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色)의 언어

국대호_양주혜_이소영_정운학展   2014_1024 ▶︎ 2014_1130

국대호_C2014004_캔버스에 유채_72.8×60.6cm_2014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후원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관람시간 / 10:00am~06:00pm

모란미술관 MORAN MUSEUM OF ART 경기도 남양주시 화도읍 월산리 246-1번지 Tel. +82.31.594.8001~2 www.moranmuseum.org

시각은 인간의 뇌가 처리하는 감각 정보의 관점에서 다른 감각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감각이다. 또한 문화사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시각은 여타의 감각에 비해 중요하게 취급된 감각이다. 이러한 시각의 영역에서 색은 근본적인 역할을 하는 요소이다. 세상의 모든 사물은 색을 갖고 있다. 이는 바로 우리가 색을 통해 이루어지는 환경 속에서 살아가고 있음을 의미한다. 색이 없는 세상이란 상상할 수 없다. 색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사물을 바라보고, 사물을 나의 마음에 떠올리고, 사물을 개념으로 정리하고 인식하는 인간의 그 모든 행위에 많은 어려움이 수반될 것이다. 이런 점에서 색은 인간의 경험과 이에 따른 인식의 바탕을 이루는 근본적인 요소들 중의 하나인 것이다.

국대호_C2014002_캔버스에 유채_72.8×60.6cm_2014

색은 가까이 있지만 우리는 흔히 이를 의식하지 못한 채 살아간다. 물론 우리가 옷을 사거나 음식을 먹을 때 혹은 집을 지을 때 색이 고려되기는 한다. 그러나 이는 어떤 색을 좋아하고 싫어하는 선호의 문제에 그칠 뿐, 근본적으로 색의 가치에 대한 물음을 던지는 데에 이르지는 못한다. 그러기에 색은 우리와 가장 가까이 있으면서 가장 멀리 있는 것이기도 하다. 색의 세상에서 존재하면서 정작 색을 의식하는 경우란 거의 없는 것이다. 예술은 자신의 고유하면서도 다양한 방식으로 이러한 색의 의미와 가치를 재현한다.

양주혜_空·0·不_퀼트에 아크릴채색_153×153cm_2000
양주혜_空·0·不_퀼트에 아크릴채색_153×153cm_2000

인간, 삶 그리고 자연을 재현하는 예술에서 색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색의 스펙트럼은 무한하고, 그 가능성은 측정할 수 없을 정도이다. 우리는 색을 구분해서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실상 색들 사이에 뚜렷한 경계는 없다. 예컨대 빨강, 노랑, 파랑 등은 단지 자의적인 구분에 따라 붙여진 것일 뿐, 그 색들을 명확히 규정할 수는 없는 것이다. 같은 색이라도 칠해지는 방식에 따라 느낌이 달라진다. 같은 색이라도 두텁게 칠해진 것과 얇게 칠해진 것 사이의 상당한 정도로 질감의 차이가 존재하기 마련이다. 어떤 재료에 칠해지는지에 따라 색의 이미지는 다양하게 변화한다. 또한 색은 시간과 장소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색의 분위기는 환경에 의해 형성되는 것이다.

이소영_illusion_혼합재료_58×38×32cm_2012
이소영_fontana line_C 프린트_200×120cm_2009

색은 시각문화(visual culture)의 바탕을 이룬다. 색상, 채도, 명도 등에 의해 복합적으로 변용되는 색은 우리의 마음에 상응하여 다양한 체험을 불러일으킨다. 색은 심미적 경험을 촉발시키는 문화적 요소인 것이다. 2014년 모란미술관의 『색(色)의 언어』展은 색에 내재한 조형언어를 다각도로 살펴보고, 색이 현대미술에서 갖는 함의를 다시 생각해보려는 의도에서 기획된 것이다. 이번 전시에 참여한 작가들(국대호, 양주혜, 이소영, 정운학)은 색의 조형적 가능성과 현실성을 독특하고 실험적인 방식으로 구현하고 있다.

정운학_책이야기 Story of books_혼합재료_102×60cm_2011
정운학_History Book_LED 필름 FRP_62×50×21cm_2012

국대호의 작품은 얼핏 전형적인 차가운 추상회화의 속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찬찬히 작품을 보고 있으면, 각 작품의 색 단위들이 마치 하나의 건반처럼 느껴진다. 그러기에 작품을 보는 것이 예컨대 피아노 소나타를 듣는 것과 같은 경험을 이끌어낸다. 작품에서 색의 대위법(Kontrapunkt)을 읽어내기란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다. 양주혜의 작업은 기하학적 문양이 반복된 퀼트(quilt) 위에 색점을 찍어 이루어진다. 색점이 찍힌 화면은 무한한 것 혹은 말할 수 없는 어떤 절대성에 대한 마음의 동경을 보여준다. 퀼트, 기하학, 색점의 결합에서 색의 물리적 특성은 정신적인 것으로 환원되고 있다. 이소영은 건물이나 통로에서 환기되는 공간의 다층적 의미를 제시하고 있다. 설명할 수 없는 공간이 색에 내재한 미묘하고 섬세한 차이의 변용을 통해 관계의 이미지로 재현된다. 정운학은 입체적 회화이면서 동시에 설치적 조각이기도 한 작품을 선보인다. 작품에서 자유롭게 활용된 색은 보이는 세계를 드러내는 요소가 아니라 오히려 보이지 않는 세계에 대한 미학적 지표(aesthetic index)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 ● 이번 『색(色)의 언어』展은 색을 통해 이루어지는 조형적 다양성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제시에만 머물지는 않는다. 작품들에서 뚜렷하게 확인할 수 있듯이, 참여 작가들은 색의 철학적, 미학적, 문화적 함의를 지속적으로 탐구하고 있다. 이번 전시가 색의 일상적 의미와 더불어 현대예술에 구현된 색의 무한한 가능성을 여러 관점에서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희망한다. ■ 임성훈

Vol.20141024e | 색(色)의 언어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