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eath and brushstrokes

송현숙展 / SONGHYUNSOOK / 宋賢淑 / painting   2014_1114 ▶︎ 2014_1231 / 월요일 휴관

송현숙_14획 14brushstrokes_캔버스에 템페라_200×150cm_2012

초대일시 / 2014_1114_금요일_05:00pm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월요일 휴관

학고재 Hakgojae 서울 종로구 삼청로 50(소격동 70번지) Tel. +82.720.1524 hakgojae.com

송현숙: 덧없음의 미학 ● 송현숙 작가가 수십 년간의 작가 생활을 해오면서 그려온 소재는 열두 가지가 채 되지 않는다. 그가 그려온 소재는 모두 작가의 뿌리인 한국, 한국의 전통과 과거에서 가져 온 것으로 한국의 토속적 아름다움을 담고 있는 장독, 전통 가옥의 귀퉁이, 두 기둥을 연결해주는 소박한 명주 등이다. 비아 셀민스(Vija Celmins)가 바다와 밤하늘을 반복하여 그렸듯이, 송현숙 작가 또한 각각의 토속적 이미지를 여러 번 반복해서 그려왔으며, 이를 통해 가장 친숙한 것이 때로는 영원토록 새롭게 탈바꿈 할 수 있게 하는 방식을 강화 시켰다. 그는 뼈 같은 하얀색, 불 같은 붉은색, 꽃가루 같은 노란색과 같이 제한적이지만 강렬한 색상을 사용해 빛나는 항아리의 이미지를 몇 번이고 화폭에 옮겨왔다.

송현숙_1획 위에 4획(왼쪽), 8획(오른쪽) 4brushstrokes over 1 brushstroke(on left), and 8brushstrokes(on right)_캔버스에 템페라_135×174cm_2012
송현숙_6획 6brushstrokes_캔버스에 템페라_105×110cm_2013

작가가 그린 가장 단순하면서도 복잡하고 어려운 이미지는 명주천으로 연결되어 있는 두 개의 말뚝 그림이다. 이는 피난처의 원초적 형태이며, 새로 솟아난 건축물인데, 이는 두 기둥을 이어주던 명주가 막대로 대치된 작품들을 보면 더 뚜렷하게 드러난다. 송현숙 작가의 최근 작품 중에는 두 개의 말뚝 중에서 하나를 제거한 것이 있다. 하여 그 작품 속의 명주천은 마치 살아 움직이듯 자유의지를 갖고 아득히 먼 곳 너머로 펄럭이며 날아 갈 것처럼 보인다.송현숙 작가는 소재가 얼마나 익숙한가와 상관없이, 매번 고도의 집중력을 요하는 화법을 통해 그 주제에 새로이 몰두한다. 그의 모든 작품이 단지 몇 번의 획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획을 어떻게 긋는가는 작품의 성공여부를 판가름 하는 데에 결정적이다. 작가는 매번 이미지를 그려내는데 사용한 획수를 단순히 제목으로 붙이고 있는데, 이는 최소한의 붓놀림이 그의 창작활동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작가는 자신의 작품의 성숙여부를 붓놀림의 미묘함, 명료함 그리고 아름다움을 통해 판단한다.송현숙 작가에게 있어서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신체적이고 정신적이며 영적 행위이다. 그는 복잡한 상념들과 에너지를 정화하여 명상적 평온함과 집중의 상태에 도달하는 것을 수행해왔다. 그에게서 그림을 그리는 행위 자체는 고도의 육체노동이다. 길고 구불구불하게 그어진 획을 보면, 우리는 그의 숨의 길이와 그의 맥박을 느낄 수 있다. 그가 그은 획은 그의 자세에서 나오며, 마치 태극권을 하듯 팔과 다리와 함께 온몸을 조화롭게 움직이면서 생성된 것이다.

송현숙_11획 11brushstrokes_캔버스에 템페라_130×180cm_2014
송현숙_6획 뒤에 인물 Figure behind 6 brushstrokes_캔버스에 템페라_125×145cm_2009

송현숙 작가는 원하는 굵기의 획을 원하는 모양으로 그리기 위해 붓에 물감을 얼마나 묻혀야 할지, 붓의 각도를 어떻게 잡아야 할지를 체득했다.송현숙 작가가 일상적으로 다루는 주제 이외에 개인적으로 의미가 깊었던 순간을 담아낸 것들도 있다.깊은 어둠을 배경으로 수의를 입고 상여에 누워있는 어머니를 그린 작품이라든지, 또는 수백 명 되는 학생들의 목숨을 앗아간 세월호 참사에서 영감을 받아 그린 작품을 들 수 있다. 근래 들어 작가의 반복되는 주제는 투명한, 흰색의 넓은 획을 화면 가득히 채워 바탕그림에 베일을 씌운 것이다. 위에서부터 아래로 쏟아지는 이 붓 놀림들 사이사이로, 어렴풋이 한복을 입고 있는 여성의 모습을 여기 저기서 볼 수 있다. 그녀가 짚고 있는 지팡이가 이 베일에 닿게 되면 마치 손가락으로 폭포를 만졌을 때와 같은 물의 움직임이 생겨나기도 한다. 어느 한 작품에서는 이 베일이 새끼 호랑이의 발톱으로 찢겨져 있기도 하다.독일에서 살고 있는 송현숙 작가는 어떻게 해서 지구 반대편에 있는 한국의 전통적 소재들, 그것도 반세기 이전의 시대를 대표하고 있는 것들을 그리게 되었을까? 이는 분명 이 소재들이 작가의 마음을 드러내주기 때문일 것이다. 그의 작품은 그 자체가 스스로 말하고 있으므로, 작가의 마음을 언어로 다시 설명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몇 가지 공통적인 성격이 눈에 띄기는 하는 바, 어둠으로부터 빛의 생성, 절제의 흔적, 균형의 성취, 베일의 단절 등을 들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덧없음의 여운을 불러일으킨다는 것이다.필자의 생각으로 송현숙 작가의 주제는 삶이다. 이 신비하면서도 덧없는 조건, 그토록 자명하게도 현실적으로 보이는 이 조건. 아직은... ■ 로렌스 린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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