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기억의 순간들

안혜림_유지은 2인展   2014_1003 ▶︎ 2014_1023 / 일요일,월요일 휴관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갤러리409 신진작가 기획초대展

관람시간 / 11:00am~05:00pm / 일요일,월요일 휴관

갤러리409 GALLERY409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기흥단지로 24번길 38(고매동) Tel. +82.31.285.3323

어릴 적 지하철 환승역인 신도림역, 지금도 그렇지만 붐비는 사람들 틈에 정신없는 곳이었다. 계단 한 모퉁이에서 바나나를 낱개로 팔고 계시는 할머니를 본 나는 엄마를 졸라 바나나 하나를 손에 쥐었다. 아무 생각 없이 바나나 껍질을 쭉쭉 벗긴 나는 한입을 채 물지 못하고 알맹이를 툭 바닥에 떨어뜨리고 말았다. 내 손에는 빈 껍질과 엄마에게 미안한 마음뿐이었다. 이것이 나의 기억 속에 두고두고 자리 잡은 바나나의 기억이다. ● 나는 인간이 가질 수 있는 감정 중 소외와 외로움, 동떨어짐이라는 부분을 남겨진 바나나의 형체로 표현한다. 사람들 간에 개인의 삶에서 올 수 있는 것들을 은유적으로 나타내고 있다. 뜯어 먹고 남겨진 꼭지 부분들과 남겨진 껍질을 마치 사건 현장을 포착하듯 기록하듯 다양한 각도와 상태를 나타낸다. 남겨진 꼭지 부분들을 다시 들여다보면 생명이 깃든 듯 웃는 모습으로'왁자지껄 떠드는 모습으로도 보인다.

안혜림_하나남았다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53×72.7cm_2012
안혜림_Banana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33.3×53cm_2010
안혜림_Blooming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66×90cm_2014

본격적으로 작업의 이미지로 선택한 것은 작업실 한쪽에 말라비틀어진 형체를 보며 감정이입이 된 그 순간이었을 것이다. 그날따라 그 바나나는 참으로 처량해보였다. 반점들이 드문드문 생겨난 그 모양새 '이미 상태가 좀 되어버린' 마트에 진열되어있었다면 50%할인 신세이거나 날 파리의 공격으로 사람들의 눈길조차 받지 못하는 신세였을 것이다. 사실 이때가 당도는 제일 높다지만...이미 상품가치를 잃었다. 시간이 지나 변하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그것을 받아들이기 힘든 나를 보았다. 노란 껍질을 벗기면 하얀 속살을 드러낸다. 그대로 몇 분을 소홀히 방치하면 곧 그 하얀 속살은 점점 색이 변해간다. 나이 들어 탄력 잃은 피부와 하나둘씩 생기는 검버섯... 바나나도 그렇게 변해 가고 있다. ■ 안혜림

유지은_Clotting with teeth_종이에 잉크_47×34cm_2011
유지은_Clotting with eyes_종이에 잉크_47×34cm_2011
유지은_Once upon a time_종이에 잉크'수채_76×57cm_2014

"그들은 우연적으로 나타난 것 같지만 그러나 결과적으로 그들을 밖으로 유혹하는 것은 본인이다. 소심하게 갇혀있던 그들에게 바치는 자유시간과 공간" 인간으로서 항상 자신이 원하는 것들을 모두 다 충족하며 현재의 공동체 세상에서 살아 갈수는 없다. 그렇기에 자신의 욕구와 욕망을 자신만이 알 수 있는 또는 자신조차 알 수 없는 곳에다가 가두어둔다. 그러나 너무 참고만은 살 수 없기에 개인적 기준의 심의를 거쳐 세상으로 나와'자신의 욕구와 욕망을 적당히 충족시켜준 후 다시 자신만의 감옥 안으로 '그들'을 들여보낸다. 이 글에서, 나는 '욕구+욕망'을 '그들' (정확히 무엇인지 확인할 수 없는 존재이기에 삼인칭 복수 대명사를 사용하였다)이라 표현하겠다. 그들은 언제나 틈을 노리는데, 인간이 세상의 도덕적 사회적 규칙과 규범의 제한에서 잠시 벗어나 맘을 놓고 있을 때, 예를 들어 혼자만의 공간과 시간을 갖게 되었을 때, 사람들은 남의 눈, 세상의 눈을 신경 쓰지 않고 소심하게 갇혀있던 그들에게 잠시 자유를 준다. 가끔, 때론 자주 내가 잠시 방심한 틈을 타, 상상조차 허락되지 않는 그들이 내 뇌 속으로 들어와 '상상되어짐'을 마음껏 즐기다가 들키는 순간 도망쳐버린다. ■ 유지은

Vol.20141011d | 내 기억의 순간들-안혜림_유지은 2인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