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 리듬의 발견

박광수_서해영_이채영_정유정_허현숙展   2014_1107 ▶ 2014_1124 / 백화점 휴점일 휴관

박광수_숲에서 사라진 남자_종이에 잉크_42×29.7cm_2014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0:30am~08:00pm / 주말_10:30am~08:30pm / 백화점 휴점일 휴관

AK 갤러리 AK GALLERY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덕영대로 924 AK플라자 6층 Tel. +82.31.240.1926~7 www.akplaza.com/gallery/main.do

수많은 철학가, 문호가, 예술가들은 길 위에서 생각하기를 자청해왔습니다. 어떤 목적 없이 길을 걷는 시간 속에서 철학적 발견 그리고 자유를 찾았고 무심코 스쳐 지나갔던 것들로부터 새로운 발견이 이어졌습니다. 산책의 발걸음은 자신을 구속하던 습관이나 짐과 같은 일상의 무게로부터 떨어져 나와 자기 자신을 찾고자 했던 사람들의 구도적 행위와 같았습니다. ● 근대 이후 대도시 사회에서 산책은 자기 치유 또는 명상의 의미와는 다른 의미를 갖습니다. 외부의 시각적, 청각적 자극으로부터 하루를 열고 고단한 몸을 누이고 눈을 감는 시간까지 도시 사람들의 정신은 멀어질 수 없고, 개인의 혼란스러운 심리부터 일상적인 생활은 위협을 받습니다. 이러한 조건 속에서 무관심 또는 반발심은 개인의 정신을 보호하는 하나의 방법으로 근대의 많은 소설을 통해 제시되어왔습니다. 허무나 무상함으로 도시를 거닐며 사회의 모순을 직시하고 세속적인 삶을 낯설게 바라보는 독립적 개인들의 걸음에서 당대성에 대한 욕구가 발견되었습니다. 거리를 배회하며 복잡하고 세속적인 현실에서 벗어나 내면적 배회에서 삶의 활기를 찾는 리듬을 발견하고 당대 도시가 마주하고 있는 변화의 속도를 인식하는 다양한 방법들을 '걷기, 리듬의 발견' 전시에서 구성하고자 합니다.

이채영_새벽 2시_장지에 먹_130×162cm_2010

박광수 작가와 이채영 작가는 밤을 산책합니다. 가로등의 어스름한 불빛이나 달빛에 의지해 걷는 밤 산책은 온몸의 감각을 다시 세워 걷는 걸음입니다. 모두가 휴식을 취하는 밤길을 나선 사람들의 마음과 머리를 대신하여 조심스럽고 신중하게 걸음을 내딛습니다. 박광수 작가는 걷는 동안 그림을 그린다는 것의 의미를 생각하면서 그림을 그린다는 것이 어두운 숲을 헤매는 것과 비슷하다고 이야기합니다. 작품은 걷는 동안 떠오르는 생각들을 그러모은 흔적이면서 동시에 그림을 그리는 삶에 집중하며 내뱉은 질문과 대답들을 닮았습니다. ● 목적 없이 배회하는 걸음을 예술의 전제 조건이라 여긴 보들레르처럼 이채영 작가의 작품은 친숙한 장소인 골목을 새벽이라는 시간에 비춰 익숙한 곳에서 발견되는 독특한 정서를 보여줍니다. 밤의 그림자에 의지하여 나타나는 길모퉁이, 담벼락, 좁고 긴 골목길에 남겨진 흔적들을 통해 무심하면서도 주의 깊게 관찰한 도시 공간의 이미지를 만듭니다. 두 작가의 배회는 그림을 그리는 일과 자신이 사는 장소에서 의미를 찾으려는 움직임에 가까워 있습니다.

서해영_산에서 조각하기(영봉에서 삼각산 조각하기-4월)_컬러사진_가변크기_2012

서해영 작가는 오로지 두 발의 힘에 의존해 험준한 산을 오르내리면서 현대 조각이 갖는 의미에 대해 생각합니다. 조각에 깃든 관념성과 권위주의적인 태도가 만드는 관습들을 거부하기 위해 직접 몸을 쓰며 산에 올라 조각하고, 그 과정을 기록했습니다. 작은 일상이 현대조각에 대한 진지한 탐구로 이어지는 길 위에서 만들어진 조각에는 등산의 과정, 흙과 바람의 질감이 오롯이 담겨있습니다. 걷기라는 움직임이 사유의 운동으로 이어지듯이 서해영 작가의 작품은 삶과 맞닿은 조각에 대한 실천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정유정_seeing is believing 5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72.7×90.9cm_2013

걷는 사람의 거처는 공간이 아닌 시간 속에 정해진다는 말처럼 정유정 작가의 작품은 어떤 장소의 이름으로부터 시작되기보다는 끊임없이 변화하는 어떤 순간을 바탕으로 합니다. 건물의 구석, 그림자에 집중하며 그 장면을 보았을 당시의 현장성, 순간성을 음미하며 붓을 움직입니다. 산책을 나선 길에서 뜻밖의 발견으로 기쁜 마음을 감추지 못하거나, 깊은 위안을 받을 때처럼 체험과 느낌에 의존하여 쌓인 걸음들이 작품으로 완성되었습니다.

허현숙_당고개지구상계로 골목길 III_이합장지에 흑연_133×194cm_2013

허현숙 작가는 길을 이어주고 사람을 만나게 하던 골목길에서 만들어진 유년시절의 기억을 종이 위에 담백하게 옮깁니다. '도시계획'이라는 정책하에 허물어지고 사라진 것들을 기억에 의존하여 종이 위에 재현합니다. 그림으로 재현하는 것은 오래전 기억 속의 주택 건물만이 아닙니다. 지붕과 지붕을 맞대어 의지하고 있는 불규칙한 거대한 집 덩어리는 성장과 발전이라는 이름으로 사라지고 와해된 지역 공동체의 연대와 유대를 상징하기도 합니다. 개인의 유년시절 추억이 사회의 변화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작가의 손과 발의 감각을 통해 발견할 수 있습니다. ● 빠른 속도의 성장과 발전만이 미덕이 된 오늘날 타박타박 걷는 길에서 그리고 시간 속에서 평소 잘 돌보지 못했던 나 자신과 대화하며 걷는 즐거움을 전시는 발견하고자 합니다. 자본의 시스템과 속도의 정치에서 벗어나 어떤 것에도 의지하지 않으며 스스로 길을 나서는 걸음에서 주체적인 삶을 구성하는 방법들을 스스로 터득해나가는 자유로움을 살필 수 있는 풍경을 조명합니다. 삶의 장소이자 창작의 공간인 도시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구성한 현재라는 시간의 리듬을 인식하는 경험은 아주 오랜 과거에서부터 이어져 온 자신의 삶의 장소를 인식하고 이해할 수 있는 자세였기 때문입니다. 사사롭지만 거리의 다양한 모습을 보고 걷고 글로 옮기고 그림으로 그리는 과정에서 삶의 여러 단면들을 읽어낼 수 있듯이 이 전시를 통해 우리가 사는 도시, 사회 구조를 읽어나갈 방법을 모색하고자 합니다. ■ AK 갤러리

Vol.20141108g | 걷기, 리듬의 발견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