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감상(Painting Appreciation)

박종호展 / PARKJONGHO / 朴鍾鎬 / painting   2014_1103 ▶︎ 2014_1127 / 주말,공휴일 휴관

박종호_그림감상 Painting Appreciation_리넨에 아크릴채색_60.6×72.7cm_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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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2014 이랜드 문화재단 기획展

관람시간 / 09:00am~06:00pm / 주말,공휴일 휴관

이랜드 스페이스 E-LAND SPACE 서울 금천구 가산동 371-12번지 이랜드빌딩 Tel. +82.2.2029.9885 www.elandfa.org

그린다는 것, 본다는 것박종호의 회화에 대해서 그림이다. 그림 속에 또 다른 그림이 있는 액자형 구조의 작업이다. 그림 속의 풍경은 현실로 튀어나와 설치물과 그림으로 혼재하기도 한다. 박종호의 회화에는 그림이 그려진 캔버스와 그것이 실재하는 공간이 반복해서 나타난다. 그는 작업실 풍경과 그것을 재현하는 설치에서 원작과 유사하지만 다르게 보이기 위한 장치를 화면에 가감함으로써 이것이 실재인지, 가상인지, 아니면 그 중간인지 모호하게 경계를 흐린다. 이러한 극사실적으로 묘사된 화면에는 작가 개인의 사적인 공간인 작업실 풍경과 캔버스, 이젤을 반복해 등장시키면서, '존재'와 '실재'에 대한 철학적인 담론을 일관되게 풀어내고 있다.

박종호_그림감상 Painting Appreciation_리넨에 아크릴채색_130.3×194cm_2014
박종호_바람 Wind_리넨에 아크릴채색_27.3×41cm_2014

2009년에 첫 개인전을 선보인 박종호작가는 여러 차례의 개인전을 통해 작가 자신이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작업실 풍경을 캔버스에 담담하게 그려냈다. 전시회에 설치와 영상도 간간히 선보이지만, 그것들은 작품의 주제를 더욱 돋보이게 하는 보조적인 매체일 뿐, 회화 자체에 대한 고민을 천착해 온 작가이다. 박종호 회화의 작업에 주된 소재인 작업실 풍경은 그간 서양미술사의 많은 대가들의 작품에서도 자주 등장하는 테마였다. 작업실에서 그림을 그리는 자신을 나르시즘적인 관점으로 그려낸 서양의 벨라스케스(Diego Velazquez), 베르메르(Johannes Vermeer), 고야(Francisco Goya) 등의 수많은 예술가들의 자화상, 혹은 작업실 풍경 그림은 익히 많이 봐왔다. 다분히 고전적인 테마와 캔버스에 유화라는 전통적인 매체를 사용함에도 불구하고 박종호가 말하는 내용은 그들의 것과 비슷하면서도 상이하다. 그는 순수예술을 지향하는 작가주의적 태도를 취하고 있으나, 현대미술에 있어서 재현의 문제와 그린다는 회화의 문제를 고민하는 리얼리스트라는 점에서 현대미술의 담론과 맥락을 짚어내는 감각이 탁월한 작가이다. ● 캔버스와 작업실이라는 소재는 근래에 들어서 다른 소재로 변모하고 있다. 캔버스 안에서의 고민이 공간으로 확장되고 있는 것이다. 풍경 자체가 화면이 된 그림을 감상하고 있는 전시장 그림이 그것이다. 작품 안에 이중으로 공간을 중첩시킴으로써 그림을 보고 있는 나와 그림 속의 인물들이 오버랩 되는 구조다. 인천의 레지던시 기간 동안에 작업실의 안과 밖의 풍경들로 시선이 확장되는 계기가 되었고, 그림과 그림과의 관계에 대한 작가의 고민이 심화된 것으로 보인다. 작품의 소재가 작업실과 캔버스에서 전시장과 작업실 밖의 풍경으로 변모했으나, 작품의 테마는 동일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작가는 계속해서 창작자로서 그린다는 것과 본다는 것의 행위의 이중의미를 화면 안에 녹아나도록 만들고 있다.

박종호_중간풍경 In-between Landscape_리넨에 아크릴채색_112×162cm_2014
박종호_중간풍경 In-between Landscape

박종호는 실재와 가상의 문제를 회화로 풀어내면서, 무엇이 진실인지 무엇이 허구인지에 대해 경계를 더욱 모호하게 만드는 그림을 그린다. 예를 들어 실제의 풍경인 『바람』, 『바람』작품이 화면 안에 들어간 『그림감상』, 그리고 『그림감상』의 그림이 또 다시 액자화 되어 전시장에 놓인 『그림감상』의 작업이 그러하다. 같은 풍경을 반복해서 액자화 된 구성이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창밖에 보여지는 풍경의 모습이 조금씩 다르다. 작가는 이러한 비틀기 장치를 통해 진실을 은폐하며, 어떤 것이 진실인지 모르게 만드는 것이 작품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겠다. 여기서 또 하나 화면에 등장하는 뒷모습의 인물들, 혹은 관람객의 시선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작가는 의식적으로 화면에 뒷모습의 인물을 그렸다. 그림을 보는 것, 바깥에서 그림을 객관적으로 보는 관찰자적인 시선의 그림이다. 내가 그림을 보는 것이 아니라, 그림이 나를 보는 것이라는 일종의 사고의 전복을 의도한 것이다. 그러니까 그림과 보는 관객 사이가 단순한 바라봄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작품이 관람자를 보고 있다는 색다른 발상을 해볼 수 있다. 다섯 차례의 개인전을 통해 그의 주된 고민은 화가로서 "그리기"의 의미 찾기였다. 이미지 과잉시대에 창작가로서 책임감, 예술가로서의 삶과 그것의 의미, 또는 예술창작을 위한 스스로의 동기부여, 혹은 창작의 과중함 등에 대한 고민이 한데 어우러진 것이 그의 작품의 화두가 되었다. 그런 작가의 고민과 삶의 태도는 작품 안에 고스란히 녹아 있으며, 작가노트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박종호_그리기 Drawing_이랜드 스페이스_2014

나의 작업은 "왜 그리는가?"라는 질문에서 시작된다. "왜 그리는가?"에 대한 질문은 "왜 사는가?"에 대한 질문과 연결된다. 그래서 "왜 그리는가?"에 대한 질문은 나의 삶과 가치관에 문제를 남긴다. 이 문제는 삶과 작업의 일치에 대한 고민과 사회 속에서 예술의 역할에 대한 고민을 만든다. 이 고민은 수없이 많은 이미지가 넘쳐나는 현재에 이미지 생산자로서 어떤 책임감 없이 "또 하나의 불필요한 이미지를 만들어 내는 것은 아닌가?"라는 고민을 만든다. 이 고민은 결국 아무 것도 그려지지 않은 하얀 캔버스를 마주할 때의 두려움이 된다. "왜 그리는지?", "왜 사는지?"에 대한 질문은 결국 "무엇을 그려야 할지?"라는 너무나도 힘든 문제가 된 것이다. (박종호) ● 박종호의 작업은 세상을 바라보고, 그것을 그리는 화가 자신의 숙명을 '캔버스를 그리는 작업'으로 풀어내고 있다. 눈이라는 시각을 통해 바라봄의 행위를 시각예술창작물이라는 결과물로 번안한다. 그러한 그의 작업에는 세상과 소통하고 싶어하는 예술가의 절실한 고민을 확인 할 수 있다. 그러니까 박종호의 작업은 본인의 숙명적인 그리기에 대한 고민과 보여주기 사이의 간극을 메워내고 있는 그림이라고 볼 수 있다. ■ 고경옥

Vol.20141108c | 박종호展 / PARKJONGHO / 朴鍾鎬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