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징소리

이규철展 / LEEKYUCHEL / 李圭哲 / photography   2014_1105 ▶︎ 2014_1125 / 일,공휴일 휴관

이규철_굿-징소리 #11_강화도 금화당 개관_피그먼트 프린트_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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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4_1105_수요일_06:00pm

작가와의 만남 / 2014_1115_토요일_04:00pm_스페이스22 세미나룸

후원 / 미진프라자

관람시간 / 11:00am~07:00pm / 일,공휴일 휴관

사진·미술 대안공간 스페이스22 SPACE22 서울 강남구 강남대로 390 미진프라자 22층 Tel. +82.2.3469.0822 www.space22.co.kr

작업력이 15년 이상 된 중진작가들의 전시와 공간지원을 특별히 염두하고 있는 SPACE22의 11월의 전시로 이규철 개인전, 『굿-징소리』를 기획한다. 이규철은 굿판의 징소리에 이끌려 '서해안 별신굿'을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굿을 기록해 왔고, 이번 전시는 미 발표작을 한데 모아 이규철의 사진 세계를 충분히 엿볼 수 있도록 구성하였다. 「사진가 이규철을 만나다」(2009), 「달빛, 소금에 머물다」(2007), 「군인, 841의 휴가」(2002) 등 그동안 세 번의 개인전에서 보여준 이규철의 시선은 과장과 꾸밈보다 현장의 생생함을 성실하게 전달하려는 수행자의 모습에 가까웠다. '뒤돌아서면 찍을 수 없다'는 신념으로 길고 단단하게 우리의 땅과 고유한 문화를 기록해 온 것이다. 고등학교 때부터 사진을 시작해서 사진학을 전공한 후, 사진이 업이 되어버린 이규철의 사진력이 스무 해를 훌쩍 넘겼다. 다큐멘터리 사진을 하는 많은 선‧후배의 사랑을 받아 온 이규철의 네 번째 개인전, 『굿-징소리』는 굿판에서 '굿도 보고, 사진도 찍은' 작가의 흥겨운 사진-굿판이 될 것이다.

이규철_굿-징소리 #8_남해안 별신굿_피그먼트 프린트_2012
이규철_굿-징소리 #5_강화도 금화당 개관_피그먼트 프린트_2005

사진은 '굿'이다. 사진살이를 하는 사진가에게 사진이 어떤 운명의 함수로 다가올 때 혹은 한 장의 사진이 운명의 노래로 들려올 때, 사진은 '굿'이 된다. 사진-삶-세계 전체가 존재론적 선택의 과정이고 일그러지고 깨어진 삶의 틈을 드러내려는 무당의 몸짓처럼 사진은 영원과 순간 사이를 예인해낸다. 즉 사진이 순간의 현전화인 것처럼, 굿은 과거 현재 미래가 한 곳에서 춤추게 하는 정지의 변증법적 마당이다. 레테의 강을 건넜던 혼을 불러오고, 먼 기억을 생생하게 보여주고, 지금순간의 삶을 가꿔주는 굿은 '사진'이다. 그러므로 굿-사진은 이 현실세계의 그림자를 드러내는 일이 된다. 잠들어 있었던 이미지(latent)를 현상해주고, 꿈들을 만나게 하고, 지배 이데올로기 속에 감춰진 보물을 끌어내 현현하게 하는 굿과 사진은 비약하자면 분리 불가능한 시공에 있다.

이규철_굿-징소리 #7_북한산 굿당_피그먼트 프린트_1993

하늘과 땅을 이어주는 사람이 무당(巫堂)이라면, 사진가는 이미지와 현실세계를 연결한다. 아주 옛날에 신관이나 무당의 일이 미메시스의 시작이었다면, 사진가는 세계를 '찍어'내려는 미메시스의 메신저이다. 그런데 이 둘 모두 관객이 없으면 재미도 없다. 굿판과 사진판의 신명은 구경꾼이 있어야 살아난다. 사진이라는 복사본이 새롭게 태어나려면 관객의 시선과의 만남이 필요하듯이. 이규철이 『굿-징소리』에서 굿판의 화려한 하이라이트보다 굿을 의뢰한 사람과 구경꾼들의 모습, 즉 굿이 펼쳐지는 마당에 주목한 이유이다. 그가 굿사진들을 다시 모아낸 것도, 사진의 전시가치와 제의가치를 연결하려는 의도이다. 사라져가는 아우라를 붙들어 매 지상의 양식을 풍요롭게 하기. 무당이 천명을 받들기 위해 자기 몸을 비우고 내주듯, 세계를 받아들이려는 카메라의 어두운 몸통은 낮을수록 아름답다. 미메시스란 결국 자기 몸과 남의 몸을 일치하려는 욕망이다. 그것이 높을수록 신명도 높아진다. 굿판의 징소리에 이끌려 여러 해를 쫓아다닌 구경꾼사진가 이규철의 사진에서 만약 징소리가 들린다면, 굿판에서 사진가의 존재론적 위치를 가장 낮은 곳에 위치시킨 이규철의 시선과 만난 것이다. ■ 최연하

이규철_굿-징소리 #1_서울 새남굿_피그먼트 프린트_2003
이규철_굿-징소리 #2_서울 새남굿_피그먼트 프린트_2003
이규철_굿-징소리 #3_서울 새남굿_피그먼트 프린트_2003

이규철의 우리의 굿 이야기우리의 굿 아이가 운다. 얘야, 왜 우니? 묻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와락 눈물을 쏟는 사람이 있다. 차가운 머리로 이유를 분석하지 못하고 뜨거운 가슴으로 순식간에 동화되어버리는 오지랖 넓은 사람들이다. 쿨한 것이 미덕인 세상에 이들은 어쩐 일인지 변함없이 뜨겁다. 가엾고 억울한 타인의 죽음에 가슴을 친다. 있는지 확인할 길 없어 이승에서 소외된 넋을 사무치게 그리워하며 평안하길 빌고 또 빈다. 열두 폭 오지랖은 산 사람, 죽은 사람을 넘어 마을 전체를 덮기도 한다. 정녕 다정이 병인 사람들이다. 굿판에는 이들이 모여든다. ● 1993년 대학에서 사진을 전공하던 이규철은 굿판으로 가는 선배를 따라 나섰다. 별스런 호기심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 그저 물 흐르는 대로 따라가는 조각배와 같았다. 만신 김금화의 풍어를 기원하는 인천 대동굿이었다. 공동체의 안녕을 기원하는 흐뭇한 마을굿을 보면서 마음 한 구석이 따뜻해지는가 싶더니 그것이 빛이 되어 오래된 활동사진 같은 이야기들이 떠올랐다. 새벽마다 장독대에 정화수를 떠놓고 지문이 닳도록 자식의 복덕을 빌고 또 빌던 할머니, 무녀가 이끄는 걸립으로 거짓말처럼 지병을 털고 일어섰다던 먼 사촌형님, 고향마을 진안에서 시작을 알 수 없는 물 맑은 폭포, 산의 정기가 뿜어져 나오는 큰 바위 아래에 있던 당골 집과 거기서 보았던 이웃 아주머니들의 상기된 얼굴들-. 그 훈김이 굿판에 있었다. 굿은 외면해왔던 깊은 슬픔도 환기했다. 푸르디푸른 스무 살 나이에 죽은 가여운 넋을 씻어주고 해원의 영혼결혼식을 치러주는 진오기굿의 현장에서는 잠금기능을 상실한 수도꼭지처럼 눈물을 쏟기도 했다. 크고 작은 굿, 슬프고 기쁜 굿, 넉넉하고 아쉬운 굿 등 해원과 위혼과 대동의 굿판을 따라다닌 지 여러 해가 훌쩍 지났다.

이규철_굿-징소리 #9_위도 띠배놀이_피그먼트 프린트_2012
이규철_굿-징소리 #6_동해안 진오기굿_피그먼트 프린트_2001
이규철_굿-징소리 #4_동해안 진오기굿2_피그먼트 프린트_2001

굿은 그에게 사람과 사람 사이의 마음의 탯줄, 정을 일깨웠다. 굿판에서 만난 모든 무당은 때와 상관없이 밥은 먹었는지 챙겼다. 내로라하는 큰무당도 시집 간 딸 걱정하는 마음으로 신딸의 새로 차린 신당이 불처럼 일어나길 바랐다. 진짜 무당은 사사로이 점을 쳐주지 않는다는 것도 알았다. 그들은 문지방 넘어 내 앞일도 모른다고 퍽 솔직하게 얘기하기도 했다. 가장 인간적인 사제이자 정신과의사이며, 예술심리치유사인 무당을 귀히 여기며 굿을 일생의 공부로 삼은 학자와도 어느새 깊은 정이 들었다. 망자의 슬픈 삶을 온몸으로 우는 사람들은 사랑의 마지막 모습이 어떠해야 하는 지 가르쳐줬다. 이 무정한 세상에 천연기념물 같은 다정한 사람들, 그들이 펼치는 뜨거운 한바탕 정의 향연이 굿이다. 굿판에서는 슬픔과 기쁨을 두려워하는 애이불상, 낙이불음 哀而不傷 樂而不淫(슬퍼하되 비탄에 빠지지는 말라. 즐거워도 도를 넘으면 않된다)은 발 디딜 곳이 없다. 굿판의 사람들은 지극한 슬픔과 고통, 바람과 기쁨의 감정들을 겁내는 사람들이 아니다. 기꺼이 모든 감정의 끝까지 가서 마침내 그 감정이 자신을 꿰뚫고 지나가도록 한다. 진정으로 어떻게 죽어야 할지 배웠을 때 어떻게 살아야 할지도 깨닫게 됨을 굿판은 가르쳐준다. 그 기운생동의 현장을 카메라에 담으며 '완전한 한 컷'에 대한 욕심마저 내려놓는다. ● 굿판으로 가는 나에게 어떤 이는 무섭지 않느냐, 21세기에 무슨 굿이냐고 묻기도 했다. 그 질문에 말이 아닌 사진으로 보여주고 싶었다. "그냥! 징소리가 좋아서-" ● 세상이 제 아무리 무정해도, 질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꽃처럼 정의 지속을 꿈꾸는 다정한 사람들이 모여드는 곳, 굿판. 그 굿판의 신묘한 관계의 에너지를 담고자한 이규철의 사진을 천천히 숨결 고르며 깊이 들여다보고 있으면 어두운 우리들 마음心에 청하늘靑이 날 터이다. ■ * 이규철과의 인터뷰 / 정리 : 박현숙

Vol.20141106f | 이규철展 / LEEKYUCHEL / 李圭哲 / photograph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