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그리고 바람 Wish and Wind

김정연展 / KIMJEONGYEON / 金正演 / painting   2014_1201 ▶ 2014_1214 / 백화점 휴점시 휴관

김정연_외면_캔버스에 유채_40.9×31.8cm_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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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0:30am~08:00pm / 주말_10:30am~08:30pm 12월14일_10:30am~03:00pm / 백화점 휴점시 휴관

롯데갤러리 광주점 LOTTE GALLERY GWANGJU STORE 광주광역시 동구 독립로 268 롯데백화점 11층 Tel. +82.62.221.1807~8 blog.naver.com/glotteart

낮고 낮은 공허함의 한 켠 ● 낡은 슬레이트 지붕, 축축하게 이끼 낀 벽, 그리고 한껏 내려앉은 하늘. 그 후미진 골목길의 잿빛이란 빌딩숲의 회색빛과는 다른 서정을 던져준다. 감상적인 향수라기보다는 회한 비슷한 감정들을 불러일으키며, 일상의 민낯을 들여다보게 한다. 김정연 회화의 매력은 이 '들여다보기'의 확장과도 같다. 작가가 기존에 선보였던 찬기 어린 바닷가 풍경은 표현의 잉여를 걷어낸 것이다. 수평선과 물길, 잔잔한 파도, 야트막한 섬 하나하나에 화자(話者)의 심상을 차분히 대입시키며, 최대한 절제된 회화를 선보였다. 더불어 인물이나 구체적인 상황 배치 없이도 보는 이에게 해석의 여운을 남기며 관조 이상의 사색을 가능하게 했다. 이러한 절제는 화폭 밖의 감상자를 외려 화폭 안으로 끌어들인다. 화자와 감상자와의 정서적 일치감은 작품의 장식성이나 현란한 표현력에서 기인하는 것이 아닌, 서로의 삶을 끌어안을 수 있는 회화적 리얼리티에서 비롯된다고 본다. 김정연 작가의 회화적 실재성이 돋보였던 작품전『집으로 가는 길』은 그의 작품세계를 관통하는 공허와 허무의 감성이 우리 주변의 사라지는 골목과 적절히 오버랩된 예이다. 광주의 월산동, 산수동, 풍향동, 전남 목포 온금동 등 지역의 쇄락을 고스란히 담아낸 듯한 골목길 풍경은 다소 서글픈 향수를 자극하며 보는 이의 현재를 투영시켰다.

김정연_오늘 영업 끝!_캔버스에 유채_45.5×53cm_2014
김정연_유혹_캔버스에 유채_40.9×31.8cm_2014
김정연_갈까 말까?_캔버스에 유채_40.9×31.8cm_2014
김정연_푸른 바람_캔버스에 유채_40.9×31.8cm_2014
김정연_염원_캔버스에 유채_27×35cm_2014

이번에 선보이는 작품전의 타이틀은『바람 그리고 바람 wish and wind』이다. 동음이의어로 인식되는 주제의 주요 음절은 그 의미 자체로 담담한 서사를 부여한다. 작품은 지난 개인전과 유사한 공간을 배경으로 하지만 좀 더 구체적인 정서가 눈에 띤다. 프레임에는 도시 곳곳 오래된 골목의 점집과 교회 등이 주로 등장한다. 점집 지붕 위 얇은 대나무에 엮인 흰색, 붉은색의 서낭기는 퍼런 허공을 나부낀다. 출세와 영욕, 일상의 안위 등의 기원이 담긴 깃발, 그것이 상징하는 현생의 욕망은 첨단이라는 시대의 타이틀이 무색하게도 여전히 선연하다. 고통스런 속세와 유리될 수 있었던 옛 소도의 위용까지는 아니더라도 일상에 대한 불안과 강박, 그리고 생에 대한 욕구는 시대를 막론하고 피안의 장소를 찾게 한다. 돌아서면 이내 헛헛한 바람(wish)일 수 있는 기원의 행위들은 언제나 그러하듯 일상의 분주함 속에서 무심히 풍화된다. 간절한 기원과 그 욕망의 산화, 이 덧없는 반복이 선사하는 삶의 공기를 작가는 화폭 안에 건조하게 담아냈다. 작품 속에 유일하게 등장하는 생명체인 길고양이와 백구는 단순히 삶에 대한 추억을 상징하다기 보다는, 우리네 생에 대한 깊은 연민을 대변하며 작가만의 은유적 화법을 주지시킨다.

김정연_실망_캔버스에 유채_24×19cm_2014
김정연_바람 그리고 바람_캔버스에 유채_22×27.3cm_2014
김정연_되돌아가기엔..._캔버스에 유채_33.3×24.2cm_2014
김정연_나도 볼래_캔버스에 유채_22×27.3cm_2014

어찌 보면 김정연의 회화 전체에 흐르는 감성은 생의 신산함이다. 자칫 상투적일 수 있는 소재들을 균형 잡힌 구도와 서정으로 버무리는 작가만의 구성력은 시간을 거듭할수록 조금씩 원숙해지는 느낌이다. 삶터의 재현이라는 자못 평범함 표현 범위 안에서 일상적 공감, 종국에는 '체감'을 보다 깊이 있게 끌어내는 방법은, 결국 서로의 삶이 원숙해지고 그것을 바라보는 관점이 깊어지는 데 있을 것이다. 정리하자면 작가가 제시하는 공허함의 한 켠에서 우리의 일상을, 더불어 그 일상을 감싸 안는 생의 번민들을 발견하고 또 치유할 수 있기를 바란다. 연말의 시작점, 작가의 공허가 우리에게 '위로'가 될 수 있기를 바라며... ■ 고영재

Vol.20141205c | 김정연展 / KIMJEONGYEON / 金正演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