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 사람, 축적

이상권展 / LEESANGKWON / 李相權 / painting   2014_1007 ▶︎ 2014_1026 / 월요일 휴관

이상권_숨은 집, 찾기 5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17×117cm_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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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4_1009_목요일_06:00pm

후원 / 서울시청_서울문화재단 한국문화예술위원회_사계절 출판사

관람시간 / 11:00am~06:00pm / 월요일 휴관

복합문화공간 에무 Multipurpose Art Hall EMU 서울 종로구 경희궁 1가길 7 Tel. +82.2.730.5604 www.emuspace.co.kr

우리시대 진경풍속, 평범함의 역설 ● 이상권의 개인전으로 복합문화공간 에무의 재개관전을 연다. 이번 전시는 2011년 가을『광화문에서 길을 잃다』전시 이후 개인전 제안을 한 후 3년 동안 준비한 것이다. 이번 전시는 사람냄새 물씬 나는 '공간'을 중심으로 전개된다.『사람, 공간, 축적』은 이번 전시의 제목이기도 하지만, 이상권의 주제와 화법이기도 하다. 그는 이번 전시에서 자신의 화법을 주제로 내세워, 사람과 사람, 시간과 공간, 그 사이를 가득 메우는 감정과 심리, 이야기와 소리, 촉각과 감각들로 채운다. 그의 공감각적인 그림들은 익숙하지만 기이한 공간으로 변이되어 불안한 일상을 드러낸다. 소박하고 담담하게 평범함을 그려내는 이상권의 그림은 익숙함에서 오는 편안함이 어느 순간 데자뷰처럼 기이하게 느끼게 한다. 특히 이번 전시에 소개되는 작품들은 화면을 가득 채운 집과 사람들의 이야기들이 숨 막힐 듯 아슬아슬한 긴장과 불안이 심리적으로도 물리적으로도 가깝게 느껴진다.

이상권_생활 1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62.2×130.3cm_2014
이상권_생활 2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62.2×130.3cm_2014
이상권_숨은 집, 찾기 1_캔버스에 유채_90×180cm_2013

이상권의 그림은 무척 구체적이면서 동시에 보편적이다. 마치 어릴 적 그림일기를 쓰기 전에 머리 위에 떠올려지는 한 컷의 하루처럼, 누구에게나 일어날 법한 바로 그 한 장면으로 이야기를 잔뜩 담아 압축된다. 그래서 누군가의 특별할 거 없는 어느 하루, 어느 한 순간 은 마치 나의 이야기, 나의 기억과 공명한다. 그래서 그의 그림을 보고 있자면 언젠가 내가 경험했던 느낌과 감정, 감각들이 고스란히 기억에 마음에 신체에 떠오르게 된다. 그것은 아마도 작가가 자신이 가늠할 수 있는 것들로만 주제와 소재를 한정하고, 거기서 느꼈던 것들을 구체화하는 방식으로 삶과 사람에 대한 질문을 표현하고 육화함으로써 자연스럽게 세상과 세계에 공감하는 이상권만의 화법에 기인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의 그림은 공감을 넘어 특유한 울림으로 공명하고, 나아가 지친 삶에 따뜻한 위로와 너그러움을 준다. ● 그래서 이상권의 작품들은 우리시대 진경풍속화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겸재의 진경산수가 공감각적인 것처럼 이상권이 그리는 다닥다닥 빼곡하게 들어찬 집들과 아파트들, 그리고 사람들이 축적된 화면은 공감각적인 우리시대 진경풍속이다.「숨은 집 찾기」시리즈,「집으로 가는 길」,「전망 좋은 집」에서 집들은 하나하나 개별적인 집으로 인지되기 보다는 하나의 덩어리, 전체로 들어온다. 너무 평범해서 없는 것처럼 존재하는 그래서 숨어있는 것처럼, 찾아야만 하는 집들은 그 집에 사는 사람들과 무척이나 닮았다. 특별할 것 없는 평범함과 튀어서는 안 되는 평범함이 축적된 공간은 보통 사람들의 고단한 삶과 서글픔, 익숙함에서 오는 편안함이 역설적으로 켜켜이 쌓여 있다.

이상권_집에는 왔으나..._캔버스에 유채_80.3×100cm_2014
이상권_집에 온 사람들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00×100cm_2014
이상권_흑산도진리마을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80×80cm_2014

이상권 그림의 사람들은 자신의 공간에 뿌리 내리지 못하고 주위를 맴돌고 부유한다. 그의 그림에서 집은 사람들과 닮았지만 더 이상 안락하고 편안한 휴식의 공간이 아니다.「생활」시리즈의 사람들은 자신이 사는 집과 닮았고 심리적으로 물리적으로 흔들리면서라도 출근함이 다행이며,「집에는 왔으나」,「집에 온 사람들」의 사람들은 집에는 왔으나 들어가지 못하고 차 안에서 호흡을 가다듬고 때론 집 주변을 배회하고, 축 쳐진 뒷모습으로 집으로 들어간다.「모던보이」의 소년처럼 우리들은 꽉 채운 건물과 공간을 가득 채운 소음들이 너무 가득 차서 사라지고 소년은 자신만의 시공으로 부유하듯 둥둥 떠 있다. 모던보이의 복장은 직장인과 소년으로 분열되어 있듯, 사람들은 아직 다 자라지 못한 소년이 자신 안에 공존한다. ● 우리시대를 사는 많은 사람들은 자기 자신에게서 익숙하지만 낯선 섬뜩함을 느낀다. 이렇듯 이상권의 작업은 사람, 공간, 축적을 통해 주체의 분열, 불안, 너무 가득 채워 내파된 공간을 우리시대 평범함의 역설로 보여준다. 또한 그의 이미지 서사로 구현되는 구체적 보편성은 우리의 기억과 여러 감각을 끌어내어 자연스럽게 공감하게 한다. 마치 김광석의 노래가 나의 기억과 겹쳐 위로하듯 이상권의 그림 역시 현실의 고단함과 평범함의 위대함을 노래한다. ■ 박수진

Vol.20141007j | 이상권展 / LEESANGKWON / 李相權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