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춰서

이기정展 / LEEGIJEONG / 李基廷 / painting   2014_1105 ▶︎ 2014_1118

이기정_절두산의 서쪽_캔버스에 유채_181.8×227.3cm_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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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1:00am~07:00pm

나무화랑 NAMU ARTIST'S SPACE 서울 종로구 인사동길 54-1(관훈동 105번지) 4층 Tel. +82.2.722.7760

그릴 수 없는 그림 ● 어느 일요일 졸업생 제자가 찾아 왔다. 가끔씩 소식을 주고받던 여학생 제자다. 우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러던 중에 그 아이는 중2때의 자기 꿈을 말해 주었다. 자기의 꿈은 크지 않은 마당이 있는 작은 단독 집에서 저녁밥과 찌개를 보글보글 끓여 놓고 마당에 널어놓은 빨래를 내리며 퇴근하는 남편을 기다리는 주부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작은 마당에는 명랑한 강아지와 잡풀이 난 풀밭에서 노는 아이도 덧붙여 말해 주었다. 그 제자는 이것을 자기의 머릿속의 그림처럼 상상하며 행복해 했다. 나는 욕심이 없는 이 아이의 꿈을 그림으로 라도 그려주고 싶었다. 사실 그 아이는 단지 소녀시절의 천진한 꿈을 말한 것일 뿐이었다. 그런데 나는 그걸 그림으로 그리는 것이 마치 나의 사명이나 되는 것처럼 생각이 발전해 갔다. 왜냐하면 화가는 모든 것을 그릴 수 있어야 하니까. 그러니까 화가지 하며 점점 생각이 확대되었다.

이기정_분수와 아이들_캔버스에 유채_193.9×130.3cm_2014
이기정_사거리에서_캔버스에 유채_112.1×145.5cm_2014
이기정_신부_캔버스에 유채_162.2×130.3cm_2014

그 아이가 집으로 돌아 간 후 나는 나 혼자 생각에 빠졌다. 그리고 그걸 그리려고 하니까 그 아이의 말처럼 또렷한 주제가 내 머릿속의 캔버스에서는 혼돈스러운 구도가 되어 나를 혼란에 빠져 들게 하였다. 한 동안 가능함과 불가능함이 오락가락하면서 결국은 자괴감에 빠져 들게 되었다. 그리고 화가는 모든 것을 그릴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는 변명이 스쳤다. 게다가 모든 것은 그림의 소재가 될 수 있을까라는 의심이 솟구쳤다. 생각할수록 점점 내가 정말 그림을 잘 그릴 수 있는 사람일까로 생각이 귀결되면서 무능함을 탓하게 까지 되었다. 이 세상의 모든 어떤 것과 화가의 상상 속의 영상은 작가의 손으로 꼭 그렇게 똑같이 실현시킬 수 없는 것 같다.

이기정_가난한 사랑노래_캔버스에 유채_100×80.3cm_2013
이기정_산책하는 소녀_캔버스에 유채_90.9×72.7cm_2013
이기정_자전거타는 소년_캔버스에 유채_100×80.3cm_2013

사실 난 그런 화가에 불과하다. 그리고 그런 나의 한계를 인정하며 그린다. 이번 전시에서 나의 그림은 모두가 그리다 만 것이다. 그리고 더 이상의 능력은 다음으로 미루었다. 그런 그림이지만 내가 놓치고 싶지 않은 그림이 되는 단서와 그림이 되는 요소를 나 나름대로 생각하면서 그렸다. 앞으로도 이런 자세로 그리고 싶고 그것이 쌓여 작품을 더욱 감동적으로 변화시키고 싶다. 나의 꿈은 그런 화가가 되는 것이다. 이 글과 작품이 전시에 여러분을 모시는데 결례가 되는 것이 아닌지 근심이 된다. (2014. 7. 23) ■ 이기정

Vol.20141105a | 이기정展 / LEEGIJEONG / 李基廷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