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 PINE TREE

손동현展 / SONDONGHYUN / 孫東鉉 / painting   2014_1024 ▶︎ 2014_1113 / 월요일 휴관

손동현_Shaman the Evergreen_종이에 먹, 채색_194×130cm_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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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4_1024_금요일_06:00pm

작가와의 대화 / 2014_1101_토요일_04:00pm

후원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관람시간 / 02:00pm~08:00pm / 월요일 휴관

스페이스 윌링앤딜링 SPACE WILLING N DEALING 서울 용산구 이태원2동 225-67번지 B1 Tel. +82.2.797.7893 www.willingndealing.com

손동현 개인전에 부쳐 ● 우리는 대중매체 속 특정 캐릭터의 이미지를 고정적으로 인식하곤 한다. 수십 년이 지나도 배트맨이나 슈퍼맨 등의 히어로들의 이미지는 그대로인 것처럼 말이다. TV 매체를 통해 인기를 얻는 연예인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소위 스타들은 그들의 스타일과 외모는 마치 영원히 변하지 않을 듯 인상적인 모습 그대로 뇌리에 남겨지며 사람들은 그 이미지 자체를 그들의 아이덴티티로 인식하게 된다. ● 2006년과 2007년, 처음으로 손동현이 발표했던 디즈니의 애니메이션 캐릭터와 히어로 등은 대표적으로 우리들의 뇌리에 남겨진 전형적인 캐릭터들이었다. 그리고 이는 소위 미제 캐릭터로서 한국에 들어온 수입품 같은 것인데 이를 동양화 기법으로 표현함으로서 보여지는 생경한 기분은 미술계에 신선한 바람을 불러 일으켰던 것이다. 그리고 그의 표현은 한국의 팝아트적 표현으로서 특징지어지곤 하였으며 이후 지속적으로 등장하고 있는 퓨전 동양화들의 유행을 만들어낸 최초의 시도로서 읽히곤 하였다. 전통 회화에서 답습해 온 소재나 기법이 현대의 풍경을 재현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따르는 한계에 봉착했다는 것을 생각하면 당연한 현상이었다.

손동현_Master Knotty Needles_종이에 먹, 채색_194×130cm_2014
손동현_Pine the Great_종이에 먹, 채색_194×130cm_2014
손동현_Mister High Fidelity_종이에 먹, 채색_194×130cm_2014

하지만 손동현은 서구 캐릭터와 전통 동양화의 결합 정도로 그치며 일정한 패턴처럼 보이던 작법에 그치지 않는다. 이후 개최된 2008년의 개인전에서 그 모습을 드러낸 신작 「King」시리즈를 통하여 캐릭터에 대한 다른 접근을 보여주면서 그 작품의 변화를 성공적으로 드러냈다. 평생을 팝의 제왕으로 군림한 동시에 평생을 성형으로 자신의 외모를 바꾸어 온 마이클 잭슨의 모습을 그린 40개의 초상화는 아무도 부정할 수 없는 단 한명의 세계적인 스타의 모습이다. 동양화에서는 초상화를 단순한 모방이 아닌 그 정신을 묘사하는 ‘전신사조(傳神寫照)’의 미학을 따른다. 대중매체에 등장하는 캐릭터는 그 성격을 반영하여 창조된 인스턴트식의 캐릭터이다. 그렇기에 일관적인 표정과 포즈로 그 캐릭터를 구분할 수 있는 이들을 그린다는 것은 어찌 보면 단순한 묘사에 그친다는 맹점을 드러낼 수밖에 없다. 마이클 잭슨의 초상화 속에 묘사된 점점 변해가는 얼굴의 이목구비와 얼굴 색, 의복, 자세 등은 고정된 이미지가 아니다. 변모하는 시간과 그의 음악세계, 그리고 그에 의한 그의 자신감과 사회적 위치 등, 다양한 결이 다채롭게 표현되며 손동현만의 초상화 미학을 달성하고 있었다. 특히 작가는 이를 통하여 현대인들이 하나의 캐릭터가 변모한 모습을 당연하고 자연스럽게 인식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그것은 성형으로 인해 변모되어가는 인간상의 변화에 둔감해진 현대 사회의 초상을 드러내는 전시이기도 하였다.

손동현_Master Knotty Needles: Return of I.N.K_종이에 먹, 채색_69×49cm_2014
손동현_The Symbols: United_종이에 먹, 채색_69×49cm_2014

또 다른 변화가 2014년 스페이스 윌링앤딜링에서의 개인전 『Pine Tree』를 통하여 모색되었다. 손동현은 지금까지 대중에게 익숙했던 인물 소재를 과감히 떨쳐버리고 본인이 직접 캐릭터를 만들어낸다. 그 과정에서 그는 소나무를 선택하였다. 전통 동양화에서 소나무는 작가의 말을 빌리자면, 군주의 위엄 (예를 들어 「일월오봉도日月五峰圖, 작가미상, 19세기, 비단에 색, 196.5×366.6, 국립고궁박물관), 탈속과 풍류를 꿈꾸며 지조와 절개를 지키는 군자의 모습 (예를 들어 「세한도歲寒圖」,김정희, 1844, 종이에 먹, 23.3×146.4, 손창근 소장 ), 생명의 생기와 신성함으로 악귀를 쫓는 이 (예를 들어 「까치호랑이鵲虎圖」, 작가미상, 19세기, 종이에 엷은 색, 135×81, 국립중앙박물관), 다른 여러 자연물과 더불어 장수를 상징하기도 하는 존재 (예를 들어 「십장생도十長生圖」, 작가미상, 18세기 후반, 비단에 채색, 210×552.3, 호암미술관 소장) 등을 상징한다. 이러한 상징성은 그가 창조한 캐릭터와 직접적인 연결지점을 가진다. 작품에 등장한 네 명의 캐릭터의 이름인 「Pine the Great」, 「Mister High Fidelity」, 「Shaman the Evergreen」, 「Master Knotty Needles」 등에서 보여지듯 이러한 상징성을 적용하고 있다. ● 전시장의 입구에는 소나무 ‘松’자를 이미지화하고 있는데 글자 두께를 채우고 있는 이미지 속에서 꿈틀거리는 소나무와 캐릭터와의 결합과 탄생에 대한 암시를 찾아 볼 수 있다. 소나무의 강하게 비틀어진 굴곡의 선, 솔잎의 경쾌하게 뻗은 방사형 선들의 군집, 소나무 표면 껍질에서 드러나는 시간의 흐름을 보여주는 반복된 패턴, 영원히 빛날 듯 발산되는 초록빛의 색채 등 이들은 시각적으로도 골고루 소나무의 특징을 드러내되 작가는 다시 고전적 표현법을 끌어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이미지들을 전통 방식의 액자를 사용하여 고풍스러운 느낌을 한결 더 드러낸다.

손동현_Pine Tree: Attack of Eert Enip and Vanishing Point_종이에 먹, 채색_69×49cm_2014
손동현_松_종이에 먹, 채색_53.2×49cm_2014

주요 소나무 캐릭터 4인과 대립되는 인물들이 함께 만들어지면서 족자 형식의 이미지 속에 구성된 화면은 마치 무협지의 표지처럼 다이나믹하고 비장하며, TV속 액션 씬을 보듯 현란하다. 이 이미지의 구성과 내용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다소 유치한 설명을 해야 한다. 4인의 주인공과 이들을 돕는 착한 친구들, 그리고 이들과 대립하고 있는 악당들... 어쨌든 선과 악이 모호한 현대의 픽션은 여기서는 적용되지 않는다. 고전 소설의 플롯이다. 소나무의 상징성을 생각한다면 그와 대립되는 특징은 절대적으로 악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는 선과 악의 대립이 되며 이는 자연스럽게 권선징악(勸善懲惡)류의 전통 스토리 기법을 연상하게 한다. 작가는 지금까지 그려온 익숙한 캐릭터들을 포기하고 새로운 상상 속 인물들로 대치하였다. 그의 캐릭터는 새로우면서도 어딘가 마이너한 장르의 코믹북 속에서 활약하고 있는 이미 존재하고 있는 캐릭터인양 보이기도 하다. 그것의 탄생은 고전 소재인 소나무를 의인화함으로써 가능해졌다. 화면 왼쪽 상단에 전통적 법칙에 따라 그들의 이름을 기록한다. 언뜻 보면 영락없는 한자처럼 보이지만 중국의 슈빙(Xu Bing 徐冰)의 문자 제작법을 따른 완전한 영어표기이다. ● 손동현은 이처럼 이번 전시를 통하여 과거의 정신과 과거의 기법, 그리고 과거의 형식과 언어를 그 레퍼런스로 삼으며 그 시각적 효과를 보다 전통에 가깝게 두고 있다. 그것은 창조의 법칙으로서 모순적인 듯 하다가 역시나 이 위장술들은 지금껏 손동현이 제공해온 일관적인 유희를 즐기게 하는 또 다른 요소가 되고 있다. ■ 김인선

Vol.20141025j | 손동현展 / SONDONGHYUN / 孫東鉉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