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섭, 원초의 풍경 Kim Yusob, Primal Landscape

김유섭展 / KIMYUSOB / 金宥燮 / painting   2014_1220 ▶ 2015_0201 / 1월1일,월요일 휴관

김유섭_for J.B._캔버스에 혼합재료_120×120cm_2014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광주시립미술관 중견작가 초대展

관람시간 / 10:00am~06:00pm / 1월1일,월요일 휴관

광주시립미술관 상록전시관 GWANGJU MUSEUM OF ART 광주광역시 서구 상무대로 1165(농성동 311-1번지) Tel. +82.62.613.7141 www.artmuse.gwangju.go.kr

회화의 시원(始原), 그 참 풍경 ● 깊은 산 나무들은 미련 없이 우수수 잎을 떨구며 나목(裸木)이 되어간다. 1년의 시간동안 발아와 성장, 결실을 끝낸 숲이 또 다른 생장을 기약하는 시점이다. 무성한 몸체가 사라진 뒤, 생의 근간이 되는 최소한의 지체(肢體) 만을 스스럼없이 드러내고 있다. 삶을 잇게 하는 원형이 무엇인지 보여주는 나무는 사시사철 많은 배움을 준다. 광주시립미술관에서 개최하는 중견작가 초대전은 '강렬한 창작력'과 '두드러진 작업역량'으로 지역미술계의 중심을 이룬 작가를 초대하는 전시이다. 2014년, 중견작가초대전 작가에 선정된 김유섭은 지독한 사유로 나목(裸木)이 되어가는 작가임에 틀림없다. 광주와 독일을 오고 가면서 이룬 학업과정만 보아도 얼마나 치열한 정신으로 고민하고 실천해 왔는지 알 수 있다. 방대한 현대미술의 장에서 독자성으로 구별되기가 쉽지 않을 터인데, 세상의 패러다임에 수긍하지 않는 김유섭은 철학적 성찰을 바탕으로 국제미술계에서도 인정받는 화업을 이루어내고 있다. ● 김유섭은 독일 유학시절, 다양한 경험과 모색을 통해 얻은 확신으로 현대미술의 매체적 개념에서 '회화의 종언'이 대두 했던 시기에 오히려 '회화의 근원'을 향해 나아갔다. 회화의 근원을 추적해 가는 동안 그는 자신의 작업을 대표하는 '검은 그림'의 이론적 토대를 확립시켰다.

김유섭_Schwarze Malerei_캔버스에 혼합재료_150×200cm_2005
김유섭_Schwarze Malerei_캔버스에 혼합재료_180×135cm_2004

검은 그림 ● 김유섭은 자신에 대한 성찰과 함께 회화의 발원점을 향한 끝없는 사유를 시작했다. 첨단 매체미술의 등장으로 전자 테크놀로지의 접목이 현대회화에 유행처럼 번지면서 회화에 대한 회의(懷疑)가 지배적이 되었음을 파악했다. 그래서 그는 회화의 종말을 논의하기 보다는 다시 회화의 역할에 대한 철저한 점검으로 회화의 바닥까지 침잠해 보고자 했다. 이것은 회화가 살아남기 위한 시도로써, 최소한의 요소 이외의 불필요한 형식이나 습관들의 모호함 등을 제거하고 색이 발생하기 이전의 상황으로 들어가 보는 것이었다. 그가 모든 군더더기를 지우고 다다른 곳은 태초의 암흑과도 같은, 분화를 시작하기 직전의 덩어리였다. 검은 그림의 거친 표면은 역동적이면서 거침이 없다. 두꺼운 흑색의 물감 층은 물리적 존재감을 드러내면서 강렬한 생명력과 태초의 원시성을 구사한다. 켜켜이 쌓인 층은 가끔 베일 듯 날카롭기까지 하다. 어떤 의식적인 애매모호함도 제거된 불안정한 원형질이며, 새로운 분화 직전의 긴장감이 잠재한다.

김유섭_Energy Field - for R.(Rembrand)_캔버스에 혼합재료_180×135cm_2003
김유섭_Energy Field Ⅱ-10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00×100cm_2011

유색 그림 ● 검은 그림에 차츰 유색의 색들이 섞여 들었다. 검은 기운을 조금씩 밀어내면서 붉고 푸르스름한 색상들이 비어져 나왔다. 이 시기의 작업이「Energy Field」시리즈로, 언뜻 검은 그림이 변화하는 중에 있는 작업으로 비춰질 수도 있으나, 검은 그림은 항상 회기 할 수 있는 뿌리 같은 존재이며, 유색 그림은 좀 더 적극적으로 빛 에너지를 주입하여 창조 영역의 가시화를 시도한 것이다. 김유섭은 원색 덩어리를 검은 덩어리에 가려 보이지 않았던 영역을 드러내 보이기 위해 투입시킨 구성체로써 설명한다. 태초의 빛이 드러나기 시작한 것이다.

김유섭_A Piece of Paradise 51-Blue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20×120cm_2009
김유섭_A Piece of Paradise 33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50×50cm_2009

2008년 이후 김유섭의 작품은 밝은 원색의 화면으로 바뀌었다. 검은 빛이 물러가고 화려한 빨강, 파랑, 노랑의 색상들이 섞이고 퍼지면서 황홀한 에너지를 뿜어내는 세 번째 시리즈「Piece of Paradise」이다. 어둠 속에서 움직이는 기운의 흐름이 색으로 발광 했다. 빛이 세상에 가득 차면 어둠에 잠긴 형상의 윤곽이 드러나게 될 것이다. 작가의 말을 빌리자면, 자신의 작업이 추상회화로 보여 지지만 회화의 복귀를 위해 이루어지는 진행형 작업이며, 완성되지 않은 형태이기 때문에 추상으로 읽혀질 수도 있다고 설명한다. 작업 역시 구상과 추상의 경계에 서있음이 느껴진다.

김유섭_Stromland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200×180cm_2011
김유섭_r+b+w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80×80cm_2012
김유섭_희망 die Hoffnung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200×180cm_2011

끝나지 않은 그림 ● 김유섭의 '회화의 복귀'를 위한 실험 작업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 같다. 그는 멈추지 않고 사유하고 탐구하는 태도가 작가의 의무라고 여긴다. 사운드를 회화와 접목시키는 작업에도 관심이 많다. 일찍이 퍼포먼스 작업으로 사운드 드로잉을 시도한 적도 있다. 그의 몰입은 우리에게 시원(始原)의 사운드를 보여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 태초의 어둠에 잠긴 '검은 그림'은 계속해서 여러 촉수를 뻗어 볼 것이다. 그 끝으로 감지된 존재들은 또 다른 프로젝트로 세상과 만나게 되고, 창조영역의 또 다른 차원을 우리에게 보여줄 것 같다. ■ 황유정

Vol.20141220c | 김유섭展 / KIMYUSOB / 金宥燮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