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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4_0925_금요일_07:00pm
후원 / 서울문화재단 주최 / 문래예술공장_MEET프로젝트
관람시간 / 11:00am~07:00pm / 월요일 휴관
서울시창작공간 문래예술공장 SEOUL ART SPACE MULLAE 서울 영등포구 경인로 88길 5-4(문래동1가 30번지) M30 Tel. +82.2.2676.4300 www.sfac.or.kr
사이버-미신적 세계에서의 가능성을 찾아서 ● 안가영 작가의 근작이자 이번 전시의 제목인 「Virtual Serendipity」는 작가가 직접 제작한 게임의 이름이다. 게임은 평범한 점프게임 구조를 띄고 있다. 주어진 조건에 따라 자신의 캐릭터를 선택한 뒤 그 캐릭터를 좌우로 조정하여 발판을 딛고 점프하여 가장 상위에 있는 목표점에 도달하면 된다. 작가는 이 단순한 플랫폼 속에서 결정론적 속성과 우연적 속성을 교묘하게 엮어낸다. 우선 게임에서 캐릭터는 생일과 혈액형이라는 두 가지 조건에 의해 결정된다. 생일과 혈액형은 운명론적 미신으로 널리 알려진 것으로서, 한국에서 오늘의 운세나 성격론 등에서 흔히 분류하는 방식이다. 캐릭터의 형태는 오늘의 운세에서 등장하는 단어들 - 건강, 여행, 사랑 - 을 네이버, 다음, 구글, 야후 등 4개 사이트에서 검색했을 때 나온 첫 번째 이미지를 일러스트레이터에서 작업 후 종합하였다. 그리고 각 캐릭터는 충돌체의 형태와 물리량에 따라 점프능력과 사운드를 부여 받는다. 사운드는 사운드아티스트 장일호와의 협업으로 이루어진 것으로써 어떤 멜로디라기보다 비트에 가까운 둔탁한 소리를 낸다. 스테이지는 하나로 구성되어 있지만, 매번 게임을 실행할 때마다 발판이 랜덤하게 변화한다. 손, 발, 토르소 등 다양한 인체형상을 띄고 있는 발판들은 각각 다른 값을 지녀 어떤 발판에 닿느냐에 따라 캐릭터의 점프정도가 달라진다. 그런데 때로 캐릭터는 보이지 않는 발판의 방해를 받거나 도움을 받는다. 이는 작가가 숨겨놓은 발판으로, 아무리 게임에 능숙한 플레이어더라도 언제 어디서 이 발판이 방해를 할지, 도움을 줄지 알 수 없다. 따라서 숨겨진 발판은 게임의 성공에 절대적 영향력을 행사한다.
요컨대 「Virtual Serendipity」는 모든 사람들에게 동일한 조건을 설정하지 않는다. 플레이어의 사적 취향이나 전략에 의해 능력을 선택할 수 없고 다만 개인의 선천적 조건에 따라 캐릭터가 설정된다. 만약 누군가가 자신의 생일과 혈액형을 속인다면 다른 캐릭터를 선택할 수 있겠지만 그 다른 캐릭터가 얼마만큼의 능력을 갖고 있는지는 수번의 플레이로 확인하지 않는 이상 알 수 없으므로 속편하게 자신의 태생에 따라 캐릭터를 선택하는 것이 최선이다. 또한 아무리 숙달된 플레이어가 랜덤한 발판에 적응하더라도 숨겨진 발판에 따라 플레이의 성공과 실패가 좌우된다. ● 즉 이 게임은 선천적 조건과 우연적 조건의 무작위적 조합이 클리어의 필수 조건이지, 플레이어의 능력이 게임을 좌우하지 않는다. 일반적인 게임이라면 플레이어의 능력, 숙련도, 아이템에 따라 게임의 클리어가 좌우된다. 그리고 바로 이 지점 - 양(시간, 돈)적인 노력을 하다보면 언젠가는 그에 합당한 보상을 받는다는 점 - 이 사람들이 게임을 찾는 가장 큰 이유이다. 때때로 현실은 양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그에 합당한 보상이 주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안가영 작가는 삶의 우연적이고 결정론적인 측면을 고스란히 게임에 대입시켜 관객이 게임을 통해 현실의 단면을 체험하도록 의도한다. ● 그렇다면 게임을 클리어하지 못한 플레이어는 인생에서 낙오된 자인 것일까? 대부분의 플레이어가 실패를 할 수밖에 없는 조건 속에서 작가는 모든 관객에게 조소의 눈길을 보내는 것일까? 작가는 이 게임을 수행하는 모든 개별 관객들의 플레이 과정을 기록한다. 플레이어의 루트는 각 개별마다 다른 루트를 지니고 있으며, 같은 플레이어더라도 매 게임마다 다른 루트를 지닌다. 작가는 게임의 결과보다 그 과정에 주목한다. 관객은 전시장에서 단 몇 번의 플레이만을 경험하고 집에 들어가지만, 그는 모든 플레이 루트를 추적하여 이 과정을 회화로 기록할 것이다. 게임과 같은 디지털기반 매체가 무한한 반복과 복제를 가능하게 한다면, 회화와 같은 아날로그기반 매체는 일회성을 기반으로 한다. 작가는 플레이어의 일회적이고 찰나적인 가상경험을 회화로 다시 기록함으로써 각각의 관객의 경험에 의미를 부여한다. 이로써 관객은 자신의 점수와 클리어 여부보다 자신의 과정을 재탐색하는 과정을 통해 또 다른 유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Virtual Serendipity」는 일반적인 점프게임이 가진 속성을 차용하면서도 이를 교묘하게 변용시켜 ‘게임이지만 게임이 아닌 게임’을 만들어낸다. 이는 게임 자체에 대한 매체비판적 태도라기보다 가상현실 속에 현실을 투영한 결과로 볼 수 있다. 우리가 보다 주목해야 할 점은 이 모든 운명론적 기제가 컴퓨터 프로그래밍에 의해 결정된다는 사실이다. 캐릭터를 만들기 위해 웹사이트에서 무작위로 얻어낸 이미지가 게임의 외적 환경에서 무작위로 부여된 정보라면, 스테이지, 마지막에 도달해야 하는 목표 수, 보상 아이템의 수 등은 작가가 게임에 부여한 랜덤 값이다. 옛날에는 신문이나 잡지를 통해 운세를 가늠했다면 지금은 SNS를 통해 신년운세부터 이름만 입력하면 전생이나 잘 어울리는 차, 예상 직업 등을 알려주는 심심풀이 운명론까지 광범위하게 사이버-운세가 퍼져있다. 심심풀이라고는 하지만 이러한 급증한 사이버-운세는 앞날을 확신하기 힘든 지금 세대들의 사이버-미신이며, 이러한 맥락에서 「Virtual Serendipity」는 전적으로 사이버-미신적 세계이다. 캐릭터의 생성부터 게임의 플레이 과정, 성공여부 등은 컴퓨터에 의해 모두 프로그래밍화 되어 있다. 모든 삶이 이진법에 의해 규정되면서 - 주민등록번호를 포함해 나를 규정하거나 상품을 구분 짓는 다양한 코드들, 폰이 삶에 미치는 전반적인 영향, 대부분 컴퓨터로 이루어지는 사무업무 등 - 우리는 우리의 삶마저도 컴퓨터에 의해 결정되기를 바라는 것일까? 아니면 단지 우연성의 유희 속에서 유한하고 제약된 삶을 벗어날 가능성을 타진하는 것일까? 작가는 사이버-운명론과 사이버-우연성 사이를 넘나드는 「Virtual Serendipity」를 통해 양가적 질문을 함께 던진다 ■ 유은순
Vol.20140926c | 안가영展 / ANGAYOUNG / 安佳英 / mixed med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