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tween the scenery

이채영展 / LEECHAEYOUNG / 李彩瑛 / painting   2014_1118 ▶︎ 2014_1208 / 월요일 휴관

이채영_오후 2시_장지에 먹_97×130cm_2012

● 위 이미지를 클릭하면 네오룩 아카이브 Vol.20110330d | 이채영展으로 갑니다.

초대일시 / 2014_1122_토요일_05:00pm

후원 / 서울특별시_서울문화재단 한국문화예술위원회_사계절 출판사

관람시간 / 11:00am~06:00pm / 월요일 휴관

복합문화공간 에무 Multipurpose Art Hall EMU 서울 종로구 경희궁 1가길 7 Tel. +82.2.730.5604 www.emuspace.co.kr

이채영 : 먹으로 재현된 낯섦의 풍경 ● 이채영은 먹과 모필을 이용해 구체적인 대상을 정밀하게 종이(장지) 위에 옮긴다. 이른바 모필 사생, 먹물만으로 이루어진 재현회화다. 먹의 번짐이나 선염기법, 필선이 우선하는 것이 아니라 먹을 흡사 목판처럼, 수채화물감처럼 쓰고 있다. 선이 아니라 면으로, 색(먹)으로 채운 단색화다. 나로서는 무심함이 공기처럼 떠도는 화면, 소박하지만 무척 감성적인 묘사와 적조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톤과 색상이 흥미롭다. 삶의 동선에서 마주친 주변 풍경들이자 비근한 일상의 공간들이 소재로 그려졌다. 딱히 어떤 것을 그렸다고 말하기 애매한 장소들이다. 시간을 가늠하기 어렵고 특별히 눈에 띄는 대상이 있는 것도 아니다. 먼 거리에서 조망한 밋밋한 풍경은 어둡고 흐린 색조에 차분하게 가라앉아 있다. 다만 검정색의 미묘한 뉘앙스가 사물을 판독하게 해주며 묘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빛바랜 흑백사진이나 아련한 추억 속의 이미지, 또는 어디선가 본 듯한, 그러면서도 무척이나 낯설고 이상한 정서를 자아내는 그런 그림이다. 그래서 그림은 스스로 발화하기 보다는 보는 이의 감성에 개입하고 해석되기를 기다리는 듯하다. 동시에 저 이상해 보이는 풍경이 실은 우리가 살고 있는 구체적인 현실풍경임을 깨닫게 한다. 결국 현실과 초현실이 뒤섞인 공간, 의식과 무의식이 교차하는 장소가 우리의 세계다.

이채영_오후 2시_장지에 먹_97×130cm_2014
이채영_응시_장지에 먹_72.5×91cm_2014

작가는 바로 그 애매하고 낯선 풍경을 그리고자 한다. 현대미술/모더니즘의 속성을 크게 3가지로 말해본다면 고립을 통해 낯설게 하기, 비가시적인 것의 가시화, 매체의 본성에 대한 메타적 반성 등을 꼽을 수 있다. 낯설게 하기는 이른바 언캐니(uncanny)이기도 하다. 섬뜩함, 불확실성말이다. 작업을 통해 언캐니 한 효과를 만들어내는 것이 초현실주의 작업의 미학적 목표였음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정신분석학에서는 언캐니를 그동안 억압되어왔던 것이 통합된 정체성이나 미적 규범이나 사회질서 등을 파열시키면서 회귀하는 것을 볼 때 생기는 심리적 분위기로 정의한다. 원래 낯익은 것이지만 동시에 망각된 것이기에 의식에는 낯설게 느껴지는 것이라는 얘기다. 다시 말해 언캐니는 억압에 의해 낯선 것이 되어버렸으나 원래는 낯익은 현상이 되살아나는 것과 관련된다. 억압 되었던 것이 되살아나면 주체는 불안해지는데 이는 주체가 이해하기 힘든 모호한 현상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이처럼 언캐니는 이 불안한 모호함 때문에 생기는 직접적 결과를 지시하는 말이다.

이채영_어느 날 오후_장지에 먹_53×72.8cm_2012
이채영_어떤 날_장지에 먹_97×130cm_2013

"항상 걸어 다니는 익숙하고 친숙한 장소들이 어느 날 하나의 장면으로 보이는 순간들을 경험하게 된다...어느 순간 호기심과 이질적으로 느껴지는 공간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또한 무언가가 새롭게 생겨나고, 사라지고, 또는 그 장소가 폐허가 되는 곳들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가슴이 먹먹하게 다가온다." (이채영) ● 작가는 바로 그 '독특한 정서를 자아내는 장소들'을 그리고자 한다. 이른바 언케니 한 느낌을 자아내는 풍경을 그리고자 했다. 사실 본인이 정확하게 무엇을 그리고자 하는지 정확하게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그렇게 느꼈다는 사실이다. 본다는 행위는 헤아릴 수 없는, 형언하기 어려운 복잡한 감정, 기억 등을 동반한다. 작가는 자신의 신체가 받아들인 그 지각, 감각을 형상화하고자 그린다. '순간적인 느낌들을 재구성'하면서 '그것'(it)을 그리고자 하는 것이다. 응시한다는 것은 모종의 욕망이기도 하다. 그 욕망은 사물의 이면을 보고자 하는 것이자 시선이 도달할 수 없는 곳까지 보고자 하는 것이다. 따라서 그 욕망은 충족되거나 실현되기 어렵다. 그러니 그림은 그러한 불가능을 반복적으로 수행하는 일이다.

이채영_기억_장지에 먹_130×162cm_2014

오늘날 이 같은 재현회화는 무슨 의미가 있을까? 디지털시대에 아날로그적인 그리기는 여전히 가능한가? 특히 수묵화로 이루어진 흑백의 그림, 그리고 먹에 따라 붙는 관념이나 이상, 정신성이 탈각된 상황에서 오로지 먹을 재료로 다루면서 실재의 모방, 철저하게 자신의 신체와 감각에 의해 견인된 저 세계의 재현에 종사하는 수묵화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이채영은 불완전하더라도 자기 눈으로 세계를 보고 그에 관해 말하고자 한다. 그리기는 그 적절한 수단이고 먹은 그것을 가능하게 해주는 친근한, 경험적인 재료다. 또한 먹이 자아내는 분위기와 탈색된 듯한 단색의 느낌은 언캐니 한 분위기의 드러냄과 관련되어 있는 지도 모른다. 하여튼 작가는 어떤 특정한 순간, 특정한 장면을 먹으로 그리고 싶은 욕망을 느낀다. 그것은 특정 장소, 대상을 보고 있는 순간의 자기 자신에 대한 감각, 존재에 대한 충실함과 연관되어 있고 그 '현재'에 사로잡힌 시간에 대한 실감나는 개인적 정서의 구현에 관계되는 욕망이기도 하다. 세계 속에 자리한 주체가 몸으로 반응한 그 세계에 대한 개인적인 반응, 고백, 응시의 결과물이 오늘날 재현적인 회화를 가능하게 하고 있다는 생각이다. ■ 박영택

Vol.20141118a | 이채영展 / LEECHAEYOUNG / 李彩瑛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