놓긴 했지만, 화가에게 있어 글은 오히려 군더더기라고 생각했다. 전시회 방명록에 이름을 쓸 때도 항상 옆에 그림을 그릴 정도로 화가는 그림으로 세상을 표현해야 한다는 확고한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일까? 화가 장욱진의 그림은 특정한 의도를 숨기지 않고 표면 그대로를 드러낸다. 나무와 집, 새와 아이는 그대로 자연과 일상의 모습 그 자체를 보여준다. 그렇기에 누구나 그의 작품에서 나무나 아이의 모습을 편안하게 감상할 수 있다. 때로는 친구에게 보내는 편지처럼, 또 때로는 가족이나 사랑하는 사람에게 보내는 편지처럼 따뜻하고 애정 어린 마음이 장욱진의 그림에 녹아있다. 그의 그림편지는 가족으로 한정되어 있지만, 매직펜으로 그린 매직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1970년대 중반이후 주변 지인들에게 쓰는 그림편지가 늘어나게 되었다. 물론 장욱진의 그림편지는 그의 유화작품에서 그려진 소재를 크게 벗어나지 않기 때문에 특별히 편지라고 지칭할 수는 없을 수도 있지만, 편지매체가 가진 인간적인 감성이, 받는 사람을 진실하게 향하고 있기에 그것을 편지라 지칭해도 무방할 것이다. 그림으로 그려진 편지는 특별히 한 사람을 향한 정서적이고 예술적인 감성을 화면가득 담아낸다. 가령 손자의 대학입학을 축하하기 위해 그려준 일명 「어사화(御賜花)」는 과거에 급제한 후 종이꽃을 머리관(복두)에 꽂고 말을 타고 의기양양하게 돌아오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뒤이어 따라오는 새가 짹짹 축하를 해주는 듯하다. 그런가하면 외손녀를 그린 편지에서는 손녀와 갓 태어난 아기가 함께 그려져 있는데, 눈이 동그란 손녀가 동생을 잘 보살펴주고 사랑해주라는 메시지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또한 가족의 특징들을 잘 묘사한 「가족도」는 자신을 포함해 부인과 5남매의 모습을 모두 그리고 있다. 이러한 그림편지는 단순한 것 같지만 그가 평소 가족을 얼마나 생각하고 사랑하고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고흐가 테오에게 그러했듯 장욱진에게 '가족'은 영혼의 안식처이자 예술가의 삶을 유지하는 원동력이었다. 그렇게 장욱진은 가족들을 향해 수많은 그림편지를 썼다.

장욱진_달밤(1녀 장경수 선물)_캔버스에 유채_25.5×19.4cm_1980
장욱진_동물가족_종이에 먹_23.2×16cm_1980
장욱진_종이에 매직마커_30×22cm

2. 선물이 된 그림편지 ● 장욱진의 편지가 수신자에게 전해졌을 때, 그것은 특별히 선물이라 지칭하지 않아도 그것 자체로 특별한 그림 선물이 되었다. 보통의 편지가 편지함에 들어가 오랫동안 보관되는 것과 달리 그의 그림편지는 액자에 넣어져 벽에 걸렸다. 그 그림편지를 보는 사람들의 마음에는 언제나 화가 장욱진의 메시지가 읽혀졌다. 많은 이들이 이 특별한 선물을 받기를 원했다. 때로는 일부러 그림을 그려달라고 떼쓰기도 했고, 조르기도 했다. 장욱진은 선물 주는 것에 상당히 인색했다. 그런데 장욱진은 사람들에게 그림을 잘 선물했다고 한다. 원하는 사람이 있으면 그냥 주었다는 것이다. 후한 인심을 가진 그가 왜 선물 주는 것에 인색했다는 말일까? 그는 그림선물을 받을만한 사람에게만 주었다. 그것은 수신자가 정해져 있는 편지와도 같이 선물 받을 사람의 마음을 살폈다는 말이다. 이미 그려진 그림을 선물하는 일이나, 즉석에서 매직펜으로 그려서 선물하는 경우에도 그는 그림 받을 사람이 받을만한가를 확인했다. 큰돈을 가져와도 받을 사람이 아니면 결코 얻어가지 못했다. 그만큼 화가 장욱진의 선물은 예술을 이해하고 자신의 그림편지가 어떠한 내용을 담고 있는지 충분히 아는 사람에게 전달되었다. 그래서일까? 선물의 혜택은 가족과 주변의 지인들에게만 주로 주어졌다. 그 덕택에 장욱진의 그림선물은 잘 보존이 되었고, 소중하게 다루어졌다. 1941년 자신의 결혼을 축하하며 부인에게 선물한 「원앙」은 행복한 결혼생활과 화목한 가정을 염원하는 화가의 마음을 전하는 따뜻한 그림편지의 시작이 되었다. 딸의 생일이면 태어난 띠를 상징하는 동물과 "HAPPY BIRTHDAY"라는 간결한 축하메시지를 담은 그림을 선물해줬다. 그런가하면 부인과의 결혼기념일에 부채에 그림을 그려 선물했다. 또한 여행을 가면 같이 가지 못한 나머지 가족들에게 붙일 요량으로 여행지의 풍경을 엽서그림으로 남겼다. 한 번은 앙가주망 모임에서 "깨끗한 손수건을 가진 사람이 있느냐?"라고 물으시고는 즉석에서 손수건에 「해, 나무, 새」를 그려 선물하였다. 그때 마침 깨끗한 손수건을 가지고 있었던 화가 박한진은 1976년 선물 받은 그 손수건 그림을 액자에 넣어 잘 보관하고 있다가 이번 전시에 출품하게 되었다. 이처럼 화가 장욱진의 선물은 받는 사람들에게 더욱 특별한 그림이 되었고, 편지글보다 더 따뜻하게 사람들 마음속의 감성을 일깨우는 그림편지가 되었다. 화가에게 받는 가장 큰 선물은 그림일 것이다. 그의 그림이 포근하고 사랑스러운 가족의 모습을 그려내고, 자연과 동물, 인간이 조화롭게 살아가는 풍경을 그려낸 것처럼 관객들이 바라는 선물은 인간미 넘치는 화가 장욱진의 그림을 직접 눈으로 보고 감상하는 것이다. 거기다 하나를 더해 예술가로서 장욱진의 삶을 가까이에서 엿볼 수 있다면 정말 행복하지 않을까? 장욱진의 그림편지는 단지 장욱진의 삶과 예술이 아닌 우리 모두의 삶을 그려내고 있다. 가족과 일상적인 자연은 작품을 바라보는 우리 자신들의 가족과 일상으로 향하게 된다. 평생에 걸쳐 그려진 그의 예술편지의 수신자는 바로 우리들인 것이다. ■ 백곤

Vol.20140926b | 장욱진展 / CHANGUCCHIN / 張旭鎭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