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재의 감각 A Sense of Absence

임재형展 / IMJAEHYOUNG / 林在亨 / drawing.painting.printing   2014_1203 ▶ 2014_1209

임재형_빈 자리_종이에 연필_65.6×98cm_2014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본 전시는 하동철 창작지원금의 후원을 받아 진행되었습니다.

관람시간 / 11:00am~06:00pm / 월요일_12:00pm~06:00pm

갤러리 도스 GALLERY DOS 서울 종로구 삼청로 7길 37(팔판동 115-52번지) Tel. +82.2.737.4678 www.gallerydos.com

빈 자리, 졸업 ● 돌아올 수 없는 특정 인물, 혹은 시간에 대한 시선을 빈 공간을 통해 드러낸 드로잉 연작이다. 드로잉의 대상이 된 이미지는 특정 인물, 혹은 인물들을 찍은 스냅사진들이다. 사진의 비율과 촬영된 장면의 구성을 그대로 옮겨오되 인물을 제외한 공간만을 그린다. 그 사진들은 인물을 찍기 위해 촬영된 것이었으므로, 프레임 속 화면이 구성될 때 인물 뒤에 나오는 공간은 거의 의식되지 않았거나 혹은 주인공인 인물과의 관계 속에서만 유효한 방식으로 고려되었을 것이다.

임재형_빈 자리_종이에 연필_65.6×98cm_2014

인물을 빼앗긴 화면 속 공간은 누군가 황급히 벗어두고 간 옷처럼 이상하게 남겨진 듯한 모습이다. 사진은 항상 지나간 과거의 기록이다. 그 때 나와 함께 있었던 것들이 지금은 그곳에 없을 때, 그 이미지는 나에게 이상하게 남겨진 무엇이 된다. 나는 그것들을 꼼꼼하게, 그러나 희미하게 그린다.

임재형_친구들_패널 위 캔버스에 유채_85×85cm×8_2014
임재형_친구들_패널 위 캔버스에 유채_85×85cm×8_2014_부분

실종 ● 3월 어느 밤, 한강을 건너던 중 투신한 사람을 찾는 수색현장을 목격하게 되었다. 그로부터 약 한 달 후, 배 한 척이 바다 밑으로 가라앉는 모습을 보았다. '실종'은 누군가의 부재를 전제로 하며, 남겨진 자들에 의해서만 말해진다. 이때 대상의 부재는 확증되지 않은 부재이므로, 그들은 희망과 절망, 기대와 체념, 믿음과 불신 사이, 기억하고자 하는 의지와 망각에 대한 두려움 사이, 혹은 망각하고자 하는 의지와 그럼에도 끝내 기억하게 될지 모른다는 두려움 사이에서 끝없이 해매이게 된다. 먹지를 대고 그 위에, 혹은 종이의 뒷면에 얇은 선들을 하나하나 새겨 넣는 작업의 방식은 막막함과 불안을 동반하는데, 이것들은 무엇이 어떻게 그려지고 있는지 확실히 알지 못한 채 끊임없이 무엇인가를 더듬어 나가야 하는 그리기의 조건으로부터 온다. 나는 답답해하고, 불안해하고, 초조해하고, 기대하는 등 여러 심리적 상태들 사이를 끊임없이 오간다. 결과적으로 완벽하게 통제되지 못한 수많은 선들이 모여 꽉 차 있으면서도 텅 빈, 혹은 멀어지면서도 멀어지지 않는 어떤 공간을 구성한다.

임재형_친구들_아쿼틴트_70×50cm(이미지 크기 각 60×40cm)×24_2013
임재형_친구들_아쿼틴트_70×50cm(이미지 크기 각 60×40cm)×24_2013_부분

친구들 ● 이 그림들은 내가 숱하게 느껴왔거나 다른 사람들을 통해 보아왔던 공허나 고립감과 같은 감정들로부터 비롯되었다. 당장 그러한 감정들로부터 벗어나려 누군가를 만나거나 어딘가로 떠나가더라도, 그것들은 결국 내가 돌아올 수밖에 없는 혼자라는 장소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다. 나는 자꾸만 그러한 감정들이 우리 모두에게 잠재되어 있는 것이라 말하고 싶어진다. 누군가는 이에 동의하지 않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은, 적어도 나 혼자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동일한 방법으로 그려진 여럿의 얼굴들은 친구들 각자가 지닌 서로 다른 개성에 대한 관심의 표현이라기보다 오히려 그들 모두가 어딘가에 지니고 있을 공통적인 어떤 상태에 대한 관심이다. 혹은 그들의 얼굴을 경유하여 드러낸 나의 초상이다.

임재형_친구들_종이에 유채_56×42cm×6_2013
임재형_친구들_종이에 유채_56×42cm×6_2013_부분

근래의 작업들 주변을 떠도는 낱말들은, 대체로 남겨진 자들의 언어들이다. -라고 적고 보니 문득, 실체가 없는 듯 잘 잡히지 않는 그것들을 그러모으고, 들여다보려는 시도의 흔적들이 모여 이 전시를 구성하게 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없는 것을 생생하게 감각하는 듯한 순간들. ● 무언가의 빈자리를 더듬는 일은 대체로 공허하거나 쓸쓸하고, 그 와중 문득 떠오르는 사라진 것들의 인상은 늘 가깝고도 멀다.

임재형_실종_종이에 스크래치_각 109×78.8cm_2014
임재형_실종_캔버스에 먹지드로잉_81.8×127.2cm_2014

잘 떠나보내고, 떠나오는 일은 어렵다. 나는 그 방법을 모른다. 상실의 문턱에서 자꾸만 서성대는 것은 분명 즐거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그리 나쁜 일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작업하는 동안 대체로 나는 내가 뭘 하고 있는 것인지 잘 알지 못한다. 믿고자 하는 의지와 끊임없는 의심 사이에서 흔들리는 일은 버겁다, 그러나, 그러므로, 그린다. 다시. ■ 임재형

Vol.20141205e | 임재형展 / IMJAEHYOUNG / 林在亨 / drawing.painting.pr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