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blivion 오블리비옹 - 닫혀진 기억

유진숙展 / YUJINSOOK / 兪眞淑 / painting   2014_1204 ▶ 2014_1212

유진숙_난 그날밤 누구와 춤을 추었나요_캔버스에 연탄재, 아크릴채색_91×72.5cm_2013

초대일시 / 2014_1204_목요일_05:00pm

주최 /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관람시간 / 10:00am~05:00pm / 일요일_12:00pm~06:00pm

공근혜갤러리 GALLERY K.O.N.G 서울 종로구 삼청동 157-78번지 Tel. +82.2.738.7776 www.gallerykong.com

연탄재로 인간을 그리는 작가 유진-벼랑에 선 자화상 - 세상을 향해 나를 던져 닫혀진 기억을 연다. ● 겨울은 생명을 품고 기다리는 계절이다. 차갑고 건조한 때지만 사실 그 속에는 쉬지 않고 타오르는 생명의 힘이 숨어 있다. 유진숙은 우리나라에서 연탄재로 작업하는 아마도, 유일한 여성 작가다. Oblivion전은 총 30여 점의 회화 작품이 기억-흔적-망각이라는 흐름에 따라 전시 되며 색채의 변화가 발견되는 최근 작품들도 처음으로 소개된다. 특이한 점은 개인 전시를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에서 주최하고 한옥 갤러리 피아룩스와 아트 마케팅 회사 에이콤마가 공동 기획하여 다양한 후원사의 관심을 끌어내고 있다는 것이다. 소외이웃에게 따스한 겨울을 전하자는 취지의 오프닝 행사는 문화 예술계 인사들과 예술을 사랑하는 설렙들이 참석할 예정이며 작품 판매 수익금의 일부는 어린이재단으로 기부된다. 한국의 작가들이 힘을 내고, 예술품 판매가 어린이들에게 기부되는 이러한 기획은 향후 지속적으로 이루어질 예정이다.

유진숙_별 헤는 여자_캔버스에 연탄재, 아크릴채색_53×40.9cm_2013
유진숙_어디로 가야 하는가_캔버스에 유채_91×72.5cm_2014

유진숙은 그림을 빼면 아무것도 없다고 자신을 표현하는, 전업작가다. 시대를 막론하고 오로지 창작과 작품 판매를 통해 살아가는 예술가는 삶과 예술에 대한 순수한 탐색과 수도자와 같은 자세를 갖기 마련인데 유진숙도 그러하다. 한국의 프리다 칼로라 비유되는 이유도 불가항력적인 고통들을 오로지 예술을 통해 딛고 일어섰다는 공통점 때문일 것이다. 강렬한 색감이나 공간을 압착한듯한 구도가 특징적인 작품은 단절되고 상처 난 인간 군상을 다루고 있다. 연탄재와 아크릴 물감이 엉겨 붙으며 변형되는 우연의 효과는 무의식과 오류, 욕망과 소외, 위로를 말하고 있는데 작품들은 마치 딱지가 뜯긴 상처처럼 보는 이의 신경을 움츠려 들게 하고 숨을 죽인 체 프레임 곳곳에 흐르는 이야기를 관찰하게 만든다. 제 몫을 다하고 재가 되어버린 사물, 연탄이 기억 위에 딱딱하게 굳어버린 것처럼 묘한 색감을 자아내며 울컥한 순간을 가져다 준다.

유진숙_어미새와 나_캔버스에 연탄재, 아크릴채색_91×72.5cm_2012
유진숙_위로_캔버스에 연탄재, 아크릴채색_130.3×89.4cm_2008

작품 「위로_60호_연탄재 위에 아크릴」는 내세울 것 없는 사내와 한물간 창녀의 포옹이다. 누구도 거들떠 보지 않을 이 커플들은 껴안는다는 행위 만으로 세상의 어떤 이도 주지 못했던, 누구와도 나눌 수 없는 위로를 나누고 있다. 작품 「나는 그날 밤 누구와 춤을 추었나요_30호_아크릴」은 무언가에 홀려 밤새 누군가와 춤을 추었는데 알고 보니 깔깔대며 비웃어대던 이들은 임신한 유령들이었고 나와 함께였던 그 남자는 드라큘러였다? 난 속았네 난 또 속았어! 때로는 환상이 실제의 삶보다 달콤하다는 풍자가 담겨있다. 작품 「어디로 가야 하는가 100호_유화」는 최근작으로 한층 밝아진 느낌을 준다. 서커스단은 이미 망했고 자유가 주어 졌는데도 구속에 익숙해 져버린 이들은 대체 어디로 가야 할 지 모른다. 떠나라. 온 몸의 세포가 원했던 자유로운 초원으로, 인간과 타협하지 않아도 되는 공간으로, 라고 작가는 말하고 있다. ● Oblivion전은 삼청동 청와대 옆 공근혜 갤러리에서 휴관일 없이 12월 4일(목)부터 12월 12일(금)까지 열린다. ■

유진숙_지긋지긋한 사랑을 위하여 침묵을_캔버스에 연탄재, 아크릴채색_91×116.8cm_2013

도화지에 직접 그린 종이인형들을 오려서 가지고 놀던 소녀는 서서히 말이 없는 어른으로 성장해갔다. 소풍 가는 버스 창 밖에서 손을 흔들어주던 30대의 젊은 엄마들과 크리스마스 이브 날 밤에 장난감선물을 머리맡에 놓아주던 젊은 아빠들은 묵묵히 베란다 햇빛아래 화초를 가꾸는 노인이 되었고, 가짜 보석이 박힌 머리핀을 수줍게 건네며 사랑을 고백하던 남자애는 지하철 손잡이를 잡고 졸며 세 아이와 아내가 기다리는 집으로 귀가한다. 장국영은 죽었고 또 새로운 이름을 가진 아이들이 태어났다. 갑자기 모든 게 낯설어 질 때가 있다. TV채널을 돌린 듯 순간 이동을 한 듯, 대체 그 사이에 우리들에겐 무슨 일들이 펼쳐져 왔단 말인가. 이 결코 예사롭지 않은 현기증에 대해 그들도 때때로 나와 같이 심취할까? 긴 잠을 깨고 눈을 떴을 때, 초등학교 5학년 어느 일요일의 나른한 아침이거나 티비와 냉장고와 컴퓨터가 놓여있던 내 대학교1학년 때의 자취방일수도 있을 거라는 상상을 하곤 했다. 그때 난 다시 또 어떤 것들을 사랑하게 되고 어떤 것들을 중요하게 여기며 아슬아슬한 여행을 하게 될까. 난 이담에 크면 꼭 화가가 될 거에요 라던 아이는 지금 이렇게 모순과 균형 사이를 메워가는 동안 삼십 대의 화가로 살고 있다. 변덕을 부리지 않았던 유일했던 꿈. 나는 화가다. ■ 유진숙

Vol.20141204a | 유진숙展 / YUJINSOOK / 兪眞淑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