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숲 Forest of Memories

김전기_박부곤_신현민_이선정展   2014_1202 ▶ 2014_1208 / 월요일 휴관

김전기_Someone's Site #7_C 프린트_120×150cm_2011

초대일시 / 2014_1202_화요일_06:00pm

주관 / 스페이스 407

관람시간 / 10:30am~06:30pm / 월요일 휴관

류가헌 ryugaheon 서울 종로구 통의동 7-10번지 Tel. +82.2.720.2010 www.ryugaheon.com blog.naver.com/noongamgo

숲은 언제부터 우리 곁에 있었을까? 신의 아들이 여인과 사랑을 나누고 원죄를 지은 곳, 수 많은 전설과 신화의 무대, 그리고 인류 문명의 발생지들은 모두 숲과 밀접한 관계를 가진다. 구조주의 인류학자 클로드 레비-스트로스(Claude Le'vi-Strauss)는『야생의 사고 La Pense'e Sauvage, Paris, 1962』에서 '야생(Savage)'이란 말은 본디 '숲'을 뜻하는 '실바Silva'에서 유래하므로 나무들은 살아있는 '영혼'을 가지고 있다고 하였다. 스웨덴의 '웁살라(Uppsala)', 부처의 출생과 계시 그리고 죽음을 지켜주는 '룸비니(Lumbini)', 네미의 신성한 숲 '네무스(Nemus)' 는 모두 성스러운 숲을 지칭한다. 우리 전통에도 숲은 위대한 것이자 토템, 샤머니즘적 요소로 충만한 공간이다. 현재까지 남아 있는 당산 숲과 비보 숲은 소중한 문화 자산이며, 시베리아 바이칼호 주변의 삼림지대 타이가(Taiga)는 우리민족의 시원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기억의 숲』展에 등장하는 숲은 제주 '곶자왈(Gotjawal)'이다. 세계 유일의 열대 북방한계 식물과 한대 남방한계 식물이 공존하는 독특한 숲 또는 환경인 곶자왈은, 나무·덩굴식물·암석 등이 뒤섞여 수풀처럼 어수선하게 된 곳을 일컫는 제주도 방언에서 유래한다. 화산 용암이 굳어진 지형과 숲이 어우러져 형성된 곶자왈은 희귀 동식물의 보고인 동시에 현대사(4.3사건)의 아픔을 기억하고 있는 특별한 공간이다. 또한 개발과 보존 사이의 첨예한 대립과 욕망이 거칠게 충돌하는 영역이기도 하다. 본 전시에 참가한 네명의 사진가들은 2010년 부터 2014년까지 제주도에 분포되어 있는 곶자왈을 찾아 자신들의 카메라에 담았다. 각자만의 방식으로 다가간 곶자왈은 원시림의 태고적 기운과 영성을 품고 있는 숲, 기억의 성소, 그리고 과거와 미래를 이어주는 순환의 고리로써 우리들의 시선과 감성을 잡아 당긴다. ● 김전기의 숲은 사적이다. 자연이라는 거대한, 심지어 짙디 짙은 곶자왈의 기운 앞에서 그것을 내 것인 양 품어내기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허나 작가의 사진들에는 그가 머물던 자리, 누웠던 흔적, 그리고 약간의 변화로 인해 달라진 장소성이 고스란히 묻어 난다.「Someone's Site」는 장소 특정적(Site specific)이다. 숨골, 나무, 바위 틈새에 대한 작가의 물리적 개입은 아주 소소하고 조심스러운 다가섬, 마치 어린 아이를 매만지는 손길처럼 보드랍다. 그에게 곶자왈은 자연의 순수,중립성 안으로 위장하여 매몰, 동화되어질 수 있는 곳일 지도 모른다. 필연적인 만남처럼, 그 안에 축적된 기억의 한 자락을 붙잡을 수 만 있다면 말이다.

박부곤_문명의 조각-1_C 프린트_80×100cm_2014
박부곤_숲의 조각-1_C 프린트_100×80cm_2014

「숲과 문명의 조각」에서 박부곤은, 곶자왈 여기 저기에 흩어져 있는 인공의 흔적들에 주목하고 있다. 대형 카메라에 의해 정교하게 촬영된 그의 숲은 고요한 반면 무수한 흔적들로 채워져 있다. 삶의 공간, 혹은 가축을 키우기 위한 울타리, 군사용 진지의 허물들은 이제 자연스럽게 곶자왈의 일부로 남아있다. 그러나 숲 특유의 복원력과 조화로움으로 인해 자연의 대립항에 위치한 문명의 파편들을 파악하기란 무척이나 어렵다. 과거와 현재 그리고 이미 다가온 미래에 이르기까지 숲은 인간의 역사를 기억하고 대변해준다. 깊은 침묵 속에 말 건네는 알 수 없는 것들의 공명은 우리의 눈과 마음에 오랫동안 울려 퍼진다. 곶자왈의 특색을 놓치지 않는 섬세한 클로즈 업에서 부터 넓은 화각의 사진에 이르기까지, 그의 숲은 연속되지 않는 시간의 단절과 이행으로 생성된 퍼즐 조각이다.

신현민_멈추어진 것_숲-1_C 프린트_60×234cm_2013
신현민_멈추어진 것_숲-2_C 프린트_60×197cm_2013
신현민_멈추어진 것_숲-3_C 프린트_70×105cm_2012

한편, 신현민의「멈추어진 것, 숲」은 느즈러져 있다. 가로로 길게 죽 잡아 당긴 프레임은 곶자왈의 시작과 끝을 동시에 포함한다. '멈추어진 것' 이라는 수식어에서 암시하 듯 그 숲은 어딘가에 일시적으로 정지, 지연, 수축 상태에 있음을 보여준다. 작가의 파노라마 사진에서 곶자왈은 잘라져 나간 육체를 경계선상에 위치시킨다. 하나의 프레임으로는 증명하기 어려운, 자연과 문명의 대립과 팽창, 개입과 화해의 작용이 가로로 넓게 펼쳐진 파노라마에 담겨있다. 그의 사진에서 숲은 경계 안에 머물러 있으나, 그 것의 힘은 밖을 향하여 무한히 확장된다. 딱딱한 선긋기로는 결코 제어 되지 않는, 숨소리와 생명력이 고요한 평행선 위에 잠시 멈춰져 있을 뿐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곶자왈의 디테일을 포착한 사진들도, 숲의 일상과 상황이 응축된 서사의 단편들로 짜여져 있다.

이선정_검은 숲-1_C 프린트_125×125cm_2011
이선정_검은 숲-11_C 프린트_125×125cm_2011

마지막으로「검은 숲」연작에 나타난 숲은 무섭다. 푸른 빛이 강하게 서려 있는 이선정의 사진에서 우리는 곶자왈이 엄습하는 차가운 기운 혹은 그 것이 발산하는 분위기에 위축되고 만다. 어두운 방 안에 그려진 무정형의 드로잉처럼, 공간 내부를 꽉 채운 아우라는 설명키 어려운 감정의 하층부를 건드린다. 심지어 찰나적으로 멈춰진 그 숲은 기묘한 변신을 꾀하고 있다. 우리는 어두운 공간 안에 진입함으로써 숲의 바닥과 하늘, 그리고 그가 제안한 미지의 세계, 또 다른 내부를 비로소 바라보고 상상하게 된다. 우리의 시선을 잠시 교란시키는 것은 최소한의 빛과 헝클어진 숲의 결이다. 단언컨데 작가의 곶자왈은 추상적이고 감성적이며, 지극히 무질서하다. 이성의 개입을 최소화시키는 언캐니(Uncanny)한 숲이자, 낮과 밤을 가로 지르는 탈차원적, 무의식적 틈새이다. ● 인류의 근원과 역사를 규명하려는 이들의 노력으로 숲은 새롭게 평가 받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 기억 속 숲의 원형은 어디에 있는가? 잃어버린 숲을 소환하기 위하여 우리들은 산과 들로 향한다. 혹은 잘 만들어진 방송용 다큐멘터리를 통해서 숲의 환상을 만날 수 있을 뿐이다. 어릴 적 할머니와 어머니가 들려주시던 전설 속의 주인공, 요정과 정령들이 활약하던 숲은 먼 곳에 있다. 바깥으로 멀어져 버린 세계와의 조우는 아마도 인간 중심적 우주의 축을 본래의 위치로 이동시킴으로써 가능할 지도 모른다. 본 전시『기억의 숲』은 일반적인 환경 사진이 답습하는 자연 생태 기록을 통한 비판성 유지에 머물지 않고 자연의 피부, 살, 골격과 기관에 다가서려는 시도를 보여 준다. 당연히 그 실천이란 미약한 인간의 한계를 여실히 드러내는 무모한 도전일 수 밖에 없다. 그러나 4명의 작가들이 마주한 곶자왈은 신비스러운 어둠과 신선한 공기, 그 속을 관통하는 생기와 영혼, 그리고 생명의 탄생과 죽음이 질서와 균형 속에 공존하는 세계이다. 그리하여 우리들이 그토록 열망하는 잃어 버린 순수성과 낭만성에 대한 회복은, 결핍에 대한 보충이 무한한 공간이자 거대한 유기체로써 실재하는 우주적 통로, 곶자왈에서 되살아나고 있음이다. ■ 스페이스 407

이선정_검은 숲-15_C 프린트_21×21cm_2014

Since when has forest been with us? It is where the son of God committed original sin by making love to a woman and has been the site for numerous legends and myths. In addition, the origins of human civilizations have close relations with the woods. Claude Levi-Strauss, a structural anthropologist, said in 'La Pense'e Sauvage (Paris, 1962)' that the word "savage" is derived from a Latin word "silva" meaning 'forest' and thus trees have living 'soul.' 'Uppsala' in Sweden, 'Lumbini' (the site of Buddha's birth, enlightenment and death) and 'Nemus' (a holy forest in Nemi) are all referred to a sacred forest. In Korean tradition, forest is the mighty and full of totemic and shamanistic elements. The Dangsan Forest and Bibo Forest that have still remained are the invaluable cultural assets, while the Taiga forests of Siberia near Lake Baikal are purportedly known as the origin of the Koreans. This exhibition「The Forest of Memories」presents the Gotjawal Forest on Jeju Island. The forest is the only region in the world where the tropical plants (northern limit) and polar plants (southern limit) coexist. Gotjawal is derived from the Jeju dialect, meaning woods mixed with trees, bushes and rocks. Gotjawal, the uniquely formed forest vegetation on the lava terrain, is the home to rare animals and plants and also a historical site of the April 3rd Jeju Uprising checkered with suffering and pains. In addition, the site is where conflicts between development and conservation and desires for them remain in sharp contrast. Four photographers who participate in this exhibition have captured the images of Gotjawal since 2010. The place, expressed in their own way, attracts our attention and emotion as a forest embracing the energy and spirit of a virgin forest in ancient times, a sanctuary for memories and a link connecting the past and the future. ● Jeon-Ki Kim's forest is private. How challenging it is to embrace the forest in his way amid the immensity of nature, particularly energy of the thick Gotjawal Forest? However, Kim's photographs portray the place changed by his traces of staying and lying and minor alterations.「Someone's Site」is site-specific. The artist's physical intervention in between breathing space, trees and rocks is an insignificant and careful gesture to approach, which is very gentle as if touching a baby. To him, Gotjawal may be a place in which we can hide and assimilate in disguise with purity and neutrality of nature - if you could take hold of a part of memories accumulated within it, like an inevitable encounter. ● In the「Fragments of the Forest and Civilization」, Bookon Park pays attention to the artificial traces scattered here and there in Gotjawal. His forest, which was photographed in an elaborate manner with a large-scale camera, is tranquil but filled with numerous traces. The traces of living space, fences for livestock management and military camps have remained and become part of Gotjawal. And yet, due to the characteristic resilience and harmony of the forest, it is difficult to grasp the fragments of civilization, which is in opposition to nature. From the past to the present, and to the near future, the forest recollects and represents human history. The resonance of unknown things that speak in deep silence lingers in our eyes and mind for a long time. Ranging from the delicate close-up shot that captures the unique features of Gotjawal to the large angle of view, his photograph of the forest appears to be a puzzle piece created from discontinuance and continuance of time. ● Meanwhile, Shin Hyun-Min's「Forest, at Standstill」appears loose. The frame, stretched horizontally (in width), covers both the beginning and the end of Gotjawal. As 'standstill' implies, the forest appears to be in a temporarily halted, suspended and contracted state in somewhere. In his panoramic photograph, Gotjawal puts the amputated body on the boundary. The workings of the contrast and expansion of nature and civilization and their intervention and reconciliation are expressed in the horizontally extended photograph, which could have been difficult to capture all in a single frame. In his work, the forest remains within the boundary but its energy spreads out infinitely. Breath sounds and vitality, which cannot be controlled by simply drawing a line, are temporarily at standstill on the quiet parallel lines. Likewise, photographs showing the details of Gotjawal are woven into the short stories of an epic in which the daily routines and situation of the forest are condensed. ● Lastly, the「Black Forest」series illustrate a scary forest. Lee Sun-Jung's photographic work dominated by blue tones intimidates us with the cold energy or spirit and its atmosphere Gotjawal creates. Like an amorphous drawing in a dark room, the aura filling the space completely touches the sub-part of the inexplicable emotion. Even the forest, temporarily at standstill, is trying to make an eccentric transformation. We can observe and imagine the ground of and the sky over the forest, an unknown world the artist suggested, and another internal space by entering the dark space. Occasionally, light at minimum and the entangled layers of the forest distract our attention. Speaking assertively, the artist's Gotjawal is abstract, emotional and somewhat chaotic. It is an uncanny forest that allows the least rational intervention and a trans-dimensional and unconscious gap beyond night and day. ● Thanks to the artists' efforts to understand and look into human origins and history, the forest is now being newly recognized. Then, where is the origin (original form) of the forest in our memories? In order to recall the lost forest, we head towards the mountains and fields. Or, we could only come across a vision of forest through well-made television documentaries. The forest, home to main characters, elves and nymphs in the myths our grandmothers and mothers told us in our childhood, is so far away. An encounter with the world far out there may be possible by relocating the human-centered pillar of the universe to the original location. The exhibition「The Forest of Memories」intends to get closer to the skin, flesh, frame and organs of nature, beyond taking a critical perspective through the records of natural ecology as environmental photography generally pursues. Indeed, such an action cannot but to mean a helpless attempt revealing human weakness and limitations. However, the Gotjawal Forest the four artists encountered is a world where mysterious darkness and fresh air, vitality and spirit penetrating through it, and birth and death coexist in order and balance. In this regard, the lost purity and romance we have longed for are recovering in Gotjawal, a channel of the universe existing as a space that satisfies deficiency infinitely and gigantic organism. ■ Space 407

Vol.20141203j | 기억의 숲 Forest of Memories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