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길원展 / LEEKILWON / 李吉遠 / painting   2014_1029 ▶︎ 2014_1104

이길원_2014-A-3_장지에 먹_72×72cm_2014

초대일시 / 2014_1029_수요일_06:00pm

관람시간 / 10:00am~06:30pm

공아트스페이스 GONG ART SPACE 서울 종로구 인사동 5길 14(관훈동 198-21번지) 3층 Tel. +82.2.730.1144/735.9938 www.gongartspace.com

삶에 대한 성찰과 그 기록의 개별화된 성취에 대하여 ● 주지하듯이 수묵은 동양회화 전통을 관류하는 것이다. 오랜 시일에 걸쳐 이루어진 수묵의 발전 과정과 이를 통해 축적된 조형적 경험들이 바로 동양회화 전통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수묵의 역사는 파격적이고 혁명적인 변화의 과정을 거쳐 그 외연을 확대하고 내용에 깊이를 더하며 전통으로서의 권위를 스스로 확보하였다. 삼라만상에 대한 지극한 사유를 통해 그 본질에 접근하고자 하는 성찰은 수묵을 세상의 온갖 색들을 내재하고 있는 근본의 색으로 자리매김하게 하였다. 이러한 수묵에 대한 가치관은 이후 역사적 발전 과정을 통하여 다양한 이론과 조형 경험들을 더함으로써 동양회화 전통을 가늠하는 상징적인 표현 수단으로 자리 잡게 된 것이다. 특히 근대에 들어 수묵의 전통은 문인화와 결합됨으로써 표현이 풍부해졌을 뿐 아니라 더욱 심오한 이론적 토대를 확보하게 되었다. 작가 이길원의 작업은 재료와 형식으로 본다면 분명 수묵의 그것을 따르고 있다. 특히 강하고 짙은 먹색과 부분적으로 드러나는 백색의 대비는 이를 확인케 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길원_2014-S-1_장지에 먹_208×72cm_2014 이길원_2014-S-7_장지에 먹, 담채_208×72cm_2014
이길원_2014-X-3_장지에 먹_208×144cm_2014

그러나 작가의 작업을 단순히 전통적인 수묵의 역사와 발전 과정을 통해 파악하고 이해한다는 것은 못내 마땅치 않다. 그것은 이미 전통적인 수묵의 심미관과 감상체계에서 일정부분 벗어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전적으로 작가가 감내한 시공의 역사를 통해 배태된 수묵의 새로운 표정이며, 이를 통해 구현되는 가치는 전적으로 작가 개인의 성취이기 때문이다. 작가가 자신의 작업을 굳이 수묵이라 고집하지 않고 오히려 '먹그림'이라는 투박하지만 본질적인 단어를 통해 설명하고자 하는 것은 바로 이러한 연유일 것이다. 작가의 화면은 엄격한 직선의 기계적인 구조를 바탕으로 한다. 그것은 이성적이며 기계적인 엄정함이 단연 두드러진다. 이러한 경직된 질서에 작가는 무수한 행위의 흔적들을 더함으로써 그것을 개별적인 감성 언어로 변환시킨다. 반복과 중첩이라는 극히 원초적인 행위의 흔적들은 마치 작가의 호흡처럼 일정한 리듬과 운율을 통해 작가의 사유를 기록하고 그 감성의 진폭을 담아낸다. 이는 다분히 간명한 작업 방식이지만 이들을 통해 구축되는 화면 속에는 무수한 시간이 축적되고 기록되며, 순간순간 이루어지는 수많은 우연과 필연의 내용들을 수렴해 낸다. 그것은 이성적인 것이 아니라 작위와 무작위 등의 상대적인 요소들이 상호 충돌하고 융합하며 이루어내는 순간적이고 즉발적인 현상의 흔적들이다. 이에 이르면 작가의 작업은 이미 작가의 조형의지에서 벗어나 스스로 자율성을 지니게 된다. 작가의 이성적인 조형의지와 재료 자체가 지니고 있는 물성의 조화는 수묵이 지니고 있는 독특한 조형 방식이다. 이른바 '반은 인간이 그리고 반은 자연이 완성한다.'라는 수묵에 대한 형용은 이에 대한 부연 설명일 것이다. 작가는 전통적이고 고전적인 수묵의 심미관을 원용하지만, 이에 대한 개별화된 해석을 통해 이른바 '먹그림'으로 표출해낸 것이라 해설할 수 있을 것이다.

이길원_2014-X-6_장지에 먹, 담채_208×144cm_2014

현대에 들어 수묵에 대한 이해가 본격적으로 정립된 것은 해방 이후이 일일 것이다. 일제 강점기에 유입된 왜색을 청산하고 우리미술의 정체성을 확보하기 위해 제시된 시대적 가치는 바로 문인화로 대변되는 남종화의 전통을 현대적으로 해석하여 현대성을 획득하는 것이라 말 할 수 있다. 이러한 현대, 혹은 수묵에 대한 선언적 내용들은 작가의 작업에 분명 일정한 영향을 미쳤을 것이지만, 작가는 이에 함몰되지 않고 이를 보다 주관적 시각과 개별화한 해석을 통하여 자신의 양식을 창출해 낸 것이다. 그것은 물성으로서는 전통적인 수묵을 차용하지만, 내용에 있어서는 현대라는 시대적 가치에 주목하는 것이다. 더불어 서구적 추상미술의 형식을 원용하여 참고하지만 그 중심은 전적으로 자기 자신에 두는 것이다. 이는 작가 자신이 속한 시대적 요구에 적극 부응함은 물론 이를 통해 현대적 가치로 설명되는 개성을 확보하고자 하는 작가의 실험과 모색의 결과인 것이다. 이러한 내용들이 바로 작가의 작업이 지니고 있는 특징이자 성취라 해설할 수 있을 것이다. 작가의 작업은 방형(方形)의 형식을 통해 원고지나 오선지, 편지지 등을 연상시킨다. 작가는 이를 문명, 혹은 기억의 틀로 설명한다. 이러한 엄정한 질서 위에 더해지는 무수한 행위의 흔적들은 분방하고 자유롭다. 일정한 질서를 지닌 것 같지만 그것은 근본 속성은 우연과 필연이 교차하고 혼융되는 가변의 비정형이다. 작가는 이를 인연, 혹은 사연, 믿음 같은 추상적 개념들로 설명한다. 작가는 자신의 삶을 통해 기억된 수많은 이야기들을 마치 사설처럼 나열함으로써 자신의 사유를 표출하고 있는 셈이다. 그리기와 지우기라는 상충적인 가치를 통해 문득 드러나기도 하고, 또 이내 화면 깊은 곳으로 사라져 버리기도 하는 작업 양태는 어쩌면 시간을 통해 이루어지는 삶에 대한 작가의 사유를 대변하는 것이며, 그것에 대한 부연 설명이 바로 인연, 사연과 같은 추상적인 개념일 것이다.

이길원_2014-X-7_장지에 먹_208×144cm_2014
이길원_2014-X-9_장지에 먹_208×144cm_2014

본인은 이전에 작가의 작업에 대해 '그의 작업은 전통과 현대라는 민감한 경계에서 비롯되어 문명과 인간, 그리고 자연이라는 커다란 화두를 아우르며 이루어진 것이지만, 그 귀착점은 자신의 내면에 대한 진지한 반추와 고백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그것은 우리의 삶이 그러하듯이 우연과 필연이 교차하고, 작위와 무작위가 상호 작용하는 가운데 이루어지는 내밀한 것이다.'라고 평한 바 있다. 이제 작가 스스로 토로하듯이 그의 작업은 이를 인연, 사연, 믿음 등의 구체적인 단어들을 통해 발현되고 있다. 이는 자신의 삶에 대한 성찰의 결과일 것이며, 그 역정에 대한 진솔한 기록을 작업을 통해 기록하는 것인 셈이다. 현상을 넘어 본질을 지향하고, 우연과 무작위를 필연으로 수렴해 냄은 관조적 시각에서 비롯된 지혜일 것이다. 공교롭게도 이는 또 필연적으로 수묵이 지니고 있는 정신성과도 연계되는 것이다. 이에 이르면 작가의 작업은 수묵이라는 재료적 구분이나 추상이라는 형식 규정의 경직된 틀에서 벗어나 전적으로 자신의 삶과 내면을 관조하고 사유하는 개별화된 양식으로 자리하게 된다. 앞서 거론한 바와 같이 이는 전통에서 비롯되어 자신이 속한 시공을 관통하며 오늘에 이르게 된 '먹그림'의 성취인 것이다. ■ 김상철

Vol.20141029g | 이길원展 / LEEKILWON / 李吉遠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