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ll-being

이광기_이선경 2인展   2014_0912 ▶ 2014_1115 / 월요일 휴관

초대일시 / 2014_0912_금요일_05:00pm

2014킴스아트필드기획초대展

후원 / 부산광역시

관람시간 / 10:00am~05:00pm / 월요일 휴관

킴스아트필드미술관 KIMS ART FIELD MUSEUM 부산시 기장군 기장읍 동암해안길 53 Tel. +82.51.517.6820 www.kafmuseum.org

킴스아트필드 미술관에서는 매년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작가 2명을 선정해 개인전 형태의 기획전을 개최해 왔다. 올해에는 다양한 영상설치작업으로 사회의 부조리한 현실을 재기발랄한 언어로 표현해온 이광기와 자신의 내면에 숨겨져 있는 다중자아의 이미지를 형상화하고 있는 이선경이 그 주인공이다. 공교롭게도 이 두 작가는 모두 개인과 사회의 불편한 상태를 표현하고 있다. 이광기는 보통사람들이라면 그냥 스쳐 지나갈 수 있는 사소한 불편함에 딴지를 건다. 그리고 이선경은 자신의 내면속에 낯선 자신을 표현하고 있는데 이는 그 자체로 불편한 심리를 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 전시의 타이틀은 'ill-being'이다. '불편함' 정도로 해석할 수 있는 이 단어는 사실 한때 유행했던 Well-being의 대척점에 있는 단어이기에 선택되어 졌다.

이광기_맹자께서 말씀하셨다."서민끼리싸우지말자"_보라색 네온_24×150cm_2014
이광기_시발놈 착한척하기는_핑크색 네온_24×150cm_2014
이광기_니 새끼 니나 이쁘지_노랑색 네온_24×140cm_2014

이광기ill-being of social relationship / 사회적 관계의 불편함 이광기는 사회현상 속에서 발견되는 어떤 불편함을 지속해서 문제를 제기해온 작가이다. 가령 2005년에 제작한 「인식-한국도로공사의 답변」이라는 작품은 고속도로에서 날아온 돌에 자신의 자동차 유리창에 금이 가는 사건에 대해 한국도로공사와 책임소재로 공방한 과정을 담고 있다. 또 다른 작품 「명품 New Remake」는 작품의 가격이 매겨지는 과정에 딴지를 거는 작품이다. 200만 원 상당의 명품 가방을 잘라서 해체하고 다시 붙이는 과정을 실재 오브제와 영상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가격은 224만 5천 원이었고 판매가 되었다고 한다. 이처럼 작가는 우리가 무심코 받아들이는 사회적 관계 혹은 제도 사이의 빈틈을 찾아 이를 전복적으로 사유하게 만드는 작업을 진행해왔다. 그리고 작년에 제작되었던 「세상의 빈틈」에서는 자신과 이름이 같은 영화배우 이광기가 천천히 이를 닦는 영상을 선보였다. 이를 천천히 닦으면 부지런히 닦는 것보다 훨씬 개운하다는 개인적인 경험을 표현한 것이다. - 실재로도 그렇다 - 그 어디에도 없었던 양치질 팁을 우리에게 알려주면서 그 제목을 「세상의 빈틈」이라 이름 지은 것이다. 이처럼 이광기는 자신이 보기에 허술한(?) 사회적 시스템을 문제 삼는다. 여기에 아무렇지도 않게 기대어 사는 우리는 이 시스템에 매우 의존적인 버릇을 가지고 있어 그 너머를 사유하지 않는다. 바로 이 지점. 이광기가 바라보는 세상에 대한 관점이다.

이광기_테이블no.4_디지털 프린트_35×60cm_2014
이광기_테이블no.2_디지털 프린트_32×80cm_2014
이광기_테이블no.3_디지털 프린트_32×80cm_2014

이번전시에서 작가는 「서민끼리 싸우지 말자」, 「시발 놈 착한 척 하기는」, 「니 새끼 니나 예쁘지」 등의 텍스트를 네온으로 제작하였다. 이미 2010년에 했었던 텍스트 작업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다. 다소 거칠고 신경질적인 이 수사들은 사회의 가장 깊은 심연에서 작동하고 있는 허위의식의 속살을 드러내는 강렬한 메시지들이다. 거대한 국가권력 혹은 제도의 권력적 속성을 보지 못하고 자신의 이기심으로 서로의 살을 갉아 먹고 있는 현대인의 모습들이 오버랩된다. 불의를 보고도 외면하지만 착한 척하고 사는 우리의 허위의식이나 가족이기주의에 파묻혀 사랑을 사회적으로 확산하지 못하는 속 좁은 우리 삶을 힐난한다. 그리고 작가는 이번에 새로운 신작을 선보인다. 잘 차려진 술상처럼 보이는 사진이지만 사실은 이미 먹고 난 이후의 풍경이다. 욕망이 휩쓸고 지나간 흔적처럼 보이기도 하고 과도한 욕망이 남긴 잉여의 풍경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작가는 이를 다시 아름답게 배열하여 너무도 친절하게 보여준다. 아무도 먹고 남은 음식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 음식물 쓰레기에서 새로운 가치를 발견하는 작가의 시선이 놀라울 따름이다.

이선경_두려움 없이_종이에 콘테_140×84cm_2014
이선경_두려움 없이_종이에 콘테_140×84cm_2014

이선경ill-being of narcissism / 자기애의 불편함 이선경의 작품은 자신의 내면에 있는 다중적인 자아의 이미지를 형상화하고 있다. 작가는 오랫동안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의 이미지를 그려왔다. 작가가 이토록 집요하게 자신을 그린다는 것은 거울 속의 이미지와 자신과의 끊임없는 '불일치'를 경험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 거울은 물리적인 거울일 수도 혹은 자신의 의식이나 무의식에 기반을 둔 이미지일 수도 있다. 그런 면에서 이선경의 작업은 나르시시즘적이다. 물속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사랑할 수 있었던 것은 이미지와 자신과의 '불일치'에 기인한 것이기 때문이다. 라캉은 유아의 행동을 유심히 관찰하면서 그 유명한 거울단계이론을 이야기하였다. 초기에는 유아가 상상계로 접어드는 발달관계이론으로 설명하였지만, 후기에는 인간 삶의 구조적인 영역으로 확장한다. (그래서 라캉에게 있어 주체는 고정된 것이 아니다.) 그런 면에서 이선경의 작품은 자신에게서 태어났지만, 끊임없이 미끄러지는 자신의 이미지와의 '불일치' 혹은 '오인'의 형상들이다. (우리가 끊임없이 셀카를 찍어대는 것도 바로 이러한 심리적 요인이 작동하기 때문은 아닐까?)

이선경_두려움 없이_종이에 콘테_140×84cm_2013
이선경_두려움 없이_종이에 콘테_140×84cm_2014

이선경의 작품을 보면 매우 불편하다. 작가의 이미지들은 자신에게 향하는 가학적인 속성들을 유감없이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온몸을 연필로 찌르거나 (특히 손톱을 찌르는 연필은 압권이다.), 얼굴에 촛불이 가득 채워져 있거나, 눈에서 나뭇가지가 자라기도 한다. 자신의 내면에서 떠오르는 이미지들을 여과 없이 형상화하는 작가의 작업은 우리가 모두 겪고 있는 '혼란'의 형상들이며 우리가 인식하든 그렇지 못하든, 어떤 형식으로든 진행된 상처의 '순수기억'들이다. 이 불편한 회화에 자꾸만 눈이 가는 것은 왜일까? 그것은 이선경의 작품에서 비록 그 내용을 알 수는 없지만, 심리적으로 공유되는 지점이 있기 때문이다. 말하지 않아도 느껴지는, 누구에게나 있을 법한 축적된 상처에 대한 공감. 그 공감의 힘은 자신에게로 다가오는 무의식적인 형상들을 여과 없이 자동기술적으로 드러내는 작가의 진정성에 기인하는 것은 아닐까?

이선경_두려움 없이_종이에 콘테_140×84cm_2014

이광기와 이선경 작품의 공통점은 불편함(ill-being)이다. 그들의 작품은 전통적인 예술에서 느낄 수 있는 아름다움을 찾을 수가 없다. 지극히 개인적인 상처에 천착하는 이선경과 사회적 시스템에 대한 '의심'을 드러내는 이광기의 작업이 당연히 우리를 불편하게 만든다. 어쩌면 웰빙(Well-being)이란 현실에서는 존재할 수 없는 이데아일 뿐이다. 우리가 그 허망한 욕망에 사로잡혀 볼 수 없었던 것들. 두 작가의 작품은 이들을 호출해 우리에게 보여준다. 그래서 예술은 현실 혹은 질서의 대척점에서 우리를 바라볼 수밖에 없다. 예술가에게는 가혹한 일이지만, 그래야 우리는 삶의 형태를 제대로 볼 수 있다. ■ 이영준

Vol.20140928a | ill-being-이광기_이선경 2인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