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 유토피아니즘

김억展 / KIMEOK / 金億 / printing   2014_0924 ▶ 2014_1007

김억_화림동 居然亭_한지에 목판화_64.5×44cm_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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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1:00am~07:00pm

나무화랑 NAMU ARTIST'S SPACE 서울 종로구 관훈동 105번지 4층 Tel. +82.2.722.7760

이번 전시에서 김억은 두가지 조형적 어법과 판각법으로 '국토'를 풍경화(化) 한다. 예전에 많이 구사하던 부감법에 의한 대관적 다(多)시점을 배제하고, 보통의 고정된 포커스에 바탕해서 치밀한 사실적 재현으로 풍경을 현재화하는 「동천 洞天」 (洞天 / 도가(道家)에서는 신선(神仙)이 사는 곳이 명산의 동부(洞府-신화 전설 가운데 신선이 산다는 곳) 가운데에 많이 있다고 여겼다. 그러므로 동부 가운데 따로 한 세상[天地]이 있다고 하여 동천이라 부른다. 別有洞天(별유동천)은 別有天地(별유천지)라고도 한다. 풍광이 지극히 수려한 곳을 이르는데, 가끔 장난 삼아 사람들을 승경으로 끌어들인다고 한다. [출처]대만국어사전) (한편 동천구곡은 자연지형과 인간 심성활동의 결합체이다. 우리나라 동천구곡은 주로 태백산맥과 소백산맥의 산지 지역에 주로 입지·분포하며, 이는 인근에 위치한 양반의 계거촌과 관련이 있다. 동천구곡은 산지 내부를 흐르는 곡류하도에 주로 입지하여, 곡류하도 주변에 나타나는 다양한 지형요소들이 주요 경관을 이루고 있다. 주요 지형요소로는 봉우리, 소규모 평탄면, 토르, 수직절벽, 폭포, 여울, 소, 포인트바, 그리고 너럭바위, 거력, 암설사력퇴, 마식된 암반하상과 포트홀 등이 있다. 이를 동천 구곡에서는 대臺·암巖·봉峰·벽璧·벼리遷·학壑·반석盤石·천泉·폭瀑·담潭·연淵·추湫·소沼·천川·탄灘 등으로 칭한다. [출처]한국지형학회지 제19권 제3호 (2012년 9월) 기근도(경상대 지리학))연작과, 다른 한편으론 1784년(정조 8) 진경산수화가였던 김상진(金尙眞)의 「무흘구곡도 武屹九曲圖」(武屹九曲圖 지본수묵담채는 1784년(정조 8) 정구가 만년에 은거한 무흘정사(武屹精舍)의 중건을 기념하여 제작한 것이다. 「무흘구곡도」를 그린 지방화가로 추측되는 김상진(金尙眞)은 18세기 진경산수화를 주도한 정선(鄭敾)의 화풍을 구사하면서도 개성이 담긴 발묵법(發墨法), 그리고 실경을 충실히 관찰하고 묘사한 실경산수화에 뛰어난 기량을 보였다. )를 임모하고, 다시 이를 오늘의 풍경과 몽타쥬하며 판각한 「新무흘구곡도」연작이 그것이다. 그동안 김억의 국토풍경이 전체적으로 유가(儒家)적 시선에서 해석되며 진행되어 온 것에 비하면, 이번의 「동천」과 「新무흘구곡도」는 은일과 은거의 도가(道家)적 입장에서 국토의 아름다움에 접근하는 김억의 또 다른 시도라 할 수 있겠다. ● '동천'연작은 그야말로 승경산수다. 그림속으로 빨려 들어가듯 그림을 보는 사람과 그림이 혼연일체가 될 만큼 빼어난 경치를 골라서 그린 훌륭한 풍경화란 말이다. 「問余何事栖碧山 왜 산 속에 사는가 내게 묻는데 / 笑而不答心自閒 웃을 뿐 대답 않는 내 마음 한가롭다 / 桃花流水杳然去 복사꽃 뜬 시냇물 아득히 흘러가나니 / 別有天地非人間 여긴 도원경이지 인간 세계가 아님을...」 이런 '산중문답'에서 이백의 진술처럼, 김억은 이 작업들에서 풍경 그자체로서의 고적함과 아름다움을 사실적인 관찰로 꼼꼼하게 재현했다. 물 좋고 바위 좋은 풍경의 포인트에 자리잡은 정자와 자연의 어울림을 통해서, 번잡한 속세의 홍진(紅塵)으로부터 벗어나 자연과 합일하는 도가적 이상향인 허허로움과 여유로움을 소재로 한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 정자를 바라보는 우리가 결코 그 승경에 이를 수 없다는 점을 확인하는 역설적 곤혹함이다. 부감법에 이르지 않는 적당한 높이의 시선은 카메라 일안 렌즈 앵글처럼 일상적이다. 이 시선에 의한 형상성은 결국 이 풍경의 현장이 승경에 이르는 도가적 풍경이 아니라, 현재의 일상적 리얼리티를 명료하게 담보해주는 성격으로 드러난다. 이 뛰어난 풍경이 바로, 지금, 내 눈앞에 펼쳐져 있지만, 그 꼼꼼한 화면의 사실성은 온전한 풍경으로의 감성적 흡입을 방해한다. 자동차로 기껏해야 몇 시간내에 갈 수 있는 일상적 공간이라는 회의를 불러일으키며, 자연과의 합일이라는 도가적 승경에 안착하지 못하는 거리감을 확인케 해주는 것이다. 이는 바로 현재 우리 국토가 과거와는 다른 탈 자연의 지점에서 소비되고 있음을 여실히 반영하는 것이라 할 수 있겠다.

김억_원학동 搜勝臺_한지에 목판화_64.5×44cm_2014
김억_문경 선유구곡_한지에 목판화_130×64cm_2014

이와는 달리 쉽게 마음을 끌어 당기는 게 「新무흘구곡도」연작이다, 김억이 처음 시도하는 실험적 형식이다. 과거와 현재의 시간성과 조형성을 대입하면서 국토풍경의 새로운 맛을 펼치는 장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대략 240년 전의 산수화를 차용하면서 당시 화가의 시선에 의한 구조로 화면을 구성한 뒤에 본인이 직접 답사하면서 만난 오늘의 풍경과 사람들 삶의 모습을 오버랩 한다. 과거풍경에 현재 사람들의 삶의 모습들을 몽타쥬시키는 것이다. 그곳엔 절경속으로 스며든 어울림의 풍경, 즉 승경이 배태되어 나온다. 현대적 일상이 도가적 자연으로 승화되는 일종의 '몽유무흘구곡도'라고나 할까.

김억_골지천 九美亭_한지에 목판화_64×130cm_2014
김억_무흘구곡-5곡 사인암_한지에 목판화_49×37cm_2014
김억_무흘구곡-6곡 옥류동_한지에 목판화_49×37cm_2014
김억_무흘구곡-7곡 만월담_한지에 목판화_49×37cm_2014
김억_무흘구곡-8곡 와룡암_한지에 목판화_49×37cm_2014

「무흘구곡」을 그린 김상진은 겸재처럼 진경을 그린 화가였다. 당연히 그의 무흘구곡도는 관념산수가 아닌 진경(眞景)이었다. 그러나 여기에 김억 특유의 각법이 몽타쥬되며 불러 일으키는 「무흘구곡도」의 그것은 특정한 대상에 대한 사실적 서술이 아니라, 정서공간으로서 국토풍경의 뻬어남과 여유다. 이질적인 형식이 상호 조응하며 드러내주는 국토에 대한 유려한 정서가 기존의 풍경화들과는 다른 지점에 자리하는 것이다. 기실 지금의 우리들 시방식에 기준하면, 그 진경의 「무흘구곡도」조차도 객관적 사실풍경이라기 보다는 차라리 관념적 풍경에 가깝다. 그러나 이 과거의 시각과 조형의 바탕에서 작가가 이입한 현실성으로부터 작용하는 김억의 조형법에서 우리는 그림과의 편안한 합일을 이루어낸다. 기록에 남은 과거자료에 바탕해서, 지금 현장에서 그가 느끼는 그만의 표현법과의 조응을 도출해낸 것이다. 그것은 앞서 국토에 대한 서사적 문제의식을 드러내던 구작 유가산수(儒家山水)와는 다른 맛이다. 철저하게 관조화되고 즐기는 대상으로서의 국토. 안빈낙도의 공간인 국토. 김억은 이번 전시에서 그렇게 사람들이 무의식적으로 귀향코자 하는 조상님 품 같은 국토를 그리고자 했다. 전작들에 비하면 도가산수(道家山水)라고 이름해도 무방한 또다른 진경에 들어선 것이다. 작품을 임하는 자세에 힘을 뺌으로 작가자신의 경계로부터도 자유스러운 상태에서 보여지는 화면속으로 즐기듯 들어가보자. 혹시 아는가, 어느 순간 우리가 그림속에서 밖을 보고 웃고 있지나 않을지... ■ 김진하

Vol.20140927c | 김억展 / KIMEOK / 金億 / pr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