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죽인 바퀴벌레는 꽃이 되었습니다.

김등용展 / KIMDEUNGYONG / 金登容 / sculpture   2014_1104 ▶ 2014_1130 / 월요일 휴관

김등용_Big Death_혼합재료_280×100×80cm

● 위 이미지를 클릭하면 네오룩 아카이브 Vol.20131214d | 김등용展으로 갑니다.

초대일시 / 2014_1104_화요일_06:00pm

관람시간 / 09:00am~06:00pm / 월요일 휴관

미부아트센터 MIBOO ART CENTER 부산시 서구 암남공원로 82(암남동 616-4번지) Tel. +82.51.243.3100 blog.naver.com/artmiboo

달달하고 달콤한 R씨 ● 김등용의 『우리가 죽인 바퀴벌레는 꽃이 되었습니다』 展은 앞선 『살인-놀이』展의 연장선상에 위치하고 있는 동시에 그 의미들을 확장시키고 있다. 그의 작업은 우리 삶의 구체적 현실과 밀접하게 관련된다. 앞서 『살인-놀이』展에서 김등용은 인간이 얼마나 오만한 존재인가를, 스스로 세워놓은 잣대로 좁게는 작은 벌레로부터 넓게는 동일한 종(種)의 인간에게 행하는 폭력적 행위를 어떻게 정당화 하고 있는지를, '놀이'라는 이름아래 자행되는 인간의 폭력에 대해 드러냈다. 여기서 벌레는 인간 폭력성의 은유이며 그 살해 현장은 인간의 폭력성이 드러나는 명확한 지점으로 나타난다. 우리의 구체적 현실의 인간의 모습을 보여주기에 따라서 전시 공간 역시 구체적 삶의 장소를 택했다. 그리고 『우리가 죽인 바퀴벌레는 꽃이 되었습니다』展 에서는 이전작업의 큰 줄기를 이끌어오되 작가의 상상 혹은 의지, 바람을 개입시킨 상상의 세계를 확장된 공간 위에 구축시켜 놓았다.

김등용_Big Death_혼합재료_280×100×80cm

『우리가 죽인 바퀴벌레는 꽃이 되었습니다』 展은 작가가 의도한 관람자의 동선과 함께 이야기가 진행되고 있으며 총 4개의 플롯으로 이루어져 있다. 전반적인 이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중심이 되는 것은 'Roach'로 명명되고 있는 바퀴벌레이다. 『살인-놀이』展에서 개미와 장구벌레 등 다양한 벌레들의 죽음의 현장이 나타났음에도 불구하고 관람자들에게는 '바퀴벌레'만이 기억되고 또한 남아버렸다. 이는 바퀴벌레에 대하여 내린 우리의 명확한 규정(혐오의 대상)에서 비롯하는 이미지의 강력함에 따른 것으로 작가가 바퀴벌레에 집중하게 되는 동기가 된다. 해악(害惡:우리에게 해를 가하는)하고 해악(駭愕:경악하게)한 존재로 그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든 그것을 마주함은 우리의 공간과 우리가 놓여 진 상황을 달달 쑤셔 놓거나 그 용모의 혐오스러움으로 몸을 달달 떨게 만든다. 그러한 바퀴벌레에게 작가는 애칭인 'Roach'라는 이름을 부여하면서 인간 종(種)과 동일한 의미 그리고 동일한 힘을 부여하고자 한다. 새로운 이름을 부여받은 이들은 이전과 확연히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단순화되고 새로운 색(色)을 입은 그 모습은 '달콤'하다. 바퀴벌레는 그 모습에서 여전히 자신이 바퀴벌레(cockroach)임을 드러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로부터 현실에 그것을 대할 때와는 상반된 반응을 이끌어 낸다. 나는 특별히 이글에서 Roach를 인간과 동일한 종으로써 계통의 구별을 나타내는 호칭인 '씨(氏)'를 붙여 'R씨'라고 칭하고자 한다.

김등용_Roach_철, 채색_ 핑크색 110×80×90cm, 백색 55×35×40cm, 연두색 55×35×40cm, 초록색 30×15×15cm

자, 이제 김등용이 설정해 놓은 동선을 따라 그가 보여주고자 하는 이야기가 무엇인지 찬찬히 읽어나가도록 하자. 첫 번째 플롯은 이전 작업의 연장선상에서 우리의 현실에서 혐오의 대상이 되는 실제 바퀴벌레의 모습, 그 살생현장이 드러나고 있다. 이 장면은 『살인-놀이>의 요약이기도 하다. 다만 이전과의 차이가 있다면 그 장면을 우리의 R씨가 응시하고 있다는데 있다. ● 두 번째 플롯, 여기서 R씨들은 군집된 모습으로 우리를 맞이한다. 그들의 모습은 장기(將棋) 혹은 체스(chess)의 말(礣)이 놓인 것과 유사하다. 적진의 영역을 향해가려는 R씨, 이 장면에 이르러 비로소 작가의 인위적이고 의도적인 전략의 의미, 즉 달콤해진 R씨의 외모변화의 의미가 명확해진다. 그들은 강력한 흡입력으로 우리를 끌어당긴다.(덫을 놓는다) 단순화된 외형과 색(色)은 바퀴벌레에 대해 우리가 갖게 되는 부정적 의미를 함의한 거리를 긍정적 밀접함으로 변화시키는 결정적 계기로 작용한다. '달콤함'으로 무장한 R씨들은 밀접함으로 다가와 우리의 공간을 목표물로 삼고 우리를 겨냥하고 있다. ● 세 번째 플롯, 왕-바퀴벌레의 장례식이 이루지는 장면이다. 여기서 김등용은 확대를 통해 인간과 동일한 사체(死體)의 처리과정을 보여줌으로써 그 의미를 강력하게 드러내고 있다. 왕-바퀴벌레가 누워있는 관(棺) 혹은 제단(祭壇) 주위를 작은 R씨들이 에워싸고 있는 이 장면은 한 개채의 죽음과 그것에 대한 애도, 즉 그 개채의 죽음에 대해 가져야 할 태도가 무엇인지를 나타내고 있다. ● 마지막은 꽃이 피어있는 R씨이다. 이들은 죽은 곤충의 몸에 기생하여 자라는 버섯인 '동충하초'의 모습을 하고 있다. 이 장면은 R씨들의 죽음 이후의 삶을 암시하며 김등용이 도달하고 싶은 곳이기도 하다. 통상적으로 꽃은 즐거움이 넘치는 자리에 늘 함께하며 아름다움의 은유이다. 그러나 이러한 꽃조차도 우리가 잘 알고 있듯 김춘수 시에서처럼 한낱 몸짓에 불과한 것이기도 하다. 이름을 불러주는 것, 우리가 다른 이름으로 부르게 될 때 바퀴벌레의 의미도 그리고 바퀴벌레와 우리의 관계도 변화 할 수 있지 않을까. 꽃과 같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김등용_Roch Flower_철, 채색_ 20×10×10cm, 30×15×15cm, 40×20×20cm, 50×25×25cm, 60×30×30cm, 70×35×35cm
김등용_Roch Flower_철, 채색_ 20×10×10cm, 30×15×15cm, 40×20×20cm, 50×25×25cm, 60×30×30cm, 70×35×35cm

R씨가 주인공인 이 이야기는 크게 ① 자신의 삶에 대한 인식과 ② 변화의 모색 ③ 죽음 ④ 이후의 삶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이 이야기는 그 모든 것을 지켜보고 있는, 그리고 그들의 삶에 역시나 관여하고 있는, 실제로 그들의 삶에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그 삶의 상관자로써 우리를 향해 있다. 이 허구의 이야기는 다시 우리의 구체적 삶 속으로 비집고 들어온다. 『우리가 죽인 바퀴벌레는 꽃이 되었습니다』展이 하나의 이야기하고 할 때 전시장 안에 발을 들여 놓은 순간부터 어쩌면 우리는 그 이야기를 전개해 나가는 R씨와 같은 등장인물로 존재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하다면 우리는 이 이야기에 어떠한 모습으로 위치해야 하는가. '우리가 죽인 바퀴벌레는 꽃이 되었습니다' 이야기 가운데 위치한 당신을 당신은 어떠한 인물로 설정할 것인가. 그리고 바퀴벌레가 인간의 폭력성의 은유라 할 때 그리고 『우리가 죽인 바퀴벌레는 꽃이 되었습니다』가 우리의 삶의 한 단면이라 할 때 각각의 R씨들은 우리들 각각의 모습으로 대변될 수 있다. 따라서 김등용의 작업은 윤리적 가치를 내포하며 우리의 삶을 관통한다. 이후의 삶, 즉 내일의 오늘을 살아갈 우리에게 우리의 삶이 어떠해야 한다는 것, 우리가 나아가야 하는 길이 어떠해야 하는가를 보여준다. 꽃이라는 도달지점, 그 모습을 달리할 뿐 우리의 삶 가운데 언제나 존재하는 인간의 폭력성과 부정적 인식들, 김등용은 그것을 직면하고 그 극복의 과정을 바퀴벌레의 은유로 드러내고 있으며 꽃이라는 도달지점을 설정해 놓았다. 경악을 금치 못하게 하는(駭愕) 달달씨가 아닌 친근하고 소유하고 싶은 달콤씨 R. '우리가 죽인 바퀴벌레는 꽃이 되었다'에서처럼 '우리', '바퀴벌레', '꽃' 이 셋의 관계가 서로가 서로에게 달콤한 존재일 수 있지는 않을까. 그리고 구체적 우리의 삶 가운데 '우리'가 '우리'에게 달달하지 않은 달콤한 존재이기를... ■ 박은지

Vol.20141109a | 김등용展 / KIMDEUNGYONG / 金登容 / sculp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