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旅程

정제화展 / CHEONGJAEHWA / 鄭濟花 / painting   2014_1022 ▶︎ 2014_1027

정제화_모란이 피면_장지에 분채_38×45.5cm_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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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4_1022_수요일_06:30pm

관람시간 / 10:00am~07:00pm

가나인사아트센터 GANAINSA ART CENTER 서울 종로구 인사동길 41-1(관훈동 188번지) 4층 Tel. +82.2.736.1020 www.insaartcenter.com

정제된 색채와 농밀한 표현으로 기록된 진솔한 삶의 성찰 ● 채색은 수묵과 더불어 동양회화 전통을 양분하는 중요한 장르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역사적 의미나 조형적 성취가 수묵에 비해 상대적으로 간과되었던 것은 '남북종론'에 따른 수묵 제일주의와 일제 강점기에 유입된 일본화에 반감이 작용한 때문이다. 이러한 일방적인 추세가 교정된 것은 대체로 1980년대 중반 이후 채색화의 가치에 대한 재인식을 통하여 그것이 우수한 전통미술로서의 의미와 가치를 지니고 있음을 확인한 이후의 일일 것이다. 이에 더하여 현란한 색채 자극이 일상화된 현실에서 시대의 변화에 따른 표현에 대한 욕구가 강해짐에 따라 채색화는 새삼 주목받게 되었다. 오늘날 채색화는 이미 수묵 일변도의 왜곡된 상황을 넘어 본연의 위상을 회복함은 물론 오히려 흐름을 주도하는 경향으로까지 발전하였다. 이는 시대적 가치관의 변화에 따른 전통의 또 다른 변혁이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 작가 정제화의 작업은 전형적인 채색화의 형식과 내용을 갖추고 있다. 정교하고 치밀한 색채 운용과 사물의 표현은 물론, 이를 통해 구현해내는 동양 특유의 색채 심미 역시 전통적인 채색화의 그것을 따르고 있다. 사실 색채에 의한 사물 표현은 인류 공통으로 존재하는 것이지만, 그 표현에 있어서는 지역과 민족에 따라 일정한 차이를 드러낸다. 동양을 예를 들면 중국의 채색화는 정교하고 기교적이며 장식적인 면이 두드러지며, 일본의 경우 정적이고 서정적인 분위기의 담백한 색채 운용이 빼어나다. 이와 비교한다면 우리의 채색화는 상대적으로 채도가 높은 다소 무겁고 깊이 있는 색채를 선호하며 기교적 정교함보다는 분방한 변화를 취하는 것이 특징이다.

정제화_생명의 노래_장지에 분채_81×100cm_2014

작가의 작업은 기본적으로 섬세한 필치를 바탕으로 일정한 순서에 따라 이루어지는 정치한 색채 운용으로 이루어진다. 일견 작가의 화면은 화려하고 장식적인 것으로 보여 질 수 있겠지만, 그 속에는 색채의 방만한 화려함과 지나친 기교적 정교함을 경계하는 의식이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사물의 표현에 있어 치밀하고 정교한 것과 소박하고 거친 것의 대비를 통해 서로를 보완하며, 공간 구성에 있어 여백을 효과적으로 활용하여 이질적인 요소들을 한 화면 속에 수렴해 내고자 하는 설정이 바로 그것이라 읽혀진다. 이러한 대비를 통한 공간 구성과 화면의 전개는 작가의 작업을 견인하는 주요 얼개이다.

정제화_여정(旅程)_장지에 분채_53×45.5cm_2014

화면에 등장하는 소재들은 다분히 전통적인 것들로, 이미 객관화되어 특정한 내용으로 읽혀지는 것들이다. 만약 작가의 작업이 이러한 전통적인 사물들의 형상과 내용들을 나열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라면, 그것은 묘사나 재현의 기능적인 재주에 그치고 말 것이다. 작가는 이에 더하여 자신의 해석과 사유를 더함으로써 그것들을 자기화하고 있다. 이러한 사유는 특유의 집요하리만치 섬세한 필치와 정제된 색채로 가공되어 기성의 읽힘을 넘어 작가의 것으로 환치된다. 그 내용들은 때로는 기성의 것을 번안한 것으로 나타나기도 하고, 또 경우에 따라서는 작가의 내밀한 사유를 통해 재해석되기도 한다. 그것은 경쾌하고 해맑은 감성으로 일상을 기록하기도 하고, 또 진중한 사유로 삶의 근본적인 것들을 표현하기도 한다. 이는 일종의 전통의 재해석인 동시에 자신의 삶을 통해 얻어진 경험들을 관조하는 의식의 반영이기도 하다.

정제화_여정(旅程)_장지에 분채_66×100cm_2014
정제화_여정(旅程)_장지에 분채_91×232cm_2014

화면에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꽃들은 모두 농염하고 화려하다. 이러한 꽃들은 생명을 상징하고 현실에 대한 긍정과 시간의 유한함 등을 은유하는 상징으로 읽힌다. 물론 작가의 작업 역시 이러한 내용들과 일정한 연계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작가는 그것이 무겁고 심각한 내용으로 읽혀지는 전통적인 것이든, 혹은 일상의 소소함에서 채집된 소박한 감성이든 언제나 특유의 진지함과 집요함으로 이들을 수렴해 낸다. 그것은 일상에 대한 진솔함과 삶에 대한 성찰의 반영으로, 작가의 작업이 기성의 고전적 가치에 함몰되지 않고 자기만의 언어와 조형으로 표출되게 되는 원천일 것이다. 인간의 삶이란 것은 언제나 유사한 모양으로 반복되게 마련이다. 작가는 인간이 추구하는 보편적인 삶의 양태를 전통적인 가치를 통해 수용하되, 자신의 사유를 통해 이를 재해석함으로써 기성의 그것과는 다른 개별화를 지향하는 것이다.

정제화_여정(旅程)_장지에 분채_91×232cm_2014

작가의 화면에서 두드러지는 부분은 침착하고 안정적인 색채의 운용이다. 이는 작가의 작업이 지니는 장점인 동시에 특징이라 할 것이다. 그것은 노동과도 같은 반복적인 작업 과정을 거쳐 비로소 획득되게 되는 채색화 특유의 심미임은 말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이는 작업에 임하는 작가의 진지함이 반영된 것으로, 그의 화면에는 한 점 흐트러짐이 없는 완결성을 지향함이 여실하게 드러난다. 이는 물론 기본적으로는 작가의 성정이 반영된 결과이겠지만, 이와 더불어 북송(北宋)의 화조화 전통에서 비롯되는 공필(工筆)의 정교함을 바탕으로 한국 채색화 특유의 농밀한 색채 심미가 결합된 결과라 여겨진다. 화면 전반을 통해 유감없이 드러나고 있는 채색화에 대한 작가의 이해와 소화 능력은 그것이 이미 일정한 수준과 단계에 이르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집요한 표현과 섬세함, 그리고 화면 전반에서 쉽게 감지되는 표현에 대한 집착은 경우에 따라서는 오히려 작가가 지니고 있는 본연의 풍부한 표현력을 저해할 수도 있음은 지적되어야 할 것이다. 만약 작가가 보다 자유롭고 여유 있는 자세로 자신의 일상과 내면을 표출해 낼 수 있다면 작가의 작업은 지금과는 또 다른 단계에 이를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작가가 보여주고 있는 오늘의 작업들만으로도 충분히 담보되는 것이다. 작가의 분발과 다음 성취를 기대해 본다. ■ 김상철

Vol.20141023g | 정제화展 / CHEONGJAEHWA / 鄭濟花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