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옥한 초승달 지대 Fertile Crescent

장선아展 / JANGSUNA / 張善雅 / installation   2015_0106 ▶ 2015_0119

장선아_비옥한 초승달 지대_2015

● 위 이미지를 클릭하면 네오룩 아카이브 Vol.20130428h | 장선아展으로 갑니다.

장선아 홈페이지_jangsuna.com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온도에 따라 작품의 모습이 변할 수 있습니다.

관람시간 / 07:45am~05:25pm

비닐하우스 경기도 파주시 서패동 363번지

● 한 여자가 찾아왔다. 매일 나를 밟고 파내며, 나와 또 다른 나를 살 속에 들여 넣고 있다. 무슨 일일까. 함께 의지하며 지낼 뿌리를 내려준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씨앗을 묻고는 어디로 간 것일까. 늘 그래왔듯, 지켜보며 기다리고 내어주면 되는 것일까. 한없이 받쳐주고 있는데 그녀는 나의 소리를 듣거나 볼 수 있을까. 아마도 다른 사람들처럼 지진이나 화산 폭발을 일으켜야만 닿으려나. 순간의 시간을 살다, 나에게 스며드니 나조차 볼 틈이 없겠지.

장선아_비옥한 초승달 지대_2015
장선아_비옥한 초승달 지대_2015

● 오랜 시간 동안 흙과 돌 사이에 살다, 틈을 찾아 나선 나를 쫓으며 지냈다. 며칠 전이었다. 알 수 없는 힘에 이끌려 솟구치는 바람에 정신을 잠시 잃고 눈을 뜨니, 작은 통에 갇혀 미세한 구멍 사이로 쪼개어 흩뿌려지고 있었다. 부딪혀 면에 닿자, 무서움이 꼭 붙어 불어난 몸을 움직일 수 없었다. 내가 기대어 살던 어둠 속 돌들보다도 더 차가운 돌이 된 것이다. 아... 할머니가 말씀해주셨던, 움직임을 멈춘 몸이 빛의 별들을 뿌리는 신선하고도 깊이 잠들 수 있는 영롱한 얼음의 시간이 나에게도 온 것이다.

장선아_비옥한 초승달 지대_2015
장선아_비옥한 초승달 지대_2015

사람 ● 길을 걷고 있다. 그 끝이 어디인지 알 순 없지만, 작은 희망과 믿음으로 벅찬 숨을 고르며 걸음을 내딛는다. 무엇을 위해 가는 것일까... 아마도 그것은 많은 시간이 흐른 후, 새끼 강아지의 발바닥 크기만 한 그림에도 정수를 담기 위함이라. 잠시 멈추어 서서 지난 모습을 바라본다. 천진난만한 질문과 방황을 하며 깨달음을 얻고자 했던 작은 흔적들이 있었다. 세포 하나하나, 모든 감각을 충만히 느끼려 나무에 매달리거나 개울에 들어가 숨을 참고, 껍데기를 없애기 위해 몇 달 동안 일분일초를 기록하며 먹고 자며 지낸 곳에 부끄러움 없이 사람들을 초대하기도 하였다. 어느 날은 적도 가장 가까이 따가운 길 가운데, 지나는 이에게 시원한 설탕을 선물 받은 적이 있었다. 이 길을 나선 후 맛보지 못했기에 모든 신경은 마비되어 그를 붙잡고 도대체 여기서 어디로 가면 구 할 수 있는지 방법을 묻고 싶었다. 아님, 마음과 타협하여 방향을 바꾸어 화려한 도시로 돌아가면 되었다. 하지만, 그 길을 선택한다면 이 길을 계속 걷지 못한다는 것 역시 잘 알고 있었다. 아주 어렸을 때, 파란 플라스틱 물통에 붓을 터는 소리가 아름다워 수채화를 시작했던 마음을 잊지 말아야 했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니 쪽빛으로 세상에 태어나 붉은색의 시간을 지낸 별들이 하얀 빛으로 땅에 내려왔다. 우주의 별들은 서로의 죽음을 위로하듯 6개의 볼을 비벼대며 우아하고도 고요한 모습으로 세상에 소복이 쌓였다. 가을과 봄이 만나는. 겨울이 찾아왔다. 북극의 온도는 몇 해 전, 나의 심장에 깊이 새겨졌는데, 나 역시도 그 겨울에게 울림을 주고 싶었다. 자연은 허락할까. 그래도 다시 한 해를 기다렸으니 물을 얼음으로 만드는 마법을 부릴 수 있게 되진 않을까. 그러나 어느 누가 기민한 듯 예민한 자유로운 계절의 순리를 온전히 알 수 있을까. 얼마만큼의 수고를 더 해야 신비롭고도 순수한 자연을 닮을 수 있게 되는 것일까. 삶의 시간이 30년이 남았다면 30번의 시도와 기다림 끝에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게 되는 것일까. 그 길, 깨끗한 양심을 품고 생각을 다져 진실로 향할 때, 아름다움을 잃지 않기 위해선 또 무엇을 해야 할까. 이 마음은 무엇일까. 자연과 예술을 너무나도 사랑하기 때문인 걸까... 무얼 망설이나. 지금, 여기. 흙 위에 두 다리를 곧게 뻗어 다시, 얼음의 온도를 기다릴 뿐이다.

장선아_비옥한 초승달 지대_2015
장선아_비옥한 초승달 지대_2015

우주 ● 비옥한 초승달 지대의 찬란했던 문명조차 찰나의 꽃잎이었듯, 시간의 영겁 속에 아주 작은 분자 하나가 잠시 동안 반짝인다. ■ 장선아

Vol.20150106b | 장선아展 / JANGSUNA / 張善雅 / installation