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n-lieu 얼굴없는 장소들

김성수展 / KIMSUNGSOO / 金成洙 / painting   2014_1105 ▶ 2014_1219 / 월요일 휴관

김성수_non-lieu_캔버스에 유채, 아크릴채색_182×227cm_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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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4_1105_수요일_06:00pm

관람시간 / 10:00am~07:00pm / 주말_10:00am~06:00pm / 월요일 휴관

갤러리 스케이프 GALLERY skape 서울 종로구 삼청로 58-4 Tel. +82.2.747.4675 www.skape.co.kr

화가 김성수의 작업에서 일관되게 나타나는 특성으로 상반감정(ambivalence)을 들 수 있다. 양가감정, 양면가치라고도 쓰이는 이 말은, 사전에 의하면 '사람이나 사물, 또는 상황에 대해 서로 반대되는 감정과 태도, 경향성이 동시에 존재하는 것'을 뜻한다. '동일한 대상에 대해 애정과 증오, 독립과 의존, 존경과 경멸 등 완전히 상반된 감정을 느끼는 것'은 물론 분열적 증상이지만, 사실 이것은 우리가 일상적으로 경험하는 보편적인 현상이기도 하다. 그것은 오히려 오른손과 왼손을 모델로 하여 세계를 이해하는 변증법적 사유의 자연스런 표출인지 모른다. ● 그는 도시의 차갑고 비인간적인 성격을 혐오하면서도 동시에 그 화려한 표면과 기계적 질서가 갖는 아름다움에 매혹되고, 급속히 변하는 풍경 속에서 흔적 없이 사라지는 장소의 기억을 안타까워하면서도 동시에 그로 인한 고독과 우울을 음미한다. 최근의 작가노트에 그는 이렇게 적었다. "풍경에는 도시를 바라보는 두 개의 감정이 오버랩 된다. 풍요와 결핍, 화려함과 남루함, 아름다움과 슬픔의 이중감정이 그림을 구성하는 주된 요인으로 작용한다." ● 그러므로 그의 작업을 자본의 탐욕으로 인한 무자비한 개발에 대한 비판이라거나, 파괴되고 사라지는 것들에 대한 애틋한 감상의 표현이라고만 규정한다면, 그것의 다른 중요한 측면을 간과하는 것이다. 거기에는 또한 폐허 앞에서 사람들이 느끼는 은밀하고도 원초적인 쾌감이 공존한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이 쾌감은 퇴폐적인 것인가? 폐허를 즐기는 것은 비난받아 마땅한 타락인가? 만약 그렇다면 그리스 로마시대의 폐허에 몰려드는 관광객의 행렬은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는가? 매스컴이 재난 보도에 열중하는 것은 그 속성이 원래 선정적이고 부도덕해서만 그런 것인가? ● 네덜란드의 생물학자 미다스 데커스는 [시간의 이빨]이라는 책에서 아이들이 유령의 성이나 식인마녀 같은 끔찍한 것들에 열광하는 예를 들면서, '우리가 본래는 피해서 도망치고 싶어 하는 것들에 대한 낭만적인 동경'이 이런 내적 충동의 근원임을 지적한 바 있다. 폐허에서 우리는 비애감과 안도감, 호기심과 흥분을 동시에 느끼는 것이다. 오르한 파묵의 [이스탄불]에 등장하는 "풍경의 아름다움은 그 슬픔에 있다"는 문장을 작가노트에 인용하면서 그는 사라져가는 풍경 앞에서 자신이 느끼는 양가적 감정을 고백하고 있다. '아름다운 것보다 더 아름다운 것은 아름다운 것의 폐허'라는 데커스의 말처럼, 김성수의 작업을 움직이는 동력은 바로 이같이 서로 모순되는 경향성이 만들어내는 긴장과 갈등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김성수_non-lieu_캔버스에 유채, 아크릴채색_162×130cm_2013
김성수_non-lieu_캔버스에 유채, 아크릴채색_162×130cm_2013

삶은 하루하루가 이별의 나날이다. 페이지를 넘기면 다시 앞 페이지로 되돌아갈 수 없는 책처럼, 우리 앞에 있는 사물과 사람과 풍경들은 하나같이 과거라는 블랙홀 속으로 사라져버린다. 이것은 고통스러운 일이다. 어떻게 있던 것이 없는 것으로 되는가? 라는 질문은 우리가 던지는 최초의 철학적 질문이 된다. 무심한 시간의 파괴 앞에서 인간은 기억하고 보존하는 일에 열중한다. 문화란 무엇보다도 피할 수 없는 이별과 상실의 슬픔을 견뎌내고 삶의 덧없음에 맞서는 일이다. 사라지는 것들을 위해서 기념비를 세우고 돌에 이름을 새기고 책 속에 이야기를 적어 넣는다. 이 모든 것들이 결국은 부서져 산산이 흩어질 운명일지라도 우리는 이 일을 그만둘 수 없다. 기억을 통해서만, 사라지는 것을 추억하고 애도함으로써만 우리는 우리가 누구인지를 말할 수 있고, 우리의 삶에 어떤 의미가 있다는 것을 믿을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모든 것이 그 자리에 있고, 시간이 우리를 언제까지나 이대로 있도록 놓아둔다면, 우리는 아무것도 기록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미술은 소멸과 망각이라는 인간의 운명이 아니었다면 존재할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 ● 그의 회화작업에서 중심적으로 등장하는 것 역시 사라짐이라는 현상이다. 그러나 사라지는 대상을 그림 속에 고정시켜 언제까지나 붙잡아두려 한 것이 회화의 오랜 전통이었다면, 그가 그려내는 것은 역설적이게도 뭔가가 사라진 다음의 풍경, 있어야 할 대상이 화면 밖으로 빠져나가고 그것이 있던 배경만이 남아있는 풍경이다. 취객들이 집으로 돌아간 텅 빈 카페, 인적이 끊긴 밤거리에서 공허하게 점멸하는 네온사인, 만지면 부서질 것처럼 생기를 잃어버린 꽃들, 삶의 의지를 놓아버린 채 허공을 응시하는 무기력한 인물들, 금속 격자와 차가운 유리벽으로 바깥의 것들을 완강히 밀어내는 비정한 도시의 표면들. 지난 10여 년 동안 그가 그려온 이 그림들은 하나같이 마땅히 있어야 할 뭔가가 부재하는 상황을 보여주고 있다. 그것은 재현의 대상이 사라진 풍경, 배우가 떠나버린 무대와 같다. 화가 김성수는 이 텅 빈 무대를 그림으로써 무엇을 보존하고 기억하려는 것인가?

김성수_non-lieu_캔버스에 유채, 아크릴채색_180×180cm_2014
김성수_non-lieu_캔버스에 유채, 아크릴채색_180×180cm_2014

화가는 사진으로 작업을 시작한다. 그것은 지난 세기에 지어졌으나 이제는 과거의 영광과 위엄을 잃고 퇴락해가는 건축물들의 사진이다. 그는 자신이 직접 촬영했거나 기존의 사진기록들에서 찾아낸 이 사진 이미지를 포토샵으로 가공한다. 원래 사진에 들어있던 디테일들을 제거하고 풍경의 윤곽을 떠낸다. 건축물의 구성요소들을 재조립해서 원본 사진보다 더 극적이고 기념비적인 가상의 장면을 만든다. 빛바랜 흑백사진처럼 사물의 윤곽을 가까스로 붙들고 있는 이 이미지를 OHP필름으로 출력해 캔버스에 투사하고, 그것을 꼼꼼한 수작업으로 화면에 옮긴다. 이를 밑그림으로 해서 분할된 색면들을 채색하고 그 위에 여러 겹의 색채를 중첩시키면서 사진적 이미지는 점점 회화적 이미지로 변해간다. 화면 전체가 흐린 단색조의 색면에 가까워지는 동안, 풍경의 윤곽선들과 구획된 색면들 사이에는 섬세하고 유동적인 경계가 생겨난다. 어떤 부분은 지워지고 어떤 부분은 남는다. 물감이 겹치거나 흘러내리는 것을 그대로 놓아두거나 닦아냄으로써 그 경계가 더 강조된다. 이것은 사진적 정보와 회화적 행위 사이의 경계, 식별가능한 형상과 추상적인 색채 사이의 경계이며, 기억과 망각 사이의 경계라 할 수 있다. 화가는 이 경계가 가장 선명하게 드러나는 지점까지 그리는 행위를 끌고 간다. ● 그러므로 김성수의 작업 과정은 그리기가 아니라 지우기의 과정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가 이 그림들에서 하고 있는 일은 원래의 풍경이 갖고 있던 시각적 정보들을 하나씩 지워내는 일이고, 희미한 색면 속에서 풍경이 원래의 모습을 잃고 사라지게 하는 일이다. 그는 마치 우리 주위에서 사물들이 사라지는 현상을 화면 위에서 이미지가 사라지는 과정을 통해서 충실히 재연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역설적인 것은, 이렇게 그림을 지워내는 과정이 그에게는 새로운 그림이 생겨나게 하는 방법이 된다는 사실이다. 풍경이 흐릿한 안개 너머로 사라지는 대신, 화면 위에는 중첩된 미세한 색채들의 층이 쌓여서 새로운 추상적인 풍경이 떠오르는 것이다. ● 장소성이 상실된 현대도시의 '비-장소(非-場所)'를 다루는 김성수의 최근 풍경 작업은 부재하는 것을 통해 사라진 것을 환기시키고, 삶의 덧없음을 응시하게 하는 네거티브 풍경화들이라고 할 수 있다. 그것은 수명을 다해 사라지는 것들이 자신의 존엄을 유지하며 서서히 사라져갈 시간을 갖게 하려는, 사물의 뒷모습에 대한 낭만적인 시선의 산물이다. ■ 안규철

김성수_non-lieu_캔버스에 유채, 아크릴채색_130×162cm_2014
김성수_non-lieu_캔버스에 유채, 아크릴채색_162×130cm_2014

'Ambivalence' is the characteristic that consistently appears in the artist, Sungsoo Kim's work. The word that also means conflicting or contradicting emotions, means 'simultaneous and contradictory attitudes or feelings toward a person, object or situation' according to the dictionary terms. Although experiencing completely opposing emotions like love and hatred, independence and dependence, respect and contempt are divisive symptoms, but in fact it is also a ubiquitous phenomenon that we go through on a daily basis. Perhaps, this is rather a natural manifestation of dialectical reason of using the left and right hand model to understand the world. ● He abhors the cold and inhuman nature of the city, yet at the same time its glamorous forefront and mechanical law of orders charms him. While he laments the memories of the disappearance of now untraceable places in the midst of a rapidly changing world he appreciates the solitude and melancholy that have resulted from it. In his recent artist note, he wrote "Two sentiments overlaps when looking at today's modern society, affluence and deprivation, fancy and plain, beauty and sadness, this duality of feelings serve as the main factors to construct my paintings" ● Hence, if it is to define his work is about criticism of the gluttonous capitalism-driven ruthless development, or fondling sentimental expression of objects destroyed and disappeared, then it is ought to say the other aspects of importance are being ignored. There should also be recognition of co-existence of the discrete primitive pleasure enjoyed by the people amongst the ruins. Is such pleasure deemed to be decadent? Taking delight in ruins is denunciation-deserving depravity? If so, then how are we going to explain the crowd of tourists converging en masse into the Ancient Greek Roman architectures? What is the reason that mass media enthusiastically reports on catastrophe? Are they sensational, provocative and unethical attributes? ● Dutch biologist Midas Dekker once exemplified in his book "The way of all flesh", how children become fanatic about the ghost castle or cannibalistic witch, He was to pointed out the fact that "We have inherent romantic longing for the things that want to escape and avoid " is the root of our internal repulsiveness. We experience sorrow and security, curiosity and excitement while we are in the ruins. As Kim refers to the phrase from Orhan Pamuk's "Istanbul ", "The real beauty of the landscape lies beneath its sadness" in his artist note, he confesses his ambivalence towards this fading landscape. Just as Dekkers said, "what is more beautiful than a beauty is the ruin of the beautifulness". His instigation for his work can be seen as the outcome of tension and strife that has been caused by the tendency of its contradictoriness. ● Life is full of farewells, Just like a flipped page can no longer be turned back, such things as people, objects and sceneries vanish into a deep black hole of the past. It is an agony, how could an existence becomes non-existence? this is the first philosophical question that mankind ever asked. We, mankind, strive to work on the task of recollection and conservation amid destruction that the merciless time has brought to us. Culture is foremost about enduring the sorrow of separation and loss, and the rise to face the emptiness of life. For the sake of the vanished, memorial monuments are built, names are engraved on the stone, and stories are written in books. Even if all these are eventually scattered and shattered into pieces, we cannot stop our pursuance of recollection and conservation. Only through memories, we can reminisce about the evanescence, through condolences we can say who we are, and ultimately we would be able to believe in what meanings are lying there in our lives. If all things stay the same, if time still leaves us as it is, we may not need to record anything. Perhaps, art may not even exist today, if elements of mankind's fate on the law of extinction and oblivion did not exist in the first place. ● The main theme that appears in his work is the phenomena of disappearance. The long tradition of painting focuses on seizing the subject eternally into the painting; ironically, Kim draws on something that has already faded away , subjects that supposed to have existed but now exited, and only the landscape of background is left behind. An empty cafe that drunkards have left, a deserted street with its hollow flickering neon signs, a crumbly looking flower that has lost its vitality, faces with hopelessness and aimless gaze, metal grids with cold glass walls that resolutely pushes out as a reflection of the heartless city surface. Paintings that Kim has been working on over the last ten years allude absence of something that ought to be there. This means equally as the evanescence of the representative subject from the landscape, and a stage without a performer. What does he wants to conserve and recollect from this empty stage? ● Artist begins his work with a photograph; about the buildings built last century that once had its glory and dignity, but now is decaying. He further processes through photo shop on images that he has personally taken or found in his albums. Details are being removed and only the outline of the landscape is taken then, far dramatic and fictional scene than an original photo is created by the reconstruction of the building components. As a faded black and white photograph, outline images that can barely holds itself is being projected by OHP film, and transferred onto the canvas with meticulous handwork. Using the projected image as the sketch, colouring in the segmented fields, with the multiple layers of paints, the photographic image slowly transforms into something painterly. ● When the canvas turns closer to monochrome colour tone, a delicate and fluid boundary arises in between the constructed outlines and colour fields. Some parts become erased and some are retained. The boundary is being emphasised as the spilled and over layered paints remains or wiped. This is a fine line between the photographic information and painterly act, a boundary between the identifiable shape and abstract colours. It can be regarded as a line between the memory and the oblivion. The artist endeavors to carry on his act of painting till the point of this boundary is clearly revealed. ● Thus, Sungsoo Kim's work process is rather about erasing than merely drawing. What he does is removing the visual information from its origination, and fades it away into the elusive canvas, losing its original landscape appearance. As if he is faithfully reproducing the disappearing objects around us through the image erasing process as he does over his works. Paradoxically, it is also true that such procedure of erasing leads him to a formation of new paintings. Instead of a landscape that is overclouded by a hazy fog, fine colours are leveled by multiple layers to give a rise to an abstractive landscape canvas. ● Sungsoo Kim's latest work deals with the loss of identity as a place in this modern society, "none – place", this further engages on what is deemed to disappear through non-existence and it can also be regarded as a landscape that evokes our gaze onto the emptiness of life. Moreover, this is a production of a romanticised view of what is happening behind the object, evolving over time for the disappearance while maintaining the dignity of itself. ■ Kyuchul Ahn

Vol.20141105d | 김성수展 / KIMSUNGSOO / 金成洙 / paint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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