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을 노래하다

이민종展 / LEEMINJONG / 李旻鍾 / painting   2014_1217 ▶ 2014_1223

이민종_눈 부신 날엔_40.9×53cm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0:00am~06:00pm

리더스 갤러리 수 LEADERS' GALLERY SOO 서울 종로구 인사동5길 21(관훈동 198-55번지) Tel. +82.2.733.5454 www.gallerysoo.kr

山形으로부터 서정적이며 목가적인 감성을 표출-봄 山은 맑고 아름다우며, 겨울 山은 마치 잠자는 것과 같다 ● 예술의 기능은 자연의 대상이나 광경으로부터 감각적인 미적 질을 음미하면서 끊임없이 탐구하여 여러 가지 가능성을 비교 고량(考量)하게 되고 전체의 사상을 파악하여 기술적•정신적 구축물인 예술작품을 만들게 한다. 이것은 미적 체험의 결과로 나타난다. 따라서 자연을 음미하고 탐구하는 것은 오관(五官)의 감각을 통해 감탄하며 취해지는 존재의 무한성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혹자는 풍경이나 꽃과 같은 부분적인 자연물의 하나 하나를 자연의 미라고 하기도 하고 자연의 전체영역에서 보고 파악하는 전체성의 미, 포괄성의 미의 가치를 찾아내기도 한다. 이러한 판단은 개개인에 따라 달라진다. 이민종은 자연을 탐미하면서 부분적인 미에 정착하지 않는다. 자연의 미를 山形에서 찾아내고 있다. 자연을 묘사하면서 바위, 계곡, 나무와 같은 부분성이 아니라 모든 사물을 포함하고 있는 山形 자체를 자연의 아름다움으로 파악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생명의 원천, 생명에 대한 인식은 이로 인해 잠들어 있는 생명이(겨울) 태동하며 활기를 찾는(봄) 기간에서 생기(生氣)의 움직임을 화폭에 담고 있다. 모든 생명이 움트는 자연의 활기가 있기 때문이다. 봄 山은 맑고 아름다우며 미소를 짓는 것과 같고(春山澹治而如笑), 겨울 山은 암담한 것이 마치 잠자는 것 같다(冬山慘淡而如睡)고 중국의 화론가 곽희(郭熙)는 말하면서 山의 운기는 계절 따라 다르다고 표현했다. 사계절 중에 봄은 산의 운기가 융화(春融)하여 생명이 태동한다는 감성적 표현이다.

이민종_내소사에서_33.4×45.5cm
이민종_언덕에 올라_33.4×45.5cm

표상에 있어서의 시각적 인식과 감성적 인식에 대해 예를 들어보기로 한다. 원과 다각형은 다른 형태라고 말한다. 그러나 형태가 생긴 이치로 보면 원과 다각형의 중심점은 같다. 원은 둥글고 다각형은 많은 각으로 이루어졌다는 것뿐이지 생성원리로 보면 중심점으로부터 원을 형성하고 있는 같은 원구(圓球)인 것이다.(朱子 論) 山에는 바위, 나무, 짐승, 벌레 등등 많은 생물이 존재한다. 이것을 바위로 보거나 나무로 보는 것은 山의 각(角)을 보는 것이다. 그러나 이민종은 山形의 중심점에 존재하는 형상기세(形象氣勢)를 보고 있다. 이를테면 작품에서 보이는 바위나 나무를 개별 인식하는 것은 山의 각을 보는 것이고 전체성으로 보는 것은 山形의 중심점을 보는 감성적 결과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山을 그릴 때 본래의 모습을 그대로 그리면 의미가 없다. 그것은 山形의 각으로 인해 기교에 머물게 한다. 山形의 특성을 표현했을 때 비로소 회화성을 느끼게 한다. 山形이라고 하면 모든 미의 모태이며 만물이 생동하는 생명의 터전이다. 그러므로 흔히 山을 그린다고 하면 많은 사람들은 풍경을 연상하고 소재로 바위나 나무, 계곡 등을 묘사하는 것으로 안다. 그러나 이러한 풍경묘사는 대부분 직시적인 시각현상에 주안점을 두고 있는 것이고 사물이 그대로 그려지게 마련이다. 이러한 관점을 깊이 사유하게 된 이민종은 새로운 착안을 해냈다. 자연의 부분적인 형상을 객관적인 대중시각으로 묘사하는 것이 아니라 감각감정에 의해 인지되는 감성을 표출한다. 일반적인 감성과는 달리 이러한 감각감정은 감촉으로 느끼고, 오관에 의해 시각(視覺), 청각(聽覺), 후각(嗅覺), 미각(味覺), 압각(壓覺), 온각(溫覺), 냉각(冷覺), 유기각(有機覺)과 같은 감성인식을 외부 또는 내부적으로 받아들이게 되는 경험결과를 표상으로 한다.

이민종_설레는 날_40.9×53cm
이민종_두메산골_65.1×90.9cm

이민종은 '차창 밖으로 전개되는 풍경의 순간적인 포착'이라고 자신의 작품을 말한다. 많은 사람들은 여행을 할 때 창 밖에 펼쳐지는 먼 山을 무심히 바라본다. 창은 닫는 기능이 아니라 닫힌 공간으로부터 세상을 여는 기능이라고 생각하기는 쉽지 않다. 먼 山은 모든 생명의 본질이며 모든 생명을 품고있는 모태라고 생각하기도 쉽지 않다. 이민종은 『여정-창 밖의 또 다른 세상-』이란 명제에서 알 수 있듯이 여행 중에 창 밖의 山形을 오관(五官)에 의해 받아들여지는 감각감정에 의해 광의적인 착상을 하게 된다. 차창 밖에 순간적으로 스쳐 지나가는 사물들, 이를테면 창 밖의 풍경들은 이민종에게 새로운 소재였다. 山이라는 포괄적인 생명의 원천을 발견했다. 시각적인 직시현상보다는 山形 안에 존재하는 많은 사물들에 대한 감성적 인식이었다. 그러나 인간의 시각능력은 한계가 있다. 이를 간과할 수 없는 원근의 공간감을 山形 묘사에 활용하고 있다. 정물은 근거리에 위치한 사물로써 색원근법이나 평면원근법, 질량원근법을 사용하게 되지만 자연을 대상으로 할 때는 원거리에 위치하고 있는 원경인 만큼 거리원근법에 의해 입체감을 나타낸다. 그러나 이민종은 山形을 정물에서 사용하는 원근법에 접목하고 있다. 원경을 근경으로 파악하는 방법이다. 보이지 않는 것을 표현할 때는 직시적인 방법보다는 시각능력을 초월하는 감성적인 방법이 필요한 것이다. 그래서 이민종은 시각적인 山의 세부성보다는 山形 자체가 품고있는 생명력이나 생태를 감성으로 인식하면서 그러한 포괄성을 표현하고자 했다.

이민종_꿈꾸는 산_40.9×53cm
이민종_집으로_37.9×45.5cm

또한 공기원근법을 응용했다. 공기관계로 나타나는 색채 명암의 변화에 따라 물체의 거리를 표시하는 방법이다. 이는 빛의 조화로써 역광, 조사광, 음양의 조화를 생명력으로 나타낸다. 대중이 말하는 바위를 그리거나 계곡을 그리거나 집과 같은 사물을 묘사하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가 포괄적인 山形으로 나타난다. 말하자면 묘사된 바위나 나무나 물과 같은 사물들은 山形의 내적인 존재물일 뿐이다. 특히 山을 소재로 다룬 데는 이민종의 남다른 사유가 있다. 물(水)은 융통성이 있고 어딘가 계속 흐르기 때문에 현재보다는 과거로 존재하게 된다는 것이고, 山은 수 억만년이 지나도 그 자리에 존재하는 영속성으로써 과거이며 현재이며 미래라는 것이다. 자연생명의 영속성이 동시존재라는 의미를 갖게 함으로써 스스로 자신과 자신의 작품이 山과 같은 영속적인 존재가치로 남기를 의도하기도 한다. 이를 이민종은 "서정적이며 목가적인 감성을 표출하려고 했다."라고 말하고 있다. 바로 서정이란 사물을 보고 느낀 감정(感情)을 나타내는 것이며 목가적이란 평화롭고 마음이 편안한 것을 말한다. 중국 화론에는'묵일색(墨一色)은 음일색(音一色)과 같다'라는 말이 있다. 음은 소리로부터 시작되지만 색은 빛으로부터 시작된다. 색의 형성과정은 색과 색 사이에서 일어나는 파장에 의해 수많은 색상을 만들어 낸다는 광학색채학의 원리이다. 파장이란 바로 근원적 리듬이며 근원적 색의 원천이기도 하다. 이러한 원리를 깨닫고 山形을 묘사할 때 형과 색의 합을 음일색으로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이다. ■ 朴明仁

Vol.20141219i | 이민종展 / LEEMINJONG / 李旻鍾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